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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틱하면서도 곡의 길이는 길지 않은, 정통 클래식은 아니지만 클래식과 같은 분위기의, 귀로 들으면서 머리로 끊임없이 뭔가를 그릴 수 있는, 그러면서도 마음을 비운 어느 순간에는 아무 생각없이 음악에만 몰두할 수 있는 그런 음악을 찾았다. 바로 이 음반. 자켓만 봐도 뇌가 떨려 멀미가 날 것 같다.
올드보이는 작년 최고의 영화였다. (아, 반지의 제왕은 무조건 열외 ^^) 마지막의 한 장면을 애석하게 놓쳐버려 애타게 DVD 출시일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에서 접하게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그래서 더 나를 미치게 한다.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될 것이다. 오대수가 멘트를 날리면 이어서 흐르는 음악. 트랙 5번 in a lonely place. 현악기들과 심장박동 소리 같은 신디사이저가 조용하지만 은근하고 치밀한 추적자처럼 뒤로 깔리면 그 위를 트럼펫이 느린 화면의 도망자처럼 천천히, 그러나 절박한 심정으로 내달린다. 오대수와 김우진의 심정을 이만큼 잘 대변하는 음악이 또 있을까.
또 있다. 11번, cries and whisper 아니, 사실 이 음악은 좀 뜬금없다. 그리고 솔직히 얘기하자면 정확히 어느 장면에 삽입됐던 것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심각한 얼굴을 하고, 살의로 가득찬 머리와, 증오로 이글대는 눈빛을 하고 있는 오대수가 가끔 내뱉는 생뚱맞은 나레이션처럼, 이 영화에 너무 잘 어울린다. 이런 고상한 왈츠라니! (이거 근데 왈츠 맞는가?) 참고로, 지금 내 휴대폰 벨소리는 이 고상한 왈츠의 정열적인 탱고버젼이다. 냐하~
휴대폰 이야기가 나와서 끝장을 봐야겠기에 또 하나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곡이 있으니 바로 마지막에 수록된 the last waltz다. 이것은 마지막 장면에서 미도가 오대수를 안고, 사랑해요 아저씨~한 후에 흘러나오는 곡으로 역시 아름다운 스트링 선율에 꼭 미도 같은 여릿여릿한 관악기 소리가 흘러나온다. 클라리넷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아니면 할 수 없고. - 그러니 앨범 부클릿에는 나같은 무식쟁이들을 위해서 지금 이 음악에는 어떤 악기들이 연주되고 있습니다, 라고 써 놨음 좋겠네!! 아, 휴대폰 얘기 중이었지. 지금 016-523-36**로 전화를 걸어보시라. 이 음악이 흘러나온다. 푸헐..
요즘 나는 일어남과 동시에(대부분 일어나기도 전에 동생이 틀어놓고) 올드보이 o.s.t를 틀고, 집에 돌아와 자리에 앉아서 다시 이 음반을 틀어 놓으니, 올드보이로 아침을 열고 올드보이로 하루를 마감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게다가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동생에게 전화를 걸 때마다 (내가 가장 전화를 자주 거는 내 동생의 컬러링도 바로 이 라스트 왈츠다. 움홧홧홧) 들리나니 이 음악들이니...나는 올드보이에 미쳤다. 마침 음반의 색도 보라색인데다, 저 기하학적인 무늬를 봐라. 빨려들 것 같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