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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언 - 전3권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지음, 조영학 옮김 / 김영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작가가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이 소설에 투자했다는 소식, 거액의 경매로 한 출판사에 낙찰되었다는 뒷 이야기가 이 소설을 유명하게 만들었다. 2005년 한 해동안 유행한 소설과 사실을 더한 팩션(Faction)이라는 새로운 쟝르에 속한다는 이유때문에도 팩션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 출판과 동시에 고정독자가 확보되어 있는 기현상을 낳은 작품이다.
드라큘라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역사를 보는 눈, 특히 15세기 동유럽의 역사가 묘사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장점은 극치를 이루지만 반대로 15세기 동유럽의 역사가 배경이 되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단점이 정점을 이룬다. 15세기 동유럽의 역사는 아무리 멋들어지게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하더라도 너무 멀고 너무 낯설다.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두꺼운 이 작품의 대부분은 15세기 역사와 배경에서 지금까지의 드라큘라 연대기를 집대성해 놓은 것과 유사하다. 팩션이라는 쟝르가 아니라 픽션이라는 기존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이 소설의 픽션은 한 권으로 압축해도 좋을 만한 크기이다. 팩션이 재미있는 이유는 픽션과 팩트의 적절한 조화에 있다. 어느 한 쪽을 망가뜨리면 작품 자체가 구성되지 않을 탄탄한 구조가 팩션의 재미를 만들어 낸다.
이 작품에서 픽션의 영역만을 떼어낸다면 세 권의 분량에 비해 지나치게 가벼워진다. 그 지나침의 대부분도 3권에 (세권이 아닌 3편이라는 뜻) 집중되어 있어 픽션의 정점은 3권에 이르러 재미를 극대화하지만 순간 허무함을 느낀다. 결국 이는 픽션의 정점이 약해서가 아니라 팩트의 부피가 너무 커져 있어 그만큼의 픽션을 기대한 독자로서는 아쉬운 입맛을 다시게 된다.
탄탄한 작품의 준비, 그러나 부족한 소설의 개연성이 이 작품의 장점이자 단점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