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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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였으니 문학과 영 인연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영문학은 학부를 끝으로 책을 덮었으니 책에 나오는 많은 문인들과 글들이 기억에서 가물가물하다. 영어에 재미를 붙여 영문학과에 입학한 첫 해 선배들이 문학비평잡지를 미리 읽어보고 문학에 대해서 느껴보라는 말이 무엇인지 한참뒤에 깨달을 수 있었다. 그때쯤에는 벌써 문학보다는 어학, 어학보다는 경영학에 훨씬 많은 관심을 기울린 이후이다.

이 작품의 글들이 나오게 된 계기로 조선일보에서 연재된 '문학의 숲, 고전의 바다'라는 칼럼의 요청에서 편집자는 글을 읽고 "아, 이런 작품을 읽어보고싶다"라고 느끼게 해 달라고 저자인 장영희 교수님께 요청하였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 장영희 교수님은 그 짧은 글에서 정말로 이런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고 느낄만큼 재미와 진솔함으로 광범위한 문학 그것도 고전의 바다를 헤엄친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라는 이 에세이를 대학 신입생 시절에 보았다면 난 문학도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가물가물한 기억의 편린속에 예전에 시험보기위해 외웠던 시들과 소설, 그리고 그 뒷 이야기등이 재미있게 펼쳐지니 느끼지 않을래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문학에세이가 고전을 찾아 다시 읽게 만들기는 힘드리라.

장영희 교수님은 앳되고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기억된다. 학교 선배님이시자 교수님인 장영희 교수님은 문학적 열정과 함께 엄하고 호된 교육으로도 기억된다. '고급영작문' 수업을 들으면서 모두들 '도전'한다는 표현을 감히 쓸만큼 매 주 한 작품씩을 소화하고 글을 써야하는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혹시 지금 내가 소위 말하는 '글발'이 있다면 그건 순전히 이 시간에 갈고 닦은 결과라도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 무렵 코리아타임스에 연재된 칼럼은 그 당시 모범적인 영어칼럼으로 신문에서 잘라내어 표현법을 밑줄긋고 암기하는 모범답안이기도 했다. 영어로 작성된 그 당시의 칼럼에서도 장영희 교수님의 글은 맛갈스럽고 화려한 언어들이 춤추는 무대이면서 따뜻하고 정감이 넘치는 글이었다. 이번에 읽은 장영희 교수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라는 에세이집은 그러한 영어 칼럼에서 느끼던 맛보다 훨씬 더 친근하고 무게있고 화려하다.

책이 발간되자마자 구매하고 책상 한 켠에 자랑스럽게 올려 놓기를 열흘, 모처럼 글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서울대공원에서 진행되는 어린이미술잔치에 참가한 나는 나무그늘 아래서 이 책을 펼쳐든다. 책 사이 사이로 떨어져 내리는 벗꽃잎 하나 씩을 책갈피삼아 삼켜가며 에세이를 읽어가니 나는 경영학도 이전에 문학도였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도 든다. 옜 선배의 충고가 이제서야 다시 떠오름은 이 작품은 확실히 편집자의 의도대로 고전을 읽게 만드는 청량제이다.

장애인의 불편함이나 보통사람들의 편견에 대해서도 장영희교수님의 글들이 자주 눈에 띈다. 대학 재학시절에는 장영희 교수님이 장애인이라는 생각을 별로 해 본 적이 없다. 서강대 특성 상 장애를 가지신 교수님도 계셨고 수녀교수님도 계셨고 학우들도 많았으니 사실 그들이 특별하거나 불편해 보인다고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교수님의 글을 읽으면서 가슴 한 편이 너무 아려온다. 불편함이 가슴을 아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편견을 옆에서 지켜보게되니 그 순간의 솔직함을 엿보게 되니 탄식이 많아진다.

책의 말미에 윌리엄 포크너의 "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가를 가르친다"라는 인용구와 함께 칼럼을 사정상 접으면서 남기신 신문 칼럼 연재를 읽어온 독자들을 향해서 인사말을 남기면서 이 책은 마무리되지만, 장영희 교수님이 어서 쾌차하시기를 두 손 모아 기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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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졸업생은 마지막 수업에서 만들어진다 Harvard Business 경제경영 총서 35
하버드경영대교수 지음, 데이지 웨이드먼 엮음, 안명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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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학에서 한국 어머니들을 모셔놓고 학교 소개를 한 바 있다. 대학과정에 대한 설명이 끝난 이후 질문시간이 되었을 때 용감한 어머니 한 분이 손을 번쩍 들고 질문을 한다. "하버드 대학은 몇 점이면 들어갈 수 있나요?" 그 자리에서 하버드를 소개하던 교수는 "하버드는 점수만 가지고 입학할 수 있는 학교가 아닙니다. 하버드는 미국을 일으켜 세울 예비 지도자들이 입학합니다." 라고 답한다. 점수만능주의에 빠져있는 한국의 어머니는 머쓱해하지도 않았다. 점수 기준도 없이 어떻게 입학자격을 논하느냐고 강하게 따졌다고 한다.

하버드의 졸업생이 미국을 이끌어가는 지도자가 되든 그렇지 않든 하버드의 철학은 꾸준히 이어간다. 하버드의 졸업생이 경제동물이 되어갈지언정 하버드의 목표는 한 치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러한 하버드의 정신을, 마지막 수업을 통해 교수가 들려주는 개인의 성공사, 졸업생에게 들려주는 마지막 충고, 자신이 최고의 조언이라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각 교수들이 모두 색다른 방법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정리하였다. 15개의 작은 꼭지로 구성되어 있는 이야기 모두가 재미있거나 참신한 것은 결코 아니다. 15개의 과목을 수강신청했을 때 15과목 모두가 반드시 재미있거나 참신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비록 15개의 모든 글이 재미있지는 않더라도 이 책이 값진 이유는, 이 책의 이야기를 듣는 독자들은 하버드대 교수들이 미국의 예비 지도자에게 들려주는 진심어린 충고를 몰래 청강할 수 있다는데 있다. 대중을 향하여 교과서에 담겨 있는 윤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인재들이며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제자들을 향하여 마지막 조언을 해 주는 교수들의 솔직한 진심이 날카롭기 때문이다. 많은 부분에서 "결과적으로" 공감하거나 허를 찌르는 이야기가 담겨있어 교과서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교수들의 경험과 철학이 담겨있는 그야말로 시험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진실이 내포되어 있다.

물론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언론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동창회에 오지 말라는 이야기나 CEO가 처음 되었을 때 친구들이 "이제 싸구려 식사와 진실은 얻지 못한다"라고 들려주는 부분 등은 이미 신문지상의 북리뷰를 통해 소개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값지고 날카로운 지적은 그것 외에도 얼마든지 있다.

"일하는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소유하는 것이 결정된다. 또, 여가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누구인지 결정된다."

"자기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질 때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완고하게 끊임없이 일을 계속 밀고 나거서는 안된다."

이 책의 가장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킴 B. 클라크 교수의 글은 "오늘도 나가서 리더가 되어야 한다. 옳거나 그르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로 물러서면 안 돼. 그리고 누구도 너를 함부로 대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네가 누구인지 기억하라."이다. 이 마지막 글이 결국 이 책이 주는 가치이다. 최고의 지도자가 될 예비 리더를 향한 진심어린 조언이 담겨 있는 하버드의 철학이 확실하게 정리되는 부분이다.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그간의 모든 수업이 다 만족스러울수는 없듯 이 책의 15개 꼭지가 모두 감탄스러운것은 아니다. 다만 한 두 문장의 짧은 경구나 조언이 머리를 강타하고 찡하는 느낌을 전달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 책은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모두 아름다워야 할 시집이 결코 아니다. 이미 스스로 체화되어 있는 부분에서는 "맞아"라는 동감을 얻지만 머리를 강타하지는 않는다. 다만 전혀 자극받지 못하던 부분에서 날카로움을 맛보고 싶다면 잠시동안 하버드 졸업생의 신분이 되보는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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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뢰도 16 - 풍신의 발동
검류혼 지음 / 명상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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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뢰도라는 글은 1997년 통신에 연재되기 시작한 글이며 2000년에 책으로 1부 1권이 발간되어 약 5년만에 1부 16권이 마감되었다. 검류혼이라는 필명으로 불리우는 작가는 가장 늦은 글을 올리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난 기다림에 지치지 않기 위해서 1부가 마감되고 한참이 지난 2005년에 약 1주일동안 1부 16권을 한꺼번에 읽어갔다. 장장 5년간을 기달린 흐뭇한 결과이고 통신시절까지 따진다면 무려 8년 이상을 작품이 마감되기만을 기다린 대가이다. 재미있는 책이 한 무더기 쌓여 있는 것처럼 몸 떨리기 흥미로운 경험은 많지 않다.

비뢰도는 무협지 역사상 영웅문과 같은 번역본을 제외하고 1부에 16권이 마감되는 것은 국내 최초가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영웅문과 같은 작품을 기대하고 있었고 [묵향]이라는 대작과 함께 무협소설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장본인이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묵향]이 3부 19권이라는 대작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기억한다면 그리고 04년 6월에 1부가 마감된 이후 05년 4월 현재 2부 1권이 마감되지 않음을 되새긴다면 비뢰도의 2부를 몰아서 읽을 수 있는 기회는 이제 2010년 정도가 되지 않을까? 2010년에 또 한 번 수 십권의 작품을 몰아 읽어가는 꿈을 그려본다.

내용에 대해서는 크게 언급할 것이 없다. 주인공은 [묵향]의 주인공과 가장 흡사하며 만능인에 가깝고 기연이 많은 무협지의 속성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그져 재미있고 환상적이라는 말로 1부를 요약해야 하겠다. [비뢰도]라는 책의 제목과는 달리 주인공은 [비뢰도]라는 무기를 아직 제대로 사용해 본 적도 없을만큼 엄청난 무공을 지니고 있어 2부에서나 [비뢰도]의 참 맛을 느껴보지 않을 까 생각한다. 1부 15권은 지루함이 컸으나 나머지 15권은 한 권 한 권이 알차고 흥미로웠다.

완성된 무협대작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비뢰도 1부 16권을 강력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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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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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저자인 미치 앨봄의 2번째 작품이지만, 첫 번째 작품에 이어 유명세를 타고 곧바로 출간되지는 않았다. 저자는 약 7년여 시간을 두고 다듬고 또 다듬은 이후 이 작품을 출간하였다고 보아도 좋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이 작품 역시 죽음과 깊숙히 관련되어 있다. 하지만 죽음의 어두움을 설명한 문학작품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삶을 뒤돌아보게 하는 강한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유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할 수 있는 강한 의지"라는 자유론의 구절이 이 작품의 죽음과 삶에 대한 성찰이다.

이 책의 출간과 동시에 내 손에 책이 들어왔건만 이 책은 2판 2쇄라는 희한한 기록이 펼쳐지고 있다. 2003년 12월에 출간된 [에디의 천국]이라는 작품을 새로운 제목으로 재판하게 되어 2판이 되었고 그 유명세 덕분에 서점에 채 깔리지도 전에 2쇄를 들어가는 신기록을 세우면서 이 책의 존재를 잊고 있었던 우리에게 다시 다가왔다. 그제서야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떠 올리게 되는 우리의 기억력은 참으로 믿을게 없다.

책의 뒤편에 출판사인 세종서적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벤트 엽서가 눈에 띈다. "천국에서 만나고 싶은 다섯 사람"을 적도록 되어 있는 이벤트 엽서를 보면서, 아마 천국에서 만나고 싶은 나의 지인 다섯명은 누구일까를 되새긴다. 가족과 옛친구, 그리고 누굴까? 인생에서 의미깊었던 딱 다섯명을 골라낸다면 누구를 골라야 하는 기대감과 고민을 뒤로 한 채 본격적으로 책을 읽어나가면서 전율과 충격이 함께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에디는 죽음과 동시에 천국에서 다섯명을 만나게 되며 한 명 한 명의 의미는 내가 엽서에 적으려는 다섯명과는 무관하다.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는 한 명만이 겹치는 공통점이라고 할 것이며, 나머지 4명은 주인공인 에디 자신도 전율과 충격을 느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인연의 장, 희생의 장, 용서의 장, 사랑의 장, 화해의 장이라는 목차를 보고서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것은 뻔한 인연과 희생과 용서와 사랑과 화해를 이야기하는 도덕책이라고 넘겨짚지 않기를 권한다. 나 역시 도덕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이러한 단어들을 떠올리며 후다닥 읽어 넘기려는 시도를 했었다. 분명하게 에디가 첫 번째 사람을 천국에서 만나는 그 순간 에디가 느끼는 전율을 나 역시 똑같이 느끼며 그 때부터 이 작품은 분명히 뻔했을 인연과 희생과 용서와 사랑과 화해를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결론적으로는 보잘 것 없는 인생 모두가 의미깊고 존재가치가 있다는 명제로 요약이 되겠지만 이 책이 가치있는 것은 이런 결론을 철학적이거나 종교적인 배경속에서 논하지 않고 마치 문학작품처럼 또는 뛰어난 소설처럼 엮어내는데 있다. 그제서야 이 책이 7년만에 출간된 2번째 작품이라는 것을 기억하게 된다. 한 줄 한 줄, 한 문장 한 문장을 이제 꼼꼼히 가능한 천천히 읽으려는 시도가 Š따른다. 두 번째, 세 번째 사람을 만나면서 쉽게 쉽게 써 내려가지 않고 하나의 문장마다 은유와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음을 깨닫게 된다.

다섯 명의 사람을 다 만나게 되는 순간이 오면 책을 읽기 시작할 무렵의 이벤트엽서가 눈에 띈다. 더 이상 다섯 명으로 누구를 골라야 하나라는 질문은 이제 의미가 없다. 주인공 에디가 그러했든 내가 만나게 될 다섯 명 중 기껏 한 명 혹은 두 명 정도만 짚어 낼 수 있으며 나머지 서너명은 내가 천국에 가게 되는 순간 알게 될 것이고 에디처럼 나 역시 충격을 받게 되리라.

이제 이런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마지막 만남을 다시 읽어야 할 것이다. "모두가 하나인 이야기"라는 저자의 에필로그에 들어서면 한 순간 한 순간 의미있는 삶이고 내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누군가와 인연을 맺고 있으며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매 순간에 충실하고 존재가치를 되새겨야하는 이유를 이제 이해하게 된다.

자신 스스로와 화해하여야만 "마침내 진짜 모습과 만나는 나라, 그곳이 천국이라"는 표지의 글을 끝으로 책을 덥게 되지만 에디와 함께 한 천국에서의 다섯 사람은 오랫동안 내 삶에서 자리를 지키게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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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자 1
이원호 지음 / 은행나무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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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대여점을 자주 방문하는 독자라면 이원호 작가를 모를 수가 없다. 국내 최고의 대중작가임을 자타가 공인하는 이원호 작품은 전국의 모든 도서대여점의 한 칸을 차지하고 있다. 가장 대중적인 작가이면서 가장 많은 작품을 펼쳐 내는 이원호 소설은 고정 독자층을 충분하게 확보하고 있고 그의 글쓰기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원호 작가의 글의 특색은 빠른 글쓰기에 있다. 10여권의 장편을 매 월 1권씩 딱 10개월에 완간지은 적이 있으며 모 스포츠신문에 매일 글을 연재하기도 하는 작품들은 대부분이 장편이지만 수 페이지를 읽으면 사건 하나가 마무리되는 듯한 작은 연결고리의 끊임없는 전개이다. 이는 신문연재의 특성을 일부분 담고있다. 하루 하루의 조각난 작은 글이 재미있어야 다음 글을 찾게되는 특성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원호 작가의 가장 최근 작품인 무법자는 이러한 특성을 그대로 담아낸다. 2부까지의 기획을 고려하였으나 3권으로 마감하여 그 빠른 글쓰기의 템토가 이 작품에서는 더욱 빨라졌다. 3권에 이르러서는 책 한 권의 사건이 두어권 분량의 사건들이 겹쳐있어 3권만을 읽을때면 마치 수 권의 장편을 읽는 듯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원호 소설의 대부분이 그렇지만 [무법자]는 박봉성 만화를 읽어가는 느낌이다. 기업, 연애, SF, 활극, 복수 등 강한 남성의 환타지를 박봉성 만화가 그려내고 있다면 마찬가지로 이원호의 작품 역시 강한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기업, 활극, 복수, 전투 등을 그려내고 있다. 박봉성 만화가의 글쓰기 버젼이 이원호 작가라고 봐도 크게 느낌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무법자]에서 등장하는 주인공 이길동은 특히나 김홍신 작가의 [인간시장]을 떠올리게 한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 가장 즐겨 읽었던 작품이었던 [인간시장]과 같은 사회 부조리에 대한 복수와 주인공의 부의 축적, 강한 남성상을 2005년 이원호 작가의 [무법자]에서 찾아 낼 수 있다.

도서대여점 한 켠을 버젓이 차지하고 있는 이원호 작가의 많은 작품 수에 질려 그동안 엄두도 내지 못했던 독자라면 가장 최근에 출간되었고 또한 3권이라는 두껍지 않은 이 작품을 건드려 봄이 좋겠다. 재미와 빠른 템토, 간결하고 힘있는 문체 등 주말을 함께 보내기에 적절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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