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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중동사 - 5천 년 중동과 이슬람의 역사를 한눈에 읽는다 하룻밤 시리즈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이규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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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국립중앙박물관의 『아라비아의 길-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와 문화』  전시회를 다녀오게 되면서 중동에 대해 조금 알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서 중동이라고 하면 석유가 많은 지역, 광활한 사막 지역, 학생 때 배웠던 메소포타미아 문명 정도밖에 아는 게 없었다.그래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 고심하다, 중동에 대해 백지 상태인 내가 쉽게 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책을 골랐다.

 

  중동사를 알게 되면서 여러모로 세계사에 대한 내 좁은 식견이 바뀌었다. 언제나 유럽과 중국 중심으로 세계사를 들여다 봤으나, 유럽이 강해진 건 아메리카 대륙 발견과 산업혁명 이후이고, 중국은 아시아 내에서만 영향력이 강했다. 고대부터 근대 이전까지 세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곳은 중동, 즉 이슬람문화권이었다. 실크로드를 이용해 세계 전역과 교역을 했고, 조로아스터교나 이슬람교를 통해 강력한 왕조를 이루기도 했다. 조로아스터교 같은 경우에는 당나라에서 '현교'라고도 불렸으니 교류의 범위가 얼마나 넓었는지 알 수 있다.

 

  중동사 중 내가 가장 놀랐던 부분은 이슬람교가 생각보다 최근에 창시된 종교라는 사실이다. 세상에는 많은 종교가 있지만, 대부분은 기원전에 창시되었다. 그래서 이슬람교 역시 기원전부터 존재했을 거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니 무함마드가 7세기 경에 창시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슬람교도의 수는 세계에서 2번째로 많다고 한다. 과연 셀주크 투르크나 오스만 투르크가 중세를 휘어잡았는지 알만 했다.

 

  그와 더불어 중동의 쇠락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비슷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중동 전체를 지배한 오스만 투르크는 오랜 시간의 평안을 누리다 내적으로는 지배층은 부패해 내분이 일어나고, 외적으로는 지속 발전한 서양에게 추월당해 무너졌다. 세도 정치기가 지나고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인해 개화시기를 놓친 안타까운 우리나라의 근대사가 떠오르는 부분이었다.

  이후 중동은 서양 열강의 손아귀에서 쥐락펴락 되다 현재에 이르렀다. 우리가 뉴스에서 보도되는 현대의 중동 문제는 지역 내부의 종파나 정파 싸움이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 시발점이 근대의 서양 열강에게 있다. 그 여파는 지금 시대의 테러리즘을 불러일으켰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가 얼마나 퍼져나갈지, 혹은 어떻게 해결될지 궁금해지면서 우려도 생긴다.

 

  비록 읽는 속도가 느려 하룻밤이 아닌 사흘밤이 걸렸지만, 개인적으로 나 같은 중동 무지렁이도 쉽고 흥미롭게 중동사의 개괄적 흐름을 알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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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씨의 거세에 관한 잡스러운 기록지
강병융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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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편견과 선입견이 굉장히 심하다. 어떤 사람의 생애를 모르면서 지레짐작하여 내 스스로 결론짓는 경우가 허다하다. 매 순간 이롭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쉬이 고쳐지지 않는다. '인간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더니 내 언행이 딱 부합한다. 그리고 이런 마음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어김없이 나의 편견(선입견)을 떠올렸다.

 

  선천적으로 코가 없는 안면장애를 갖고 태어난 'Y'를 중심으로 그 주변 사람들의 사건·사고와 전혀 관계없을 것만 같은 사건·사고를 신문기사 형식으로 나열한 소설이다. 따로 놓고 보면 개별적인 기사들을 쭉 읽어나가면 퍼즐조각 맞춰지듯 전반적인 큰 그림이 그려진다. 그림은 'Y'가 받는 편견(선입견)으로 인해 씁쓸하게 퍼져나가는 마인드맵이다.

  코 없는 장애인이며 동성애자 아빠를 가진 'Y'는 집단 따돌림과 폭력 속에서 성장한다. 학창시절 내내 괴롭힘을 당하지만 꿋꿋하게 버티며 서울 명문대에 진학하지만, 대학교에서 마저 따돌림을 당한다. 그런 'Y'를 버티게 해준 건 책. 야구, 같은 처지의 친구('뚱뚱하다'는 이유로 집단 따돌림을 당한 '이상기'는 본드나 니스 흡입으로 견뎌냈다.)의 대학진학을 위한 차량절도 등도 있겠지만, 가장 큰 요소는 어릴 적 'Y'의 가슴에 나비 떼를 풀어놓은 첫사랑 'D'에게 어린 'Y'가 쓴 편지를 전해줄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연히 'Y'가 'D'를 만났을 때 얻은 건 기다린 순간의 이행이 아닌 무시과 경멸이었다. 오랜 기다림이 무너진 'Y'는 상실감과 어릴 적 풀어놓은 나비 떼, 술김을 버무려 아동성폭행을 저질렀다. 한 순간에 흉악범이 되고 제어할 수 없는 나비 떼를 저지하기 위해 화학적 거세도 자원하지만 'Y'는 평범해질 수 없다. 결국 'Y'는 스스로 물리적 거세를 하고 만다.

 

  여기서 범죄에 대한 시선을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느낀 것은 아니다. 소설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범죄로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편견과 선입견의 산물이라고 느꼈다. 허구 세계의 사건인 소설을 읽으면서 현실을 느끼는 건 나 역시 그 문제와 같은 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다. 가장 와닿는 편견(선입견)의 부작용은 책을 고를 때다. 너무 얇거나 너무 두꺼우면 내용을 떠나서 거부감이 든다. 혹은 실제로 읽어보면 만족스럽지 않은데 작가의 명성만 보고 덥석덥석 짚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내가 이걸 왜 샀지, 하며 읽은 책이 내 인생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외모나 주변상황에 대한 편견(선입견)으로 인해 흉악범이 되고, 죄책감 앞에서 거세를 한 'Y'의 내용을 너무 가벼운 예로 빗댄 것 같아 미안해진다. 하지만 소설에 이입해 이것저것 나의 편견과 선입견을 까발리면 스스로가 너무 초라해질 것만 같아 속으로만 반성하는 중이다. 예외적으로 편견이나 선입견이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거의 모든 부분에서 안 좋게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섣부른 일반화가 아닌 좀 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주관을 갖고 싶다는 내 작은 각오를 다짐해본다.

 

  마지막으로 실제 기사에 소설의 허구성을 오버랩시켜 만든 패러디물이라고 해야 되나, 아무튼 몇몇 사건은 사회적으로 심각했던 기억이 있는 만큼 마음 편히 읽진 못했다. 그렇다고 마냥 진지하고 심각하게 읽기엔 서술상 익살스러운 부분이 없잖아 있어 더디게 읽히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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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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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250만 년 전, 인류의 최초 조상이라 불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나타났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유인원은 각지의 여러 인간 종으로 진화했다. 호모 루돌펜시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현재의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까지. 이들은 단일 계보로 진화하여 사피엔스에 이른 것이 아닌 인류에 속한 각각의 인간 종이며, 그 중 사피엔스만이 살아남았고 다른 여러 인간 종은 멸종했다. 그리고 지금의 사피엔스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발전해가고 있다. 몇 세기 전만 해도 인간은 자연법칙에 무릎 꿇었지만, 점점 법칙을 지연시키는 방법을 발견했다. 먼 미래일지, 가까운 미래일지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자연법칙과 인간의 갑을관계가 뒤집힐 날이 오지 않을까.

 

  거의 600쪽에 달하는 (참고문헌과 찾아보기를 합하면 6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최근 꽂힌 생각과 맞물리는 내용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인류가, 정확히는 호모 사피엔스가 최후의 인간 종으로서 모든 동·식물 위에 군림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허구를 상상하는 능력' 덕분이라고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사피엔스들은 이 능력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게 만들었고 믿었다. 가령 토테미즘이나 애니미즘 등의 초기 신앙 같은. 이것을 책에서 '가상의 실재'라고 정의하며, '가상의 실재' 아래 사피엔스들은 '신뢰'를 바탕으로 결속력을 강화시켰다. 더 나아가 소규모 집단에서 대규모 집단으로, 대규모 집단에서 국가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허구를 상상하는 능력'으로 맺어진 '신뢰' 덕분이었다. 뿐만 아니라 경제, 이념, 윤리, 도덕 등등 현대를 살아가면서 당연시되는 것들 역시 눈에 보이는 실재가 아닌 인간의 상상하는 능력으로 만든 신뢰의 산물이다. 만약 어느 날 갑자기 인류에게서 상상력이 증발한다면 세계는 그로테스크하게 멸망하리라는 상상을 살짝 해본다.

 

  한 부분 한 부분 흥미롭게 읽었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무지의 인정'이었다.

  과거, 모르는 것을 모르고 아는 것이 전부였을 시기의 인류는 더딘 속도로 발전했다. 예를 들면 1000년 대의 사람과 1500년 대의 사람이 만나 대화를 나눈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수월한 대화가 이뤄질 정도로 생활 형태나 지배 형태가 조금 바뀌었을 뿐 큰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여러 국가 중 자신들의 지식 외의 것이 등장했을 때 '우리가 모르는 이것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내지는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던 국가들은 성장에 추진력을 얻었다. 그러지 못한 국가들은 낙후되었고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인류가 등장하고 '무지'를 인정하기 전까지의 발전보다 '무지'를 인정한 산업혁명 이후부터 현대까지의 발전이 기하급수적으로 많다. 지금은 어느 국가할 것없이 무지의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현대 과학이 어마어마하게 발전·발견했어도 여전히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변성을 띄고, 그보다 더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알아도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끊임없이 탐구하고 공부하고 독서하는 게 아닐는지. 앞으로의 독서에 박차를 가할 동기부여 부분이었다.

 

  어느 날 외출했을 때 책을 가지고 나오지 않아 급하게 산 것으로 시작했으나 여러 사색거리 제공으로 정점을 찍은 책이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 입장에서 보면 고개를 내저을 책일지도 모르지만, 비전문가이자 일반 독자인 나에겐 흥미로운 담론이었다. 거대하게는 이렇게 발전해온 인류가 어디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를 상상해보게 하고, 작게는 나의 미래와 가치관을 그려보게 했다. 끝으로 인류사를 개괄적으로 보기에 적당한 책이라는 개인적인 생각.

우리는 머지않아 스스로의 욕망 자체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마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질문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일 것이다. -p.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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