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씨의 거세에 관한 잡스러운 기록지
강병융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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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편견과 선입견이 굉장히 심하다. 어떤 사람의 생애를 모르면서 지레짐작하여 내 스스로 결론짓는 경우가 허다하다. 매 순간 이롭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쉬이 고쳐지지 않는다. '인간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더니 내 언행이 딱 부합한다. 그리고 이런 마음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어김없이 나의 편견(선입견)을 떠올렸다.

 

  선천적으로 코가 없는 안면장애를 갖고 태어난 'Y'를 중심으로 그 주변 사람들의 사건·사고와 전혀 관계없을 것만 같은 사건·사고를 신문기사 형식으로 나열한 소설이다. 따로 놓고 보면 개별적인 기사들을 쭉 읽어나가면 퍼즐조각 맞춰지듯 전반적인 큰 그림이 그려진다. 그림은 'Y'가 받는 편견(선입견)으로 인해 씁쓸하게 퍼져나가는 마인드맵이다.

  코 없는 장애인이며 동성애자 아빠를 가진 'Y'는 집단 따돌림과 폭력 속에서 성장한다. 학창시절 내내 괴롭힘을 당하지만 꿋꿋하게 버티며 서울 명문대에 진학하지만, 대학교에서 마저 따돌림을 당한다. 그런 'Y'를 버티게 해준 건 책. 야구, 같은 처지의 친구('뚱뚱하다'는 이유로 집단 따돌림을 당한 '이상기'는 본드나 니스 흡입으로 견뎌냈다.)의 대학진학을 위한 차량절도 등도 있겠지만, 가장 큰 요소는 어릴 적 'Y'의 가슴에 나비 떼를 풀어놓은 첫사랑 'D'에게 어린 'Y'가 쓴 편지를 전해줄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연히 'Y'가 'D'를 만났을 때 얻은 건 기다린 순간의 이행이 아닌 무시과 경멸이었다. 오랜 기다림이 무너진 'Y'는 상실감과 어릴 적 풀어놓은 나비 떼, 술김을 버무려 아동성폭행을 저질렀다. 한 순간에 흉악범이 되고 제어할 수 없는 나비 떼를 저지하기 위해 화학적 거세도 자원하지만 'Y'는 평범해질 수 없다. 결국 'Y'는 스스로 물리적 거세를 하고 만다.

 

  여기서 범죄에 대한 시선을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느낀 것은 아니다. 소설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범죄로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편견과 선입견의 산물이라고 느꼈다. 허구 세계의 사건인 소설을 읽으면서 현실을 느끼는 건 나 역시 그 문제와 같은 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다. 가장 와닿는 편견(선입견)의 부작용은 책을 고를 때다. 너무 얇거나 너무 두꺼우면 내용을 떠나서 거부감이 든다. 혹은 실제로 읽어보면 만족스럽지 않은데 작가의 명성만 보고 덥석덥석 짚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내가 이걸 왜 샀지, 하며 읽은 책이 내 인생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외모나 주변상황에 대한 편견(선입견)으로 인해 흉악범이 되고, 죄책감 앞에서 거세를 한 'Y'의 내용을 너무 가벼운 예로 빗댄 것 같아 미안해진다. 하지만 소설에 이입해 이것저것 나의 편견과 선입견을 까발리면 스스로가 너무 초라해질 것만 같아 속으로만 반성하는 중이다. 예외적으로 편견이나 선입견이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거의 모든 부분에서 안 좋게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섣부른 일반화가 아닌 좀 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주관을 갖고 싶다는 내 작은 각오를 다짐해본다.

 

  마지막으로 실제 기사에 소설의 허구성을 오버랩시켜 만든 패러디물이라고 해야 되나, 아무튼 몇몇 사건은 사회적으로 심각했던 기억이 있는 만큼 마음 편히 읽진 못했다. 그렇다고 마냥 진지하고 심각하게 읽기엔 서술상 익살스러운 부분이 없잖아 있어 더디게 읽히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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