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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양장)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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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르소설에 대한 편견이 있다. 중고딩 시절의 전부를 만화, 애니메이션, 판타지 소설로 가득 채웠으면서도 인생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겼다. 단순히 취미와 쾌락을 채우는 장난감쯤으로 치부했다. 마블의 어벤저스 시리즈, 요네스 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에서 내가 뭘 배우거나 깨달은 것 따윈 없었다. '그냥 심심함을 달래줘서 좋았고 재밌었다' 정도만 느꼈을 뿐이다. 사실,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라는 소설집도 그런 이유에서 구매한 책이었다. 작년인가, 이 출간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기대평을 남기는 것을 보고 혹한 것도 있었다. 얼마나 재밌길래? 그러나 중히 여기는 마음은 없었기에 남는 시간에 깔짝대며 읽기로 했다.

 

바빌론의 탑

 

첫 번째 소설인 바빌론의 탑까지만 해도 내 생각은 변함없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중심국이었던 바빌론에서 쌓았던 탑을 주제로, 신에 대한 도전이 아닌 신에 대한 만남으로 재해석한 소설이다. 하늘까지 닿은 탑은 천장 바닥을 뚫고 신의 세계로 도달하려 한다. 탑과 천장 사이의 공간을 뚫던 도중, 홍수와도 같은 물을 만나게 되고 탑이 문을 닫는 바람에 주인공 힐라룸은 탑과 천상 사이에 갇히고 만다. 캄캄한 어둠을 더듬거려 결국 그 공간을 탈출한 그의 눈에 밝은 빛이 비친다. 신의 세계인가. 아니, 돌아온 시각에는 그가 고대하던 것은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는 상인에게 힐라룸은 여기가 어딘지 묻고, 바빌론으로 향하는 길임을 듣게 되면서 어떤 깨달음을 얻는다. 반전 요소라 말해줄 순 없다.

 

아무튼, 발상이 새롭고 재밌긴 했지만 매력적이진 않았다. 이미 편견을 가지고 있으므로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봤기 때문이다. 심심풀이로 읽기 부담 없겠다 싶어 다른 책 읽으면서 휴식용 책으로 빼놓았다. 시간이 남으면 읽기로. 예상했겠지만, 이 생각은 어김없이 박살 났다.

 

이해

 

적어도 책의 두 번째 소설인 이해는 읽고 판단했어야 했다. 나는 지적 욕심이 많고, 뇌과학도 좋아한다. 가끔 완전한 이성을 가지고 내 몸의 모든 부분을 조종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공상에 빠지기도 한다. 이해는 그런 나의 관심사를 한 번에 휘어잡았을뿐더러 최고의 몰입감까지 선사했다.

 

''는 뇌를 다쳐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였지만, 특수 호르몬제로 인해 손상된 뇌가 회복되면서 깨어난다. 어느 날, 통화와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음을 깨닫는다. 자신의 뇌가 비상식적으로 발달했음을 안 것이다. 그 원인은 호르몬제에 있었다. ''는 병원의 실험에 응하는 척하면서 호르몬제를 추가로 맞는다. 뇌가 더 고효율을 보이자 ''는 병원을 따돌려 단독 행동에 돌입한다. FBI가 그를 추적하지만, 그는 그들을 훨씬 상회하는 지적 능력으로 떼어내는데 성공한다. 이제 오로지 자신의 지적 능력 강화에 힘을 쏟는다. 그러던 중 자신의 증권 계좌가 인위적으로 공격받는다. 자신처럼 뇌가 강화된 존재가 하나 더 있음을 인지하고, 차차 같은 길을 걸을 수 없는 처지임을 알게 되어 ''는 그 녀석을 없애기 위해 그의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는 ''보다 더 고차원적인 존재였다. 도리어 그에게 공격받고 ''의 정신이 붕괴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나의 글쓰기 능력이 한참 모자라 줄거리로는 내가 겪은 몰입감을 전달할 수 없다. 양해 바란다. 내가 이 책을 잘못 판단했음은 한밤중에 읽으며 깨달았다. 졸렸음에도 책을 덮기 싫어 조금만 더 참자, 되뇌며 읽었다. 다음 소설의 제목에 도착해서야 홀가분하게 책을 덮었다. 다음 날부터 이 책은 조심스럽게 읽어야 하는 책이 되었다. 한 번 펼치면 쉽게 덮을 수 없는 마력을 지녔다.

 

네 인생의 이야기

 

헵타포드라 명명한 외계인으로부터 언어학자인 ''가 그들의 언어를 배우면서 자신의 딸을 위한 문장을 헵타포드 식으로 서술하는 이야기다. 언어를 배우는 현실과 딸을 위한 문장이 교차로 나오다, 마지막에는 현실 속에서 사고하는 과정으로 합쳐지며 헵타포드 식 문장이 현실과 별개로 떨어진 사건이 아니라 현실 속에 묻어있는 미래임을 암시한다.

 

네 번째 소설이자 표제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표제도 ''로 적었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나라의 대접받고 싶은 심리를 반영해서 인지 '당신'으로 존칭해줬다.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닌데, '당신'을 보고 들어와 ''로 지칭되니 어색한 감이 있었다. 그렇다고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아니니까 넘어가자.

 

인간은 사용하는 언어문화에 따라 사고방식이 다르다. 같은 사진을 영어권과 한자권의 사람에게 보여줬을 때, 전자는 부분에 집중하고, 후자는 전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실험이 생각났다. ''가 딸을 위한 문장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헵타포드 식 언어를 익히면서 사고방식에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저자는 물리학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는데, 역시 모든 학문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진정한 SF 소설

 

이 외에도 5편의 소설이 있다. 전부 재밌는데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몰입해서 읽은 두 편을 가져왔다. (첫 번째는 나를 까기 위해서였다.)

 

SF라고 하면 내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뿌슝빠슝하는 종류의 액션 영화와 소설들이다. 간혹 인터스텔라마션같은 것도 있지만, 주로 액션 쪽이 자주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 SF라는 장르에 편견이 있었는지도. 공상 과학(Science Fiction)은 말 그대로 과학적 상상력을 풀어낸 작품을 말한다.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가가 테드 창이 아닐까 한다. SF 끈이 짧아서 확신은 못하지만.

 

이 책 하나 읽었다고 모든 장르소설을 받아들일 만큼 나의 그릇은 크지 않다. 아니, SF마저도 팍팍 읽지 않을 것이다. 시간도 넘쳐나지 않고. 여전히 휴식의 용도로 읽을 테지. 다만, 무작정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대할 것 같다. 적어도 테드 창 소설은 가리지 않고 볼 예정이다. 조만간 도 사서 읽어야겠다. 올여름이 오기 전에 먼저 시원해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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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 2020-03-30 1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단편 제목은 네(딸) 인생 이야기(Story of your life)이지만, 책 제목은 Stories of your life로 단편 제목과는 달라서, 딸이 아니라 ‘당신(독자)의 이야기들‘이라네요. 작품집에 실린 모든 단편들은 다름아닌 당신의 이야기라는 깊은 뜻...

찐새 2020-03-30 21:18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영어를 잘 몰라서 오해했네요, 제가 ㅎㅎ;;
올바른 정보 감사합니다!
 
12가지 인생의 법칙 - 혼돈의 해독제
조던 B. 피터슨 지음, 강주헌 옮김 / 메이븐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힘든 독서였다. ‘혼돈의 해독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만큼, 또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답게 인간 내면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선사하는 책이었다. 그러나 통찰의 근거로 성경을 언급하기에, 기독교 지식이 1도 없는 나로선 굉장히 버거웠다. 납득도 안 되고 이해도 안 되는 부분은 훑으며 지나가서 제대로 읽었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렇게 쓰는 글은 조던 피터슨 교수의 메시지를 일단 복기해보는 의미이다.

 

책의 전제는 삶은 고통이다. 세상은 질서와 혼돈의 알력으로 돌아간다. 질서가 지나치면 억압이 생기고, 혼돈이 강해지면 고난이 심화된다. 인간은 둘 사이에서 외줄 타며 살아간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으려면 바른 의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외줄은 꾸준히 흔들리므로 항상 멀미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멀미가 강해지면 어느 쪽으로든 떨어진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은 그것을 방지하는 멀미약을 제공한다.

 

법칙 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한 줄 요약: 쭈구리로 살면 타겟 되기 십상이다.

 

예전에 나는 내 몸에 무슨 자석이 있는 줄 알았다. ‘도를 아십니까라는 별칭을 가진 광신도가 꽤 자주 들러붙었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에는 어느 모임의 회장 누나가 소개한 광신도와 대화했고, 군대에서 잘 따랐던 선임도 광신도였고, 과제라며 접근한 대학생 두 명과 그들이 소개한 상담사와도 꽤 자주 만났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생 둘과 상담사는 지금 핫한 그 사이비가 아닌가 싶다. 당시의 내 모습을 상기하면 언제나 굽은 어깨에 우울한 표정으로 지냈다. 나 자신을 기만하던 속마음과 다르게 겉모습은 자신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니 사이비 종교 광신도들이 보기에 먹잇감으로 적합했던 것이다.

 

위축된 자세로 지내는 사람은 공격받기 쉽다. 세상에는 저 광신도들처럼 약한 자를 찾아 공격하려는 습성을 가진 자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질서를 무너뜨리고 혼돈의 영향력을 더 거세게 만든다. 혼돈이 거셀수록 자신들이 공격성을 더 내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면 공격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이런 인식은 공격받는 것을 수긍하게 되고, 저항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며, 무분별한 공격을 일삼는 무리에게 빌미를 제공한다. 마냥 참거나 버티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무자비한 행동에는 상응하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 ‘나를 보호하는 힘이 있다는 방어적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으면 공격은 더 거세질 뿐이다. 이 태도의 기본은 당당한 자세를 갖추는 일이다. 당당한 자세를 하면 타인이 나를 먹잇감으로 보지 않는다. 대우가 달라진다.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 몸을 똑바로 했다면 정신 역시 똑바로 해야 한다. 혼돈을 정면으로 상대하고 이기겠다는 마음가짐 말이다. 외줄을 잘 타려면 올바른 자세는 당연하지 않은가.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선다는 것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삶의 엄중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선다는 것은 혼돈을 질서로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인간의 유한성과 죽음을 모르던 어린 시절의 낭만이 끝났음을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현실을 만들기 위해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 p.56

 

법칙 2 당신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

 

한 줄 요약: 이타심 이전에 이기심부터.

 

다시 광신도 이야기를 끌고 와서, 쭈구리 자세의 원인 중 하나를 살펴보자. 나는 속으로 열등감을 인정하지 않았고, 자신을 기만했다. 기만적 자신감은 스스로를 무시하는 행위다. 내가 나를 무시하니 타인도 나를 무시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는 깨닫지 못했고, 광신도와의 대화는 그들을 돕는다는 멍청한 생각으로 행동했다. 나의 종교혐오 덕분에 결과적으로 사이비 종교를 피하긴 했지만, 과정이 엉망진창이었다. 어려서부터 양보를 미덕으로 배우고 이기심을 악덕으로 익혔다. 내가 손해 보더라도 남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된다. 겉으로는 참 잘 지켰으나 속은 점점 곪았다. 이런 부당함이 또 어디 있겠는가. 내 것을 포기 못 하는 속마음을 숨기다 보니 내가 나를 기만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인간에게는 의식이 존재한다. 반성하는 능력이 있고, 이는 나를 제3 자로 놓고 관찰할 수 있다는 말이다. 3 자의 시선으로 나를 보자. 생각하는 가 행동하는 를 깔보고 하찮게 여긴다. 행동하는 는 생각하는 의 눈치를 보게 되고 주눅 든다.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데 완전한 타인이 나를 소중히 여길까? 무한한 애정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야 그럴 리 만무하다. 이기심이 나쁜 것인가. 이타심은 좋은 것인가. 판단은 맥락에 따라 다르다. 이기심이 혼란을 더 많이 가져온다면 부정적이고, 이타심이 질서를 더 견고히 유지시킨다면 긍정적이리라. 세상을 중심으로 질서와 혼돈이 공존한다면, 나를 중심으로도 질서와 혼돈이 공존한다. 이기심은 나를 챙기는 행위이고, 나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나의 질서가 유지되어야 세상의 질서도 지킬 수 있다. 이기심을 잃어버린 이타심은 나를 파괴하는 공격성이다. 무의미한 공격을 받으며 괴로울 필요가 있는가. 타인과 세상에 혼란을 가중치 않는 선에서 이타심 이전에 이기심이 먼저 필요하다. 내가 나부터 잘 챙기면 이기심과 이타심은 저절로 질서를 따르게 될 것이다.

 

당신이 괴롭힘을 당하고 노예 취급을 당할 때 자신을 지키는 것과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을 위해 나서는 것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 - p.99

 

법칙 3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한 줄 요약: 나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자.

 

내가 맺은 관계의 인물들은 직간접적으로 나에게 영향을 끼친다. 누군가는 이롭고 누군가는 해롭다. 이로운 관계라면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꾸리고, 해로운 관계라면 끊어내야 한다. 삶의 목표는 같잖은 의리로 인생 망치기가 아니다. ‘좀 더 나은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허울만 좋은 관계는 나를 좀 먹고, 유지한다면 필시 혼돈을 불러와 남 탓을 하거나 세상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려 들 것이다.

 

나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사람은 나보다 높은 가치를 지닌 사람이거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그들을 만나려는 행동은 이미 좀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알긴 알지만, 절교에는 미안한 감정이 든다. 특히 상대방이 화를 내거나 울면 감정의 동요가 심해진다. 이에 대해서는 미리 자가진단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는 인생을 장기적으로 보는가, 단기적으로 보는가. 지금의 미안함이 앞으로의 괴로움보다 중요한가. 혼돈에 시달리며 살 것인가, 질서를 유지하며 살 것인가. 그는 내게 선인가, 악인가.

 

높은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내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한다. 반면, 해로운 관계는 자신보다 낮은 모습을 기대한다. 의리는 관계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다. 이로운 관계를 형성하여 과도한 혼돈과 잘못된 질서를 상대할 힘을 기르는 것이 참된 의리이다.

 

우리에게 유익한 사람하고만 관계를 맺는 것은 이기적인 행위가 아니라 바람직한 행위다. - p.129

 

법칙 4 당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당신하고만 비교하라

 

한 줄 요약: 어제의 나보다 나아지면 된다. 그뿐이다.

 

예전에 사회적 기업 체인지 그라운드웅이사의 <서평 쓰는 법>에 대한 오프라인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우리가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이유는 마음속에 자기검열관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유로운 글쓰기여야 할 일기마저 숙제로써 담임 교사한테 검사를 맡고 지적당했다. 그런 이유로 스스로 검사하는 버릇이 들었고 결국, 글쓰기에 흥미와 실력 모두 잃어버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타인의 기준과 나를 비교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어떤 일을 할 때, 목표는 좋은 결과이다. 좋은 결과는 해야 나온다. 그러므로 잘하는 것당연한 것이 되고, 미치지 못한 결과는 지적당할 것이 되고 만다. 지적당하면 기분이 나쁘므로 다음부터는 지적당하기 전에 내가 먼저 나를 지적한다. 좋은 결과의 기준과 비교하며 부족한 부분부터 찾는다. 점점 내면의 비평가가 활기를 띤다. 부정적 피드백이 계속되면서 자신감을 상실하고, 덩달아 가지고 있던 능력마저 하락한다.

 

매사에 부정적인 내면의 목소리는 더 나은 삶을 위한 따뜻한 독려가 아니라, 합리성으로 위장한 비열한 속임수에 불과하다.(p.136) 우리는 내면의 비평가와 싸워야 한다. 나를 세상과 비교하며 끌어내리려는 것과 맞짱 뜰 필요가 있다. 거짓 겸손에 주의해야 한다. 내면의 비평가는 짐짓 겸손인 척 자기비하하기 때문이다. 진짜 겸손은 실력을 보여준 뒤 자만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철저한 점검과 뚜렷한 목표다. 어제의 나보다 나아졌는지, 세상과 비교하는 것은 아닌지, 목표의 방향이 확실한지 등을 계속 확인해야 한다. 또한 목표의 크기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크기인지도 점검해야 한다. 감당하지 못하면 내면의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그러니 목표를 아주 작게 쪼개어 목표 달성을 누적시킨다. 아주 작은 목표까지 뚜렷해지면 보이는 것이 바뀐다. 생각과 행동이 더욱 구체적으로 변하고, 더 나아지려는 마음이 생긴다.

 

좋은 게임이란 내 소질과 능력에 맞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며,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조금씩 성장시키는 게임이다. - p.137

 

법칙 5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라

 

한 줄 요약: 자녀 훈육에 관한 내용이다. 대충 읽었으므로 패스

 

법칙 6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

 

한 줄 요약: 내 방을 어지럽힌 범인은 나다.

 

견디기 어려운 혼돈을 겪으면 세상을 탓하게 된다. 복수심과 원망이 생기고 분노가 차오른다. 더 나은 삶을 지향하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기어코 세상에 분노를 휘두른다. 그들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도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고통을 피할 망상에 빠진다. 망상에서 깨면 다시 고통에 몸부림치다 더 큰 혼돈을 불러오는 지경에 이른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거시적이든 미시적이든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나라는 개인이 거시적 요인을 해결하기엔 벽이 너무 높고 두껍다. 백날 주먹질해 봐야 내 손부터 아작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일단 미시적인 부분, 내 삶부터 둘러봐야 한다. 아니다 싶은 행동, 생각, 공간, 관계 등을 발견하면 당장 멈춘다. 그리고 관찰한다. 사소할지라도 어떤 변화가 분명 생길 것이다. 하나가 변하면 연달아 다른 변화를 이끌어 온다. 어지러운 내 방을 정리하면 적어도 방에 대한 분노는 사라진다. 깔끔한 방을 유지하기 위해 정리하는 습관이 생길지 모른다. 혹은 다음에 또 방이 어지럽혀졌어도 해결이 간단해질 것이다.

 

머릿속을 거짓으로 채우는 걸 중단하면 머릿속도 정돈되기 시작한다. - p.234

 

법칙 7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

 

한 줄 요약: 쉽게 가면 쉽게 망한다.

 

앞서 세상 탓하는 이들은 항상 쉬운 길만 선택한 이들이다. 여기서 쉬운 길이란 고찰 없는 선택을 말한다. 예를 들면, 힘들다 흡연, 음주, 마약 등을 하는 행동이나 돈 쉽게 벌기 도박, 투기 같은 행동 말이다. 아슬아슬하게나마 질서와 혼돈의 균형이 유지되면 별문제가 안 생겨 쉬운 길을 고집한다. 이들은 질서로 틈입한 혼돈을 회피했기 때문에 혼돈에 대한 항체가 없다. 어쩌다 혼돈이 비대해지면 그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무너지고 만다.

 

그에 비해 의미 있는 길을 걷는 자는 당장 괴로울지언정 혼돈을 극복할 힘이 길러진다. 깊은 고찰을 거친 선택은 수반되는 기회비용을 예상할 수 있다. 예상 가능한 혼돈은 대비도 가능하다. 그럼 어떤 길이 의미 있을까. 선을 행하는 행동이다. 인생의 필연적인 고통을 감안하면 불필요한 고통과 아픔을 줄이는 모든 행위는 선한 것이다.(p.287) 내 삶이 나아짐을 넘어서 세상의 혼돈을 질서와 균형 있게 할 수 있는 쪽으로 지향하자. 순간의 선택이 십 년을 좌우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삶의 모든 요소가 최적의 상태에 놓여 있을 때 의미가 생겨난다. - p.290

 

법칙 8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

 

한 줄 요약: 나를 속이지 말자.

 

선의든 악의든 거짓말은 내게 닥친 곤란을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한 방책일 뿐이다. 좋게 해결되면 좋겠지만, 대개 상황을 악화로 끌고 가 혼돈을 가중하고 질서를 무너뜨린다. 나는 충격에 빠지게 되고 인생은 더 고달파진다. 거짓말로 모면한 상황은 더 큰 딜레마를 가져온다. 그럼 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이런 대답도, 저런 대답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치며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그래도 진실을 말하라고 한다.

 

물론 진실을 말하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직장에서 잘린다든지, 왕따를 당한다든지. 그렇다고 해서 거짓말하며 숨는다면 다시는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역설적으로 더 큰 괴로움을 불러들이는 꼴이 된다. 한번 피한 진실은 다시 마주하기 어려워져 계속 피할 수밖에 없다. 방어적 공격성과 같은 맥락이다. 드러내지 않으면 부당한 처지는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12가지 법칙 중에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개인의 맥락에 따라 가장 어려운 법칙인 것도 같다. 이를 실행하려면 일단 강한 정신력을 길러야 한다. 또한 그에 상응하는 실력도 필요하다. 진실을 말할 힘 없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는 단서를 붙였다. 진실을 말하기 위한 초석은 적어도 내가 나를 속이지 않는 것이다. 초석이 단단하면 탑의 한계는 높아진다.

 

정직함은 삶과 관련된 고통을 견딜 만한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 p.312

 

법칙 9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당신이 꼭 알아야 할 것을 들려줄 사람이라고 생각하라

 

한 줄 요약: 경청하라.

 

경청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이 태도는 지성인이라면 모두가 강조한다. 듣기만 잘 들어도 호감을 살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경청은 단순히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공감과 존중의 표현으로, 상대방의 말을 요약하여 들려주면서 신뢰를 높이고 대화의 방향을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대화 내용 역시 화자의 관점에서 말해야 한다. 나는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가끔 남녀 간 말싸움하는 것을 보면 경청이 없는 대화라는 게 느껴진다. 저자는 남성과 여성이 대화할 때 두는 중점에서 그런 차이가 발생한다고 한다. 남자는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여자는 문제 표현을 중요시한다고. 그러면서도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상대방이 들어주기만을 바란다. 듣는 사람은 없고 말하는 사람만 있으니 대화가 성립될 수 없다. 인간관계의 기본인 존중이 없는 것이다.

 

존중 없이는 대화의 질이 높아질 수 없다. 비눗방울처럼 허공에 맴돌다 터지면 흔적 없이 사라지는 말은 대화가 아니다. 단순한 떠들기다. 단순한 떠들기는 시간 낭비이고 무의미하다. 수다마저도 경청의 자세가 있어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법이다. 경청은 고급 기술이 아니다. 대화의 기본이다.

 

경청은 한 번에 한 사람만 발언하고 상대방은 주의 깊게 듣는 것이다. 발언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사건에 대한 의견을 진지하게 개진할 기회가 주어진다. 다른 사람들은 그가 하는 말에 공감하는 반응을 보인다. - p.356

 

*법칙 10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라

 

한 줄 요약: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자.

 

영화 베테랑에서 유아인이 맡은 조태오는 이런 말을 한다.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데, 문제로 삼으니까 문제가 되는 겁니다.”

 

문제는 어디에나 산재한다. 다만 나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기에 보지 못할 뿐이다. 아무 문제가 없을 때는 단순하게 보이는 세상이 무엇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한없이 복잡해 보인다.(p.371)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저지르던 조태오의 행동은 결국 중범죄가 되면서 법의 심판을 받는다. 갑자기 터진 혼돈, 그것만큼 복잡한 문제도 없다.

 

다시 광신도 이야기를 꺼내게 되는데, ‘그 사이비로 추정되는 대학생 2(남녀 1)과 상담사와 몇 주라는 시간을 보내고, 상담사와 독대한 적이 있다. 대화 도중 생물이 진화한 거라면 화석과 화석 사이에 비는 시간대는 어찌 설명하고 최초의 생물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설명할 수 있냐고 물었다. 또 인간 존재의 의미가 있지 않겠냐며 그 근원을 알 수 있냐고도 물었다. 당시 지식도 짧고 개소리에 당황했던 나는 어쩔 줄 몰랐다. 내 당황함을 눈치챘는지 상담사는 갑자기 자기가 아는 종교 쪽으로 공부한 선생이 있다면서 의견을 들어봄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다행히 종교혐오 인간불신 레이더가 작동하면서 나는 혼돈이 커져감을 감지했다. 생각해보겠다며 그 자리를 일단 피했고, 나중에 직접 만나 거절 의사를 전했다. 더불어 실망의 감정까지. 그때 문제를 바로 보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코로나 전파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혼돈은 대개 큰 덩어리로 오지 않는다. 이미 작은 덩어리들이 얼굴을 드러냈으나 인위적으로 피하고 숨고 속이면서 점차 비대해진다. 마주했을 때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작은 덩어리가 보였을 때 정면으로 마주해, 그 문제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드러내야 한다. 그러면 해결책도 서서히 떠오른다. 문제가 명백하게 드러나면 힘든 시간이 찾아올 수 있다. 그럴 때는 기본 전제를 상기하자. 삶은 원래 고통이며 인생은 기본적으로 쓴맛이다. 희생 없이는 만족도 없다. 이 모든 고난은 더 나은 삶으로 가는 길이다.

 

정확성이 비극 자체를 제거하지는 못하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 놓을 기회를 제공할 수는 있다. 그리고 상황을 최악으로 만들어 버리는 악마를 쫓아낼 수는 있다. - p.391

 

*법칙 11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는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라

 

한 줄 요약: 감수한 위험은 나의 힘이 된다.

 

요즘 재밌게 보는 드라마가 있다. 박서준, 김다미 주연의 이태원 클라쓰. 드라마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위험을 감수한다. 박새로이는 장대희 회장의 위협을, 조이서는 섣부른 판단을, 마현이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을, 최승권은 깡패였던 시간을, 김토니는 인종차별을, 장근수는 이서에 대한 욕심을. 그중 누구 하나 자신의 위험을 피하거나 숨으려 하지 않는다. 아니, 피하거나 숨으려고도 하지만 박새로이를 중심으로 맞서 나간다. 그 후 그 위험들은 그들에게 위험이 아니게 된다.

 

위험을 숨기고 감추면 위험에 대한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위험에 잘 빠지지 않는 사람은 능숙한 사람이다. 그러나 능숙해지려면 다분한 위험을 겪어야 가능하다. 위험을 이겨내는 경험은 성장동력을 쌓는 일이다. 갑작스러운 자아비판을 해보자면 내가 취준생으로 지내는 것은 위험을 견뎌낸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 이 법칙은 겪는 게 먼저인 듯하다. 그래도 코로나 위험은 싫은데……. 아무튼 노력해야겠다.

 

성공하는 경험이 쌓이면 자신감이 생기고 혼돈에 맞설 만한 힘이 길러진다. 이렇게 성장하는 것이다. - p.400

 

*법칙 12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

 

한 줄 요약: 작은 순간이 위로가 된다.

 

드디어 마지막 법칙에 도달했다. 12가지(11가지)를 다 언급하려니 쉽지 않다. 서평이 고통으로 치환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 그만 쓰고 싶은 생각을 몇 번이나 했지만 어쨌든 법칙 하나씩 정리하니 끝이 보인다. 온종일 서평만 붙잡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피자도 먹고 반려견을 쓰다듬으면서 중간중간 즐거움을 느꼈다. 혹은 내가 쓴 비유에 감탄하거나 이 서평의 대장정을 걷고 있다는 자신감에 희열을 느끼거나 하면서 버텼다.

 

서두에 삶은 질서와 혼돈 사이의 외줄타기라고 언급했다. 아슬아슬한 균형감각 유지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자칫 크게 흔들리면 혼돈이 충격에 빠뜨린다. 혼돈에 몰입하게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심신이 지칠 정도로 힘든 상황에 처할수록 사소한 행복에 집중해야 한다. 고통의 시간은 잠시 미뤄두고 작은 행복에 감사하며 의지에 영양제를 공급해야 장기적으로 버틸 지구력이 생긴다. 녹초가 될 정도의 문제라면 몰두한다고 해서 쉽게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체력과 정신력만 소모할 뿐이다. 저자는 이런 순간을 지나오면서 터득한 비결을 알려준다.

 

인생의 힘든 순간을 겨우 지나오면서 내가 터득한 비결 하나는 시간 단위를 아주 짧게 끊어서 생각하는 것이다. 다음 주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면 우선 내일만 생각하고, 내일도 너무 걱정된다면 1시간만 생각한다. 1시간도 생각할 수 없는 처지라면 10, 5, 아니 1분만 생각한다. - p.485

 

작은 목표를 떠올리자. 그것의 지향점은 높은 가치의 목표를 이루기이다. 마찬가지다. 저자의 방법은 시간 단위를 쪼개 큰 문제 해결을 위해 눈앞의 작은 문제부터 살피는 것이다. 작은 문제와 작은 행복을 볼 줄 알면 생각보다 많은 걸 견딜 수 있다. 사람은 그만큼 강한 존재다.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아주 사소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인생이 완전히 망가지는 걸 막을 수 있다. - p.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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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칙이라는 단어에 어울리게, 이렇게 살면 평생 성장하고 고통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란 뜻이기도 하다. 일단 이렇게 기록은 해놨으니 혼돈이 찾아올 때 이 글을 읽어야겠다.

 

책은 좋은 내용이긴 하다만, 두 번 읽고 싶지는 않다. 너무 힘들었다, 독서도, 서평도. ㅠㅠ 일독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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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그려진 이야기 - 그리스인들의 별자리 신화
데이비드 W. 마셜 지음, 이종인 옮김 / 커넥팅(Connecting)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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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는 마음에 드는 책을 수십 번도 더 보는 유형이었다. 그중 한 축을 담당했던 책이 만화로 읽는 그리스·로마 신화였다. 타이탄과 올림포스 신의 싸움, 헤라클레스의 열두 가지 과업, 아르고호 원정대, 프로메테우스의 불, 판도라의 상자, 헤라·아테나·아프로디테 세 여신 간의 황금사과 신경전으로 촉발된 트로이 전쟁, 오디세우스의 여정 등등. 읽은 지 꽤 지난 지금에도 굵직굵직한 내용은 눈에 선하다.

 

또 다른 과거를 회상하자면, 해군 복무했을 때 별을 본 기억이다. 출항하면 일주일 동안 서해에 머무는데, 날이 맑으면 뭍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별들이 검푸른 하늘을 가득 메운다. 몇몇 별은 아주 밝게 빛나는데, 그것들은 나의 그리스·로마 신화를 복기하게 만드는 별자리였다. 확실히 구분했던 별자리를 꼽자면 오리온, 카시오페아, 작은 곰, 백조였다(어느 계절에 봤는지는 모른다. 형태만 기억난다.). 당시에는 담배를 피웠는데, 새벽 당직 끝나고 하늘을 올려다 보면서 담배 연기를 내뱉으면 그렇게 ㅈ 같을...이 아니고 기분 좋을 수 없었다.

 

데이비드 마셜의 하늘에 그려진 이야기는 이런 두 가지 추억을 적절히 버무려 행복한 독서를 선사했다. 아는 별자리 신화는 복습했고, 모르는 별자리 신화는 새로 배웠다. 동시에 서양철학의 근간이 그리스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이미 그들은 신화 단계에서부터 철학적이었다.

 

별자리: 신의 메시지 - 헌신

 

그리스인들은 대체로 별자리가 인간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한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별자리는 인간들이 따라야 할 윤리적 지침이 되었다. - p.4

 

우리 각자에게는 탄생 별자리가 주어진다. 나의 별자리는 사자자리다. 이를 가지고 운세를 보기도 하고, 관련된 물건을 사기도 한다. 동양의 십이간지처럼 정체성을 부여하는 다른 수단이 될 때도 있다. 그리스인들은 이런 별자리를 황도십이궁이라 불렀고, 지구를 둘러싼 천구에 자리 잡았다고 여겼다. 그 외에도 다양한 별자리가 천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신이 전하는 메시지로, 인간으로서 지향할 것과 지양할 것을 구분해주는 기준이었다.

 

별자리에 깃든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헌신에 대한 찬양과 그에 대한 보상배신에 대한 응징과 그에 대한 경고’. 전자에는 사랑, 용기, 희생, 겸손 등이 포함되었고, 후자에는 오만, 불신, 탐욕, 속임수 등이 대상이었다.

 

고대 그리스인의 최고 덕목은 아레테arete’였다. 아레테란 삶의 모든 면에서 균형 있는 태도를 의미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태도를 취한다면 인간이라도 별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대표적인 자리가 마차부자리로, 에레크테우스라는 청년을 기념한다. 에레크테우스는 누구보다 빠르게 마차를 모는 걸출한 육체 능력을 지녔음에도 아테나에 대한 겸손하고 독실한 신앙심을 유지했다. 자신의 잘난 점을 부각하여 타인을 깔보는 오만함 대신, 타인을 이끌며 위대한 신앙심을 가질 수 있도록 헌신함으로써 아레테를 이뤘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그는 인간으로서 생을 마치고 별자리에 올라 귀감이 된 것이다.

 

인간이 아닌 별자리도 있다. 크로노스의 위협으로부터 제우스를 지키고자 어머니 레아가 아기를 보모 염소에게 맡긴다. 아말테아라는 보모 염소는 제우스 말고도 자식인 쌍둥이 염소, 고아인 아이고케로스라는 염소를 함께 보살핀다. 아말테아의 아래서 헌신과 사랑으로 성장한 제우스는 성인이 되자 신의 왕좌에 앉기 위해 형제를 구하고 아버지 종족인 타이탄과 전쟁을 하게 된다. 험난한 과정에서 제우스는 형제나 다름없는 용맹한 염소, 아이고케로스의 도움을 받으며 전쟁에서 승리하게 되고 최고 신의 자리에 앉는다.

 

최고 신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보모 염소였던 아말테아는 아레테를 이룬 인물의 왼쪽 어깨에서 가장 밝은 별 중 하나가 되었고, 아이고케로스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염소자리가 되었다. 헌신은 이처럼 자신의 열과 성을 누군가에게 대가 없이 진심으로 전하는 것이다.

 

별자리: 신의 메시지 배신

 

아폴론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밤하늘에 까마귀 별자리를 두어 신들보다 자신의 탐욕을 먼저 챙기려는 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 p.88

 

고대 그리스인이 추구했던 가치가 헌신이었다면, 경계했던 것은 배신이었다. 신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는 심리에는 앞서 얘기했던 오만, 탐욕, 불신, 속임수 등이다.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를 길들인 벨레로폰은 괴기한 키마이라(키메라)를 죽이고는 신과 동급이라는 오만불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곧장 올림포스로 올라갔다. 신들의 환호를 기대하면서. 그러나 제우스는 말파리를 보내 페가수스를 괴롭혔고, 벨레로폰은 괴로움에 날뛰는 말에서 추락했다. 다행히 덤불 덕에 목숨은 건졌으나 평생을 비참하게 떠돌다 죽었다. 벨레로폰에 대한 별자리는 없지만, 이후 제우스의 총애를 받고 하늘로 올려진 페가수스자리를 보면서 벨레로폰에 대한 교훈을 되새길 수 있다.

 

또 다른 경고의 별자리는 오리온자리이다. 사냥꾼의 수호자리라 불리는 신성한 별자리가 어째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일까. 오리온은 훤칠한 외모와 뛰어난 사냥 실력으로 처녀의 신인 아르테미스마저 반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녔다. 하지만 사랑보다 사냥을 더 좋아하는, 지금으로 따지자면 연애보다 헬스에 인생을 바친 헬창이었다. 단호박인 오리온이었지만, 그의 마음을 훔친 여인은 분명 있었다. 아틀라스의 딸들인 플라이아데스였는데, 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녀들이 겁먹고 끝까지 오리온의 사랑을 거부했던 것이다.

 

사랑을 거절당한 오리온은 충격에 빠져 더욱 사냥에 몰두했다. 슬픔을 숨긴 몰두는 심화되면서 허세를 가져왔고, 곧 세상 어떤 짐승도 사냥할 수 있다고 외쳤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그런 허세를 견딜 수 없었고, 거대한 전갈을 불러 오리온을 공격하게 했다. 오리온은 용맹하게 전갈을 대적했으나 독침에 당할 수는 없었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처녀의 여신이자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는 그의 죽음을 슬퍼하며 최고 신에게 간청해 하늘의 별자리로 올려보냈다. 그러나 제우스가 괜히 최고 신이겠는가. 뒤이어 전갈도 하늘로 올려보내 오리온을 뒤쫓게 만들었다. ‘전갈자리는 지상에서 그 별을 쳐다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만하지 말아야 몰락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전하고 있다.(p.122)’

 

이외에도 신들 자신의 실수를 반성하며 만든 별자리도 있고, 어떤 일을 기념하기 위한 별자리도 있다. 또 생물과 관련된 별자리뿐 아니라 무생물인 별자리도 각자의 사연을 지닌 채 천체에서 반짝인다. 다양한 이야기가 있지만 나는 일관되게 헌신과 배신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히 일부분의 이야기만을 꺼냈으니 누군가의 호기심 자극제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해가 안 되었던 현대의 별자리 형태

 

이 책에서 고대 별자리 신화도 재밌었지만, 고대의 별자리와 현대의 별자리 모양 차이도 흥미로웠다. 왜냐하면 나는 당최 현대 별자리를 보면서 저게 어떻게 사람이고, 동물이고, 어떻게 봐야 물건이야?’라는 생각을 매번 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고대에는 별 무리를 그림으로 봤다면,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실용적 사고가 주류를 차지했고, 기록이 쉽게끔 묶음으로 치부한 것이 아닐까 싶다. 고대와 현대의 별자리 취급의 차이를 보여주면서 저자는 말한다. “천문학의 과학적 연구와 함께 고대의 별 이야기가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는 희망 때문(p.218)”이라고. 개인적으로도 고대의 상상력으로 그려진 별자리가 더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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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고, 1부는 별자리 신화, 2부는 현대의 별자리 형태, 3부는 고대인들의 농사, 목축, 항해를 도운 자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앞의 두 부분은 잠깐이나마 언급했지만, 3부는 스킵했다. 노잼이라 간신히 읽었기 때문이다. 역사 덕후는 아니라서 고대인의 생활상까지는 관심 없었다. 내 흥미는 아직도 신화를 선호한다.

 

이 책을 읽으니 몇 년 전에 사두었던 호메로스의 일리아드가 눈에 띈다. 서사시 형식이 어색해서 미뤄뒀는데 이참에 살살 읽어볼까. 신화적 상상력은 모든 상상력의 원형인 만큼 흥미가 고갈되지 않는다. 상상력이 궁할 때는 별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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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습관의 힘 - 최고의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제임스 클리어 지음, 이한이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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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의 중요성은 워낙 많이 언급되어 이제는 모두가 중하게 여긴다. 이로운 습관은 형성하고 싶고, 해로운 습관은 고치고 싶어 한다. 이런 마음만은 누구나 적어도 한 번쯤 가져봤으리라. 큰마음 먹고 습관을 이뤄보자(혹은 고쳐보자) 도전했지만 실패하고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경험도 있을 것이다. 실패한 시도가 쌓이면 아예 포기하게 된다. 스스로를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규정하면서 더 이상 변할 생각을 않는다.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여러 상황이 악화일로에 빠진다. 건강이 나빠지거나, 재정이 밑바닥을 보이거나, 무식해지거나 하는 등 말이다.

 

나는 성장과 발전 면에서 향상성(向上性)을 지니고 싶었다. 이 욕구를 위해서 다시 습관 재조정에 돌입했다. 제임스 클리어의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현재의 나에게 아주 큰 힘이 되었다.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이 습관에 관한 이론서 같았다면, 이 책은 실용서에 가까웠다. 세분화된 방법론은 나의 실천 중 장단점을 체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반성 겸해 내 행동을 중심으로 글을 쓰면서 앞으로의 각오를 다지려 한다.

 

습관은 복리다

 

수학적으로 생각해보자. 1년 동안 매일 1퍼센트씩 성장한다면 나중에는 처음 그 일을 했을 때보다 37배 더 나아져 있을 것이다. 반대로 1년 동안 매일 1퍼센트씩 퇴보한다면 그 능력은 거의 제로가 되어 있을 것이다. - p.34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제목에도 나와 있듯이 자잘한 행동들이 모여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상관없이. 나는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변화를 일으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무엇보다 1%라는 적은 수치는 부담이 적기에 왠지 매일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기로 결심했으니 다음은 습관을 파악하는 일이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말처럼, 내가 평소에 하는 습관 목록을 나열하면 어떤 습관을 고쳐야 하는지, 어떤 습관을 늘려야 좋을지 판단할 수 있다. 이 부분은 데일리 리포트포커스어플이 해결해주었다.

 

데일리 리포트1시간마다 내가 신경을 많이 쏟은 일을 적었다. 이것으로 어디에 시간을 낭비하는지 알 수 있었다. ‘포커스란 어플은 집중해야 하는 어떤 일을 할 때 스마트폰을 만지는 불상사(?)를 방지해주는 역할을 했다. 내가 정한 시간만큼 스마트폰의 다른 동작을 하지 못하게 막아주는 어플이다. 매일 90분씩 설정해 온전히 독서에 매진한다. 간단한 실천으로 낭비하는 시간을 붙잡아서 활용하는 시간으로 바꾸는 중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그리고 보이게

 

가장 일반적인 두 가지 신호는 시간과 장소다. 실행 의도는 이 두 가지 신호에 반응한다. - p.100

 

내가 습관 형성에 실패한 이유를 돌이켜 보면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매일 운동하기’, ‘매일 글쓰기같은 것들. 언제 할지도 모르고, 무엇을 할지도 모르고, 매일이 너무 부담스럽다. 나의 뇌는 이를 불쾌한 상황으로 인지하면서 도피를 권하고, 나는 안 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낀다. 나는 안 될 놈이었어……. 이를 반복하면서 자책하는 실력만 늘었다.

 

습관은 신호가 없다면 반응하지 않는다. 저자는 습관의 순서를 신호 열망 반응 보상으로 나열했는데, 보상은 다시 신호가 되어 습관을 반복하게끔 만들어 준다. 그래서 나는 신호로 활용할 데일리 플랜을 적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할 일로써만 적었지만, 지금은 구체화했다. 가령 매일 운동하기에서 오후 2시 알람 후 스쿼트·푸시업 20×3set’로 적는 것이다. 또 이렇게 적은 계획은 매일 아침 기상 후 바로 확인한다. 그러면 의식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어서 되도록 하는 쪽으로 움직인다. 행동한 직후에는 에 표시한다. 이는 보상이면서 곧 다른 습관의 신호로 이어질 수 있다.

 

새로운 습관을 세우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이미 매일 하고 있는 현재의 습관이 무엇인지 파악한 다음 그 위에 새로운 행동을 쌓아 올리는 것이다. 이것이 습관 쌓기. - p.105

 

데일리 플랜의 장점은 습관 쌓기에도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만약 독서를 하게 된다면 앞서 적은 습관에 쌓으면 되는 것이다. ‘운동 후 독서(feat. 포커스 앱 90)’ 이런 식으로. 또 스스로가 할 수 있으면서도 꼭 해야 할 일을 우선으로 적기 때문에 부담도 적다. 내 할 일을 다 하고 취하는 휴식은 전혀 낭비가 아니다. 재충전이다.

 

습관은 지속적인 반복이다

 

습관이 자동화되려면 얼마나 오래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반복하느냐가 중요하다. - p.192

 

습관 형성의 목적은 습관을 통해서 변화된 결과를 얻고, 그 결과를 유지하거나 발전시키기 위함이다. , 습관 만들기에서 끝나면 안 되고 계속하기가 필요한 셈이다. 어떤 습관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언젠가 도래하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어떤 일이든 한계는 온다.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임계점을 돌파하느냐 마느냐로 갈린다. 습관도 마찬가지다. 효율적인 습관을 형성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성과가 쉽게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변화는 없는데 행동은 익숙해져서 지루함이 느껴진다. 신호는 있되 열망이 없어지고, 원하지 않으니 보상도 의미 없다. 그렇게 때려치운다.

 

내가 걱정하는 부분으로, 작년에 습관 형성을 포기한 이유이기도 하다. 뭘 해도 발전하지 않는 것 같았고, 해봤자 소용없다며 그만뒀다. 당시의 11서평은 나에게 버거웠다. 하나가 무너지니 다른 습관들도 무너졌고,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지속성반복이 부재했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려면 일단 쉬워야 한다. 쉬우면 의지력 소모가 적어 지속하기 수월해진다. 수월하게 하며 습관이 자리 잡아야 강도를 높이는 부담도 줄어든다.

 

저자는 시작을 최소한의 단위로 콧방귀가 나올 정도의 난이도를 제시한다. 목표한 습관이 달리기라면 운동화 끈 묶기부터, 책 쓰기라면 한 문장 쓰기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쉬운 행동에 성공하면 다음 행동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나는 다른 습관으로 매일 글쓰기를 하고 있는데 책에 나온 대로 나에게 쉬운 수준인 ‘1000자 쓰기를 기준으로 삼았다. 느낌이 좋다면 1000자 이상 쓸 때도 있지만, 만약 부담스럽거나 질리면 중단한다.

 

하찮은 수준의 행동이 과연 도움이 될까 싶다. 나도 마찬가지다. 작년에 그래서 그만뒀으니까. 아마 기대치가 높기 때문일 것이다. 기대치도 행동에 맞게끔 줄여보자.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적게라도 하는 것이 낫다. - p.215

 

나만의 보상 정책

 

클립이나 머리핀, 구슬을 옮기는 것 같은 시각적 측정 수단은 우리가 과정 하나를 해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징표가 된다. 이런 것들은 우리의 행동을 강화하고, 어떤 활동에 대한 즉시적 만족감을 높인다. - p.248

 

앞서 데일리 플랜을 하나 실천했을 때 즉시 를 표시한다고 했다. 이것은 나만의 보상 정책이다. 아주 작은 습관에 맞춰 아주 작은 보상을 선사하는 것이다. 사소하지만 여기서 나는 뿌듯함을 느낀다. 이번에도 내가 해냈구나!

 

습관은 결국 장기적 목표의 보상과 관련된다. 운동을 계속해야 탄탄한 몸을 만들 수 있다. 글을 계속 써야 좋은 책을 낼 수 있다. 아주 작은 습관은 장기적 목표의 과정이지만, 보상이 멀기 때문에 쉽게 흥미를 잃을 수 있다. 그러니 적합한 방식의 보상이 있어야 지속 가능하다. 아주 작은 보상 말이다.

 

데일리 플랜표시 말고도 나는 다른 보상 체계를 만들었다. 운동과 서평에 관한 보상으로, 눈앞에 보이는 캘린더에 그 일을 할 때마다 곧장 흔적을 남긴다. 하기 싫은 마음이 들더라도 흔적을 보면 다시 의욕이 샘솟는다. 아직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의욕빨(?)일 수도 있다. 의욕이 다 했을 때를 대비한 정책도 있다. ‘더 쉽게 만들기. 유연하게 대처하면 지속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돌아올 것

 

이는 승자와 패자를 구별 짓는 특징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안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고, 운동을 대충 할 수도 있고, 직장에서 힘든 하루를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실패했을 때 빨리 되돌아온다. 빨리 회복한다면 습관이 무너진 것은 중요하지 않다. - p.255

 

세상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나에게 무슨 일이 언제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 맥을 못 추릴 정도로 지치는 시기도 있고, 몸도 못 가눌 정도로 아플 수도 있다. 아니면 오지게 하기 싫거나 깜빡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다시 하면 된다.

 

블로그를 다시 할까 말까 고민했던 시간이 있었다. 다른 습관도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 방향을 바꿔서 시간을 떠올렸다. ‘고민하는 시간만큼 습관 형성 시간은 미뤄진다. 1시간 고민을 덜 하면 습관은 1시간 더 빨리 형성되고, 장기적 목표는 1시간 더 빨리 이뤄진다.’ 단순하지만(설득력도 없지만) 인신을 전환하니 행동이 더 편해졌다.

 

모든 능숙함의 중점에는 꾸준함이 자리한다. 예전에는, 꾸준함이란 잠시도 머무르는 때 없이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잠시 멈추더라도 다시 하고 다시 해서 결과적으로 해내는 능력으로 정의한다(지극히 개인적으로). 왠지 다시 시도할 때마다 저항이 줄어드는 느낌도 있다. 그러니 혹여나 또 포기하게 되더라도 되돌아오리라 믿자. 이것이 나의 졸꾸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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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재밌게 읽히면서 동시에 설득력까지 갖춘 책이어서 아주 즐거운 독서를 했다. 작년에 이 책이 베스트 셀러였는데,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지속성은 삶의 맥락에 따라 강화될 수도 있고, 끊어질 수도 있다. 나는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하고 싶다. 나의 습관 재조정은 그것을 위함이다. 미래는 알 수 없기에 오늘도 아주 작은 습관을 실천한다.

 

계속하는 자가 레전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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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있는 아무 말 대잔치 - 이왕이면 뼈 있는 아무 말을 나눠야 한다
신영준.고영성 지음 / 로크미디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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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와 조언이 필요한 요즘이다. 과거를 후회하고 현재를 불안해하며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내 꿈은 무엇인지, 내가 정말 놓고 싶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찬찬히 살펴보는 중이다. 여기에 도움을 얻기 위해 나의 정신적 지주인 신영준 박사와 고영성 작가의 에세이를 펼쳤다. 작년 이맘때 그들이 쓴 책 완벽한 공부법으로 삶을 가다듬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났다. 그때만큼의 충격은 아니었지만 내가 원하는 격려와 조언을 얻기에는 충분했다. 짧은 에세이가 여러 편 수록된 책이기에 전부를 축약할 수는 없어 당장 나에게 힘이 된 부분을 추려봤다.

 

<30대가 된다고 하니 마냥 서글프다>_p.29

 

그런 의미에서 20대는 꿈을 이루는 시기가 아니라 개인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기본기를 축적하는 시간이다. - p.32

 

올해가 지나면 햇수로 30세가 된다.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초중고 생활을 자주 떠올리지 않았는데, 시간의 마술인지 날이 갈수록 지나온 흔적을 찾으려 자주 뒤돌아보곤 한다. 물론 노력의 ㄴ자도 없이 지내왔으니 흔적이 있을 리 없고, 답답함이 정량을 초과해 넘친다. 맥주처럼 넘치는 거품을 호로록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 없다는 사실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20대에 목표를 성취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말한다. 30대는 혼자의 힘으로 먹고사니즘을 해결해야 하는 나이이고, 그 나이대를 서글퍼하는 것은 미완성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내가 이러한 상황이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역량을 쌓는 게 최고지만 우리 모두에게 시간과 에너지는 유한자원이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이들은 모든 문제 해결의 공통 분모 능력으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를 꼽았다. 이것을 관통하는 주제가 바로 문해력으로, 문해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신박사와 고작가도 그렇게 본인의 부족함을 극복하여 나아가고 있다.

 

내가 남은 시간을 서글프게 보내지 않으려면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행동을 하면서 실력의 가지를 뻗어나가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리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어떤 일을 하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스스로 보기에도, 타인이 보기에도 누가 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잘하는 게 없어요>_p.77

 

개인의 장점이란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가장 잘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에 없을 수 없다. 그러므로 가장 잘 알고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영역을 알아야 한다. - p.79

 

나에 대해 탐구할 때마다 매번 드는 생각. ‘나는 잘하는 게 없다.’ 혹은 나는 장점이 없다.’ 바꿔서 말하면 누군가 나에게 장점이나 특기를 물었을 때 당당하게 대답할 거리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장점의 기준에 대해 아주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지극히 주관적인 분야를 매우 객관적인 잣대로 평가했다.

 

그러니까 내가 생각하는 나의 장점이자 특기는 글쓰기이다. 하지만 여기에 객관적 잣대인 수상경력이나 조회수등을 들이미니 나의 장점은 초라해졌다. 또 읽는 책과 비교해보면 나의 글은 시간 낭비의 산물이었다. 자연스럽게 장점은 쪼그라들어 사라지고 나는 무능한 사람이 되었다.

 

내가 내 장점을 확실하게 말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장단점에 대한 메타인지가 낮음을 의미한다. 정말 내 장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다양한 시도를 하고, 그 경험에서 장점이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그렇게 장점을 알게 되면 방향성이 잡히고, 확장·발전시키면 전문성을 가질 수 있다고 하니, 일단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시도도 모색해봐야겠다.

 

<성공하는 사람들이 거부하는 9가지>_p.233

 

얼마만큼 성장할 수 있을까? 바로 자신이 한계짓는 선까지 성장한다. - p.236

성장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에 매몰되면 안 된다.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 p.237

 

성공하는 사람들이 거부하는 9가지는 [남 탓 너무 완벽한 계획 자신만 이기는 거래 자신을 한계 짓기 나이와 경험 우선주의 공짜로 일하기 실패에 굴복하기 이나 에 의지하기 타인을 함부로 평가하기]이다. 모두 관심가지고 살펴야 하는 항목이지만 당장 나에게 와닿은 항목은 였다.

 

앞에서 쓴 부분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나의 한계짓기를 참 잘한다. 여러 자기계발서에도 나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탓이다. 믿음은 나를 믿자!’라고 외친다고 해서 단번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진다는 말이 있듯이, 나를 믿자고 꾸준히 외치다 보면 정말로 내 자신을 믿게 되지 않을까? 더 수월하게 믿으라고 여기에 작은 성공을 더하는 중이다.

 

역시 설명 안 해도 앞부분을 보면 알 수 있다. 책에서는 과거의 이력과 나이에 매몰되어 꼰대짓을 말하지만, 나는 그 반대로 텅 빈 수레를 열심히 살 걸, 하고 푸념 중이다.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이러고 있는 건 멍청함의 반증일 뿐! 새로운 시대를 살기 위해 지금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예전의 나는 반성용으로 두자. 시간과 함께 나아가는 일이 중요하니까.

 

<미라클 모닝이 있으면 미라클 나이트도 있다>_p.280

 

포기했다가 다시 하고 또 포기했다가 다시 했다. - p.282

 

이 장은 적절한 포기와 시간 활용, 그것을 위한 계획과 의지를 말한다. 내용과는 한참 멀게도, 나는 위의 문장에서 가장 큰 격려를 받았다. 작년에 나는 일주일에 서평 하나씩은 꾸준히 쓰겠다고 결심했다. 4월부터 시작해 8월까지는 해냈으나 그 후 포기했다. 며칠 전 다시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포기했다가 다시 한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인물들은 포기란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시절을 가졌다는 말에서 위로를 받았다.

 

항상 포기에 중점을 두고 나는 이래서 안 돼라고 자책했다. 그러나 다시 했다에 초점을 맞추니 포기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중간중간 포기하더라도 놓지 않고 다시 시작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쌓인다면 결과는 긍정적으로 변하리라 생각한다. 다시 하는 게 중요하다. 이것만 잊지 말고 생활하자.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_p.358

 

앞으로의 오늘을 후회가 아니라 만족으로 채워진 삶으로 만드는 더 나은 선택을 지금하는 것이다. - p.361

 

현재의 나는 어디선가 뿅! 하고 나타나지 않았다. 과거의 선택 하나하나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내가 하는 선택들로 이루어진다. 지금의 모습이 과거가 되었을 때,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이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게 싫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현재, 오늘, 이 시간, 지금을 더 나은 선택으로 채우는 것. 과거로 돌아갈 방법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타임머신을 생각한다면 지금개발하는 선택을 하길 바란다.)

 

똑같은 말은 반복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내게는 중요한 사항이다. 얼마나 갈지 모를 다짐을 해보자면, 이 글을 끝으로 과거를 후회하지 않으려고 한다. 텅 빈 이력서를 갑자기 가득 채울 수는 없지만, 이제부터 하나씩 채울 수는 있다. 할 말 없는 자소서를 온갖 경험으로 점철할 수는 없지만, 이제부터 쓸 말을 늘릴 수는 있다. 내가 포기할 부분은 예전에이다. 그리고 집중할 부분은 이제부터이다. 인생의 서막이 열리는 기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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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그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접하고 완벽한 공부법일취월장등의 저서를 읽어서인지 독서 내내 친근함을 느꼈다. 간혹 음성지원도 되고, 표정지원(?)도 되고. 신박사의 졸업선물과 마찬가지로 생각날 때마다 가볍게 읽으며 힘내기 좋은 책이다.

 

신영준 박사님과 고영성 작가님, 더 나은 선택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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