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가지 인생의 법칙 (반양장) - 혼돈의 해독제
조던 B. 피터슨 지음, 강주헌 옮김 / 메이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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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독서였다. ‘혼돈의 해독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만큼, 또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답게 인간 내면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선사하는 책이었다. 그러나 통찰의 근거로 성경을 언급하기에, 기독교 지식이 1도 없는 나로선 굉장히 버거웠다. 납득도 안 되고 이해도 안 되는 부분은 훑으며 지나가서 제대로 읽었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렇게 쓰는 글은 조던 피터슨 교수의 메시지를 일단 복기해보는 의미이다.

 

책의 전제는 삶은 고통이다. 세상은 질서와 혼돈의 알력으로 돌아간다. 질서가 지나치면 억압이 생기고, 혼돈이 강해지면 고난이 심화된다. 인간은 둘 사이에서 외줄 타며 살아간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으려면 바른 의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외줄은 꾸준히 흔들리므로 항상 멀미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멀미가 강해지면 어느 쪽으로든 떨어진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은 그것을 방지하는 멀미약을 제공한다.

 

법칙 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한 줄 요약: 쭈구리로 살면 타겟 되기 십상이다.

 

예전에 나는 내 몸에 무슨 자석이 있는 줄 알았다. ‘도를 아십니까라는 별칭을 가진 광신도가 꽤 자주 들러붙었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에는 어느 모임의 회장 누나가 소개한 광신도와 대화했고, 군대에서 잘 따랐던 선임도 광신도였고, 과제라며 접근한 대학생 두 명과 그들이 소개한 상담사와도 꽤 자주 만났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생 둘과 상담사는 지금 핫한 그 사이비가 아닌가 싶다. 당시의 내 모습을 상기하면 언제나 굽은 어깨에 우울한 표정으로 지냈다. 나 자신을 기만하던 속마음과 다르게 겉모습은 자신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니 사이비 종교 광신도들이 보기에 먹잇감으로 적합했던 것이다.

 

위축된 자세로 지내는 사람은 공격받기 쉽다. 세상에는 저 광신도들처럼 약한 자를 찾아 공격하려는 습성을 가진 자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질서를 무너뜨리고 혼돈의 영향력을 더 거세게 만든다. 혼돈이 거셀수록 자신들이 공격성을 더 내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면 공격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이런 인식은 공격받는 것을 수긍하게 되고, 저항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며, 무분별한 공격을 일삼는 무리에게 빌미를 제공한다. 마냥 참거나 버티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무자비한 행동에는 상응하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 ‘나를 보호하는 힘이 있다는 방어적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으면 공격은 더 거세질 뿐이다. 이 태도의 기본은 당당한 자세를 갖추는 일이다. 당당한 자세를 하면 타인이 나를 먹잇감으로 보지 않는다. 대우가 달라진다.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 몸을 똑바로 했다면 정신 역시 똑바로 해야 한다. 혼돈을 정면으로 상대하고 이기겠다는 마음가짐 말이다. 외줄을 잘 타려면 올바른 자세는 당연하지 않은가.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선다는 것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삶의 엄중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선다는 것은 혼돈을 질서로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인간의 유한성과 죽음을 모르던 어린 시절의 낭만이 끝났음을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현실을 만들기 위해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 p.56

 

법칙 2 당신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

 

한 줄 요약: 이타심 이전에 이기심부터.

 

다시 광신도 이야기를 끌고 와서, 쭈구리 자세의 원인 중 하나를 살펴보자. 나는 속으로 열등감을 인정하지 않았고, 자신을 기만했다. 기만적 자신감은 스스로를 무시하는 행위다. 내가 나를 무시하니 타인도 나를 무시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는 깨닫지 못했고, 광신도와의 대화는 그들을 돕는다는 멍청한 생각으로 행동했다. 나의 종교혐오 덕분에 결과적으로 사이비 종교를 피하긴 했지만, 과정이 엉망진창이었다. 어려서부터 양보를 미덕으로 배우고 이기심을 악덕으로 익혔다. 내가 손해 보더라도 남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된다. 겉으로는 참 잘 지켰으나 속은 점점 곪았다. 이런 부당함이 또 어디 있겠는가. 내 것을 포기 못 하는 속마음을 숨기다 보니 내가 나를 기만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인간에게는 의식이 존재한다. 반성하는 능력이 있고, 이는 나를 제3 자로 놓고 관찰할 수 있다는 말이다. 3 자의 시선으로 나를 보자. 생각하는 가 행동하는 를 깔보고 하찮게 여긴다. 행동하는 는 생각하는 의 눈치를 보게 되고 주눅 든다.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데 완전한 타인이 나를 소중히 여길까? 무한한 애정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야 그럴 리 만무하다. 이기심이 나쁜 것인가. 이타심은 좋은 것인가. 판단은 맥락에 따라 다르다. 이기심이 혼란을 더 많이 가져온다면 부정적이고, 이타심이 질서를 더 견고히 유지시킨다면 긍정적이리라. 세상을 중심으로 질서와 혼돈이 공존한다면, 나를 중심으로도 질서와 혼돈이 공존한다. 이기심은 나를 챙기는 행위이고, 나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나의 질서가 유지되어야 세상의 질서도 지킬 수 있다. 이기심을 잃어버린 이타심은 나를 파괴하는 공격성이다. 무의미한 공격을 받으며 괴로울 필요가 있는가. 타인과 세상에 혼란을 가중치 않는 선에서 이타심 이전에 이기심이 먼저 필요하다. 내가 나부터 잘 챙기면 이기심과 이타심은 저절로 질서를 따르게 될 것이다.

 

당신이 괴롭힘을 당하고 노예 취급을 당할 때 자신을 지키는 것과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을 위해 나서는 것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 - p.99

 

법칙 3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한 줄 요약: 나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자.

 

내가 맺은 관계의 인물들은 직간접적으로 나에게 영향을 끼친다. 누군가는 이롭고 누군가는 해롭다. 이로운 관계라면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꾸리고, 해로운 관계라면 끊어내야 한다. 삶의 목표는 같잖은 의리로 인생 망치기가 아니다. ‘좀 더 나은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허울만 좋은 관계는 나를 좀 먹고, 유지한다면 필시 혼돈을 불러와 남 탓을 하거나 세상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려 들 것이다.

 

나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사람은 나보다 높은 가치를 지닌 사람이거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그들을 만나려는 행동은 이미 좀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알긴 알지만, 절교에는 미안한 감정이 든다. 특히 상대방이 화를 내거나 울면 감정의 동요가 심해진다. 이에 대해서는 미리 자가진단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는 인생을 장기적으로 보는가, 단기적으로 보는가. 지금의 미안함이 앞으로의 괴로움보다 중요한가. 혼돈에 시달리며 살 것인가, 질서를 유지하며 살 것인가. 그는 내게 선인가, 악인가.

 

높은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내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한다. 반면, 해로운 관계는 자신보다 낮은 모습을 기대한다. 의리는 관계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다. 이로운 관계를 형성하여 과도한 혼돈과 잘못된 질서를 상대할 힘을 기르는 것이 참된 의리이다.

 

우리에게 유익한 사람하고만 관계를 맺는 것은 이기적인 행위가 아니라 바람직한 행위다. - p.129

 

법칙 4 당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당신하고만 비교하라

 

한 줄 요약: 어제의 나보다 나아지면 된다. 그뿐이다.

 

예전에 사회적 기업 체인지 그라운드웅이사의 <서평 쓰는 법>에 대한 오프라인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우리가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이유는 마음속에 자기검열관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유로운 글쓰기여야 할 일기마저 숙제로써 담임 교사한테 검사를 맡고 지적당했다. 그런 이유로 스스로 검사하는 버릇이 들었고 결국, 글쓰기에 흥미와 실력 모두 잃어버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타인의 기준과 나를 비교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어떤 일을 할 때, 목표는 좋은 결과이다. 좋은 결과는 해야 나온다. 그러므로 잘하는 것당연한 것이 되고, 미치지 못한 결과는 지적당할 것이 되고 만다. 지적당하면 기분이 나쁘므로 다음부터는 지적당하기 전에 내가 먼저 나를 지적한다. 좋은 결과의 기준과 비교하며 부족한 부분부터 찾는다. 점점 내면의 비평가가 활기를 띤다. 부정적 피드백이 계속되면서 자신감을 상실하고, 덩달아 가지고 있던 능력마저 하락한다.

 

매사에 부정적인 내면의 목소리는 더 나은 삶을 위한 따뜻한 독려가 아니라, 합리성으로 위장한 비열한 속임수에 불과하다.(p.136) 우리는 내면의 비평가와 싸워야 한다. 나를 세상과 비교하며 끌어내리려는 것과 맞짱 뜰 필요가 있다. 거짓 겸손에 주의해야 한다. 내면의 비평가는 짐짓 겸손인 척 자기비하하기 때문이다. 진짜 겸손은 실력을 보여준 뒤 자만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철저한 점검과 뚜렷한 목표다. 어제의 나보다 나아졌는지, 세상과 비교하는 것은 아닌지, 목표의 방향이 확실한지 등을 계속 확인해야 한다. 또한 목표의 크기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크기인지도 점검해야 한다. 감당하지 못하면 내면의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그러니 목표를 아주 작게 쪼개어 목표 달성을 누적시킨다. 아주 작은 목표까지 뚜렷해지면 보이는 것이 바뀐다. 생각과 행동이 더욱 구체적으로 변하고, 더 나아지려는 마음이 생긴다.

 

좋은 게임이란 내 소질과 능력에 맞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며,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조금씩 성장시키는 게임이다. - p.137

 

법칙 5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라

 

한 줄 요약: 자녀 훈육에 관한 내용이다. 대충 읽었으므로 패스

 

법칙 6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

 

한 줄 요약: 내 방을 어지럽힌 범인은 나다.

 

견디기 어려운 혼돈을 겪으면 세상을 탓하게 된다. 복수심과 원망이 생기고 분노가 차오른다. 더 나은 삶을 지향하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기어코 세상에 분노를 휘두른다. 그들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도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고통을 피할 망상에 빠진다. 망상에서 깨면 다시 고통에 몸부림치다 더 큰 혼돈을 불러오는 지경에 이른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거시적이든 미시적이든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나라는 개인이 거시적 요인을 해결하기엔 벽이 너무 높고 두껍다. 백날 주먹질해 봐야 내 손부터 아작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일단 미시적인 부분, 내 삶부터 둘러봐야 한다. 아니다 싶은 행동, 생각, 공간, 관계 등을 발견하면 당장 멈춘다. 그리고 관찰한다. 사소할지라도 어떤 변화가 분명 생길 것이다. 하나가 변하면 연달아 다른 변화를 이끌어 온다. 어지러운 내 방을 정리하면 적어도 방에 대한 분노는 사라진다. 깔끔한 방을 유지하기 위해 정리하는 습관이 생길지 모른다. 혹은 다음에 또 방이 어지럽혀졌어도 해결이 간단해질 것이다.

 

머릿속을 거짓으로 채우는 걸 중단하면 머릿속도 정돈되기 시작한다. - p.234

 

법칙 7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

 

한 줄 요약: 쉽게 가면 쉽게 망한다.

 

앞서 세상 탓하는 이들은 항상 쉬운 길만 선택한 이들이다. 여기서 쉬운 길이란 고찰 없는 선택을 말한다. 예를 들면, 힘들다 흡연, 음주, 마약 등을 하는 행동이나 돈 쉽게 벌기 도박, 투기 같은 행동 말이다. 아슬아슬하게나마 질서와 혼돈의 균형이 유지되면 별문제가 안 생겨 쉬운 길을 고집한다. 이들은 질서로 틈입한 혼돈을 회피했기 때문에 혼돈에 대한 항체가 없다. 어쩌다 혼돈이 비대해지면 그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무너지고 만다.

 

그에 비해 의미 있는 길을 걷는 자는 당장 괴로울지언정 혼돈을 극복할 힘이 길러진다. 깊은 고찰을 거친 선택은 수반되는 기회비용을 예상할 수 있다. 예상 가능한 혼돈은 대비도 가능하다. 그럼 어떤 길이 의미 있을까. 선을 행하는 행동이다. 인생의 필연적인 고통을 감안하면 불필요한 고통과 아픔을 줄이는 모든 행위는 선한 것이다.(p.287) 내 삶이 나아짐을 넘어서 세상의 혼돈을 질서와 균형 있게 할 수 있는 쪽으로 지향하자. 순간의 선택이 십 년을 좌우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삶의 모든 요소가 최적의 상태에 놓여 있을 때 의미가 생겨난다. - p.290

 

법칙 8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

 

한 줄 요약: 나를 속이지 말자.

 

선의든 악의든 거짓말은 내게 닥친 곤란을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한 방책일 뿐이다. 좋게 해결되면 좋겠지만, 대개 상황을 악화로 끌고 가 혼돈을 가중하고 질서를 무너뜨린다. 나는 충격에 빠지게 되고 인생은 더 고달파진다. 거짓말로 모면한 상황은 더 큰 딜레마를 가져온다. 그럼 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이런 대답도, 저런 대답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치며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그래도 진실을 말하라고 한다.

 

물론 진실을 말하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직장에서 잘린다든지, 왕따를 당한다든지. 그렇다고 해서 거짓말하며 숨는다면 다시는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역설적으로 더 큰 괴로움을 불러들이는 꼴이 된다. 한번 피한 진실은 다시 마주하기 어려워져 계속 피할 수밖에 없다. 방어적 공격성과 같은 맥락이다. 드러내지 않으면 부당한 처지는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12가지 법칙 중에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개인의 맥락에 따라 가장 어려운 법칙인 것도 같다. 이를 실행하려면 일단 강한 정신력을 길러야 한다. 또한 그에 상응하는 실력도 필요하다. 진실을 말할 힘 없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는 단서를 붙였다. 진실을 말하기 위한 초석은 적어도 내가 나를 속이지 않는 것이다. 초석이 단단하면 탑의 한계는 높아진다.

 

정직함은 삶과 관련된 고통을 견딜 만한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 p.312

 

법칙 9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당신이 꼭 알아야 할 것을 들려줄 사람이라고 생각하라

 

한 줄 요약: 경청하라.

 

경청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이 태도는 지성인이라면 모두가 강조한다. 듣기만 잘 들어도 호감을 살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경청은 단순히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공감과 존중의 표현으로, 상대방의 말을 요약하여 들려주면서 신뢰를 높이고 대화의 방향을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대화 내용 역시 화자의 관점에서 말해야 한다. 나는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가끔 남녀 간 말싸움하는 것을 보면 경청이 없는 대화라는 게 느껴진다. 저자는 남성과 여성이 대화할 때 두는 중점에서 그런 차이가 발생한다고 한다. 남자는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여자는 문제 표현을 중요시한다고. 그러면서도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상대방이 들어주기만을 바란다. 듣는 사람은 없고 말하는 사람만 있으니 대화가 성립될 수 없다. 인간관계의 기본인 존중이 없는 것이다.

 

존중 없이는 대화의 질이 높아질 수 없다. 비눗방울처럼 허공에 맴돌다 터지면 흔적 없이 사라지는 말은 대화가 아니다. 단순한 떠들기다. 단순한 떠들기는 시간 낭비이고 무의미하다. 수다마저도 경청의 자세가 있어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법이다. 경청은 고급 기술이 아니다. 대화의 기본이다.

 

경청은 한 번에 한 사람만 발언하고 상대방은 주의 깊게 듣는 것이다. 발언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사건에 대한 의견을 진지하게 개진할 기회가 주어진다. 다른 사람들은 그가 하는 말에 공감하는 반응을 보인다. - p.356

 

*법칙 10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라

 

한 줄 요약: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자.

 

영화 베테랑에서 유아인이 맡은 조태오는 이런 말을 한다.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데, 문제로 삼으니까 문제가 되는 겁니다.”

 

문제는 어디에나 산재한다. 다만 나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기에 보지 못할 뿐이다. 아무 문제가 없을 때는 단순하게 보이는 세상이 무엇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한없이 복잡해 보인다.(p.371)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저지르던 조태오의 행동은 결국 중범죄가 되면서 법의 심판을 받는다. 갑자기 터진 혼돈, 그것만큼 복잡한 문제도 없다.

 

다시 광신도 이야기를 꺼내게 되는데, ‘그 사이비로 추정되는 대학생 2(남녀 1)과 상담사와 몇 주라는 시간을 보내고, 상담사와 독대한 적이 있다. 대화 도중 생물이 진화한 거라면 화석과 화석 사이에 비는 시간대는 어찌 설명하고 최초의 생물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설명할 수 있냐고 물었다. 또 인간 존재의 의미가 있지 않겠냐며 그 근원을 알 수 있냐고도 물었다. 당시 지식도 짧고 개소리에 당황했던 나는 어쩔 줄 몰랐다. 내 당황함을 눈치챘는지 상담사는 갑자기 자기가 아는 종교 쪽으로 공부한 선생이 있다면서 의견을 들어봄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다행히 종교혐오 인간불신 레이더가 작동하면서 나는 혼돈이 커져감을 감지했다. 생각해보겠다며 그 자리를 일단 피했고, 나중에 직접 만나 거절 의사를 전했다. 더불어 실망의 감정까지. 그때 문제를 바로 보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코로나 전파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혼돈은 대개 큰 덩어리로 오지 않는다. 이미 작은 덩어리들이 얼굴을 드러냈으나 인위적으로 피하고 숨고 속이면서 점차 비대해진다. 마주했을 때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작은 덩어리가 보였을 때 정면으로 마주해, 그 문제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드러내야 한다. 그러면 해결책도 서서히 떠오른다. 문제가 명백하게 드러나면 힘든 시간이 찾아올 수 있다. 그럴 때는 기본 전제를 상기하자. 삶은 원래 고통이며 인생은 기본적으로 쓴맛이다. 희생 없이는 만족도 없다. 이 모든 고난은 더 나은 삶으로 가는 길이다.

 

정확성이 비극 자체를 제거하지는 못하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 놓을 기회를 제공할 수는 있다. 그리고 상황을 최악으로 만들어 버리는 악마를 쫓아낼 수는 있다. - p.391

 

*법칙 11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는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라

 

한 줄 요약: 감수한 위험은 나의 힘이 된다.

 

요즘 재밌게 보는 드라마가 있다. 박서준, 김다미 주연의 이태원 클라쓰. 드라마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위험을 감수한다. 박새로이는 장대희 회장의 위협을, 조이서는 섣부른 판단을, 마현이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을, 최승권은 깡패였던 시간을, 김토니는 인종차별을, 장근수는 이서에 대한 욕심을. 그중 누구 하나 자신의 위험을 피하거나 숨으려 하지 않는다. 아니, 피하거나 숨으려고도 하지만 박새로이를 중심으로 맞서 나간다. 그 후 그 위험들은 그들에게 위험이 아니게 된다.

 

위험을 숨기고 감추면 위험에 대한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위험에 잘 빠지지 않는 사람은 능숙한 사람이다. 그러나 능숙해지려면 다분한 위험을 겪어야 가능하다. 위험을 이겨내는 경험은 성장동력을 쌓는 일이다. 갑작스러운 자아비판을 해보자면 내가 취준생으로 지내는 것은 위험을 견뎌낸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 이 법칙은 겪는 게 먼저인 듯하다. 그래도 코로나 위험은 싫은데……. 아무튼 노력해야겠다.

 

성공하는 경험이 쌓이면 자신감이 생기고 혼돈에 맞설 만한 힘이 길러진다. 이렇게 성장하는 것이다. - p.400

 

*법칙 12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

 

한 줄 요약: 작은 순간이 위로가 된다.

 

드디어 마지막 법칙에 도달했다. 12가지(11가지)를 다 언급하려니 쉽지 않다. 서평이 고통으로 치환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 그만 쓰고 싶은 생각을 몇 번이나 했지만 어쨌든 법칙 하나씩 정리하니 끝이 보인다. 온종일 서평만 붙잡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피자도 먹고 반려견을 쓰다듬으면서 중간중간 즐거움을 느꼈다. 혹은 내가 쓴 비유에 감탄하거나 이 서평의 대장정을 걷고 있다는 자신감에 희열을 느끼거나 하면서 버텼다.

 

서두에 삶은 질서와 혼돈 사이의 외줄타기라고 언급했다. 아슬아슬한 균형감각 유지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자칫 크게 흔들리면 혼돈이 충격에 빠뜨린다. 혼돈에 몰입하게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심신이 지칠 정도로 힘든 상황에 처할수록 사소한 행복에 집중해야 한다. 고통의 시간은 잠시 미뤄두고 작은 행복에 감사하며 의지에 영양제를 공급해야 장기적으로 버틸 지구력이 생긴다. 녹초가 될 정도의 문제라면 몰두한다고 해서 쉽게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체력과 정신력만 소모할 뿐이다. 저자는 이런 순간을 지나오면서 터득한 비결을 알려준다.

 

인생의 힘든 순간을 겨우 지나오면서 내가 터득한 비결 하나는 시간 단위를 아주 짧게 끊어서 생각하는 것이다. 다음 주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면 우선 내일만 생각하고, 내일도 너무 걱정된다면 1시간만 생각한다. 1시간도 생각할 수 없는 처지라면 10, 5, 아니 1분만 생각한다. - p.485

 

작은 목표를 떠올리자. 그것의 지향점은 높은 가치의 목표를 이루기이다. 마찬가지다. 저자의 방법은 시간 단위를 쪼개 큰 문제 해결을 위해 눈앞의 작은 문제부터 살피는 것이다. 작은 문제와 작은 행복을 볼 줄 알면 생각보다 많은 걸 견딜 수 있다. 사람은 그만큼 강한 존재다.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아주 사소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인생이 완전히 망가지는 걸 막을 수 있다. - p.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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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칙이라는 단어에 어울리게, 이렇게 살면 평생 성장하고 고통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란 뜻이기도 하다. 일단 이렇게 기록은 해놨으니 혼돈이 찾아올 때 이 글을 읽어야겠다.

 

책은 좋은 내용이긴 하다만, 두 번 읽고 싶지는 않다. 너무 힘들었다, 독서도, 서평도. ㅠㅠ 일독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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