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 마르틴 베크 시리즈 6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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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폴리스포타티스모스 #도서협찬

#마이셰발 #페르발뢰

치밀하게 계획된 듯한 강도 사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고에 가까운 우발적 범죄였다. 불행한 사람이나 신경쇠약자가 제 의지와는 달리 절박한 상황으로 내몰린 경우였다. 거의 모든 경우, 술이나 마약이 결정적 요인이었다. 유례없는 무더위 탓도 있겠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의지가 약하거나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어서 몰지각한 행동으로 내모는 대도시의 무자비한 논리, 사회 시스템 그 자체였다. _239p.

호텔 식당에서 한낮의 총격 사건으로 유명 사업가가 머리에 총을 맞고 테이블 위로 쓰러졌지만 죽진 않았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범인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달아나는 범인을 목격한 사람들의 진술을 토대로 공항 터미널로 향했을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경찰을 파견하지만 제때 도착하지 못한 경찰들의 불찰로 놓치고 만다. (이들의 변명 중 하나였던 부분이 책의 제목이 된 것인데.. 은근 웃음 포인트! )

사건 현장으로 향해야 했던 경찰이 소시지를 먹고 있던 걸 보고 세 살짜리 꼬마 아이가 으깬 감자를 곁들인 소시지를 먹던 경찰을 보고 '폴리스, 폴리스, 포스타티모스'(으깬감자) 라고 외친 것. 이 시절 스웨덴 시민들이 시위할 때 경찰을 조롱하며 외쳤던 구호가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그리스' 로 뜻은 '경찰, 경찰, 돼지 같은 경찰' 이었던 것. '포스타티모스'는 으깬감자 , '포타티스그리스' 돼지 같은 경찰이라는 뜻으로 언어의 유희 같은 부분이랄까?

증거에 집착하는 융통성 없는 말뫼 경찰들, 유명 사업가이니만큼 여러 곳에서 수사에 관련한 압박이 들어오게 되고 결국 마르틴 베크가 말뫼로 출동하게 된다. 한낮의 총격 사건이라니! 계획된 범죄일까?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이해관계에 걸친 이들의 행보를 주목할수록 의심 가는 인물들도 많아지게 되면서 어쩌면 철저하게 계획된 청부살인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된다. 늘 그렇듯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잡힐듯 말듯한 범인 쫓기는 마지막 몇 장을 남겨두고서야 후루룩 해결이 되고 실마리조차 찾기 힘들 것 같았던 범인의 정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어서, 그의 스토리가 안타까워서 (너무도 생계형 이어서..) 왠지 모를 씁쓸한 결말을 주었던 작품이다.

아내와의 갈등이 5권까지 간간이 이어졌는데, 드디어 독립한 마르틴 베크는 가정에 있을 때보다 심적으로 더 안정되어 보이는 듯하다. <로재나>,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 <발코니에 선 남자> <웃는 경관> <사라진 소방차> 에 이어 여섯 번째 시리즈인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 '경찰 소설의 모범'이라 불려온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최근 추리, 범죄소설들이 잔인하고 잔혹한 묘사들에 피로함과 불편함을 느꼈던 이들에게 아날로그 한, 지적 유희를 느껴볼 수 있는 시리즈가 될 것이다. 오랜만에 읽는 맛을 알게 해준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다음에 읽게 될 시리즈가 더욱 기대되는 책이다.

아이가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그리스‘라고 말한 것도 아니었어.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라고 말했지. 아이는 아직 말을 제대로 못 하는 세 살짜리 꼬마였고.*

*스웨덴어로 ‘Polis, polis, potatismos‘는 ‘경찰, 경찰, 으깬 감자‘라는 뜻으로, 위에서 말한 유명한 구호와 발음이 비슷하긴 하지만 아무 뜻도 없는 말이다. 한편 여기서 말하는 소시지란 스웨덴 거리에서 흔히 파는 평범한 간식으로, 으깬 감자나 새우 샐러드를 곁들인 것이 기본이고 빵에 끼워서 아예 핫도그처럼 먹는 경우도 흔하다. 따라서 아이가 ˝으깬 감자˝라고 말했다는 대목은 영 난데없는 말이 아니라 경관이 먹고 있던 으깬 감자를 곁들인 소시지를 보고 한 말이라고 볼 수 있다. _53p.

마르틴 베크는 어떤 어려운 수사에도 이렇듯 잠잠한 시기가 있기 마련이라는 걸 경험으로 알았다. 이런 시기는 며칠 혹은 몇 주 이어질 수 있었고, 영원히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자신들의 수사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고, 쓸 수 있는 자원은 바닥난 듯했으며, 단서는 모두 무의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_307p.

빅토르 팔름그렌은 죽었다.

그가 죽었어도, 한 줌의 국제적 협잡꾼들과 어디 먼 나라의 수상쩍은 정권을 대변하는 사람들 외에는 아쉬워할 이가 아무도 없었다. _396p.

#마르틴베크 #마르틴베크시리즈 #엘릭시르 #문학동네 #김명남 옮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소설추천 #도서추천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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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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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핑곰이 어디 있니? 웅진 세계그림책 259
알렉스 맥도널드 지음, 서남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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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핑곰이어디있니 ? #도서협찬

#알렉스맥도널드 글, 그림 #서남희 옮김

토실토실 꼬마 펭귄 핑곰이는 언제나 핑크색 곰인형 '핑곰이'와 함께 한다. 어느 날, 허둥지둥 바쁘게 일하다 핑곰이를 잃어버리고 마는데... 이 책은 꼬마 펭귄의 애착 인형 핑곰이가 분실되고 핑곰이를 찾기 위해 집 안 구석구석, 돌아다녔던 곳까지 모두 뒤지고 다녔고 심지어 커다란 고래 입속까지 빠짐없이 살폈는데도 핑곰이는 깜쪽같이 사라졌다.

"이렇게 힘든 날은 태어나서 처음이야."

꼬마 펭귄이 한숨을 푹~ 쉬며 눈 위에 드러누워, 너무 슬퍼 꼼짝도 할 수 없었는데... 얼마 지나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누웠던 자리를 본 순간!!! 너무도 귀엽게 '끈적끈적 물고기 젤리'가 엉덩이에 붙어 핑곰이가 찰싹! 달라붙어있었던 것. (얼마나 반가웠을까!!!) 애착 인형을 찾기 위한 꼬마 펭귄의 발랄한 여정! 여섯 살 꼬마 조카가 앉은 자리에서 몇 번을 반복해 읽었는지... "핑곰이가 어디 있지?"라는 질문과 함께 아이와 찾기 놀이를 하듯 읽을 수 있고, 그림만 보아도 너무 귀여운지라, 아이들이 더 좋아했던 그림책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애정을 가지게 되는 물건,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며 읽기에 좋은 책으로 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웅진주니어 #그림책 #유아그림책 #아이그림책 #그림책추천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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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시선 창비청소년문학 12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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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시선 #도서협찬

#김민서

타인의 불행에서 눈을 돌리는 일은 쉽다. 무감각해지면 된다. 무기력을 학습하면 아주 편리하다. 더 이상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데 나는 왜 이토록 괴로운 것일까. (중략)

"넌 가족에게 사랑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냐?"

발 두 개와 목발 두 개. 도합 네 개의 발이 내 옆에 섰다.

"당하지 않은 사람은 몰라. 가족은 행복한 것이라고 믿어야 모두가 평화로우니까, 다들 쉽게 눈 감아 버리지."

(중략) "자식에게 부모는 세계야. 싫어도 애정을 갈구하게 되는 세계." _192~194p.

감수성이 극도로 예민하고, 성숙되어가는 시기. 지금 생각해 보면 중, 고등학생 시절을 지나오며 지금의 인격이 만들어졌다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도 어렵지만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인간관계가 가장 어려웠고 오히려 사회에 나온 지금은 굳이 관계 맺지 않아도 된다는 '흘러가는 대로 살아도 좋다.'라는 마음가짐을 갖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던 것 같다.

율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타인의 눈을 바라보지 못해 바닥을 향하는 시선이 점점 위로 올라갔다가, 점점 내려와 타인의 시선에 머무르기까지를 보여주고 있다. 페이지 한 장 한 장이 너무도 소중했고, 어느 문장에선 나의 이야기 같아서 머물러 청소년 소설이라기엔 지금 읽어도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이 많았다. 다른 사람을 이해한 다는 것, 하지만 그전에 오롯한 나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 함께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는 것.. 어쩌면 우리는 살면서 나를 이해해 주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아이와 어른 사이를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에게도 권하고 싶은 소설로 추천!!

"좋은 미끼였어, 율아."

강자와 약자. 게임 한 판을 뛰고 난 후만큼 이 단어들이 극명하게 와닿는 때는 없었다. 교실에서는 보다 은밀하게 강자와 약자가 규정된다. 암묵적인 서열을 만듦으로써 말이다. _13p.

친구 관계란 참 이상하다. 내가 서진욱, 김민우, 김동휘와 친구가 된 지 벌써 삼 년째였다.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에다가 자리가 가까웠던 것이 계기였다. 하지만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친구라는 존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친구는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생명체다. 저마다 비밀을 감추고 절대 속마음을 보여주지 않는다. 껍질을 까도 또 다른 껍질이 나오니 알맹이를 보는 걸 포기했다. 아마 나는 친구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평생 모를 것이다. _39p.

인간관계를 유지한다는 건 피곤한 일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친구'는 필요하니까. 학교라는 전쟁터에서 안전하게 졸업하기 위한 수단, 그게 친구라는 것이었다. _69p.

타인의 인생과 가치관을 가감 없이 마주하는 일은 새로운 우주를 발견하는 일과 같았다. 서진욱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수록 나는 전혀 다른 세계 속에서 숨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말이지, 사람들은 모두 각자만의 세계를 가진 외계인일지도 모른다. _144p.

인간은 나약하다. 너무 쉽게 부서지고 무너진다.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고 자신을 숨기며 끊임없이 상처를 입는다. 하지마 그렇게 부서지고 무너지면서 강인해진다. 모순적이었다.

모순적이기에 인간은, 삶은 매력적인 것이었다. _216p.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창비 #청소년소설 #도서추천 #추천도서 #book #창비청소년문학상 #거짓뿐인세상 #열다섯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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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 사는 걸 어떡합니까
신아로미 지음 / 부크럼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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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잘사는걸어떡합니까 #도서협찬

#신아로미

나는 잘 알고 있다. 혼자 잘 살아 내고 싶은 사람들은 그 누구와도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으며 살고 싶다는 것을. 그리고 마침내 혼자서, 또는 누구와 함께할지라도 어디서든 삶을 행복하게 가꿔내고 싶다는 것을. _프롤로그

_

내가 원하는 세계를 만들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무너뜨릴 수도, 다시 쌓을 수도 있다. 오직 내 뜻대로 내 시간에 맞춰 설계해 나가면 된다.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게 처음이라면 당연히 마음에 들지 않는 일도 있을 테니 서러워할 필요 없고 자기 연민에 빠질 필요도 없다. 내게 필요한 게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용기만 있으면 아무래도 괜찮다. 원하지 않아도 시간은 흐른다. 그렇게 당신만의 세계가 확장된다. _58~59p.

나이가 들어가며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들이 있다. '결혼은 안 하니?' '나이 들어서 외롭다' 등등... 혼자의 삶도 온전히 살아가지 못하는 데 '우리'가 되면 더 행복할까? 결혼한 사람들은 정말 '우리'가 되어서 온전하게 행복한 걸까? 하지만 우린 알고 있다. '우리'라서 더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그래서인지 최근 1인 가구가 늘어가고 있지만, 그들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만드는 법

▣ 혼자 잘 살기 위한 준비물 리스트

▣ 혼자 살면서 가장 필요한 물건

▣ 혼자가 두렵다면 도전해야 할 것

▣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

사실 유튜브로 알고 있던 사람이었고, 출간 소식을 들어 알고 있었지만 언젠가 읽겠지 싶었던 책이었다. <혼자서도 잘 사는 걸 어떡합니까>의 책장을 넘길수록 진짜 20년만 일찍 이 책을 읽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내가 나로 온전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 무엇보다 마음이, 정신이, 생활이 오롯하게 '나'를 위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삶은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글이었다. 함께 나이 들어가며 중년, 노년의 이야기도 읽어보고 싶은 바람! 무엇보다 필사하며 나의 마음과 삶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던 글이었다. 1인 가구, 혼자의 삶, '나'라는 삶을 소중하게 살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혼자 살겠다는 사람들에게서 이유를 찾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 설령 본인 부모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아 결혼에 관심 없다 한들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혼자 사는 게 좋은 이유는 있지만, 혼자 사는 데에 굳이 이유를 찾지 않아도 괜찮다. 혼자 살고 싶은 당신은 문제가 없다. 원래부터 우리는 홀로 태어났으니까. _17p.

일기는 스스로 하루를 돌아보기에도,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갖기에도, 과거의 나로부터 위로를 받기에도 좋은 활동이다. _41p.

아직도 '우리'보다는 '나'가 인생의 우선순위다. _75p.

누군가에게 내가 잘 살고 있다 증명할 마음도, 생각도 없다. 그저 정해진 삶 말고도 다양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을 뿐인데. 그게 별소리를 다 들을 일인가 싶다. 대체 그들이 원하는 답, 정해진 답은 무엇이란 말인가.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해답은 존재하지도 않으면서, 무엇으로 나를 증명할 수 있단 말인가. _83p.

그냥저냥 살고 싶은 날도 있고 열심히 살아 보고 싶은 날도 있다. 그런 일생의 하루를 남의 컨디션에 맞추지 않고 나에게만 묻는다는 건 큰 행복이다. 혼자라 다행인 이유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자동으로 떠오른다. (중략) 누구가는 외로운 게 싫어 결혼했겠지만, 누군가는 그저 누워 있는 게 좋아 아무도 만나지 않기를 택하기도 한다. 거창한 이유는 아니지만 사실이다. _134~135p.

어느 날 불안이나 외로움이 불쑥 찾아오면 '내 상태가 그렇구나.'라고 인지, 인정한 다음 왜 그런 상태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질문에 대한 생각의 꼬리가 무수히 물려 갈 즈음 결국 그 안에서 스스로 편히 살기 위한 방법을 발견하게 된다. _146~147p.

#부크럼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에세이 #에세이추천 #추천도서 #추천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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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사랑하는 쪽으로 에세이&
안미옥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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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더사랑하는쪽으로 #도서협찬

#안미옥 #창비

나는 삶의 연차가 쌓일수록 싫어하는 것을 더 노골적으로 싫어하게 될까 봐 겁난다. 좋아하는 것의 경계는 점점 더 희미해지는데 어째선지 싫어하는 것은 더 또렷해지고 명확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싫어할 만한 것만 싫어하게 될까 봐 그것도 두렵다. 익숙하고 편한 삶을 위해 싫어하는 것은 사실 그것이 내 안에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는데 싫어하는 것이 생길 때마다 그 말을 떠올리며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되기를. 내 문제를 내 문제라고 바르게 인지하고, 남 탓하며 살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_2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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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흐리니까 몸이 무거워지고 마음이 가라앉는다. 마음은 어디까지 가라앉을 수 있을까. 발아래, 마음은 내가 가늠할 수 없는 곳까지 가라앉기도 하는 것 같다. 마음이 가라앉는다고 생각하는 것도 나의 착각일지 모르겠다. 마음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그렇다고 부유하지도 않고,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곳에. 어쩌면 내 마음은 지금 어딘가에서 사방에서 쏟아지는 눈을 맞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중략) 다 알 수 없지만 알고 싶고 알려고 하는 마음은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 오늘도 나는 나무를 다 알 수 없어서, 모르겠어서, 조금 더 사랑하는 쪽으로 몸을 움직여본다. _60~61p.

시인 안미옥의 첫 에세이 <조금 더 사랑하는 쪽으로>는 저자가 아이 '나무'와 함께 주고받은 일상의 순간들이 많이 담겨있는 에세이다. 시인의 일상을 담은 일기, 아들 '나무'가 태어나 다섯 살이 될 때까지의 시간을 함께 살아가며 기록한 성장 기록이기도 하다. 글에 등장하는 또래의 조카들이 있어서 그런지,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문장들이 때론 뭉클하고 소중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소중했던 글은 아이가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은 부모가 새롭게 태어나는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와 함께하는 지금의 순간들이 너무 소중해서 기록으로 남긴 순간들은 시인이 전하는 다정하고 따스한 문장들을 통해 지금 나의 시간과 마음들도 보듬어 줄 것이다. (무엇보다 나무의 발언들이 깜찍하고 귀엽!)

"나는 찾는다, 찾는다, 나는 이해해 보려고 애쓴다."

"완전하게 살아 있는 세계란 지옥의 힘을 가졌으므로."

(중략) 오늘은 이 두 문장이 세상의 전부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찾는 것, 이해해 보려고 애쓰는 것이 지금 내 삶의 형태를 온전히 표현해 주는 것 같다. 지옥의 힘을 가진, 완전하게 살아 있는 세계에서. _21~22p.

그러니까 어떤 시간은 퉁퉁 언 맨발로 요약된다. 언 발을 녹이고 싶은데 내가 가진 건 차가운 손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시간. 그 순간을 감당하는 것이 오롯이 나의 몫인 것만 같은 시간. 차가운 손으로는 발을 아무리 붙잡고 있어도 따뜻해지지 않았다. 차가운 발 때문에 손도 덩달아 더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붙잡고 있었다. 다른 손을 가진 누군가가 내 발을 잡아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의 내 상상력은 거기까지 닿지 못했다. 내 발을 잡아줄 손은 내 손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게 나에겐 진실이었다. _154p.

시가 될지 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어떤 문장들을 쓴다. 문장은 경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가공을 하게 되지만 내 삶과 무관한 문장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설명할 수는 없으나 이제는 조금 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_211p.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도서추천 #에세이추천 #book #추천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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