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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시선 (반양장) -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12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평점 :
#율의시선 #도서협찬
#김민서
타인의 불행에서 눈을 돌리는 일은 쉽다. 무감각해지면 된다. 무기력을 학습하면 아주 편리하다. 더 이상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데 나는 왜 이토록 괴로운 것일까. (중략)
"넌 가족에게 사랑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냐?"
발 두 개와 목발 두 개. 도합 네 개의 발이 내 옆에 섰다.
"당하지 않은 사람은 몰라. 가족은 행복한 것이라고 믿어야 모두가 평화로우니까, 다들 쉽게 눈 감아 버리지."
(중략) "자식에게 부모는 세계야. 싫어도 애정을 갈구하게 되는 세계." _192~194p.
감수성이 극도로 예민하고, 성숙되어가는 시기. 지금 생각해 보면 중, 고등학생 시절을 지나오며 지금의 인격이 만들어졌다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도 어렵지만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인간관계가 가장 어려웠고 오히려 사회에 나온 지금은 굳이 관계 맺지 않아도 된다는 '흘러가는 대로 살아도 좋다.'라는 마음가짐을 갖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던 것 같다.
율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타인의 눈을 바라보지 못해 바닥을 향하는 시선이 점점 위로 올라갔다가, 점점 내려와 타인의 시선에 머무르기까지를 보여주고 있다. 페이지 한 장 한 장이 너무도 소중했고, 어느 문장에선 나의 이야기 같아서 머물러 청소년 소설이라기엔 지금 읽어도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이 많았다. 다른 사람을 이해한 다는 것, 하지만 그전에 오롯한 나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 함께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는 것.. 어쩌면 우리는 살면서 나를 이해해 주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아이와 어른 사이를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에게도 권하고 싶은 소설로 추천!!
"좋은 미끼였어, 율아."
강자와 약자. 게임 한 판을 뛰고 난 후만큼 이 단어들이 극명하게 와닿는 때는 없었다. 교실에서는 보다 은밀하게 강자와 약자가 규정된다. 암묵적인 서열을 만듦으로써 말이다. _13p.
친구 관계란 참 이상하다. 내가 서진욱, 김민우, 김동휘와 친구가 된 지 벌써 삼 년째였다.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에다가 자리가 가까웠던 것이 계기였다. 하지만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친구라는 존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친구는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생명체다. 저마다 비밀을 감추고 절대 속마음을 보여주지 않는다. 껍질을 까도 또 다른 껍질이 나오니 알맹이를 보는 걸 포기했다. 아마 나는 친구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평생 모를 것이다. _39p.
인간관계를 유지한다는 건 피곤한 일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친구'는 필요하니까. 학교라는 전쟁터에서 안전하게 졸업하기 위한 수단, 그게 친구라는 것이었다. _69p.
타인의 인생과 가치관을 가감 없이 마주하는 일은 새로운 우주를 발견하는 일과 같았다. 서진욱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수록 나는 전혀 다른 세계 속에서 숨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말이지, 사람들은 모두 각자만의 세계를 가진 외계인일지도 모른다. _144p.
인간은 나약하다. 너무 쉽게 부서지고 무너진다.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고 자신을 숨기며 끊임없이 상처를 입는다. 하지마 그렇게 부서지고 무너지면서 강인해진다. 모순적이었다.
모순적이기에 인간은, 삶은 매력적인 것이었다. _2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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