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갔다가 오타루 살았죠
김민희 지음 / 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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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갔다가오타루살았죠 #도서협찬

#김민희 #달

아무리 나이를 먹더라도 이런 식으로 살아가겠다고 마음먹는 한 힘든 일은 점점 내게서 멀어지고 좋은 사람들만 가까이 와줄 거라는 믿음, 나는 그것만 짊어지고 가야겠다는 생각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고

또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을 거란 예감.

하지만 그 모두의 방향은 좋은 쪽일 거라는 것.

잘했고, 잘할 것이고, 그래서 또한 잘 될, 내 인생. _278p.

_

게스트하우스인 모리노키와 민타로 헛에서는 손님을 배웅할 때 "다녀오세요"라고 말한다.

어쩌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여행자들에게 '다녀오세요'라니.

이런 말을 들으면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맞인사를 하고 만다.

모리노키를 떠나던 날,

"다녀오세요"라는 인사를 들으며 내 인생의 지도를 더듬어 보았다.

겨울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삿포로, 오타루. 언젠가 여행을 가 볼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곤 있지만, 극심하게 추위를 타는 체질이라 한국과는 비교도 안되는 눈의 나라인 그곳들을 늘 여행유튜버들의 영상으로 보곤 했다. 최근 들어 오타루 여행 관련한 영상을 몇 편 보고 조금은 더 생생하게 읽었던 <삿포로 갔다가 오타루 살았죠>는 여행자로 머물렀던 곳을 다시 찾게 되고, 언어를 공부하고, 현지의 게스트하우스에서 헬퍼로 일하며 인맥들이 생기고 현지인처럼 여행을 다니는 조금씩 삶의 반경을 넓혀가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저자의 경험으로 생생하게 전해주는 이야기는 게스트하우스에서의 하루 일과가 여행지에서 만난 이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으며 다음을 기약하기도 한다.

망설이다 실천하지 못한 오늘이, 시간이 흘러 후회하는 과거로 남겨두기보다 행동하는 사람. 여행이란 그런게 아닐까? 떠나기 전엔 무수한 망설임과 걸림돌이 있는 것 같지만 막상 지금을 떠나 여행길에 오르면 어떻게든 되곤 하니까.. 일본의 작은 마을에서 1년 살기를 실천에 옮기는 중인 저자의 다른 이야기들도 곧 만나 볼 수 있기를...

나와는 모든 것이 다 정반대인 친구에게 용기를 배웠다. 그렇게 유랑하는 삶도 나쁘지 않으며 무언가 끊임없이 궁금해하며 배우는 삶도 나쁘지 않구나. 유쾌하게 자신의 단점을 드러내고, 당차게 사람에게 다가서는 사람.

우리는 서로 계절을 빗겨갈 것이기에 자주 만날 수는 없겠지만 여행의 길 위에서 용기를 주는 친구를 만났었다는 사실 하나가 내 가슴속에 크게 자리 잡고 있다. _74p.

혼자라는 사실은 아무리 미화시키려 해도 근사해지기 어렵지요. 하지만 마음속의 두려움과 잘 타협을 본다면 '혼자되기'는 자신과 참 잘 어울리는 일이 될 겁니다. 자, 이제 안에 있는 스위치를 켜세요. 혼자만의 은은한 울림을 꺼내세요._100p.

가끔 사람들이 나에게 참 적극적이고 행동력 있다고 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그전까지 내 마음은 수만 가지 걱정과 고민으로 너덜너덜해진다. 그래도 답이 없거나 포기가 안 되면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며 무작정해보는 거다. 그러니 나는 실상 엄청난 겁쟁이에, 걱정이 많으며 만사에 주저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보이지 않으니 사람들이 거침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_211p.

사람은 이렇게 평생 배우는 것 같다. 책상에 앉아 배우는 것도 값지지만 살면서 누군가에게 스미듯 배우는 것들이 있다. 그 사람의 생각에서, 행동에서, 말투에서 느껴지는 마음들이 좋아, 어느덧 나도 따라 하게 되는 그런 것들. _227p.

#에세이추천 #여행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도서추천 #오타루 #삿포로 #홋카이도 #book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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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이르는 병
샤센도 유키 지음, 부윤아 옮김 / 시옷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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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이르는병 #도서협찬

#샤센도유키

요스가 케이는 그야말로 대량 살인범이었다.

사회적으로 본다면 케이는 구제 불능 악인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 따위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케이는 나를 구해줬다. 고독한 나를 구해줬다. 나를 히어로라고 불러줬다. 나를 좋아해 줬다.

알고 있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을 죽여도, 이제 더 이상 그 누구에게도 다정한 케이가 아니라고 해도 나는 케이를 좋아했다. 케이가 곁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했다. _275~276p.

_

널 좋아해서 나는 블루모르포를 만들었어. 네가 없었다면 블루모르포를 운영할 수 없었을 거야. 그러니까 이것이 사랑의 증명이야, 내가 해줄 수 있는.... 전부야._129p.

학교폭력으로 얼룩진 유년시절을 보내던 미야미네. 케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미야미네에게 가해지는 학교폭력, 아무도 그를 돕지 않았고 그를 극한의 선택을 하고 싶게끔 몰아가는데, 이런 상황을 눈치챈 케이는 구원같은 손길을 건넨다. 모두가 사랑했던 케이, 눈에 띄는 외모, 뛰어난 학업능력... 그런데 케이는 왜 150여 명이 넘는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블루모르포'라는 자살 게임의 마스터가 되었을까? 미야미네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아이답지 않은 치밀함에 과연 케이는 어디까지 이 상황을 몰고 갈 수 있을지, 미야미네는 케이를 멈출 수 없는 건지 이들의 질주가 어디에 다다를지 페이지 넘김을 멈출 수 없다.

자살하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을 조종해 벼랑 끝으로 내몰면서, 끝까지 자신의 선택이라 믿게 만들고 다음 세상에서 만나자는 아련한 메세지를 전하는 케이의 치밀함. 케이를 멈추게 하기 위해 미야미네가 계획했던 일들이 어긋나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질주는 끝을 향해 달려가는데... 어떤 일이 있어도 케이의 편이 되어주기로 약속한 미야미네의 갈등은 케이가 이쯤에서 멈춰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점점 더 드러내게 된다. 한순간도 놓칠수 없는 케이와 미야미네. 케이라는 인물의 시점에서 외전이 따로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글이다. 정말이지 최근 읽었던 소설 중 최고라 꼽고 싶은 로맨스 스릴러!!

케이는 모두를 사랑했고, 모두가 케이를 사랑했다. 케이는 언제나 호의의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_24p.

"어떤 순간에도, 어떤 모습의 나라도, 미야미네가 날 지켜줄래? 내 편이 되어줄 수 있어?" _36p.

지금이니까 도망쳤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상황을 바꿔야만 했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지금이니까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마음이 완전히 다 타버려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던, 타고 남은 재 같은 내게 그런 사고 능력이 있을 리가 없었다. 이미 도망칠 단계가 아니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네즈하라가 내게 자살하라고 확실하게 지시했다면 그 말을 따랐을지도 몰랐다. _61p.

나를 향한 폭력을 본 케이가 대체 어떤 식으로 변해버렸는지. 나는 분명하게 알아차렸어야 했다.

케이가 사람을 죽이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를 분명하게 알아뒀어야 했다. _93p.

"마음은 증명할 수 없고, 눈에는 보이지 않아. 그러니까 그 대신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을 미야미네에게 줄게."_114p.

"모두 한낱 게임으로는 사람이 죽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나 봐. 자살한 사람에게는 그들만의 이유가 있고, 누구나 인정할만한 괴로움이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생각해." _120p.

자살이 나쁜 일만 아니라면 요스가 케이는 진정한 구세주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애초에 자살은 나쁜 일인 걸까?

모두 스스로 그 길을 선택하는데도?

아니면 케이는 내가 증오했던 네즈하라 아키라의 모습을 그대로 비춰내는 거울에 지나지 않는 걸까?

결국, 나는 그조차도 알지 못했다._189p

케이는 죽이지 않았다. 케이가 죽였다.

상반된 두 문장이 모두 성립되었다. 그녀는 다름 아닌 요스가 케이다. 다른 사람을 조종하는 방식 정도는 분명하게 알았다._229p.

거기에 서 있는 사람은, 타인에 대한 공감력이 부족하고, 다른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밟아 뭉갤 수 있는 역겨운 사람일 뿐 이었다. 나는 케이를 똑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바람에 눈앞에서 수많은 사람이 살해당하는 걸 막을 수조차 없었다. 그렇게 도달한 곳이 여기였다.

그런데도 요스가 케이는 아름다웠다. 역 앞 일루미네이션의 비일상적인 빛을 두른 모습은 거의 성스러울 정도였다. 세계가 케이를 변호하며 그 선함을 주장해 주는 듯 보였다._251p.

#독파 11/16~30

#시옷북스 #추천소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독파 #독파앰배서더3기 #완독챌린지독파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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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 생존자와 유가족이 증언하는 10·29 이태원 참사
10·29 이태원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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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9일,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빚어내며 내일을 꿈꿨을 159명의 이야기가 이태원에서 멈췄습니다. 그를 사랑했던 세계들이 빛을 잃고 생을 살아갈 수도 놓을 수도 없는 고통과 치욕에 몸부림칩니다. (중략) 무엇보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건 침잠된 시민의 애도입니다. '왜 돌아오지 못했는가'가 아닌 '왜 그곳에 갔느냐'는 말들이 상처 난 몸과 마음을 할큅니다. _4~5p.

사실 저는 정부에 대한 기대가 없어요. 위에 있는 사람들, 정부나 공직자들은 사실관계를 모르지 않는데도 외면하는 사람들인 거니까. 그건 악하거나 사고력이 낮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예 기대가 안 되는 거예요. 아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태도를 보인다면 희망을 걸어볼 대상은 아니다, 기대할 만한 사람은 아니다 하며 정리한 거죠. 다만 저는 보통 사람들을 믿는 거예요. _39p.

이태원 참사는 이태원이 아닌 다른 어느 곳에서도 일어났을 수 있는 일이었어요. 이태원에 간 사람들의 잘못이 아닌, 해야 할 일을 안 한 사람들 때문에 일어난 참사죠. 그래서 사람들이 이태원 참사를 이렇게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말한 것처럼 "왜 갔느냐"가 아닌 "왜 못 돌아왔는지"를 말이에요._114p.

저는 국가에서 희생자와 유족들을 지금과 같은 식으로 대우하지 않았다면 분명 사람들의 인식도 달랐을 거라고 생각해요. '놀러 가서 죽었다'고 하잖아요. 그냥 지나가다 죽은 사람도 있고, 일하러 갔다가 죽은 사람도 있지만, 맞아요. 놀러가서 죽은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놀러 가서 죽었다고 해서 그 죽음은 헛된 죽음인 건가요? (중략) '길'이라는 더없이 일상적인 공간에서 걸어가다 죽었는데 어이없어하고 분개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_201~201p.

처음에 압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알고 있는 그 단어가 맞나 했어요. 길 걷다가 압사를 당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되었으니까요. '대한민국이 진짜 길을 걷다가 죽을 수 있는 나라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중략)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이 다 내 일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너무 남 일처럼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내 일이라고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그만큼 슬픈 소식은 덜 발생할 거라고 생각해요. _227~228p.

지금은 아이들한테 자기 자신은 스스로가 지켜야 된다고 얘기를 해요. 혹시라도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누가 도와주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위험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너희가 조심하라고. 그 조그만 아이들한테 그렇게 항상 얘기해요. 조심해라. 하지 말아라. 집에 있어라. 너는 네가 지켜야 돼. 청년들한테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이라고 얘기들 하는데, 청년들 탓이 아니라 그냥 사회가 그렇게 가르치는 것 같아요. _265~266p.

사람들이 이태원을, 이태원 참사를 잊지 않고 타임캡슐처럼 마음에 잘 담아뒀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풀리지 않는 과제들이 너무 많을 테니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이 무력감을 잘 담아두고 할 수 있는 일을 앞으로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_291p.

#우리지금이태원이야 #이태원참사작가기록단 #이태원참사인터뷰집 #도서협찬 #창비 #pray_for_ITAEWON # #221029 #밑줄긋기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book #도서추천 #인터뷰집

159명의 삶과 현장에서 살아돌아온 생존자들, 거리에서 그날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유가족들이 보내는 인터뷰집. 페이지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안타까운 삶이 너무도 아팠고, 언제 어디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며 함께 살아가던 이들의 이야기, 한 명 한 명을 기억하고 유가족들과 살아돌아온 생존자를 추모하며,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읽어야 할 책이다.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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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밤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3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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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벽 위에서 한참 동안 파란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바다는 너무나 거대했지만, 우리는 너무나 작았다. 바다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지만, 우리는 엉망진창이었다.

나는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 바위 코뿔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나간 노든의 아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직 죽지 않은 연인을 뒤로하고 알을 데리고 도망쳐 나오던 치쿠의 심정을, 그리고 치쿠와 눈이 마주쳤던 윔보의 마음을, 혼자 탈출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던 앙가부의 마음을, 코끼리들과 작별을 결심하던 노든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_124p.

_

『긴간밤』 속 주인공들은 우리의 삶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내 삶은 내 것이지만, 또 나만의 것은 아니기에 우리는 안간힘을 써서, 죽을힘을 다해서 살아남아야 한다. 다리가 튼튼한 코끼리가 다리가 불편한 코끼리의 기댈 곳이 되어 주는 것처럼, 자연에서 살아가는 게 서툰 노든을 아내가 도와준 것처럼, 윔보가 오른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치쿠를 위해 항상 치쿠의 오른쪽에 서 있었던 것처럼, 앙가부가 노든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 준 것처럼. 이 작지만 위대한 사랑의 연대는 이어지고 이어져 불운한 검은 반점을 가진 채 버려진 작은 알에 도착한다.

작은 알은 모두의 사랑을 먹고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살아남아 세상으로 나온다. 윔보와 치쿠의 생명줄을 잡고 태어난 아기 펭권은 늙은 코뿔소와 함께 바다를 향해 걸으며 자신의 근원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듣는다._142p.

문득 지금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앉은 자리에서 완독하고 멍하니 책의 그림들을 다시 넘겨보았던 책이다. "이 책을 왜 이제 읽었을까?"

코끼리 고아원에서 그들의 사랑과 관심 덕분에 세상으로 향할 용기를 냈던 코뿔소는 깐의 자유와 행복을 맛보았지만 동물원에 갇히고 '노든'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펭귄 무리에서 버려진 알을 치쿠와 윔보커플이 품고 험난한 여정을 거쳐 알을 깨고 나왔지만 펭귄의 무리가 아닌 코뿔소 노든과 바다로 향하게 된다. 펭귄이 노든에게 자신에게도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고 하는데, 이름이 없던 그때가 더 행복했다며 회상하는 노든의 말에 울컥... 혼자 살아지는 삶이 없는 것처럼 종이 다른 동물들이 서로를 연대해 나아가는 모습은 경이롭고 벅차오르기까지 하다. 모든 연령, 남녀노소, 모르는 사람이 없이 함께 읽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라 조카들에게도 선물할 예정이다. (진심 추천 또 추천)

"훌륭한 코끼리는 후회를 많이 하지. 덕분에 다음 날은 전날 보다 더 나은 코끼리가 될 수 있는 거야. 나도 예전 일들을 수없이 돌이켜 보고는 해. 그러면 후회스러운 일들이 떠오르지. 하지만 말이야, 내가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것들도 있어. 그때 바깥세상으로 나온 것도 후회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일들 중 하나야." _18p.

노든은 악몽을 꿀까 봐 무서워서 잠들지 못하는 날은, 밤이 더 길어진다고 말하곤 했다. 이후로도 그들에게는 긴긴밤이 계속되었다. _57p.

"그치만 나한테는 노든밖에 없단 말이에요."

"나도 그래."

눈을 떨구고 있던 노든이 대답했다.

그때 노든의 대답이 얼마나 기적적인 것이었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가 서로밖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때는 몰랐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기적이었다. _94p.

누구든 너를 좋아하게 되면, 네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어. 아마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너를 관찰하겠지. 하지만 점점 너를 좋아하게 되어서 너를 눈여겨보게 되고, 네가 가까이 있을 때는 어떤 냄새가 나는지 알게 될 거고, 네가 걸을 때는 어떤 소리가 나는지에도 귀 기울이게 될 거야. 그게 바로 너야._99p.

#독파 11/16~22

#긴긴밤 #문학동네 #루리 글 그림 #추천도서 #추천동화 #가족추천소설 #선물하기좋은책 #필독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독파 #독파앰배서더3기 #완독챌린지독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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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픽션 : 도쿄 시티 픽션
다자이 오사무 지음, 신현선 옮김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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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픽션_도쿄 #도서협찬

#창비 #다자이오사무

눈이 번쩍 떠진다는 건 거짓말이다. 아주 탁했다가 어느 순간 점차 녹말이 아래로 가라앉아 조금씩 맑은 윗물이 생기고 나서야 지쳐서 겨우 눈이 떠진다. 아침은 왠지 허무하리만큼 따분하다. 슬픈 일들이 가슴 가득 차올라 견딜 수가 없다. 정말 짜증난다. (중략) 갖가지 추악한 후회만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와 가슴을 막아버려서 몸부림치게 된다. 아침은 심술쟁이. _10p.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여겨진다. 죽어서 없어진다는 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납득이 가지 않는다. 언니, 헤어진 사람, 오랫동안 못 만난 사람들이 그립다. 아무래도 아침에는 지나간 일들, 옛날에 함께했던 사람들이 몹시 가깝게, 단무지 냄새처럼 시시하게 여겨져 견딜 수가 없다. _13p.

벌써 오차노미즈다. 플랫폼에 내려서는데, 왠지 모든 게 말끔해진다. 막 지나간 일을 조바심치며 기억하려고 애썼지만,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그다음을 생각하려고 안달했지만 아무것도 생각나는 게 없다. 텅 비어있다. _33p.

가족이란 이상한 존재다. 타인은 멀리 떨어지면 차츰 더 희미해지고 잊혀져가는데 가족은 더욱더 그립고 아름다운 것만 생각나니 말이다. _46p.

#여학생 #아무도모른다 #눈오는밤이야기 #화폐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시티픽션시리즈 #핸디북 #도서추천

고전문학 단편을 새롭게 엮은 '시티 픽션'시리즈는 2023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정판으로 먼저 선보였다가 정식 출간 요청이 쇄도했을 만큼 화제성을 증명한 책. 아무래도 고전이라 하면 진입장벽이 있고, 압도적인 작품의 부피에 놀라기 마련인데 가벼운 핸디북 사이즈에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이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점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 이런 작고 가벼운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았던 시티픽션_도쿄 편을 먼저 읽어보았는데... 내가 아는 그 다자이 오사무 맞나? <인간실격>을 2~3번쯤 읽었지만 묵직한 그 문체에 조금은 어렵고 힘든 작가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건 다른 사람이 쓴 글 같네. 특히 단편 <여학생>은 정말 폭 빠져서 읽었던 단편. 소장하지 못한 다른 시리즈들도 모아서 컬렉션을 완성해야겠다.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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