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사랑하는 쪽으로 에세이&
안미옥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금더사랑하는쪽으로 #도서협찬

#안미옥 #창비

나는 삶의 연차가 쌓일수록 싫어하는 것을 더 노골적으로 싫어하게 될까 봐 겁난다. 좋아하는 것의 경계는 점점 더 희미해지는데 어째선지 싫어하는 것은 더 또렷해지고 명확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싫어할 만한 것만 싫어하게 될까 봐 그것도 두렵다. 익숙하고 편한 삶을 위해 싫어하는 것은 사실 그것이 내 안에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는데 싫어하는 것이 생길 때마다 그 말을 떠올리며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되기를. 내 문제를 내 문제라고 바르게 인지하고, 남 탓하며 살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_215p.

_

날이 흐리니까 몸이 무거워지고 마음이 가라앉는다. 마음은 어디까지 가라앉을 수 있을까. 발아래, 마음은 내가 가늠할 수 없는 곳까지 가라앉기도 하는 것 같다. 마음이 가라앉는다고 생각하는 것도 나의 착각일지 모르겠다. 마음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그렇다고 부유하지도 않고,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곳에. 어쩌면 내 마음은 지금 어딘가에서 사방에서 쏟아지는 눈을 맞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중략) 다 알 수 없지만 알고 싶고 알려고 하는 마음은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 오늘도 나는 나무를 다 알 수 없어서, 모르겠어서, 조금 더 사랑하는 쪽으로 몸을 움직여본다. _60~61p.

시인 안미옥의 첫 에세이 <조금 더 사랑하는 쪽으로>는 저자가 아이 '나무'와 함께 주고받은 일상의 순간들이 많이 담겨있는 에세이다. 시인의 일상을 담은 일기, 아들 '나무'가 태어나 다섯 살이 될 때까지의 시간을 함께 살아가며 기록한 성장 기록이기도 하다. 글에 등장하는 또래의 조카들이 있어서 그런지,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문장들이 때론 뭉클하고 소중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소중했던 글은 아이가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은 부모가 새롭게 태어나는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와 함께하는 지금의 순간들이 너무 소중해서 기록으로 남긴 순간들은 시인이 전하는 다정하고 따스한 문장들을 통해 지금 나의 시간과 마음들도 보듬어 줄 것이다. (무엇보다 나무의 발언들이 깜찍하고 귀엽!)

"나는 찾는다, 찾는다, 나는 이해해 보려고 애쓴다."

"완전하게 살아 있는 세계란 지옥의 힘을 가졌으므로."

(중략) 오늘은 이 두 문장이 세상의 전부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찾는 것, 이해해 보려고 애쓰는 것이 지금 내 삶의 형태를 온전히 표현해 주는 것 같다. 지옥의 힘을 가진, 완전하게 살아 있는 세계에서. _21~22p.

그러니까 어떤 시간은 퉁퉁 언 맨발로 요약된다. 언 발을 녹이고 싶은데 내가 가진 건 차가운 손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시간. 그 순간을 감당하는 것이 오롯이 나의 몫인 것만 같은 시간. 차가운 손으로는 발을 아무리 붙잡고 있어도 따뜻해지지 않았다. 차가운 발 때문에 손도 덩달아 더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붙잡고 있었다. 다른 손을 가진 누군가가 내 발을 잡아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의 내 상상력은 거기까지 닿지 못했다. 내 발을 잡아줄 손은 내 손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게 나에겐 진실이었다. _154p.

시가 될지 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어떤 문장들을 쓴다. 문장은 경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가공을 하게 되지만 내 삶과 무관한 문장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설명할 수는 없으나 이제는 조금 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_211p.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도서추천 #에세이추천 #book #추천에세이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