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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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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 처음에 이 책을 만나게 된 계기는 [TV 책을 말하다]와 동아, 조선, 한겨례 신문이 선정한 '2007 올해의 책'에 선정된 것을 통해서였다. 연말에 많은 곳에서 '올해의 책'을 선정하는데 본인도 투표에 참여하면서 이 책이 후보에 올라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제목인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통해 이 책은 '기독교 혹은 종교'에 대한 책이라고 오해를 하고 말았다. 그리고 당시에는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경영학과에 다니는 후배가 이 책을 강력 추천하였다. 그 결과 구입하여 읽게 되었으며 이 책을 통해 '신자유주의'에 대해 실눈이나마 눈을 뜨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전문적인 경제, 경영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비록 대학교에서 '경영학 개론'을 수강하였지만 이 과목에서는 현대 경제학의 흐름, 특히 '신자유주의'에 대해서는 자세히 배우지 못하였다. 그런데 장하준 교수는 시종일관 이 책을 통해 '신자유주의자들''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고 강력히 비판한다. 결국 이 책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신자유주의'가 뭔지에 대해 명확한 지식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신자유주의'라 함은 자유 시장 원칙을 뜻하며 이는 안정된 통화 가치와 작은 정부를 갖추고 민영 기업과 자유 무역을 토대로 경제를 운영하고 외국인 투자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을 말한다. 즉, 18세기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의 자유주의 경제학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한 것인데 이런 '신자유주의'는 이른바 [사악한 삼총사]- IMF, 세계은행, WTO에 의해 개발도상국에 강요되어왔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에 강요된 '신자유주의'는 케인스주의보다 오히려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했으며 이른바 자국 산업 보호 정책과 높은 관세 또는 보조금을 통한 전략적 산업의 성장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글쓴이는 주장한다. 특히, 이런 '개입주의'는 역사적으로 과거 현재의 공업 선진국들이 경쟁력이 세계시장에 비해 뒤쳐졌을 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인데 이를 통해 공업 선진화를 이룬 후 이른바 '높은 곳에 오른 후 사다리 차버리기'와 같이 이런 방법보다는 '신자유주의'를 일률적으로 개발도상국에 강요한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이를 알고도 '신자유주의'를 강요하는 자들이나 '신자유주의'야말로 개발도상국의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글쓴이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고 부른다.

 

 이와 같이 이 책은 역사적 사실등을 통해 계속해서 '신자유주의'가 잘못된 길임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글쓴이의 공업선진국 발전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연구는 굉장히 체계적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점은 역설적으로 글쓴이 주장의 타당성을 감소시키고 있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자면 독자를 '세뇌'시키려고 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만들고 있다. 즉, 이 책을 읽을 때는 다른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책과 함께 비교하면서 읽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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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 개역판 까치글방 86
니콜로 마키아벨리, 강정인 외 옮김 / 까치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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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군주론]에 대해서는 과거에서부터 읽어볼 생각이 있었던 책이었다. 하지만 주저했던 이유는 첫째, 일반적으로 '고전'을 좀 어렵고 두꺼울 것이다라는 선입관과 둘째, 서점에 존재하는 수많은 번역본들 때문이다. 하지만 [군주론]은 물론 어렵기는 하지만 [전쟁론]이나 [과학 혁명의 구조] 등에 비할 바가 아니며 본문 내용은 '고작' 177쪽에 불과하다. 하지만 서점에 존재하는 수많은 번역본들은 과연 어떤 책을 고를 것인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게 한다. 분명한 것은 [군주론]은 아직 완역본이 존재하지 않으며 전부 영역본을 중역한 책들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는 강정인 교수가 번역한 [군주론]이 여러가지 면에서 가장 뛰어난 번역본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이른바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들은 읽기도 힘들지만 서평이나 요약하기에도 쉽지 않다. 특히 이미 많은 분들이 읽고 연구하는 책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힌 다는 점이 굉장히 낯 뜨거운 일이며 자신의 지적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에 서평 쓰기에 주저하는 것도 사실이다. 나도 이 책을 비록 읽었지만 모든 '책'이 그렇듯이 이 책이 쓰여진 시대적 배경이나 글쓴이의 처해진 상황에 대한 지식이 없고서는 고작 '수박 겉 핥기'에 불과할 수 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나는 정치외교학이나 이탈리아 역사를 공부한 적이 전무하기 때문에 [군주론]을 온전히 소화하기 힘들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여러운 책이라도 계속 되풀이하여 읽다보면 글쓴이가 이 책을 통해 하고자 싶어하는 속내를 알 수 있다. 나도 계속하여 이 책을 읽으므로하여 이 책을 집필한 '니콜로 마키아벨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먼저 [군주론]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상황과 당시 시대 상황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원래 마키아벨리는 1498년 피렌체 공화정에 발탁되어 14년 동안 많은 외교적 임무를 띠고 외국에 파견되었으나 1512년 갑작스런 피렌체 공화정의 붕괴와 더불어 그의 공직생활도 끝나게 되었으며 1513년 2월에 불발로 끝난 정권에 대한 음모에 가담했다는 죄로 투옥되어 고문받은 끝에 자신의 농장에서 은둔하게 되었으며 1513년 후반에 [군주론]이 완성되었다.

 

 이런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면 글쓴이가 [군주론]을 집필한 이유는 현재 피렌체의 군주인 메디치 가에 자신의 정치적 식견과 능력을 입증하는 책을 헌정함으로써 그들의 환심을 사는 것이었고, 나아가서 공직에 복귀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군주론]은 군주제가 필수불가결한 것임을 역설하는 내용일 수 밖에 없었으며 하지만 공직 복귀가 불가능해진 이후에 집필한 [로마사 논고]에서는 군주제 이후에는 공화제로 정치체제가 바뀌어야 함을 역설하였다. 결국 [군주론]을 이해할때도 이런 글쓴이와 시대 상황에 대해 잘 고려해보면 행간에 숨어있는 진실로 마키아벨리가 말하고 하는 말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군주론]을 통해 드러나 글쓴이의 정치사상은 대표적인 현실주의를 지향하며 정치역역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역설했다는 점에서 근대 정치사상의 출발점으로 간주된다. 특히 그는 현실주의적인 시각에서 공적인 윤리와 사적인 윤리를 구별하면서 군주에게는 권력의 획득과 유지를 위해서 비정하고 냉혹한 행위를 강요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영혼의 구원을 원하는 자는 차라리 정치영역에 들어서지 않는 편이 좋으리라고 고백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권력욕'에 못이겨 정치영역에 발을 내딛다가 그동안 쌓아 왔던 명성들을 잃어버리고 말았던가? 이를 보면 '정치'라 함은 진부한 표현이지만 '돈이 든 성배'라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이어서 마키아벨리는 정치에 있어서 '외양'(appearance)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즉, 통치자는 능란한 위선자요 가장자여야 하며 성실함, 자비, 인간애 및 신실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잠시 역자의 해제를 참고하자면 역자는 '서구에서 민중의 지속적이고 끈질긴 투쟁을 통해서 확보된 현대의 민주주의가 절차적으로 민주주의적인 외관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에서 인민주권론과 민주주의를 이름뿐인 허울에 불과헤 만든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정치적 선전과 상징조작 - 곧 외양의 조작 -에 근거한 대중정치라는 점만을 지적하고자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를 보면 역자는 최소한 '외양'에 대해서 만큼은 마키아벨리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즉, 과거 군주제 아래에서는 군주가 보여주는 '외양'이 정치를 하기 위해 필수적이었다면 현대 민주주의 아래서는 '외양'이 장점보다는 단점이 부각되어 '대중정치'로 흐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 것이라고 생각되어진다.

 

 이어서 당시 시대에서 가장 획기적이었던 '군대'에 대한 주장을 살펴보자. 당시에는 용병을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마키아벨리는 어떠한 군주도 자신의 군대를 양성하지 않는 한, 훌륭한 군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지금이야 상비군을 유지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어 있지만 당시에는 신민들에 의해서 사랑받는 군주라면 군대를 유지할 필요가 결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

 

 결국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사는가'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군주는 필요하다면 부도덕하게 행동할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주론]은 이와 같이 현실주의를 지향하며 정치역역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주장하여 이른바 기독교적 윤리가 정치영역에서는 오히려 '나쁜 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최초로 주장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9.11 이후 신자유주의가 대세가 된 세계 정치 역학관계에서도 이런 점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역자 후기에 수많은 오역으로 가득찬 번역본에 대한 안타까움이 나타나 있다. 특히 글쓴이는 이런 번역본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 오역본이 가득한 이 상황이 독자들의 무감각과 지적 풍토 일반의 책임이며 이러한 책이 널리 보급된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의 이른바 '고급문화'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들어내는 단면처럼 보인다고 안타까워 하고 있다. 이에 자신이 번역한 "이 책은 이탈리아어에 능숙하고 정치사상사 일반은 물론 마키아벨리 사상에도 정통한 번역자가 [군주론]에 대한 탁월한 번역서를 낼 때까지, 잠정적이고 과도기적인 가치를 지닐뿐이다"라고 다시 한번 제대로된 번역서가 나오기를 기원하고 있다. 나 또한 비록 이 책을 구입하지는 않았지만 진정한 완역 [군주론]이 나온다면 당장 구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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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2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2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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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래 영화든 책이든 이른바 '스포모어 징크스(The Sophomore Jinx)'가 존재한다. 이 책 또한 '지식e - 시즌1'이 엄청난 찬사를 받았기 때문에 두번째 책을 발간함에 있어서 많은 부담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본인은 매주 주말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책을 먼저 살펴보고 구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워낙 1권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2권이 출간되자마자 고민하지않고 바로 이 책을 구입하였다. 결론적으로 나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다.

 

 이번에는 인간의 4가지 감정인 '희노애락(喜怒哀)'이란 소제목으로 각각 10개의 챕터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므로 총 40개의 챕터가 소개되어 있는데 인상적인 것만 이야기 해보자면 6번째 에피소드인 [눈의 착각]에서

 아는 것이 힘이다?

때로는 학습이 가장 큰 착각의 요소다.

-지식e-

란 글을 통해 학습을 통해 내재된 선입견, 선입관이 착각의 큰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배울 수 있었으며

 

 7번째 에피소드인 '술'에서

 폭탄주?

공직자와 재계에서는

인지상정의 미풍양속을 구현하기 위해 애용

이란 글을 통해 '인지상정의 미풍양속'에 대해 곰곰히 생각할 수 있었다. 아마 눈치있으신 분들은 지식e 편집자들이 '인지상정의 미풍양속'를 통해 우회적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말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28번째 에피소드인 [길 위의 인생]에서 최민식 선생님이 사진과 창작철학에 대해 알 수 있었는데 260쪽의 어린이의 사진이 나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가져다 주었다. 최민식 선생님은 자신의 창작철학에 대해

"나에게 있어 사진창작은 민중의 삶의 문제를 의식하는 것, 민중의 참상을 기록하여 사람들에게 인권의 존엄성을 호소하고 권력의 부정을 고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현실이 가진 구조적 모순을 알리기 위해서는 가난한 서민들에 대한 사랑이 먼저 사진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

라고 말씀하셨다. 요새는 사진기가 많이 보급되어 왠만한 사람도 비싼 사진기를 가지고 다니는데 과연 자신의 창작철학이 비싼 사진가의 값을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正生]이란 호를 쓰시는 정생 권정생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는 [지식e 시즌2]의 끝을 잘 마무리해준다. 특히 어렸을 때 고생했던 삶에 대한 회상과 자신의 재산을 전부 북한 어린이에게 보내달라는 유언, 그리고 자신의 어두운 동화에 대한 신념을 보면 나 자신의 삶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하였다.

 

 역시 [지식e]은 차가운 현실에 대한 따뜻한 정보와 뜨거운 지성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머릿말 대신 써있는 2개의 명제를 보면 [지식e]를 관통하는 주제에 대해 알 수 있다.

 

Cogito ergo sum :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Sentio ergo sum : 느낀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생각', '느낌'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게 해준 이 책에 대해 정말 고마운 마음을 금할 수 없으며 다음에 나올 [지식e - 시즌3]이 더욱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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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빠 2008-06-09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식e>에 관한 설문조사로 도움을 받고 싶은데요
http://blog.naver.com/image2two 에 오셔서
내용을 확인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리바이어던 - 국가라는 이름의 괴물 e시대의 절대사상 2
김용환 지음 / 살림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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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서양 정치철학사를 공부 하는 순서는 플라톤의 '국가론'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먼저 읽은 후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고 나서 홉스의 '리바이어던', 로크의 '사회계약론' 순서를 쫓아가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하지만 선행 지식이 없었던 나는 아무래도 가장 유명했던 '군주론'을 읽은 후 '리바이어던'을 읽게 되었다. 그 결과 그 두 권의 책을 이해하는 데도 많은 여러움이 있었다. 특히 '리바이어던'의 경우 대부분의 책들이 [발췌] 번역을 해 놓았기 때문에 글의 흐름이 막히는 부분이 많이 있었으며 정치외교학과 전공이 아닌 대학생의 입장으로서는 이해하기가 굉장히 난해하였다. 한국에 '리바이어던' 완역본이 존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나마 이 책은 '홉스'를 연구한 학자가 번역에 앞서 책의 절반 정도를 홉스의 사상과 철학을 소개하고 있어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먼저 홉스는 '리바이어던' 21장 '백성의 자유'에서 자연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양도함에도 끝내 양도할 수 없는 권리와 자유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홉스는 '묵비권''양심적인 병역 거부'의 권리를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양심적 병역 거부'에 있어서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에 탈영하거나 전투를 피하는 병사의 경우에도 이들이 불명예스럽거나 비겁하다는 비난은 받을 수 있으나 부정의하다는 평가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홉스의 생각이었다. 이것은 자신의 생존권과 관련된 문제로 절대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 홉스는 '국가 붕괴'의 원인으로 잘못된 교설들을 가르침으로써 백성들을 속이는 사람들이 국가를 붕괴시키고 반란을 부추기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홉스는 성직자들과 스토아학파 학자들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당시 유럽 사회가 교회와 성직자들이 현실 정치에 깊숙이 관여함으로써 영적인 권위를 상징하는 교회가 국가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사람들이 믿게 되고 이로써 분열을 조장하고 반란을 선동하여 국가가 분열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마키아벨리'[군주론]을 봐도 알겠지만 당시 이탈리아의 교황으로 인해 이탈리아가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프랑스, 에스파냐 등의 침략을 받았는지를 보면 이런 홉스의 비판은 타당하다.

 

 그리고 홉스는 종교를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두려움이 공적(公的)으로 허용되면 종교가 되고 허용되지 않으면 미신으로 된다."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셀 수 없이 많은 신을 만들었는데, 자신이 경배하고 두려워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종교라 이름 붙이고 다른 사람의 것에 대해서는 미신이라 부른다."

 

 또한, 홉스는 박해와 처형을 피하기 위해 외형적으로 우상을 경배하는 것은 자기보존에 대한 권리가 최우선적이기 때문에 용납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하나님의 명령'에 따른 순교를 상당히 냉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특히 '하나님의 명령'이라 사칭하여 교회, 교파 도는 성직자 개인의 사익을 도모하려는 경향이 많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예루살렘 성지의 회복이란 명분으로 일으킨 십자군 전쟁이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말하는 지하드(聖戰)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행위는 순교라 불릴 수 없다. 그리고 제 43장에서 성서의 어디에서도 교회의 무오류성, 더 나아가서 어떤 특정한 교회의 무오류성, 특히 특정한 인간의 무오류성에 대해 추론할 수 있는 곳은 없다며 교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한다.

 

 또한 홉스는 4장 [어둠의 왕국론]에서 교회가 천국과 지옥, 천사와 귀신 이야기 그리고 악령 등을 말함으로서 사람들을 공포심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특히 요정, 걸어 다니는 유령 같은 것에 대한 의견들이 의도적으로 가르쳐져 왔거나 반박되지 않았으며 이는 십자가나 성수 그리고 신들린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다른 것들이 악령 추방에 효능이 있다는 믿음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며 교회는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와 인공적인 상징물을 숭배의 대상으로 만들어 사람들의 정신세계마저 지배하려고 한다고 교회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결국 이런 홉스의 성직자에 대한 비판은 그로 하여금 평생에 걸쳐 교회와 성직자들로부터 여러 가지 신변의 위협을 받게 만들었다. 그는 무신론자라거나 신성 모독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으며 북 아일랜드 런던데리의 주교를 지낸 브럼홀 감독과의 논쟁이나 1666년 런던 대화재 이후 흉흉해진 사회 분위기 속에서 무신론과 신성모독을 처벌하는 법안이 의회에 제출되었을 때 홉스는 신변의 위협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엮은이는 [리바이어던]의 현대적 의미에 대해 설명한다. 세계화 시대며 무한경쟁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존재 상황은 홉스가 말하고 있는 자연 상태 또는 전쟁 상태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인류가 파멸로 가지 않고 자유로운 시민사회로 남을 수 있는 것은 합리적인 이성의 힘과 자기보존 본능, 그리고 계약의 정신이 버팀목이 되어 주기 때문이며 여기에 홉스의 공헌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전통에 기대하지 않고 새로운 정치 철학을 세움으로써 근대 시민사회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결국 [리바이어던]은 근대 시민사회의 토대를 마련한 홉스의 대표작으로서 오늘날에도 의미를 가지지만 곳곳에 나타나는 '교회, 성직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당시 타락했던 교회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을 정도였으며 얼핏 절대군주정을 옹호하는 듯하지만 개인의 생존권을 절대적인 것으로 인정함으로써 절대군주정과 공화정 중 어느 것을 지지하는지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서 당시 영국의 시민혁명 아래에서 양쪽으로부터 비난을 받았으며 결국 '마키아벨리'[군주론]과 같이 교황청의 금서로 지정되는 '명예'를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리바이어던] 완역본이 존재하지 않는 점은 굉장히 아쉽다. 대부분의 책들이 홉스의 국가론이 시작되는 1, 2장 위주로 번역하고 있을 뿐이고, 홉스의 종교관이 나타나는 3장, 4장은 대부분 [발췌]번역을 하고 있다. 교회에 대한 비판이 많아서 부담스러워서 그랬을까? 결국 이 책도 후에 [리바이어던] 완역본이 나올때 까지의 과도기적 역활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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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론 한길사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42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김창성 옮김 / 한길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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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선택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굉장히 다양하지만 '출판사' 또한 책을 선택하는 좋은 기준이 될 수 있다. 얼마전에 '니콜로 마키아벨리'[로마사 논고]를 읽으면서 '한길사''한국학술진흥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라는 이름으로 우리 시대 기초학문의 부흥을 이헤 한국학술진흥재단과 한길사가 공동으로 펼치는 서양고전 번역간행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위 사업의 결과로 지금까지 43권의 서양고전이 번역되었고 가장 최근에 번역된 책이 이 책이다.
 

 솔직히 말해서 현재 한국사회에서 '고전'이라 함은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을 뜻하게 되었다. 힘들게 고전을 번역해봤자 변역자가 정당한 연구성과로 인정받기도 쉽지 않으며 출판사 또한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므로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길사'는 꾸준히 서양고전 번역사업을 펼쳐왔으며 번역의 '질' 또한 굉장히 좋은 편이다. 이렇게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던 중에 중앙도서관에서 '플라톤'[국가]를 읽기 위해 책을 찾던 중에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플라톤' [국가]의 엄청난 두께에 질린 상태에서 일견 얇아 보이는 이 책은 나의 시선을 끌게 되었다.

 

 이 책은 로마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던 로마 정치사 한가운데서 공화정을 수호하던 정치가이자 그리스와 로마로 표방되는 서양 고대문학의 대가 가운데 한 명인 '키케로'가 쓴 책으로 로마 공화정 역사에 비추어 본 이상국가론, 로마의 정치 파국을 막아보려는 진지한 충언, 인간 존엄성의 천명, 인간 개개인이 인류와 우주에 참여하는 존재라는 보편사상을 피력하고 있는 책이다. '키케로'가 살던 로마는 로마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는 시기로 기원전 323년 아리스토텔레스가 죽은 이후로 기원전 1세기 중엽까지 정치사상의 측면에서 특출한 사상가가 등장하지 않았으며 그리스의 폴리스 국가에서 로마의 제국으로 넘어가는 시대에서 과거의 정치사상은 그 한계를 노출하게 된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스토아 사상의 전통을 계승한 '파나이티오스(Panaitios)'이다. 그가 계승한 '스토아 사상'은 모든 인종과 국가를 초월해 범서계적이라 할 수 있는 법 그리고 모든 관습을 넘어서는 보편적 윤리를 표방하는 스토아 사상만큼 로마의 지배라는 현실과 부합할 수 있는 사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혼합정체(The Mixed Constitution) 사상은 로마의 정치에 지대한 영행을 미치게 되었다. 혼합정체사상이란 순수한 정치 체제인 왕정, 귀족정, 민주정의 요소가 혼합된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 당시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으로 인해 위협을 받았던 원로원의 입장에서 균형을 지지하는 혼합정체사상은 이에 대한 저항의 이념적인 도구로서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특히 기원전 133년은 로마의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분기점이 된 시기였다. 당시 로마는 라티푼디움(latifundium)이라는 대농장이 로마의 경제를 좌지우지 하였으며 기원전 120~130년 사이의 흉작은 기원전 140년 대비 기원전 127년의 곡가의 1200퍼센트 급등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에 밀집해서 살던 빈민은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그라쿠싀 형제의 개혁'이 실행하게 되었다. 형인 티베리우스는 농지법(lex agraria)를 동생인 가이우스는 곡물법(lex frumentaria)를 제정하였는데 이 법이 제정됨으로써 기존에 소유하고 있던 농지를 몰수되게 될 상황에 놓인 귀족들의 습격으로 두 형제는 명을 달리하게 되지만 이들은 죽어서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 즉 수많은 정치가들이 등장해 그라쿠스 형제를 모방하여 평민을 위한다는 구실로 평민회를 중심으로 정치야심을 실현하고자 하였다. 결국 옥타비우스가 황제로 즉위하면서 로마 공화정은 그 끝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렇게 혼란이 계속된 상황에서 통령의 지위에 있었던 키케로는 [국가론]을 통해 자신의 정치사상을 피력하게 된다. 즉 키케로는 정치생활이야말로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것으로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았으며 신과 이성을 동일시하면서 강한 어조로 참된 법이란 바로 신의 의지와 통치의 표현이라고 주장하였다.  한편, 키케로는 필루스의 입을 빌려서 불의(義)가 국가의 통치에 필요하다는 일반론을 제시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그러한 이해가 그릇된 것이고 참다운 정의가 없다면 국가의 유지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결론적으로 제시하였다.

 

 특히 [국가론]에서는 '어떤 형태의 국가가 최선의 상태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에 키케로는 당시 로마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폴리비오스의 정체순환론'을 설명한다. 즉 '폴리비오스의 정체순환론'는 현존하는 모든 정부는 왕정, 귀족정, 민주정의 형태 중 하나에 해당하며 각 형태는 나름대로의 타락한 형태를 지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수정한 '키케로'는 이상적인 국가는 위 세가지 정치체제가 혼합된 혼합정체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실제로는 '민주정'이 세 가지 형태 중 최악의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는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 이후 혼란한 로마 정치나 키케로 자신 또한 귀족 출신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당연한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굉장히 이해하게 난해한 책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여러 곳에서 인용하고 있었으나 [국가론]이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1822년이 되어서 였으며 그것도 온전한 상태로 발견된 것이 아니라 팔림프세스트(Palimpsest)라고 해서 아우구스티누스가 남긴 시편주석 글씨 밑에서 지워진 상태의 다른 서체로 작성된 것을 바티칸 도서관 관장인 마이가 판독해 출간함으로써 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현재 존재하는 것은 실제의 1/4~1/3 정도의 분량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배열 순서도 학자마다 다를 정도로 온전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 결과 [국가론]을 인용하고 있는 다른 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있으나 이해하기 난해한 것은 변하지 않았다.

 

 이렇게 일반적인 고전과 달리 매우 까다로운 편집과 교정이 필요한 저술인데도 이를 무난히 소화한 한길사 편집진의 노력과 능력은 높게 평가할 만 하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주석에 있어서 이 책의 다른 곳을 인용할 때는 어떤 경우는 페이지로 나타나고 어떤 경우는 소제목 번호로 나타내는 등 일관성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하지만 많이 팔리지도 않는 서양 고전을 처음으로 번역한 '초역'이란 면에서 출판사에게 높은 평가를 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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