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영어
사비연 지음 / 샘터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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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건데 본인은 학창시절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굉장히 싫어하였다. 게다가 다른 과목은 잘 외우면서도 외국어는 암기하는 데에는 남들보다 더욱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였다. 특히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나는 중학교 1학년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였는데 학원 선생님께서 이 정도 영어 실력으로는 서울 4년제 대학도 못 갈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던 것이 어린 나의 가슴에 큰 상처로 남았었다.
 

 결국 수많은 노력 끝에 어느 정도 '수능'영어에 적응하였지만 대학교 동아리에서 만난 외국인 하고는 한마디도 대화를 나눌 수가 없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쉬지 않고 영어 공부를 해 왔는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대답을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의 글쓴이는 남들처럼 '취직'하기 위해 영어 공부 한 것이 아니다. 그는 '자유롭게'하기 영어를 하기 위해 온 몸으로 영어를 배웠으며 그 결과물이 이 책이다. 그동안 10년 넘게 영어 공부를 하면서 단순히 '암기'사항에 불과했던 여러가지 이름도 어려운 문법들을 이 책에서 글쓴이는 직접 몸으로 체득한 방법을 통해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특히, 이른바 langage gap을 느낄 수 있게 단순히 동의어라고 외었던 다양한 단어들을 하나 하나 미묘한 의미 차이까지 설명해 주고 있다.(예컨데 hit=strike=beat라고 우리는 외우지 않았던가?)

 

 이 책의 글쓴이는 이름만 들어도 딱딱한 일반 영어책과는 달리 쉽게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삽화와 각 마당 끝에 있는 'sensible engilsh'라는 코너를 통해 실제 회화에서 쓰이는 다양한 표현들을 배울 수 있게 하였다. 특히 다양한 삽화는 기억에 많이 남았는데 예컨데 클럽 안에 있는 '다이나믹 트리오' 포스터를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아마 다이나믹 트리오가 어떤 가수를 뜻하는지는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나는 취직을 준비하기 위해 머릿말에서 글쓴이가 비판한 대로 두꺼운 TOEIC 책을 허리에 끼고 영어를 '느끼기' 보다는 '암기'하고 있으나 영어 성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기가 오게 된다면 이 책의 글쓴이 처럼 영어에 '매이기'보다는 영어로 인해 '자유로워지기' 위해 영어를 배우도록 해야겠다. 그동안 딱딱한 영어 문법책을 보아서 영어에 흥미를 잃었다면 이 책을 통해 영어라는 '그 분'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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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신 -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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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이 책을 읽기 전에 'Richard Dokins'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과학 분야, 특히 생물학의 교양서적으로 필수도서인 [이기적인 유전자(The Selfish Gene)]를 저술한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 생물학 전반에 정통한 학자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른바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나 입장에서는 동질감을 느끼는 학자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기적인 유전자(The Selfish Gene)]는 개인적으로는 졸린(!!) 책이었다. 이미 3학년으로서 생명공학 전반의 기초가 닦여져 있는 상태에서 읽어 본 [이기적인 유전자(The Selfish Gene)]는 그저 좀 더 쉬운 말로 풀어 쓴 '일반 생물학' 교과서와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Richard Dokins'가 새로운 책, 그것도 '종교'에 관한 책을 출판했다는 소리를 듣고 처음에는 의아하였다. 그는 분명히 훌륭한 생물학자,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는 하나 '종교'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자이다. 그런 점에서 비전문가가 쓴 것이 분명한 '종교' 서적은 아무래도 신뢰도가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그러던 중에 기독교인인 후배로부터 이 책을 강력 권유받게 되었고 결국 '지름신'이 강림하여 지르게 되었는데 맨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그 두께에서부터 질리게 되었다. 자그만치 600여쪽에 달하는 책이라니!!! 결국 엄두가 안나서 사놓고 하루 이틀 미루다가 후배가 이 책을 읽고 이른바 '신앙에 대한 시험'을 받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읽기를 결심하였다.

 

 아무래도 '종교'란 굉장히 민감한 주제이니 만큼 먼저 이 리뷰를 쓰고 있는 나의 '종교관'을 밝히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고백하건데 '형식적인 기독교인'이면서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과학자 겸 변리사를 꿈꾸는 학생이기도 하다. '형식적인 기독교인'이라 함은 교회에는 꼬박 꼬박 나가지만 아직 믿음이 부족한 나를 표현하고 있다. 이런점에서 생물학 학자이면서 무신론자'Richard Dokins'와 비교된다. 나 같은 경우는 '생명공학'을 공부하면 할 수록 뭔가 알 수 없는 절대자가 생명을 창조했을 것이라고 믿을 수 밖에 없었으며 그 절대자가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인지는 현재 의심하면서 꾸준한 성경 공부를 통해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이니 만큼 최소한 생명공학적인 면에서는 'Richard Dokins'와 다른 견해를 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단 생명공학적인 면에서 기본적으로 '다윈주의'를 신봉하고 '신'이 없음을 입증하는 'Richard Dokins'의 논증은 비교적 흠 잡을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논증하고 있는 타당성있게 보이는 증거들은 제외하고 개인적으로 의문이 가는 점만 지적하도록 하겠다. 먼저 그는 이 책에서 '생명의 기원'에 대한 문제를 얼버무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는 210쪽 '인본원리 : 우주편'에서 생명이 자연스럽게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타당성 없는 주장이란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생물학계에서 지구 생명의 기원에 대한 정설은 이른바 '생명에서부터 생명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즉, 일단 어떤 생물이 탄생한 후부터는 그 위대한 '다윈의 진화론'에 의해 여러가지 생명으로 부화할 수 있었지만 최초의 생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해서는 '생물학'에서는 전혀 정답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아직 그 어떤 실험실에서도 인공적으로 생명을 만들었다는 실험결과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해 'Richard Dokins'는 비록 생명이 자연적으로 발생할 확률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도 우주는 그 확률을 커버할 만큼 넓기 때문에 생명이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정은 애초부터 틀린 것이다. 아예 생명이 자연적으로 발생할 확률이 '0'인데 어떻게 이런 논증이 가능하단 말인가? 현재 실험적으로 가능한 것은 RNAAmino acid 정도는 무기물로부터 합성할 수 있으나 이것은 절대 '생명'이 아니다.

 

 또 한가지 지적하자면 이른바 '밈(meme)'이라는 문화적 유전의 단위를 설명한 것인데 이 '밈 이론'은 절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증명된 이론이 아니다. 이를 'Richard Dokins'는 교묘하게 마치 정설인 것이고 '밈(meme)'이 실제로 존재하는 듯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도록 독자를 유인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절대 '밈(meme)'는 실존하는 물질이나 물체가 아니다. 그리고 증명된 정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을 'Richard Dokins'는 주장하여 종교의 기원에 대해 설명하는 데 논거로써 사용하고 있으나 이는 적합한 사용방법이 아니다.

 

 나의 짧은 지식으로는 이 정도가 이 책에 대해서 비판할 수 있는 점이다. 하지만 그 밖에는 'Richard Dokins'의 논증은 훌륭하다. 특히 지구의 나이가 '고작 1만 년 전'이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창조과학회'에 대한 비판은 타당하다.(실제 운석의 반감기로 예측한 지구의 나이는 약 43억년 전이다.) 하지만 그 근거인 운석의 반감기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으면 논거를 뒷받침하는데 유용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 밖에 성서, 특히 구약에 대한 비판은 이름뿐인 '기독교인'이지만 일응 타당하다고 느낀 점이 많았다. 다만, 여러가지 '말'들을 인용하면서 책 보다는 '인터넷 사이트'를 참고문헌으로 제시하고 있는 점은 많이 아쉽다. 이미 알 사람은 알겠지만 인터넷 사이트에 얼마나 이른바 '낚시꾼'이 많은가?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신뢰도가 반감되는 듯한 아쉬움이 있다.

 

 이런 결점들이 있지만 그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신은 없다!'라는 주장은 많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시험'에 들게 할 것이 분명하다. 과연 나는 'Richard Dokins'의 시험으로부터 통과할 수 있을까? 나와 같이 '시험'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한 가지 책을 추천하겠다. 그것은 [도킨스의 망상]이란 책이다. 이 책은 위 [만들어진 신]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으면 '신'을 옹호하는 책이다. 본인의 경우 [도킨스의 망상] → [만들어진 신] 순서로 읽었지만 원칙적으로 그 역순으로 읽고 나서 자신이 '시험'을 통과했는지 자문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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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 2009-01-21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명의 기원에 대한 자연발생확률 0이라고 말하신 점에 대해서 의문을 품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실험적으로 무기물질에서 유기생명체를 만든 경우가 없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매우매우 불가능한 일을 객관적으로 확률 0이라고 말하진 않으니까요

즉, 객관성을 믿는 불가지론자로서 정말로 신이 존재하여 생명을 탄생시켰거나, 극도로 낮은 확률속에서 생명이 시작했다의 두가지 가정이 아직까지 존재한다고 봅니다.
단순 유기물질이외의 의미있는 생명 창조를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그 사실이 자연현상에서 생명이 탄생하는 확률은 0% 이라는 것을 말하진 않으니까요

암향부동 2009-01-22 09:42   좋아요 0 | URL
물론 자연발생률이 극도로 확률이 낮긴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0%는 아니겠군요. 하지만 "~일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 회의적으로 분석해 들어가면 데카르트가 말한대로 "생각하는 나 자신"을 제외하면 모두 100% 혹은 0%라고 말할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2010-03-19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철학 콘서트 1 - 노자의 <도덕경>에서 마르크스의 <자본론>까지 위대한 사상가 10인과 함께하는 철학의 대향연 철학 콘서트 1
황광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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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책은 내가 구입할 생각은 별로 없었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북서점에서 책을 구입할 때는 5만원 이상 구입하면 특별 마일리지로 2000점을 더 주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런데 5만원을 맞추기 위해 그동안 나의 구입 리스트에 올라와 있던 책들을 찾아보니 대부분의 책들이 2만원 정도이지 않은가? 결국 그냥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적당한 가격(?)의 책들을 찾아보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에 발견한 것이 이 책이었다.
 

 그동안 너무 무거운 주제의 책들만 읽었다가 조금은 가벼운 주제의 책들을 읽어보려던 중에 이 책의 제목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일단 [철학 콘서트]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 무거운 주제인 철학콘서트와 같이 일반인에게 쉽게 소개하는 책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결국 조금이라도 쉽게 철학에 다가갈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으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깨달은 것은 역시 나는 '무거운' 책이 좋다는 것이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 플라톤, 석가, 공자, 예수, 퇴계 이황, 토커스 모어, 애덤 스미스, 카를 마르크스, 노자 이렇게 총 10명의 철학자를 소개하고 있는데 총 285쪽인 이 책에서 10명의 철학자를 소개하는 분량은 각 철학자마자 대략 30쪽을 넘지 않는다. 누군가 30쪽으로 위대한 철학자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면 웃음을 금치 못 할 것이다. 결국 이 책은 각 철학자를 수박 겉핥기 수준에 불과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평소에 두껍고 무거운 책을 싫어한다면 철학을 소개하는 입문서로서 이 책은 가치를 가지겠지만 최소한 나는 두껍고 무거운 책 보다는 가벼울 뿐만 아니라 마치 '솜털'과 같은 가벼움이 느껴지는 책을 더 싫어한다. 특히, 이 책의 저자가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좀 걸린다. 물론, 다양한 경험(특히, 노동운동)을 통해서 어느정도 철학을 자기의 것으로 소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아무래도 그 깊이는 철학을 전공하는 자보다는 떨어질 것이라는 것은 충분이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각 철학자를 소개하는 장 끝에서 각 철학자를 잘 이해할 수 있는 '고전'을 소개하고 있는 것은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철학자에게 다가가려고 해도 수많은 책들 가운데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할 것인지 막연한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 글쓴이는 각 장 끝에서 철학자들의 대표작의 제목과 간단한 소개를 덧붙여 철학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보면 글쓴이는 이 책을 '철학의 소개' 그 이상의 것을 목적으로 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이 책을 읽은 후에 각 장에 소개된 '고전'을 읽어서 각 철학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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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사찰기행
조용헌 지음 / 이가서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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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책은 올해 즉 2007년 4월에 구입한 책이지만 실제로 소위 [찍어]논 것은 2006년 여름에 종로로 TOEIC 학원을 다니면서 동생을 기다리기 지루하여 찾아간 [반디앤루니스] 서점에서 읽은 후 나의 구입 리스트에 올라 오게 되었다. 당시 군대에서 읽었던 법정 스님의 [홀로 사는 즐거움]을 통해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태 였으며, 책에 소개되어 있는 도봉산 망월사가 내가 사는 곳과 가까워서 나의 구입 리스트에 올라오게 되었다. 그동안 변리사 공부를 위해 책을 자주 사지 못했으나 변리사 1차 시험이 끝나고 책을 대량 구입할때 같이 구입하게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소개 하기에 앞서서 일단 글쓴이인 [조용헌]씨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필요할 거 같다. 조용헌씨는 불교민속학을 전공하여 현재 원광대학교 동양학 대학원 초빙교수로 있으며 지난 18년 동안 한중일 3국의 600여 개 사찰과 고택을 현장 답사하였으며 답사 과정에서 가산을 탕진하였으나, 그 대신에 강호의 수많은 기인, 달사들과 교류하면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장만하였다. 이 이야기를 밑천으로 하여 '강호 동양학'이라는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 중이다. 이것이 본 책의 쓰여져 있는 작가에 대한 소개다. 한마디로 줄이자면 역마살이 끼어 강호의 각 고수, 처사를 만나고 다녔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이 같이 많은 사람을 만나서 각 사찰에서 나 같은 하수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볼 수 있었던 거 같다.

 

 나 같은 경우에도 집 뒤에 있는 불암산, 관악산을 오르다가 산에 있는 사찰에 가끔 들리기도 하지만 나같은 하수의 경우에는 각 사찰과 불상의 크기, 화려함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고 그 절의 내력, 혹은 풍수적 위치등은 전혀 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사람은 배운대로 보게 된다는 것의 전형적인 예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각 사찰에 대한 나의 지식이 더욱 더 넒어지길 소망한다.

 

 이 책에서는 선운산 선운사, 변산 불사의방, 모악산 금산사, 두승산 유선사, 서방산 봉서사, 금강산 건봉사, 북한산 승가사, 불령산 청암사, 연암산 천장사, 익산 미륵사, 미륵산 사자사, 두승산 유선사, 대둔산 안심사, 승가산 흥복사, 소요산 연기사, 지리산 칠불사, 서해 망해사, 임랑 묘관음사, 동리산 태안사, 오대산 상원사, 영구산 구암사, 도봉산 망월사, 수봉산 홍련암이 소개되어 있다. 그 중에 나의 마음을 끌었던 몇가지 사찰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진표율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변산 불사의방에게서 가장 인상이 깊었다. 불사의방은 1994년에 들어서 위치가 알려진 곳으로 현재 의상봉이라고 불리는 마천대 밑의 절벽 중간에 있다. 즉 불사의방은 절벽 중간에 존재하는 약 4평 정도의 공간이다. 진표율사가 이곳에서 공부를 하다가 부처의 응답이 없자 절벽에서 뛰어 내렸으나 지장보살이 나타나 진표율사의 몸을 받아 올리고 정진을 계속하자 미륵보살이 나타나 계시와 권능을 주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진표율사가 살던 시대는 삼국시대 막바지로 나당연합군에 의해 백제가 멸망하여 변산반도지역도 초토화된 사회적 배경이 있었다. 이런 백성들을 어루만지고자 진표율사는 목숨을 걸고 불보살을 구한 것이다. 이런 백성들을 위하는 진표율사의 마음에 매우 큰 감명을 받았다.

 

 이어서 승가산 흥복사에 대한 이야기가 감명 깊었다. 원래 조선 인조때 김제 고을에 흥복이라는 아주 욕심 사나운 원님이 살고 있었는데 한 해 심한 기근이 들었던 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복은 주색에 빠져 있었는데 하루는 흥복이 외출한 틈을 타서 흥복의 아내가 곳간을 열어 모든 곡식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크게 감사하며 돌아갔는데 흥복이 김제로 돌아오는 길에 깜빡 잠이 들었는데 구렁이탈을 쓴 노인이 나타나 흥복이 죄 때문에 구렁이탈을 흥복에게 대신 쓰게 하려고 하였으나 벗겨지지 않는 것이었다. 이에 노인은 흥복의 아내의 덕 때문에 구렁이탈을 벗지 못했다면서 매우 아쉬워 하면서 사라졌다. 이에 흥복은 개과천선하여 지은 절이 흥복사이다.

 

 수많은 절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2개의 절만 간단히 소개하였다. 이처럼 이 책에는 다양한 설화와 함께 절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절에 대한 이야기 외에 스님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담겨져 있는데 육두문자의 달인 춘성 스님이 인상 깊었으며 글쓴이는 이른바 '도인'이 지나가는 말처럼 흘리는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 밖에 여러가지 영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 이에 관련되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영적인 부분에 대해 언급하기는 부담이 너무 크다.

 

 영적인 부분만 잘 가려서 본다면 이 책은 굉장히 좋은 책이다. 사찰에 대한 책이 거의 없는 가운데 이 책은 사찰에 대한 눈을 트여줄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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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도 너무 길다 - 하이쿠 시 모음집
류시화 옮겨엮음 / 이레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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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나는 '시'하고는 거리가 지구와 안드로메다 만큼의 거리 만큼이나 멀다. 특히, 이공계열 학생으로서 '시'와 친해지기는 전생의 인연이 아니고서는 힘들다는 것은 너무 과장한 것일까?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을 보기 전까지 나는 시집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정말로 '인연'이 있는 것인지 평소에 보지도 않던 시집을 [군대]에서 만나게 되었다. 아직도 그 때 무슨 생각으로 시집을 꺼내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군대 도서관에 있던 책 중 나의 손길을 닿게 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한 줄 짜리 시'[하이쿠(俳句)]가 존재하는지도 잘 몰랐다. 이 책 뒤에 있는 류시화씨의 [짧은 시를 읽고 긴 글을 쓰다]라는 해설서를 보면 하이쿠(俳句)의 정의는 5-7-5의 음절로 이루어진 한 줄짜리 정형시이며 수백 년 전 일본에서 시작되었으며 대표적인 하이쿠 시인 바쇼와 이싸와 부손은 각기 다른 특징을 지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바쇼는 고행자이고 구도자적인 성격을 지녔으며, 부손은 화가와 같은 원근감과 시공간 배치에 능했으며 이싸는 인간주의자라는 것이 류시화씨의 평가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위 3명이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이싸의 하이쿠가 가장 나와 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지독한 가난 가운데서도 작은 생물에 대한 측은감과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자조가 담겨있는 웃음을 하이쿠를 통해 잘 나타내고 있다. 이런 이싸를 잘 알 수 있는 한가지 하이쿠를 소개해보겠다.

 

내 집이 너무 작아서

미안하네, 벼룩씨

하지만 뛰는 연습이라도 하게

 

어린 버륙아

네가 정말로 뛰어야만 한다면

왜 연꽃 위에서 뛰지 않니?

 

이렇게 이싸의 하이쿠 안에는 해학이 담겨있다.

 

 원래 내가 류시화씨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된 것은 바로 이 책을 통해서였다. 류시화씨는 이 시들을 번역하는 데는 실로 여러 해가 걸렸으며 일본 고서점을 뒤지고, 이미 절판이 된 영어 번역본들을 구하고 그 중에도 수천 편을 모으고, 그 중에서 내 마음에 드는 것 천 편 가랑을 따로 고르고, 그것을 다시 추려 이 시집을 엮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그만큼 많은 노력을 했으니 책의 '질' 또한 독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후에 실제로 구입했으며 읽었던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인생수업]은 이런 나의 믿음을 송두리채 빼앗아가고 말았다. 류시화씨는 초심을 잊어버린 것일까? 그것은 아마 다음에 나올 책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류시화씨가 다음의 책에서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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