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 - 코스모스를 향한 열정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안인희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내가 '칼 세이건(Carl Sagan)'을 처음으로 알게 된 시기는 군대를 다녀온 직후인 대학교 3학년 여름으로 기억한다. 평소 무협/판타지를 제외하고는 책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2년 간의 군생활 기간 동안 '글자', '운동', '먹을 것'의 부족한 공급 때문에 이것들에 대한 엄청난 갈망을 가지고 전역을 하게 되었다. 게다가 남들보다 2년간 뒤쳐졌다는 생각은 살인적인 독서량을 통해 단시간에 <잃어버린 2년>을 되찾기 위해 끊임없이 나를 책 앞으로 내몰았다. 그 결과 발견하게 된 책이 바로 <코스모스(Cosmos)>였다. 권장 과학교양도서 목록에 있었던 이 책은 중앙도서관에서 수많은 예약자들이 대기하고 있어서 나를 놀라게 했으며 힘들게 손에 넣은 책은 엄청난 크기와 두께, 무게로 인해 단 1쪽도 읽지 못하고 대출 기간이 다 되어 반납하게 만들었다.

 <코스모스(Cosmos)>는 책 수집벽이 있는 나로서도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으며 이미 그 두께에 질렸기 때문에 칼 세이건을 만나는 일은 하염없이 뒤로 미뤄졌다. 그러던 중 저렴한 보급판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지름신의 가르침을 받들어 구입하게 되었으나 보급판 또한 700쪽에 달하는 양 때문에 쉽사리 접근할 수 없었다. 하지만 <e-멋진 책세계>의 '08.12월 인물로 칼 세이건이 선정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칼 세이건의 책들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중에 가장 먼저 읽게 된 책이 비록 칼 세이건의 저작은 아니지만 일종의 평전이라고 할 수 있는 <칼 세이건 - 코스모스를 향한 열정>이다. 그런데 이 책 또한 700여 쪽이나 된다! 물론 평전의 두께가 그 사람의 위대함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과학자'의 평전이 이렇게 두꺼울 수 있다는 것은 큰 충격이었다.

 이 책은 세이건의 생애와 연구성과, 관련 인물, 심지어 사생활마저도 글쓴이의 엄청난 노력과 연구 끝에 충실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칼 세이건이란 인물에 대해 드는 생각은 그는 굉장한 자유주의자이고 과학의 대중화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기는 하였으되 과연 과학자로서 유능하였는가는 의문이다. 주류 과학계가 그동안 칼 세이건을 이미지와 행운에 근거해 그를 공명심에 빠진 뻔뻔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는데 이런 지적은 일리가 있어보인다.

 그렇지만 칼 세이건을 통해서 몇 가지 생각할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이론들에 감정적으로 집착하는 것을 피하라고 권했는데(p.211) 이는 자신의 이론이 무너질 때 그 사람도 무너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의 학생들로 하여금 이를 경계하기 위해 한 권고였다. 흔히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무엇으로 평가하고 있는가? 돈? 명예? 사랑? 과학자들처럼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어떤 특정한 이론이나 가치 기준 아래 정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만약 자신의 가치를 대변해주는 것들 - 돈 또는 명예, 혹은 그 어떤 무엇이든 -이 사라진다면 우리 역시 무너져버리지 않겠는가?

 이어서 칼 세이건에 대한 극단적 평가의 원인인 대중화와 독창적 연구와의 괴리는 정말 좁히기 힘든 것 같다. 대중화가 인기가 없는 원인이 칼 세이건은 단순한 시기심 때문이라고 말했지만(p.464) 실제 원인은 대중화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독창적 연구를 하는 것보다 덜 중요하다는 인식이 주류 과학계의 인식이었다는 것인데 현재 우리 나라 과학계에서도 지배적인 정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번역이나 대중적 책 집필이 정당한 연구 성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비록 독창적 연구 성과네은 못 미쳐도 어느 정도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지성은 자기 자신을 재빨리 소모시키는 기묘한 진화라고 여겼던 슈클로프스키의 생각(p.557)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 견해는 역사상으로 개발된 신무기는 반드시 사용되어져 왔고 우리는 끝없는 군비 경쟁 끝에 스스로 개발한 무기로 우리 자신을 태워 없앨 것이고 그 때문에 우주가 텅 비어 있으며 인류도 결국에는 그렇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렇게 지성을 자기 자신을 소모시키는 진화라고 여긴 슈클로프스키의 생각은 우리에게 인류의 미래에 대한 통찰을 가져다 준다. 과연 인류는 이런 암울할 미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텅 빈 우주는 인류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나의 수명 안에 이런 미래를 맞을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고 보지만 인류 최후의 순간을 직접 맞고 싶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칼 세이건을 정말 잘 연구한 책이다. 책 뒤의 참고 문헌과 논문만 봐도 글쓴이의 노력에 감탄을 표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책에도 오타와 비문(非文)이 보이는데 700여 쪽에 달하는 책의 분량과 번역자에게 생소한 분야라는 것을 감안하면 수용할 만한 수준이다. 다만 개정판이 나오면 이를 수정해서 온전한 <칼 세이건>을 만나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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