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솔직히 말하면 원래 이 책을 구입할 생각은 없었다. 사실 <유시민>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굉장히 공격적이고 사납게 보인다는 것과 의원 선서할 때 정장을 안 입고 와서 다른 의원들의 질책을 받았다는 것(사실 정장을 안 입고 왔다고 선서를 못하게 하는 것도 웃기다. 그만큼 우리 나라 '구캐우원 아기들'은 권위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다.), 또한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있다는 점, <100분 토론 100회 특집>에서 '진중권 교수'와 함께 엄청난 달변을 자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100분 토론에서 보기 전까지만 해도 부정적 인상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평소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을 책이었지만 KOEX 반디앤루디스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손이 가게 되었다. 그런데 맨 첫 장을 넘겼을 때 <유시민의 사인>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맨 처음에는 복사한 것인줄 알았는데 전체 책 중에서 딱 3권만 사인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초판 1쇄 작가 사인본의 유혹에 못 이겨 지름신의 가르침을 받들게 되었다. 참고로 유시민의 사인은 "생각은 힘이 쎄다"라는 메세지였다. 그냥 단순히 이름과 날짜만 적는 것이 관행인데 이렇게 메세지가 있는 것 또한 신선했고 이 책을 읽는 내내 메세지대로 '생각'하면서 읽으려고 노력했다.

 이 책에서 관통하는 한 가지의 주제는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데 우리 나라의 민주주의는 아직 피가 부족하기 때문에 나중에 그 댓가를 지불해야 하는 이른바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것''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헌법을 현재 2MB 정부는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자기 자랑과 노무현 정부에 대한 변명'이다. 초반에는 주로 후불제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많으나 뒤로 갈수록 2MB 정부에 대한 비판이 강조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책 내용을 살펴보면 유시민이 나름 생물학적 지식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3000년 전 인간과 현대인 사이에는 뚜렷한 생물학적 진화가 없으며 오직 도구와 제도, 문화만 진화했다는 것을 지적했는데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동감한다. 다만 <진화 생물학>에서는 유전자-문화 공진화를 주장하는데 과거에는 유전자가 진화를 이끌었다면 인간의 두뇌가 물리학적 한계에 도달한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진화가 느린 문화가 유전자의 진화를 쫓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만약 다시 유전자-문화가 서로 같은 수준까지 진화한다면 다음 진화는 무엇이 앞서 나가게 될까?

 그리고 국방부 불온도서와 이에 헌법소원을 신청한 군법무관에 대한 칭찬이 있는데(p.113) 이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있다. 나는 2005년 1월 달에 전역을 한 달 앞두고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란 책을 사서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정보장교가 샅샅이 살펴보고 군을 비판하는 내용이 있다고 뺏어 버린 것이 아닌가?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현재도 이런 세대에 뒤떨어지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자신이 원하는 것만 교육시킨다고 진실이 가려질까? 과거 '유신 교과서'로 공부한 유시민이 이렇게 '좌파'가 된 것을 보면 진실은 가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얼마 전에 국방부에서 군법무관을 징계했는데 그 결과 그들은 판,검사가 될 수 없고 3년간 변호사 자격이 제한되게 되었다. 정말 멋진 대한민국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대학생으로 되돌아 간다면 하고 싶은 일을 간략히 적어 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p.289) 즉, 유시민은 '영어와 수학, 라틴어, 한문을 공부하고 철학과 물리학 분야의 고전을 읽을 것이며 우주와 세계의 질서, 국가와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데 필요한 지식 탐구의 도구를 풍부하게 갖추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이라고 했는데 나도 이제 얼마 안 남은 젊은 동안 이런 도구를 갖추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수학은 다시 공부할 생각이고 라틴어는…

 그러나 에세이 형식이다보니 주제가 난잡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2MB 정부에 대한 비판만 있는 점은 아쉽다. 좀 악의적이다 싶을 정도인데 어차피 2MB 정부를 선택한 것은 '국민'(참고로 난 아니다)이고 어찌되었건 5년은 지나야 하는 것이니 좀 더 충고 위주로 썼으면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물론 나 역시 '국개론'(국민 개병신론)에는 안타깝지만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돌베게 출판사>는 좋은 인문/사회 서적을 내기로 유명한 곳이고 편집자인 김희진씨 역시 유능한 사람이므로 읽어도 돈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리학 초콜릿 - 나를 위한 달콤한 위로
김진세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정말 오랜만에 손에 잡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읽고 서평 쓴 책만 110여권인데 올해에는 3월 중순까지 읽은 책이 단 한 권도 없었다. 그동안 얼마나 읽고 싶은 책이 많았던지… 결국 2월 말에 변리사 1차 시험이 끝나고 3월 초에 2박 3일간의 동원훈련 기간 동안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책을 읽는 것도 어느 정도 습관이 되야 추진력을 받는 법인데 그동안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것도 쉽지 않았다.

 최초 동원 훈련에 가져가기 위해서 책을 선택할 때도 쉬워보이는 책을 가져가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 <심리학> 서적이 재미도 있고 실생활에 나름 유용한 정보를 주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무난히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군복만 입으면 뭐든지 귀찮고 자고 싶은지… 그렇다고 이미 손에 잡은 책을 도중에 놓을 수도 없고… 결국 힘들게 힘들게 통독을 하였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당혹스러웠다. 이 책은 <20대 남자를 위한 책>이 아니라 <20대 여자를 위한 책>이었다. 책 서술 관점에 미루어 보았을 때 주 독자 타겟을 <20대 여자>로 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그러다보니 읽으면서 아무래도 입장이 다르다보니 생소한 점이 많았지만 20대 여자의 심리를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그렇지만 과연 많이 아는 것이 좋은 것인가는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오히려 20대 여자의 심리는 모르는 것이 약일 듯 싶다. 이렇게 다 심리를 낱낱이 다 알게 되면 이를 이용하기도 쉬울 뿐더러 사실 진화론적 관점으로 봤을 때 남녀는 서로를 이용하는 면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의 글쓴이는 과거 프로이트의 이론에 많이 기대고 있다. 요새 심리학의 대세는 생물학과의 융합으로 발전된 뇌과학인데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프로이트의 설명에 기대서 20대 여성의 심리를 설명한 점은 근래에는 별로 유용한 접근 방식이 아닌 듯 쉽다. 글쓴이는 이런 생물학적 접근이 썩 맘에 들지 않은 모양인데 이미 프로이트의 이론이 벽에 부딪친 만큼 생물학적 접근 역시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 자신의 밥그릇이 줄어드는 점이 맘에 들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결국 이 책은 쉽게 20대 여성의 심리를 분석하고 그 해결책은 달콤한 <초콜릿>처럼 설명해 준 책이다. 20대 여성이라면 이 책을 읽고 재미와 함께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자신이 20대 여성이 아니라면 이 책을 읽는 것을 그다지 추천하지 않으며 너무 프로이트의 이론에만 기댄 점은 옥의 티라 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교양, 모든 것의 시작 - 우리 시대에 인문교양은 왜 필요한가?
서경식.노마 필드.가토 슈이치 지음, 이목 옮김 / 노마드북스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우리 시대에 인문 교양은 왜 필요한가?"라는 화둘 가지고 서경식, 노마 필드(Norma field), 카토 슈이치(加藤周一) 3명이 '03.7.12에 <'교양'의 재생을 위하여>란 특별강연회에서 했던 이야기를 묶은 책이다. 특히 서경식 선생은 머릿말에서 교양과 괴리된 일본 대학생들에 대해 근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들은 정답이 '왜' 정답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 "그것도 한 가지 사고방식이지요"라는 상대주의적, 양비론적 태도를 보이면서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는 일을 멈추고 있다고 서경식 선생은 안타까워한다. 이로써 점점 신자유주의 원칙에 의거하여 인간의 "기계화""야만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계화""야만화"가 계속될수록 국가는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전쟁을 준비하고 이를 위해 맹목적인 애국심(쇼비니즘)과 내셔널리즘을 강화하여 계급적 모순과 복지예산의 삭감 같은 절박한 현실적 문제에서 시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쉽다는 것이다.(p.79) 그 결과 '인간은 덕과 지혜를 구하기 위해 산다. 인간은 짐승이 아니다'라는 신념에 의지하며 살아온 쁘리모 레비(Primo Levi)같은 인간이 자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오고 이는 결국 자신의 외부에 참혹한 현실이 존재한다고 해도 애써 그것을 못 본 척 하는 '역逆 아우슈비츠'에 같히고 말 것이라고 서경식 선생은 주장한다.(p.207~211)

 이 같은 현실은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2MB와 공정택으로 대표되는 '쓰레기'들은 자신들의 입 맛에 맞게 역사 교과서를 뜯어 고치고 경제난을 핑계로 부자들만을 위해 세금을 감면하고 의료 보험을 민영화하려고 시도하는 등 자신들의 기득권 보호에 안달이 나 있따. 솔직한 내 심정으로는 그런 쓰레기들만 난지도에 마아서 따로 나라를 만들어 지들끼리 살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 듯 나도 대한민국을 떠날 생각이다. 그 이후 대한민국이 전쟁터가 되든 말든 절대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양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이에 대해 서경식 선생은 <자유>, <상상력>, <차별에 대한 반대> 이렇게 3가지 화두를 이야기한다. 본인은 시청 앞 광장에서 "김일성 만세!"라고 외쳐도 잡혀 가지 않아야 진정 <자유>가 이 땅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막걸리 보안법'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다. 혹시 나도 잡혀가는 것은 아닐까 심히 걱정된다. 이제 일명 '최진실법'까지 제정되면 인터넷 언론 자유는 그 종말을 고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카토 선생과 서경식 선생의 대담 중에 외국어를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 의논하는 대목이 있다.(p.105~106) 흔히 우리는 영어로 대표되는 외국어를 공부하는 이유를 실용적인 목적으로 한정하거나 특권층의 대물림 수단(어렸을 때부터 외국에서 공부시킬 수 있는 집안)으로 외국어가 이용되므로 신분 상승의 수단으로 외국어를 공부한다고 생가간다. 그런데 카토 선생은 외국어를 공부함으로써 나 스스로 가둬두고 있는 국가와 사회를 밖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시각이나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하였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잊고 있던 진정 외국어를 공부하는 목적이 아닐까?

 비록 이라크 전쟁을 통해 다시 한 번 인간 이성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지만 이럴수록 인문 교양의 중요성은 강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인문 교양은 다시 밝은 미래를 인류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이 책을 통해 그 대답을 스스로 찾아보기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절의 세기 증언의 시대
서경식.타카하시 테츠야 지음, 김경윤 옮김 / 삼인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재일 조선인' 2세로 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에서 불문학을 공부하고 현재 도쿄경제대학에서 가르치고 있으며 1971년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서승/서준식의 동생으로 국내에서도 많이 읽힌 <나의 서양미술 순례>의 글쓴이면서 '재일'이라는 존재 조건 속에서 네오 내셔널리즘의 발흥 등 일본 사회의 허위와 모순을 끈질기게 고발한 서경식 선생과 도쿄대학 철학과에서 가르치고 있으며 [일본의 전후 책임을 묻는다]라는 책에서 전쟁 희생자들의 증언과 그들에 대한 기억을 무화시키려는 일본 내셔널리스트들의 논리의 허구성을 통박한 바 있는 다카하시 테츠하(高橋哲哉)간의 "전쟁의 기억을 둘러싼 대화"를 모은 책이다. 

 특히 일본에서 점점 네오 내셔널리즘이 대두되고 평화 헌번의 요체를 이루는 교전권을 포기한 헌번 9조의 수정을 기본으로 한 '일반국가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둘은 전쟁의 기억을 다시 되새기면서 일본의 전쟁 책임 인정 및 책임자에 대한 처벌, 피해자에 대한 보상, 그리고 전쟁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통해 동아시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다만 이 들의 주장은 일본 내에서 점점 소수가 되어 가고 있는 듯 하다.

 타카하시 테츠하가 말했듯이 삼무주의(三無主義 : 젊은 층의 행동 양식을 지칭하는 말로 무책임, 무기력, 무관심을 일컬음)라든지 미이즘(me-ism : 자기 중심적인 사고 방식이나 행동 양식을 가볍게 지칭하는 말)이 젊음이와 학생을 지배하고 있으며(p.32) 자연적 시간의 논리(Chronology)에 의해 점점 전쟁의 기억이 잊혀지고 있으며 역사를 책의 페이지를 넘기듯이 갱신해 나가려고 하는 시도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타카하시 테츠하는 자연적 시간의 흐름에 저항하는 아나크로니즘(Anachronism)을 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며(p.57) '과거의 극복'이란 이름 아래 역사를 딱 잘라 정리하려는 시도에 대해 저항해야 한다고(p.44)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역사를 책 페이지를 넘기듯이 갱신하려는 시도가 잘못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과거는 계속 극복되지 못하고 잊을만 하면 계속 되풀이 될 것 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자에 대한 확실한 보상과 사과가 있다면 '과거의 극복' 또한 인정해야되지 않을까?

 그 밖에 인상 깊은 것은 1936년에 독일 함부르크 시에 있는 거대한 전쟁 기념비를 그대로 세워 둘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있을 때 함부르크 시 당국은 이 기념비를 그대로 두고 다른 한쪽에 이것을 대항하는 반전 기념비를 세운다는 방침을 발표했다고 합니다. 즉 "낡은 기념비를 부수는 것은 과거의 역사를 적대시한 나머지 나치의 선전 도구가 어떠했는지를 비판적으로 보는 데 필요한 증거물을 없애는 것이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였다는데(p.85) 이런 관점을 보여준 함부르크 시 당국의 견해에 정말 놀랄 따름이다.

 그리고 우에노 치즈코(上野千鶴子) 교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있다.(p.134) 내가 봉사활동 하는 <하자센터> 센터장인 조한혜정 교수와 친분이 있어서 <하자센터>에도 많이 오는 분인데 서경식 선생과 다카하시 교수는 우에노 교수에 대해 일본 국민으로서 주권자로서의 책임이 문제되는 장면에서 그것을 비켜 가기 위해 젠더나 직업이나 지위라는 다른 측면을 가져오는 논의는 옳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특히 내셔널리즘의 철저 비판을 지향하는 우에노 씨답지 않게 묘하게 일국적/일본 중심적인 관점에 서 있다는 지적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역시 우에노 치즈코 교수도 이런 약점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여성 지도자/지식인 풀이 얼마나 메말라 있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본인의 경우 야구장, 축구장, 농구장에 갈 때 경기 전에 하는 국민의례를 무시하는데 사실 국가가 나한테 해준 것이 무엇이 있다고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는 것일까?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 이승만 개새끼처럼 혼자 살기 위해 한강 다리를 폭파하고 도망친 놈도 있고 박정희, 전두환처럼 말 하기도 더러운 새끼도 있고 현재 2MB처럼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나라를 운영하는 놈도 있다. 그래서 나는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는데 이는 미국에서 판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43년 독일 및 일본과 전쟁이 한창일때 바네트(Barnet)가의 사람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였는데 연방최고재판소는 지적/정신적 자유를 보장한 합중국 헌법 수정 1조, 14조를 근거로 국기에 대한 경례의 의무화를 위헌이라고 하여 경례 거부를 인정(p.183)했는데 이렇게 미국이 타락하지만 마지막 희망을 놓치 않는 이유는 법이 바로서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경우는 법이 과연 중심이 잡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이 책은 200쪽에 불과할 정도로 양이 적지만 <나의 서양미술 순례>같은 쉬운 에세이 책으로 생각하고 읽는다면 이 책의 무게에 눌릴 가능성이 있다. 이 책은 절대 가벼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 아니므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는다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남 - 서경식 김상봉 대담
서경식, 김상봉 지음 / 돌베개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존경하고 꼭 만나 뵙고 싶은 서경식, 김상봉 선생의 대담을 묶어서 <돌베게>란 곳에서 출판한 책이다. 서경식, 김상봉 선생에 대해서는 굳이 다시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지만 <돌베게>란 출판사가 지금까지 내온 책의 면면을 살펴보니 인문/사회 분야에서 좋은 책들을 꾸준히 출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예컨데 신영복 교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강의>나 <백범일지>, <전태일 평전>,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 <주기율표>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책들을 출판하고 있었다. 사실 인문/사회 책이 그렇게 많이 팔리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좋은 책들을 꾸준히 출판하고 있는 점에서 국내 독자의 한 명으로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글쓴이가 책의 초안을 완성한 후 여러군데 출판사를 접촉하면서 출판 여부를 알아보는 것이 관행이 되어 있는데 이 책의 경우에는 편집자의 주도적 노력으로 서경식, 김상봉 선생을 서로 만나도록 권유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이렇게 완성도가 높은 책으로 출판한 점은 굉장히 놀랍다. 특히 일반적인 <대담>류의 책의 경우 그냥 주례사처럼 서로 덕담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의 경우 두 분의 탁월함이 그대로 드러날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날이 선 의견 대립을 하는 등 내용이 꽉 찬 책이다.

 이 책에서는 5.18, 씨알, 유대인 문제, 교육, 교양, 예술 등 여러 가지 쟁점에 대해 서경식, 김상봉 선생은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데 본인의 경우 어느 한 분의 의견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각 사안마다 어떨 때는 서경식 선생을, 어떨 때는 김상봉 선생의 의견을 따르게 되었다. 이렇게 이 책을 통해 각 사안에 대해 두 분의 의견을 들어보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되는데 특히 2장 <역사와의 만남>에서 의견 대립이 굉장히 격하게 이루어졌다.

 이 책에서는 특히 '타인의 고통'에 대해 논의하는 부분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사실 본인의 경우 타인의 고통에 대해 어차피 내 자신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감정보다는 이성을 앞세운다는 명분으로 타인의 고통에 대해 무감각 하였다. 그런데 이 책에서 김상봉, 서경식 선생의 대화를 들으면서 나의 생각이 얼마나 짧았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 김상봉 선생은 "타인의 고통이 지니는 타자성을 보존하면서도 그 단절을 어떻게 무관심이 아닌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느냐가 문제인데, 저는 타인의 고통 앞에서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과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타인의 고통 앞에서 배우려는 자세, 우선 이 두 가지가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p.106)라고 말씀하셨는데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이런 통찰력이야말로 김상봉 선생의 탁월함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보면 서경식 선생과 김상봉 선생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는데 서경식 선생은 한국의 현실을 일본보다 긍정적으로 보지만 과연 밝은 미래가 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굉장히 회의적이다. 이에 비해 김상봉 선생은 한국의 현실을 굉장히 부조리한 상태로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씨알"을 강조하면서 좀 더 밝은 역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 이렇게 서로 현실 인식과 미래 전망이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대담이 성공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일반적인 '대담'류와 달리 서로 좋은 이야기만 주제와 상관없이 계속되지 않고 서로의 견해와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독자로 하여금 각각의 견해에 대해 좀 더 넓은 시각과 생각하는 힘을 길려주는 책이다. 특히 '대담'류를  훌륭한 책으로 묶어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돌베게 출판사와 편집자에 대해서는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싶다. 다만 이 책이 두 분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으면 조금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으니 먼저 서경식, 김상봉 선생의 다른 저서를 읽고 맨 마지막에 읽어보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