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조선인 > 총회 소집해! 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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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1 ㅣ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평점 :
1권을 읽는 내내 위가 뜨끔거렸다. 앞으로 7년 후의 마로와 지로의 모습이 겹쳐졌기 때문. 만약 마로가 우리 부부를 괴짜로 여기면 어쩌지? 딸이 우리를 무능력의 표본으로 여기고 부끄러워 한다면 아마 견디기 힘들 것이다. 타인으로서 과연 저이들을 좋아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는 지로의 고민에 일순 망연자실하기도 했다.
물론 나나 옆지기는 우에하라와 사쿠라처럼 화려한 전과를 자랑하는 과격파 출신도 아니고, 일본과 한국의 운동 상황은 다르다. 결정적으로 우리는 우에하라처럼 아나키스트가 아니라 조직된 대중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 이상이나 수단은 다르다해도 우리 역시 혁명을 꿈꾸는 사람! 책을 읽는 내내 우에하라가 소집한 청문회 앞에 세워져 그에게 비판 받는 상상을 했는데, 당하는 심정은 제법 저릿했다.
넌 이상을 실현하는 것보다 조직을 유지하는데 급급한 거 아냐?
세상과 점점 괴리된다는 것도 모르고 그저 운동을 위한 운동에만 매달리는 거 아냐?
혁명은 한 사람 한 사람 마음 속으로 일으키는 것임을 알고 있는가?
우에하라는 어찌나 목청이 큰지 그의 일갈에 귓청이 떨어질 듯 했다. 전체 야유회나 단합 체육대회에만 얼굴을 비추고 일상적인 소모임이나 활동엔 참여하지 않는 회원들, 입시 산업의 선봉이라는 학원계를 떠도는 후배들, 올해는 아예 소집되지 못한 총회! 우리의 약점을 아낌없이 지적하니 오기가 안 날 수 없다. 혼자서 국민연금 안 낸다고 제도가 개혁되나? 자식을 학교에 안 보내면 참교육이 실현되냐고? 미군 부대에 들어가 비행기에 불 지른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건 너도 이미 알잖아? 우에하라에게 조목조목 따져보지만 이 인간 듣는 품새가 영 불량하다. 귓구멍 후비다 등 돌리고 가면서 '그럼 니 뜻대로 해보던가' 툭 대사를 던질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럼 난 분해서 후배들에게 대신 악을 쓰겠지. '총회 소집해! 총회! 우리의 본때를 보여주자고!!!'
<뱀꼬리>
이라부 선생에게 좋지 못한 감정을 품고 있던 터라 사람들이 너도 나도 '남쪽으로 튀어!'를 치켜올려도 신경쓰지 않았다. 운동권을 희화화하는 내용일거라 지레짐작하며 혼자 못마땅해 했다. 차력도장 선정도서만 아니라면 '오쿠다 히데오'의 책을 다시 볼 일이 없었으리라. 그런데 지금은? 우에하라와 사쿠라 커플을 만나게 해준 바람돌이님이 고마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