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돌이 > 우에하라씨! 행복하세요.
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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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하라씨!
당신을 보면서 착잡한 마음이 드는건 왜일까요?

나로 말할 것 같으면,
20대의 열정은 거의 식었고,
그렇다고 아직 패배했다고 무릎꿇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고,
그럼에도 이상과 현실의 어느 중간쯤 적당히 눈치보며 서있는 그런 사람이라오.
적당히 썩어 돌아가는 길을 찾기도 한다지요.
또한 가진게 너무 많아져 내걸 잃을까 조바심도 친답니다.

그런데 오늘 당신이 나의 그런 모습을 비웃는군요.
한 때 전설의 투사였다는 당신.
그런데 자기입으론 한 번도 그 과거를 떠들지 않는 당신! (뭐 별로 당신 스스로 자랑스러워하지도 않는것 같습디다만.....)

"세금은 못낸다면 못내"
"학교 안 보내"
"난 일본 국민이기를 그만둘거야"
"그자들이 집을 부순다면 나는 그 답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불을 질러주지"

당신의 말은 정말 거침없다는게 뭔지를 제대로 가르쳐 주는군요.
당신의 말이 틀린게 하나도 없지만 그게 옳다는 걸 알아도 누구도 현실에선 그렇게 말하지 못하지요.
현실과의 적당한 타협이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알고 있으니까요.

한편으로 그렇게 모든 권력과 억압으로부터 온전한 자유를 누리려는 당신이 부럽기도 합니다.
또 한편으로 그런 당신에게 딴지를 걸고 싶기도 하고요.

당신이 10여년이 넘는 세월을 아무 밥벌이도 안하고 빈둥거리면서 살 수 있었던건 누구 덕분이었을까요.
당신을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당신의 부인.
한 때 '오차노미즈 여자대학의 잔다르크'라 불렸던 그 부인이 찻집을 겨우겨우 운영한 덕분이죠.
또한 당신은 최악의 아버지처럼 보입니다.
지로는 당신 덕분에 창피해 죽을 지경입니다.
어디서나 모든 사람과 분란을 만들고 게다가 덩치도 목소리도 커서 어디에서나 눈에 띄어 숨길수도 없는 아버지  당신.
지로가 얼마나 난감할까 생각하니 지로에게 동정이 절로 가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오키나와보다 남쪽인 그 섬으로 튀고 난 이후의 당신은 나의 딴지를 완전히 비웃어버리는군요.
누구도 착취하지 않는 자급자족의 생활, 서로 돕는 공동체를 찾자 말자 당신은 성실한 가장으로 탈바꿈합니다. (사실 성실한 가장은 좀 안맞는것 같은데 어쨌든 뭐 비슷한것 같으니까요)
자신이 일하지 않았던건 게을러서가 아니라 체제에 순응하기 싫어서였다는걸 명백하게 보여주더군요.
여전히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 하지만,
그렇다고 당신의 아이들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결정을 막는적도 없는 아버지였습니다.
어찌보면 어설프게 아이들을 돕지는 않지만 혼자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법을 가르치는 아버지이기도 했던것 같군요.
지로가 학교폭력으로 가쓰라는 중학생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걸 당신은 대충 눈치재고 있었던 것 같은데도 아들을 믿어줬던것 같습니다.
결국 스스로 해결해 낼수 있으리라는걸....
또한 당신 부인의 문제도 그 삶을 선택한 건 결국 부인이었단 생각이 듭니다.
당신은 당신 부인이 선택한 삶의 방식을 그냥 존중해줬고,
그 부인이 또한 다른 삶을 선택할때도 당신은 그 선택을 존중합니다.

현실에서 당신과 똑같은 사람을 만나기는 힘들겠지요.
완벽한 부적응자와 완벽한 인간의 모습을 다 가지고 있는 당신!
딱 그만큼 당신은 비현실적이니까요.
그럼에도 당신을 만나서 참 유쾌했습니다.
당신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오늘의 한국사회를 봅니다.
많이 다르고 많이 닮았습니다.

부디 새롭게 찾아간 파이파티로마에서 행복하시길....
당신같은 사람 하나쯤 행복해져야 살맛이 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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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정말 통쾌하고 재밌는 소설을 만났다.
책을 들고 숨돌릴틈도 없이 읽어지는 소설이 어디 그리 많던가....
더군다나 읽는 사람마다 다양하게 여러가지로 읽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 오쿠다 히데오는 <공중그네>에서는 그냥 꽤 재미있게 글을 쓰는 작가 정도로 생각되었는데,
이 소설에서 작가의 역량과 사고의 폭이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또 하나
요즘 내가 좋아하게 된 일본 작가가
가네시로 가즈키와 오쿠다 히데오 이 두사람이다.
둘 다 공통점이라면 만화적 감수성이 책에서 넘쳐난다는 것.
아주 심각하게 폼잡으면서 할 얘기도 이들에게 오면 유머와 위트가 넘친다.
이건 일본 만화의 힘이기도 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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