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자연 속에서 진화한 인간이 여행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행위는 본능적인 일인지도 모르겠다. 특히 낯선 나라의 풍광을 접하면서 홀로 걷는 걸음. 이방인만의 두려움과 외로움 그리고 걷는 고통속에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대답하고 선택하고. 그렇게 가장 인간적인 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방법에 걷는 행위가 포함된 것은 분명하다.     
꽤 두꺼운 책의 양에 비해서 내용이 술술 익히는 장점이 있다. 번역도 매끄럽고 무엇보다도 저자의 기록이 문학적이고 아름답다. 비슷비슷한 지역을 묘사할 때도 그 고장만의 색채를 담아 전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터키인들의 오랜 전통인, 황홀한 손님맞이도 흥미롭다. 게다 저자가 위험에 빠졌을 때, 아슬아슬한 스릴(!)도 느낄 수 있다. 아메바성 이질에 걸려 토사곽란을 일으키는 장면에서는 육체적인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그렇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터키의 문화를 접하는 재미와 소설같은 내용에 슬슬 가속도가 붙는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지적해 주셨듯이, 보다 인권중심적이고 합리적인 사회시스템 속에서 자라난 저자가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동양사회 - 터키는 서양과 동양의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지리학적인 위치에서 동서양을 구분하기가 애매하지만 - 를 조금 평가절하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는 이 사람도 터키의 지도층을 불신하기 때문에 일부분 수긍하긴 했지만 국지전으로 몸살을 앓고 오랜 관습이 성문법처럼 통하는 중앙아시아의 국가라면 사소한 불친절이나 황당한 몸수색, 군대에 의한 강제연행은 좀 이해해 줄 법도 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저자도 인정하듯이 터키의 아름다운 고원과 터키인들의 따뜻한 손님맞이는 커다란 힘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목표를 향한 중단 없는 걸음 속에서 저자를 더욱 나다운 나와 마주치게 하고 걸을 수 있게 한 힘은 터키의 자연과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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