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쏘다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 / 실천문학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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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열풍 때문에 아니, 덕분에 조지 오웰이 국내에서도 빛을 발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오웰을 만난 2003년 겨울을 특별히 기억할 정도로 그의 작품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동물농장]과 [1984], 그리고 [카탈로니아 찬가]는 각각 하룻만에 다 읽어버렸을 정도로 군더더기 없는 간결하고 명료한 문장과 인간적 사회주의를 지향하며 고민했던 작가에게 큰 매력을 느꼈다.
[코끼리를 쏘다] 또한 마찬가지다. 앞부분의 삼 분의 일은 오웰 스스로가 식민지 제국시절의 나날들과 부랑자로 위장해서 빈곤계층의 삶을 직접 체험하면서 느꼈던 경험을 회술했다. 읽는 와중에도, 햐... 어지간히 고통스러웠을텐데.., 라는 측은함이 일어났고 더구나 그에게서 엄살 따윈 찾아볼 수 없어 더욱 신뢰가 갔다. 열린 태도로 기층민중들의 삶을 이해하려 노력했고 그들편에 서고자 했던 작가의 나머지 이야기는 문학에 관한 오웰의 주관적이고 짤막한 비평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각각의 작품들에 대해  솔직하고 객관적인 자세를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출판사나 서평가 그리고 작가의 비위를 맞추려 들지 않는 그의 무덤덤한 태도가 또 한 번, 반가웠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유명작가들을 포함한 이류작가들에 대한 작품성에 관한 실명비판이다. 정치적인 무관심, 의식없는 사회적인 행동 혹은 문학을 자신의 목적에 따라서 훼손, 오용하는 작가들이 팔짱을 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판조차 제대로 허용되지 않는 국내문학풍토에서 오웰의 신랄함은 신선함을 뛰어넘는 그 이상으로 다가왔다. 아쉬웠던 점은 대부분이 낯선 영국 작가들이어서 별나라 이야기를 듣는 듯 했다. 그러나 지엽적인 문제들은 새발의 피. 문학에 관한 정체성을 되짚어 볼 수 있고 그의 작품들이 왜 정치적일 수 밖에 없는지 오웰의 재미있는 입담까지 들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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