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파란여우 > 김씨들 책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김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김훈은 인터뷰 중간에 '내가 왜 마초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내가 마초라서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농담처럼 인터뷰 기사에서 자기를 '아름다운 마초'로 써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건 정말이었다.
-책 중에서
김경의 인터뷰집이다. 한번도 작가 김경의 글을 만난 적이 없지만 그녀를 평하는 다른 이들의 말에서 사이다처럼 톡톡튀지만 맛이 제법 있다고 전한다. 순전히 그 이유 하나만으로 이 책을 구입한다. 남의 말에 이렇게 귀가 얇아도 되는 거냐고 묻는다면 자신의 주관성이 너무 뚜렷하면 자칫 독불장군처럼 보여지고(남에게) 너무 흔들리면 줏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내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사람이 가장 무섭지만 가장 궁금하기 때문이다. 21명의 인물이 세상과 사람에 대하여 여전히 부족한 피를 채우려하는 나의 위장을 얼마나 만족시켜줄지 벌써부터 흥분된다. 정혜신이 심리학적인 분석으로 한밤중까지 나를 유쾌하게 만들어주었다면 이 작가는 기자로서 고리타분한 멘트 말고 어떤 것이 있을까.
개
김훈 지음 / 푸른숲 / 2005년 7월
나는 날지를 못한다. 나는 개이므로 고향이 있고, 주인이 있고, 주인이 주는 밥을 먹고 주인의 집에서 잔다. 나는 개이므로 네 발바닥으로 땅바닥을 박차고 달리고, 땅 위의 모든 냄새를 들이마시는 것이다. 바닷가 마을에서 나는 세상의 모든 것이 나의 고향이며, 사람의 냄새가 나는 모든 주인들이 나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책 중에서
말이 필요없다. 날것의 삶, 육체적 글쓰기의 대부, 뻔뻔하기의 대명사인 그가 '보리'라는 개로 돌아왔다. 당연히 책 중의 저 말에서 벌써 김 훈의 몸뚱아리 글쓰기가 보이지 않는가. 발바닥으로 땅바닥을 박차고 달리고, 땅 위의 모든 냄새를 들이마시는 개 이야기. 아, 알라딘 배송 빨리 좀 해주면 안되냐. 멍멍!!!
아리랑
님 웨일즈. 김산 지음, 송영인 옮김 / 동녘 / 2005년 8월
나는 결코 민족주의자나 국수주의자가 아니다. 오히려 개인주의자에 훨씬 가깝다. 이 나라가 지닌 잘못된 많은 속성들 중 한가지가 바로 그 빌어먹을 단체니, 조직이니 하는 이상한 단결권으로부터 파생된 것이라 여긴다. 잘못된 생각인가.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면 단체에 따라야 하는 상황에서 개개인의 자유나 진정한 권리는 박탈당할 수 밖에 없다고 여기시는지? 결코 쉬운 답이 아니다. 불우한 시대를 살다간 젊은 한 혁명가의 삶을 통해서 나는 무엇을 얻으려 하는 것일까. 최고의 상품가치를 지닌 매력적인 체 게바라를 통해서는 교훈이 없었지만.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김산해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1월
강유원의 <책과 세계>를 읽고나서 이 신화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길가메시여, 그대가 찾는 것은 결코 찾을 수 없으리라. 신들이 인간을 창조할 때 죽음을 인간의 숙명으로 안겨주고 영생의 삶을 거두었기 때문이오. 그대가 살아 있는 시간을 즐겁고 충만하게 보내오. 그대의 손을 잡는 어린아이를 사랑하오. 그대의 아내를 품에 안고 즐겁게 해주오. 기껏해야 이런 것들만이 인간이 해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오."
기껏해야 라니, 아 요런 발칙한 인정을 안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라니. 그러나 사랑만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임을 알면서도 인간은 끊임없이 신의 자리를 탐냈다고 강유원은 전한다. 일단, 구미가 당기는 책이라 신화에 상당한 취약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보관함에 담았다. 책값이 겁난다. 25.2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