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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즐거움 (양장)
히로나카 헤이스케 지음, 방승양 옮김 / 김영사 / 2001년 11월
평점 :
이 책을 읽고 J라는 친구가 생각났다.과학고에 진학했고,2학년 때 KAIST에 입학했다고 들었다.그 친구와 나는 같은 동네에서 살았기 때문에 집에 같이 갈 일이 제법 있었는데,그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깜짝 놀라곤 했던 기억이 난다. 한 번은 '나는 생각해' 라고 뜬금없이 이야기하길래 '뭘?' 하고 물은적이 있다.그 녀석,싱긋 웃더니 '고로 나는 존재해' 이러는게 아닌가! 나는 머쓱해져서 할 말을 잃었다.그 녀석은 늘 뭔가에 깊이 빠져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히로나카 헤이스케씨도 그 녀석과 많이 닮았다.언제나 끊임없이 노력했던 점이나,수학문제를 붙들고 1시간이건 하루종일이든 집중했던 점이 닮아 있었다.
역시나 천재는 타고난다기보다는 노력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성과물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다. 나 역시도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다.그래서인지 나는 늘 노력하는 사람들의 얘기가 좋다.그들의 얘기를 듣거나 읽고나면,다시금 힘을 내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그들이 해냈다면 나 역시도 언제나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셈이니까.
학문을 배우는 목적은 '지혜' 를 얻기 위해서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공감이 가는 말이다.단순한 지식의 습득과는 다른 어떤 것을 배우고,익히기 위해 우리는 학문을 배운다.그 속에서 우리는 뭔지모를 희열을 느끼게 되고 소심심고(素心深考)를 중요시하는 작가의 겸손한 마음또한 충분히 배울점이었다.소박한 마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깊이 생각하라는 말.남의 말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열려있는 사고를 할 것.
무엇보다 저자에게서 본받을 점은 수많은 욕망들을 직접 실천으로 옮긴 결단성과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했다는 사실이다.누구든지 그러한 마음을 품기는 쉽다.하기가 어려울 뿐이다.저자는 기한없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매진할 수 있다는 것.나로서는 무척이나 어렵고 고된 선택이 아닐 수 없다.역시나 성공한 사람들에게선 '끈기와 집념' 이란 말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다.
또 한가지 기억에 남는건 친구와의 만남을 서술한 부분이다.그들과 허물없이 지내긴 하지만 절대로 주체성을 잃지 않는다는 것! 참으로 중요한 부분이다.우리는 흔히 이 부분을 간과하기 쉬운데,친구따라 강남가지 않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작가는 새삼 깨우쳐 주고 있다. 평범한 가정에서,열악한 환경에,그것도 뒤늦게 시작한 공부에서 배움이란 기쁨을 발견한 사람.일본인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그에게 작은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