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열왕릉비 머리 부분
경주는 고분의 도시라고 해도 상관이 없을 만큼 고분이 많이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무덤 주인이 알려져 있는 고분은 딱 두 기 뿐이다. 김춘추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신라 태종무열왕릉과 흥덕왕릉이 그것이다. 이 두 기를 제외하고 주인이 알려져 있는 무덤은 대개 누구 무덤이라고 전해져 내려오는 무덤들이다. 그래서 그 무덤들을 일컬을 땐 전 **릉이라고 한다.
신라 시대 사람들은 지석을 남기지 않았다. 지석은 커녕 비석도 제대로 남겨놓지 않아 무덤 주인을 알아보기 힘들다. 삼국유사나 삼국사기에 어디에 누구 무덤을 썼다 하는 장지기록이 남아 있긴 하지만, 정확한 위치가 아닌 두루뭉실한 위치 기록에 가깝다. 그나마 그 장지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것도 법흥왕 이후부터라나.
무열왕릉의 무덤을 알아보게 된 것은 무덤 앞에 있는 비석 때문이다. 비석의 몸체는 없어졌고 거북 형상과 이수만 남아 있는데, 이수에 '태종무열대왕지비'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그래서 비석 앞에 있는 이 무덤이 무열왕릉임을 알게 된 것이다.
비석의 거북 형상은 화강암으로 만들어졌는데, 천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뛰어난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이 거북 모양은 거북이 바다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거북은 앞뒤 모두 발가락 다섯개를 지니고 있는데, 헤엄칠 때는 뒷발 엄지발가락을 숨겨 네 개만 보인다고 한다. 태종무열왕릉비의 거북이 4개의 뒷발가락을 지니고 있는 건 바로 이 때문이라나. 또 한 가지, 거북이 헤엄치는 형상임을 입증하는 게 거북 턱 부분의 붉은 색이다. 거북을 자세히 보면 헤엄칠 때 턱이 붉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무열왕릉비의 거북 입 부분을 보면 붉다. 유독 입 부분만 붉은 건 바로 헤엄치는 거북 형상을 표현하고자 했기 때문이라나.
화강암인 바위에서 유독 입 부분만 붉게 된 까닭은 모른단다. 하지만 신기하다. 어떻게 거북의 입 부분만 붉으스럼한 이유는 무엇인지. 화강암 중에서도 철 성분이 많은 부분을 얼굴로 만들어 그런 것일까. 아님, 특별한 성분을 바위에 발라 천년이 넘도록 붉은 색을 띨 수 있도록 만든 것일까.
무열왕릉 앞으로 이수에 새겨진 글자를 썼다는 김인문 묘와 김춘추의 구대손 김양의 묘가 있다. 봉분 크기가 좀더 큰 것이 김인문 묘라고 한다. 혹자는 무열왕릉 앞에 있는 두 기의 무덤 중 한 기가 김유신의 묘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지금 김유신묘라고 알려져 있는 무덤이 왕릉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화려하기 때문에 이런 의견이 나오고 있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