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위>
어제는 양조위와 같은 공간에서 60분을 함께 했다. 그와의 뜨거운 60분이었다. 가운데 자리 7번째 줄에서 보았다. 그와 나 사이 약 15미터. 화양연화 시절의 양조위를 보았더라면 더 좋았을 테지만. 그는 1962년생 다운 얼굴 주름을 그대로 간직한 채 내 앞에 앉아 있었다. 팔자주름을 성형하지 않은 그 모습에 더 반해버렸지 뭐야.
사실 좀 피곤했다. 그래서 양조위고 뭐고 다 귀찮고 그냥 집에 가서 침대에 드러눕고만 싶었다. 하지만 지인이 오전부터 잡아둔 자리가 너무 좋았고 또 세상만사 흥미를 잃은 사람으로 살다 죽으면 자기혐오에 빠질 거 같아서 아이폰 1차 사전 예매를 하던 기분을 떠올리면서 BIFF 행사장으로 향했다.
(여기까지는 10월 8일에 쓴 것. 양조위는 10월 7일 BIFF에서 오픈토크를 했다.)
<반지>
반지를 구매하던 당일도 내 손가락에 맞는 반지는 국내에 딱 1개 있었다. 늘 그렇듯 제일 작은 사이즈여서 수요가 없으니 재고도 몇 개 없다. 결국 그 반지는 그 매장을 방문한 누군가가 사가버려서 나는 해외 오더를 받는 수밖에 없었다. 한 달 넘게 기다렸다. 왜 이런 사치품에서 영혼의 위로를 받느냐고 누군가 묻는다고 한다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는 그냥 주얼리를 좋아하는 인간일 뿐이라는 말 말고는 딱히 할 말이 없다. 누군가의 외식, 누군가의 술, 누군가의 담배, 누군가의 여행, 누군가의 반려동물(혹은 자녀)보다 나는 금과 다이아몬드에서 더 큰 위로를 받는 인간일 뿐.
<아이폰>
아이폰11을 사전예약으로 구매한지도 만3년. 이번에도 사전예약으로 14를 샀다. 11때 황망했던 것은 페이스ID를 3달 정도 체험하고 나자 코로나19가 발생해서 마스크를 쓰는 바람에 페이스ID보다는 비밀번호 입력을 더 많이 했다는 것이다. 이번 14는 마스크착용 페이스ID 등록이 가능해서 일단 좋다. AOD 기능은 맘에 들고, 다이나믹 아일랜드는 아직 잘 모르겠다. 늘 기본사양만 구매하다가 (언제 죽을지 모르므로)프로를 샀다. 남은 생애에는 뭐든 최상품만 구매할 거다.
<외로움>
책읽아웃에 이다혜가 나와서 듣고 또 들었다. <퇴근길의 마음>에 홀딱 반해버렸다. 책 내용, 편집 상태, 책의 크기와 무게 모든 것에서 완벽하다. 이다혜는 외로움은 '내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 타인이 몰라줄 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했다. 이런 감정이라면 나는 거의 늘 느끼고 살지만, 그것을 외로움이라기보단 '나는 special of one이야.'라고 여기며 살아오고 있다. 애초에 타인이 나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해 줄거라는 기대가 0. 그러니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불가능.
내가 이 서재에 쓰는 잡문들도 누군가의 공감이나 이해를 바라고 쓰는 게 아니다. 안락사를 바라는 나, 태어난 게 일생 최대의 실수라고 생각하는 나, 위선을 극혐 하는 나, 수백만 원짜리 반지 구매 얘기를 하는 나에게 공감이 가능하다고? 공감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굳이 감추지 않을 뿐. 타인의 공감과 이해보다는 나 자신의 개성이 더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