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밴드5 기준 수면점수 99점 상위 1%. 거의 매일 이 점수를 받아 낸다. 이것은 내가 완성한 엄청난 루틴의 결과 중 하나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하루 수면 시간 7시간 30분~8시간 30분 사이. 평균 8시간. 이것을 매일 유지한다. 더 이상 나에게 일어나기 힘든 아침은 없다. 대신 나에겐 잠이 쏟아지는 밤이 있을 뿐!


대체로 알람이 울릴 때쯤 알람보더 조금 먼저 깬다. 알람이 울리면 일어난다, 상체를 세우고 침대에서 나온다. 잠옷을 벗고, 모닝홈트용 옷으로 갈아입고 모닝홈트를 한다. 지난 6월 유튜버 빅시스를 알게 된 후부터 매일 아침 빅시스의 모닝홈트 10분을 하고 있다. 이 체조를 할 때마다 소설 <상실의 시대>의 지리학과 룸메이트를 떠올린다. 이 지리학과 학생도 매일 아침체조를 하는데, 이 아침체조를 하지 않으면 하루를 시작할 수 없는 병적인 상태의 인물이다. 나 역시 이런 상태가 되어버렸다. 모닝홈트를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는. 사실 안 해 본 적이 없어서 어떤지 모른다. 매일 했으니까. 


머리를 감고 말리고 난 후, 주방으로 가서 아침식사용 샐러드를 데워 먹는다. 채 썬 양배추+올리브오일에 볶은 토마토+삶은 렌틸콩을 적당히 담은 그릇에 뚜껑 대용으로 접시를 올리고 전자렌지에 데운다. 데워진 샐러드에 올리브유+발사믹식초를 더해 먹으면 적당히 국물이 있는 따뜻한 샐러드로 뱃속을 데울 수 있다. 이것을 먹은 후 드립커피 도구를 준비해서 화장대로 간다. 드립커피를 천천히 내리면서 화장을 한다. 화장을 하면서 주로 팟캐스트를 듣는다.


5시 반에 일어나 7시 반에 출근길에 나선다. 

주말에는 8시 전후로 일어나서 홈트하고 샐러드 먹은 후 주로는 드립커피 쟁반을 들고 서재로 간다. 커피를 내려 먹으면서 일기를 쓴다. 


이번 주 월요일, 2주간 안정가료 후 다시 출근날 아침루틴(일찍 일어나서 화장하는 것)을 했을 때 안도감, 평온함을 느꼈다. 특히 한동안 화장을 쉬었다가 다시 화장을 했을 때 느껴진 안도감이란... 모닝홈트를 하는 행위가 내 몸을 깨운다면 화장을 하는 행위는 내 정신을 깨우는 듯하다. 화장을 하면서 나는 얼굴(육체)과 자아에 사회성을 덧씌운다. 그래서 사실 출근하는 것에 불만은 없다. 다만 몸이 아플 때 무리하고 싶지 않아서 쉬겠다는 건데 나보다 체중이 2배 이상은 될 듯한 저그의 울트라리스크가 연상되는(둔하고 난폭해 보임) 상사 놈은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상상력 미달이라 생리통을 당최 이해 못 하는 남자 담임 같은 놈이다. 


위에 서술한 나의 출근 루틴은 수면점수처럼 상위 1% 일 것이다. 나는 이것을 아무런 힘듦 없이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 새벽 기상과 노동이 주는 적당한 피곤이 밤(저녁?)의 꿀잠의 핵심 원료라는 걸 삶으로 체득했고, 나는 이것을 거의 매일 해낸다. 이런 루틴과 생활 태도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1억? 5억? 10억? 나는 나의 질 좋은 수면에 자부심을 넘어 자만심까지 느낄 지경!!! 


만약 내가 휴직을 하거나 퇴직을 한다면 나의 일상 루틴은 어떻게 될까? 출근할 이유가 없는데도 5시 30분에 일어날 수 있을까? 9시 반에 잠이 쏟아질 수 있을까?? 30분씩 미룬다면 6시 기상, 22시 수면. 병가로 인해 2주를 쉬어보니 쉬는 날이 누적될수록 일상이 다소 망가지는 걸 알았다. 낮동안 피로도가 낮으니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 날 밤엔 다시 일어나서 책을 읽은 건 아니고 거실로 가서 tv를 켜고 유튭에서 샤이니 태민의 영상을 엄청나게 보고 밤 1시쯤에야 겨우 잠들었다. 


휴직을 하게 된다면 수험생 모드가 되어서 집중력이 엄청나게 요구되는 어려운 책들을 해치우고 싶다. 더글러스 케네디의 소설은 출퇴근 생활 속에서도 충분히 읽을 수 있지만(오히려 더 잼날 듯), <특성없는 남자> <감시와 처벌> <제2의 성>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등등의 책은 나로서는 일과 병행해서 제대로 읽기란 불가능! 소설은 매일 조금씩 30분~1시간 정도 읽어도 괜찮은데, 인문학책은 4시간 정도 초집중해서 읽어야 해당 책의 내용이 머리속에서 개념이 잡힌달까? 그렇지 않고 30분씩 매일 읽는 건 뭐랄까, 다 식은 치킨을 데우지도 못한 상태에서 매일 저녁마다 1조각씩 먹는 기분? (정말 맛없지...맛 없을 듯...) 


어렸을 때 사탕을 녹여먹었다(중학생 이후로 사탕을 먹은 기억이 없네 그러고 보니). 자두맛 캔디를 좋아했는데, 그 알사탕을 정말 천천히 녹여서 먹었다. 단 한 번도 사탕을 깨어서 씹어 먹은 적이 없다. 심지어 해태 알사탕 땅콩캔디도 녹여 먹으면서 사탕 표면에 드러나는 땅콩 조각의 질감을 즐길 정도였다. 비유하자면 내 독서법은 천천히 사탕을 녹여먹는 거랑 비슷하다. 그래서 나는 <익명의 독서중독자들>에 나오는 독서중독자들의 독서법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의 정반대 지점에 내가 있다. 즉, 병렬독서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또한 경찰처럼 완독을 고집한다. 내 하루에 여러 명의 간접타인(책, 영화, 음악 같은 것을 나는 간접타인이라고 함)이 있는 게 싫다. 심지어 나는 음식도 섞어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반찬이 3개 있으면 1, 2, 3 순서를 정해서 1번을 먼저 다 먹고, 2번을 다 먹고, 3번을 다 먹는 식이다. 노래도 그렇다. 여러 가수의 노래를 믹스해서 듣는 건 가급적 하지 않는다. 대체로 한 가수 노래만 듣거나 앨범 위주로 듣는다(지금은 태연 인기순 일주일 스트리밍 중). 옷도 그렇다. 옷도 가급적 브랜드를 통일해서 입는다(옷을 쉽게 잘 입는 법: 다 필요 없고 브랜드만 같으면 됨, 브랜드를 달리해서 옷을 잘 입으려면 엄청난 패션 상식과 노하우와 장신구들 필요하지만, 한 두 브랜드만 파면 미니멀한 옷장과 패션 감각 둘 다 가질 수 있다). 


일본 소설 <골든 슬럼버>를 어느 일요일에 쉬지 않고 한 번에 읽어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그때 알았다, 책도 영화처럼 끊어지지 않게 보면 훨씬 더더더더 재미있다는 것을!!! 이 소설을 일주일동안 띄엄띄엄 읽었다면 재미는 1/5정도로 줄어들었을 것!! (나중에 강동원 주연의 <골든 슬럼버>를 무려 극장에서 봤는데, 책보다 훨씬 재미가 없었다...)


내가 휴직을 하고 하고 싶은 것은 수험생 모드로 매일 책 읽는 것. 마칸 포기하고 책을 읽을 시간을 구매하기로 했다. 휴직 안 하고 돈을 계속 벌 경우 내가 할 수 있는 건 마칸 구입(말고는 없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마칸보다는 1년간의 수험생 모드의 독서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이 불경기에 생활비 걱정 없이 휴직할 수 있는 것도 사치라면 사치겠지. 여동생 왈 "6개월 휴직 아니고 1년 휴직이라고? 거기다 미국 여행도 갈 거라고?? 미국 비싼데. 와 돈이 다 어디서 났어? 백화점 vip 하면서 돈 다 쓴 거 아니가?"라고 했다. 나 왈 "월급 받아서 은행에 적금 넣어서 모았지!! 하하하."


그렇지만 내가 휴직을 하든 출근을 하든, 그 어떤 상황에서도 지키고 싶은 것은 나의 일상루틴이다! 그 루틴만 유지할 수 있다면 수험생 모드의 독서생활이든 출퇴근 노동자의 생활이든 사실 상관없다, 지금에 와서는. 오늘 하루 건강하고, 오늘 하루 무탈하게 보냈으면 완벽. 99점 상위 1% 생활자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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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12-17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그 어려운 책들을 허겁지겁 읽을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스터디 카페에서 읽고 ㅋㅋ 인터넷 강좌를 들었어요! 헤헷! 그래도 이해 못… 🥹🤣
휴직 1년 하시고 깨달은 천재될까봐 두려워진다. 응원할게요.
근데 저는 읽는 게 정말 좋거든요. (저도 천천히 읽어요 그림그려가며ㅋㅋㅋ 급히 읽을 때도 있고요) 노안 올까 초조하고. 물론 가끔 내가 너무 너드 같긴해 ㅋㅋㅋ

사회생활하면서 루틴 잘 지키고 쉬는 날 책 읽고 잠도 잘 자는 먼데이님이 상위 1% 맞습니다. 오늘 하루를 잘 보내시는 모습 귀감이 되어요!!

2023-12-19 09: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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