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모자무싸가 아직 완결이 안 된 상태라서 시작 하지 않고 있다. <나의 아저씨>와 <나의 해방일지> 작가의 드라마라고 해서 어떤 내용일지 짐작은 가지만 여하튼 완결 나면 몰아 보려고 기다리는 중에 추적60분의 <모두가 자식의 폰과 싸우고 있다>라는 타이틀을 보고 피식하면서 클릭해 봤다. 모자폰싸. 2026년식 인간 사육 르포 같았다. 한승태의 르포 <고기로 태어나서> 인간 편. 방송 20분경 나오는 관리형 독서실(스터티 카페)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일베보다 더 시급하게 금지시켜야 하는 거 아닌지??? 인간을 이렇게 관리하고 키운다고??? 미친 건가!!!!! 모든 책상마다 감시 카메라가 있고 20초 이상 움직임이 없으면 경고가 뜨고, 직원은 학생이 졸고 있다는 전제하에 깨우러 간다고 했다. 미친. 


내가 보기엔 스마트폰 중독보다는 관리형 독서실이 더 심각한 문제 같은데 이 방송은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을 주제로 잡았기 때문에 인간 사육 문제는 무시해 버림. 어쩌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지. 아마도 자신들도 그런 식으로 사육당했고, 자신의 자녀들도 그렇게 사육 중일 테니. 


중독 유전자가 강한 인간이라면 그게 무엇이 되었든 현재 자신의 환경에서 가장 중독되기 쉬운 것에 중독되기 마련일 거다. 우리 애가 착했는데 스마트폰을 사줬더니 저래 됐어요 하는 부모들을 보니 참... 다시 말하지만 별당아씨가 구천이라서 가출한 게 아니라고, 구천이든 구백이든 그 누구든 계기(수단)가 필요했다고!!! 당신의 자녀에게는 스마트폰이든 담배든 술이든 그게 뭐든 현재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고. 그게 마침 스마트폰이었을 뿐인 것이고, 스마트폰은 술이나 담배보다 접근성이 좋잖아. 허들이 낮잖아. 그뿐인 거라고. 


실리콘 밸리의 꾀자 천재들이 위대한 발명품을 만들어내서 애들이 망가진 게 아니라고. 

"우리가 인류 퇴화를 만들어냈다."라고 자랑하는 실리콘 밸리의 프로그래머들은 과대망상 환자다(<도둑맞은 집중력> 7장 즈음에 나오는 내용). 예를 들면 무한 스크롤 기능. 내가 만든 스크롤 기능 때문에 모든 인류가 폰에 중독되었고 이건 인류 퇴화야 흑흑 오똫하면 저아여 ㅜㅜㅜ 퇴화가 10년 만에 발생하는 거라면 인류는 직즌에 멸종했겠다. 호들갑은. 스크롤보다 더 좋은 기능이 나오면 그것도 대체될 건데 현재를 많이 즐겨라, 실리콘 밸리의 과대망상 환자들아,  곧 그 왕좌에서 내려와야 할 테니. <도둑맞은 집중력> 같은 책 진짜 같잖음. 


예전에 대학 친구가 자신은 고등학생 때 참 불했는데 대학 와서 행복해졌다고 해서, 대학이 그렇게 좋아? 라고 물었더니 그게 아니고 담배를 피울 수 있게 되어서 행복하다고, 고등학생 때도 담배를 피웠다면 그렇게 불행하지는 않았을 텐데라고 말해서 끄덕끄덕했었다. 친구의 성별은 여성이었고, 그 당시 (여자가) 제일 맘 놓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장소는 pc방이어서, 그 친구는 pc방에 담배 피우러 종종 가곤 했다. 취업 후에는 '빨리 퇴근하고 피방 가서 담배나 폈으면 좋겠다.'를 종종 말하곤 했다. 요즘은 어찌 사는지 모른다. 학생 때 그 친구는  담배값을 위해서 종종 점심때 제일 싼 사발면을 먹곤 했다. 


세상에는 억압이 너무 많고, 그걸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의 경우엔 책, 영화, 외모 꾸미기였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살아오고 있다. 내가 책 읽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내 부모뿐이다. 자식이 책 읽는 걸 싫어하는 부모는 로알드 달의 어린이 소설 <마틸다>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내 부모도 그런 사람이(었)다. 시험공부를 하고 있을 때도 본인들이 필요하면 공부 잠시 그만하고 부모 일 좀 도와라 하는 사람들이었지. 아무튼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나는 사람들에게 영화 좋아한다는 말은 해도 책 읽는 거 좋아한다는 말을 잘 안 한다. 요즘은 영화도 아니다, 그냥 넷플릭스 보는 거 좋아한다고 말하고 만다. 여가 시간에 무얼 하는지 말을 해야 할 상황도 점점 없어지긴 하지만. 


다 늙어버린 성인들은 청소년기를 그리워하지만 사실 청소년기에 할 수 있는 거라곤 사육당하는 거 말고는 없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사육이라도 당해서 존버해야 할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 과정을 못 버티면 사회에 나와서는 그야말로 낙오자 오브 낙오자가 되니까. 세상에 나와서 돈을 버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니까. 저 방송을 보면서 그저 '무자식 상팔자, 나는 사육해야 할 자식이 없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만 번 정도 했다. 


내 아이는 나를 닮아서 억압이 힘들 건데, 하필이면 부모가 계획&실천의 통제광이라서... 노답. 만약 내가 부모가 되었다면 자녀의 일탈적 중독을 받아들여야 하는 나 자신을 정말 많이 비관했을 것 같다. 자식 안 낳은 게 태어나서 한 일 중에 제일 잘 한 일!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동생들은 "누나 아기는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본능적으로 때가 되면 뒤집기 하고 때가 되면 걷고 말하고 알아서 잘 했을 거야."라고 말하곤 하지만, 그걸 누가 알겠나. 내 안에 나도 모르는 괴물 헬리콥터 맘이 있을지 누가 알겠나. 


ps. 모든 상황에서 변형 가능한 모자무싸 타이틀 정말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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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진짜 나쁜 새끼들은 바로 그놈들이야."

포문이 열리자 입속에 갇혀 있던 말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왔다.

"우리랑 아무 상관이 없다고? 우리가 누구를 위해 일하는데? 우리가 뭐 소장을 위해 일하나. 우리가 걸레질해주는 복도로 걸어다니고, 비질해주는 강의실에서 공부하고, 우리가 쓰레기 버리고 변기통까지 닦아주는 화장실에서 오줌똥 누면서, 뭐? 이제 와서 우리랑 자기네가 아무 상관이 없어? 지들 손으로는 쓰레기 하나 주울 줄 모르면서. 다들 버릴 줄만 알았지 복도에 떨어진 종이 한 장이라도 줍는 인간은 교수고 학생이고 본 적이 없어."

<양춘단 대학 탐방기 / 박지리>


#1.  정용진과 일베새끼들 그냥 확 죽여버릴까?

작년 마지막날 마침 내가 신세계 백화점에 있을 때 남동생으로부터 카톡을 받았다. 그것은 유효기간이 12시간도 채 남지 않은 스타벅스 연말 프리퀀시 쿠폰 교환권이었다. 마침 2026년 다이어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던 차라 "오오, 땡스땡스."하면서 백화점 내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에 가서 다이어리로 교환했다. 마지막 날까지도 새 다이어리가 생기지 않아서 쓰던 다이어리 여백의 페이지에 먼슬리 달력을 만들어 둔 터였다. 자로 전체 길이를 재고 가로 7칸, 세로 5칸으로 길이를 나누고 자로 긋고, 검빨파 펜과 색연필로 공휴일과 주말을 표시해 둔 터였다. 


거의 매일 스타벅스 굿즈를 사용한다. 연말 프리퀀시로 받은 다이어리(매일 저녁 수첩을 펼치고 하루를 일주일을 한달을 곱씹는다), 남동생이 미국 디즈니 랜드 스타벅스에서 사온 미키 마우스가 크게 그려진 텀블러(출근할 때 주로 들고 다님), 파리 여행 갔다가 라 데팡스의 어느 스타벅스에 구입한 에펠탑이 그려진 텀블러(백화점 서비스로 커피 받을 때 일회용 컵 쓰기 싫어서 챙겨다님), 남동생이 세부 갔다가 사온 스벅 세부 머그컵(양치컵으로 사용. 내 양치컵은 전부 여행 기념품 머그컵이다. 엄마가 동유럽 여행에서 사온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머그컵, 내가 핀란드에서 사온 아리까 머그컵. 그리고 저 스벅 세부 머그컵 번갈아가면서 사용함), 스타벅스 녹색의 미니 여행가방(이 미니 여행가방 받으려고-특히 연핑크-샤넬 오픈런을 능가하는 길고 긴 줄이 생겼던 적이 있었지ㅋㅋㅋㅋ 난 그냥 지인한테 얻음)도 종종 사용하는데. 


정용진과 일베새끼들 그냥 확 죽여버릴까?


#2. 뉴스 전달자들아, 내 귀를 드릅게 하지 마라!

2017년에 출시된 베오릿17을 이듬해에 구입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2020년에 베오릿20이 출시었지만 나는 여전히 17에 머물면서 코펜하겐 시내에서 뱅앤올룹슨 매장을 구경한 것을 추억하면서. 그랬는데 올해초부터 무선 사용시 5~10분 정도 작동하다가 멈추곤 했다. 아마도 내장 배터리 수명이 다 한 것 같았다. 그래도 충전선을 연결하면 계속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게 유선으로만 사용했는데 한 달 전 쯤 유선으로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 이상을 스피커 없이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스피커도 고장난 김에 밀린 팟캐스트와 정치 유튜브나 좀 듣자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넷플릭스에 찜해둔 드라마도 처리하자 싶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몰랐지. 뉴스에서 이토록 더럽고 또 더러운 걸 보게 될 줄은(스벅 탱크 518 진짜 최악 중의 최악)!!! 


이대로 계속 더러운 뉴스들로 귀를 더럽힐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루고 또 미루고 있던 스피커 수리를 하기로 했다. 직구로 구입한 거라서 국내 공식 AS는 불가하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장바구니에 베오릿17을 담아서 양손으로 안고 뱅앤올룹슨 매장에 가서 "혹시 어떻게 안 되나요?" 했는데 정품 확인은 했지만 국내 구입처 확인이 안 되어서 어떻게 안 된다고 했다. 직접 택배로 부치라는 말과 함께 공식 AS매장 명함을 받았다. 제법 무거운 베오릿17을 들고 나오다가 매장에 전시된 베오릿20을 보고 '걍 이거 사 버릴까' 하는 충동이 일었다. 매장가 98만 원. 회원할인받고 어쩌고 하면 나쁘지 않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장에서 사면 나중에 AS 받기도 쉬울 텐데. 

하지만 나에겐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던 유선 스피커가 있었다. 제미나이보다 더 편리한 나에게 최적화된 인간 제미나이 남동생(유료 제미나이 사용 중)에게 추천받은 스탠모어3이 있었다. 유선으로만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배터리 수명으로 인한 수리가 필요 없는 어찌 보면 무한동력(?) 작동 스피커인 것이다. 


신제품 출시 예정인지 마침 스탠모어3 세일 중이었다. 세일이라니 야호! 스탠모어3은 베오릿17보다 크고 무거워서 휴대 및 이동은 어려울 거 같았다. 그 말인 즉슨 욕실과 주방에서는 사용하기 힘들다는 의미. 잠시 머무르는 장소(욕실, 주방)에 스탠모어3을 들고 가서 콘센트 찾아서 전원 코드 꽂고 하는 그 과정은 별로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배터리 AS를 쉽게 받을 수 있는 무선 스피커를 검색해봤다. 오오 정답은 엘지! 크기와 무게는 베오릿17보다 작아서 휴대가 쉬워보였고, AS는 엘지 아닌가!! 엘지에서 블루투스 스피커를 만드는 것도 첨 알았지만, 가격도 저렴해서 고민도 없이 결제. 스탠모어3과 엘지 엑스붐 바운스 두 대 합해도 베오릿20 한 대 가격이 안 됨. 그렇게 순신간에 블루투스 스피커 두 대가 생겼다. 베오릿17 수리하면 스피커 세 대됨. 나는야 블루투스 스피커 부자!!


스피커가 생겼기 때문에 다시 음악 구독을 하고 즐겨듣던 노래를 들었다. 

천국!!!

왜 음악을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시사 유튜브를 들으면서 사람 목소리 정말 듣기 싫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예전에도 가끔 '사람의 목소리가 최고의 악기구나'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번에 스피커 사고 다시 노래 들으면서 확신했다. 노래를 하는 인간의 목소리는 정말 곱구나, 가수가 괜히 가수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가 있는데, 그동안 지저분한 내용의 지저분한 목소리(목소리보다는 말투랄까)로 내 귀와 내 뇌를 고문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다시금 내란범 3617 윤석열에 대한 혐오가 치밀어 올랐다. 이 미친 새끼 때문에 내란 뉴스 듣는다고 사용한 시간을 생각하니 피꺼솟. 돈낭비보다 더 하기 싫은 게 체력낭비고 체력낭비보다 더 하기 싫은 게 시간낭비!!!!!!!!!!다!!!!!!! 극우 일베 새끼들아. 제발 꺼져라. 바퀴벌레면 바퀴벌레답게 어둡고 더러운 하수구에 숨어 있어라. 기어 나오지 말고. 눈에 보이는 족족 박멸해 버릴 거니까. 하지만 역시 박멸하는 데 쓰는 돈, 체력, 시간이 참으로 아깝다. 


#3. 해결책은 AI가 되는 것 뿐

뉴스는 듣기 싫지만 사회를 풍자하고 고발하는 소설은 읽고 싶은 마음은 뭘까? <양춘단 대학 탐방기>는 대학교 청소 노동자가 주인공인 풍자 소설이다. 마샬 스탠모어3에서 흘러나오는 뉴진스(언제 컴백하냐...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k pop 아이돌인데 24개월 공백기 너무 한 거 아니냐... 컴백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중...)의 노래를 인기순으로 들으면서 청소 노동자라도 좋으니 대학교를 다녀보고 싶은 양춘단의 인생에 푹 빠져 그 어떤 방해도 없이 책 읽고 싶다!!!! 시사는 싫고, 세태 풍자 소설을 읽는 건 좋다고 하는 건 반칙일까? 비겁한 걸까? 시사 평론가(언론인?)의 시사 특유의 억양과 발성이 너무 싫다. 특히 길게 늘리는 발음. 예를 들면 "어제 송-----------(숨 넘어가겠다!!ㅅㅂ)언석이 어쩌고 저쩌고." 도대체 왜 발음을 질질 끄는 건데. 아무리 좋은 소리, 정의로운 소리라도 그 따위 억양과 어투는 듣기 싫단 말이야!!!!! 


하지만 뉴스를 듣지 않으면 남동생처럼 "어... 오늘도 스벅 갔는데. 어쩐지 손님이 거의 없더라. 근데 무슨 일?" 이런 사람이 되고 마는 것이다. 나는 "니는 지금 절대 스벅 가면 안 된다. 30대 남자가 스벅에 있으면 100% 일베로 의심 받는다. 절대 가지마라." 라고 조언해 줌. 남동생은 "그럼 당분간은 가면 안 되겠네. 스벅이 제일 편한데." 라고 했다. 

사실 남동생이 쿠팡을 계속 사용하는 이유도 쿠팡의 고객정도 유출이 늘 있어왔던 다른 기업의 유출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 남동생은 회사일과 육아로 인해서 뉴스를 볼 시간이 전혀 없기 때문에 고객정보 유출 후 쿠팡의 악행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뉴스를 안 보면 나 역시도 남동생과 같은 흐리멍덩한 사람이 되어서 나도 모르는 새에 일베로 의심받을 행동을 하게 될 거고, 뉴스를 보자니 귀가 너무 더러워지고(송언석의 드러버서 녹취를 듣게 되는 것이다. 아놔 진짜 드러버서.)... 내가 뉴스에 쓸 수 있는 시간과 체력은 20분 정도인 거 같은데 요즘은 국내, 국외, 내란 빅3 뉴스가 아주 대환장 파티를 하기 때문에 200분도 부족할 지경이다. 


이런 시간의 절대 부족 상황에서 다시 한번 AI가 되고 싶은 욕망이 치솟는다!!!!!!! 


p.s. 내 스벅 굿즈들 물어내라 이 일베 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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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2편을 굳이 20년 만에 제작하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 볼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영화 시간표를 짜다 보니, 영화 지원금 6천 원 행사가 있다 보니, 마지막으로 팟캐스트 필름클럽에 에피소드가 있어서(이 영화 내용 중 다룰만한 무엇이 있나 싶어서 궁금했다) 보게 되었다. 사실 시간도 돈도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ost 정도 건졌다는 걸로 만족하자.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충격적이었던 것은 (수많은 아는 혹은 알지도 못하는 명품 의류가 아닌) 미란다(메릴 스트립)의 검정 뿔테 돋보기안경이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장면의 절반 쯤 끼고 있다는 것도 충격적!!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개봉 때 극장에서 보았고 그 후에도 서너 번은 봤고, OST는 너무 좋아서 CD 샀고, 요즘도 운전하면서 종종 듣는다. 왜냐하면 CDP가 차에만 있기 때문. 왜인지 모르겠지만 멜론이나 지니에서는 전곡 다 감상할 수 없다. 그래서 OST는 CD로 들을 수밖에 없고 CDP는 차에만 있고. 하지만 2편은? 그것도 20년 후 2편이라고?? 20년 후라면 앤디가 미란다가 되어 있고, 신입 직원이 등장해야 이야기가 되는 건데, 여전히 미란다는 미란다, 앤디는 앤디라고?? 적어도 제대로 된 구조라면 미란다는 조연이 되어야 하는 건데 여전히 주연이라고? 기대가 전혀 되지 않았고, 예상대로 엉망이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도대체 이 영화의 무엇이 필름클럽의 한 회차 소재인가 궁금해서 들었다가 마지막 5분부터 끝까지의 방송과 잡지 다시 말해 기존 미디어 종사자들의 성토를 듣고 피식했다. 뭐 어쩌라는 건지?? AI로 폰트를 만드는 시대에 서예를 지켜달라는 소리같았다. 서예에 대한 아쉬움이 많은 나로서는 먹 대신 먹물로 서예를 할 때부터 글러먹었다고 생각했던지라, 서예의 근본은 먹을 가는 마음이 절반이라고 주장하면서, 일본 애니 <아따맘마>에서 먹 가는 장면을 보고 역시 근본이 있는 애니야 라고 혼자 끄덕끄덕하곤 했다. 아따맘마의 중요한 문화, 여가 생활이 서예임!! 


pd는 필름클럽에 대해서 생각을 해달라고 했다. 어떻게 10년째 방송을 이어가고 있는지 생각해 달라고 했다. 솔직히 황당했다. 그걸 내가 왜 생각해야 하지? 이럴 때 쓰는 말이 누칼협인가? 10년째 청취하고 있는 나한테 고마워하지는 못할 망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 pd 본인은 왜 10년째 팟캐스트에만 안주하고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스스로가 방법을 찾았어야지 왜 청취자들에게 지켜달라고 강요하지? 필름클럽을 했기 때문에 해당 프로그램의 pd는 씨네 21에 영화음악 관련 칼럼을 기고하게 되었고, 또 영화음악 관련 책도 냈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pd 스스로가 성취한 필름클럽의 열매라고 생각하고, 또 다른 보상을 바란다면 그것 또한 방송을 만드는 pd와 진행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청취자를 위해서 방송을 만들었다는 생각은 착각이니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스로의 커리어를 위해서 만든 거 아닌가? 10년 간 영화 관련 팟캐스트를 만든 이력으로 또 다른 보상을 만드는 것 또한 진행자들이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인기 없고 수지타산 맞지 않으면 그냥 고별하는 것이다. <책 이게 뭐라고>나 <책읽아웃>처럼 연재 종료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청취자가 지켜주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영화가 다른 문화 유산보다 더 소중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가 생겨난지 고작 100년 남짓. 네이버 AI 프리핑에 의하면 1895년 뤼미에르 형제의 시네마토그래프 공개 상영을 출발점으로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 어쩌고 이다. 영화의 나이는 2026년 현재 130살이다. 영화가 없어진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관객이 지키고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동정표로 조금의 수명은 연장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시한부라는 것. 영화가 없어지는 것도 받아들여야 할 판국에 일개 영화 감상 팟캐스트야 말해 뭐하나. 운이 있으면 살아남는 것이고 운이 없으면 종료하는 것인데, 그 운 없음을 청취자 탓하는데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해당 회차의 마지막 5분에서 기성 미디어 종사자의 나약함을 봤다. 팟캐스트로 밥벌이하는 1인 팟캐스트 진행자도 저런 약해빠진 징징댐 안 한다. 진심 개어이없었다. 기득권(?) 업계 종사자들은 대체로 저런 것 같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신의 기득권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걸 받아들이지 못한다. 검찰이나 방송국 pd나 똑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알아서 살아남아라! 기득권 없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알아서 살아남거나 그러지 못하면 말 그대로 죽으니까. 


ps. 내가 해당 pd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생긴 것이 몇 가지 쌓였는데 이 회차에 폭발한 것 같다. 가장 가까운 사례는 sbs 이큰별 pd가 만든 <고래와 나> 사연 후기와 홍보였다. 짜증 나서 <고래와 나> 안 봄. 그땐 이큰별이 누군지 몰랐지. 최근에 이큰별이 누군지 알게 되었지. 아 니가 그 유명한 그알 pd였구나. 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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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30분에 상영하는 <마이클> 보러 왔다가 대기 인원이 너무 많아서 매표 못해서 지금 이러고, 다시 말해 일기를 쓰고 있다. 9시 30분 조조 영화니까 9시 25분에 영화관에 도착해도 넉넉하다고 생각했는데(다른 주말엔 늘 넉넉했다) 극장 로비는 북새통이었다. 번호표를 뽑고 대기 인원을 보니 63명. 가뿐하게 <마이클> 포기하고 다음 영화부터 보기로 결정했다. 5월 13일(수)부터 영화지원금 6천 원 할인 행사가 시작된 첫 주말이라서 이렇게 북적대는 건가? 어제(토)는 영화관에 오지 않아서 인파가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충격적이었다. 어차피 조조는 5천 원인데. 4천 원 할인받자고 사람들이 이렇게 몰릴 수가 있는 일인지. 아니면 <마이클>(26.5.13. 수 개봉)이  개봉 첫 주라서 관객이 몰리는 걸까??? 그렇게 18분 후, 즉 9시 43분에 매표를 하는데, 옆 창구에서 영화 시작한 지 13분이 지난 <마이클>을 예매하는 사람을 보고 놀라 버림. 일단 13분이 지난 영화를 발권하는 거 자체도 놀라웠고. 이 영화관의 운영 원칙에는 상영 시작 10분 후 극장 입장 불가인데 말이다. 오늘 아니면 영영 못 보는 영화라면 영화 시작 13분을 놓치더라도 보겠다는 의지를 밀고 나갈 수 있겠지만, 마이클은 오늘 하루만 해도 두 번의 상영이 더 예정되어 있고, 개봉 첫 주라고 아직 상영 예정 회차가 많을 텐데 127분 영화에서 시작 15분을 날려먹으면서까지 영화 보기를 강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마다 영화에 대한 입장, 영화관에 올 수 있는 여유 시간에 대한 입장이 다르므로. 일요일 아침 늦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조조 상영으로 영화를 보러 온 것 자체가 요즘 같은 대 유뷰트 시대, 대 쇼츠 시대, 대 OTT 시대에 매우 매우 귀감이 되는 행위일지도 접어두기로 한다.


원래 나의 오늘 영화 감상 계획은 9:30 마이클, 12:00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14:20 타이페이 이야기 이렇게 3편을 보고 퇴근하는 것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매표 대기로 인해서 마이클이 밀렸으므로 그렇다면 이렇게 된 김에 시네마테크 특별전 대만 뉴웨이브 3편 전부 다 봐 버리자. 체력은 뭐 어찌 되겠지...

마이클을 보지 못했기에 생겨버린 2시간 30분을 예상하기라도 했다는 듯 나는 오늘 처음으로 영화관에 맥북을 챙겨 나왔다. 혹시나 하고 챙겨 왔는데 이 선택이 오늘, 아니 어쩌면 올해의 가장 잘한 일이 될 수도 있겠다. 왜 챙겨 왔냐면 이번 주 토, 일은 집에 있지 못해서 일기를 쓸 시간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지난 금요일에도 1980년대 대만 영화 3편을 봤고, 이 감상을 최대한 빨리 기록해 두지 않으면 제목도 내용도 다 까먹을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오늘 영화와 영화 사이 20분~25분 사이에 무조건 닥치는 대로 기록해 두자는 생각에서 맥북을 가지고 온 것. 그리고 이런 식으로 10분, 20분 시간의 틈이 생길 때마다 일기를 쓰는 데 익숙해진다면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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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기의 bgm은 영화 <추락의 해부>.

알프스 산 정상에 외롭게 있는 목조 주택의 풍경이 너무 좋다. 또한 굵은 털실로 만들어진 산드라 휠러의 니트가 좋다. 또한 목조 주택 내부 특히 주방과 주방의 넓은 창으로 펼쳐지는 설원 풍경이 너무 좋다.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 혼용의 대사도 좋다.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 없어서 더 좋다. 완벽한 bgm !!!! 유일한 부작용이라면 최근 읽고, 본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산드라 휠러(스트라트 역)가 불쑥불쑥 끼어든다는 것. 


최고의 휴식은 하루를 완벽하게 낭비하는 것이다. 그런 완벽한 휴식이 바로 어제(토요일)였다. 오늘(일요일)도 낭비하고 싶지만 이미 글렀다. 왜냐하면 지금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는 모처럼 늦잠을 잤다. 근면 성실이 지나쳐서 이제는 휴일에도 늦잠을 잘 수 없는 노동자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에 절망을 느끼던 중이었기에 어제의 기분 좋은 늦잠은 희소식 중의 희소식이었다. 오전 10시에 깨서 침대에서 뒹굴다가 첫 식사를 한 것은 정오!! 원래는 오후에 영화 보러 가려고 했는데 만사가 귀찮아서 예매해 둔 영화들은 모두 취소했다. 게으름의 원천이 늦잠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원래는 지난 노동절 연휴에 몰아보기 하려고 했던 드라마 <기리고>를 봤다. 역시 이것이 찐 휴식, 찐 행복이다. 가족이니 조카니 하면서 어울리는 것보다 암막 블라인드로 창을 가린 어두컴컴한 거실에서 악귀와 피가 낭자하는 호러물을 아무 생각 없이 보는 것이 찐 휴식인 것!!!! 


일찍이 패티 스미스는 이런 류의 휴식에 관한 일기를 쓴 적이 있다. 


집에 돌아가기 싫었지만 짐을 꾸리고 비행기 연결편을 타기 위해 런던으로 날아갔다. 뉴욕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지연되었고 난 그걸 신호로 받아들였다. 출발 게시판 앞에 서 있다 보니 더 지연된다는 안내가 떴다. 충동적으로 표를 다시 예약하고 나서 히스로 익스프레스를 타고 패딩턴 역까지 갔다. 거기서 택시를 타고 코벤트가든으로 가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은 호텔에서 범죄 수사 드라마를 보기로 했다. 

내 방은 밝고 아늑했으며, 런던의 지붕들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테라스가 딸려 있었다. 홍차를 주문하고 일기를 펼쳤다가 곧장 덮었다. 일하러 온 게 아니잖아,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ITV3에서 방송하는 미스터리 드라마를 연속으로 밤늦게까지 보러 온 거야. 몇 년 전에도 아플 때 여기 똑같은 호텔에 와서 그런 적이 있었다. 열에 달떠 비몽사몽 속을 헤매던 그 밤들은 병적으로 우울하고 성격도 더럽고 술주정뱅이에 오페라를 사랑하는 형사들의 행진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M 트레인 / 패티 스미스>


형사들의 우울하고 강박적 본성은 내 성격을 거울처럼 비춘다. 그들이 찹스테이크를 먹으면 나도 룸서비스로 똑같은 요리를 시켰다. 그들이 술을 마시면 나도 미니바를 들춰보았다. 철저히 몰입하건 감정 없이 무시하건 나도 그들과 똑같은 태도를 취했다.

드라마 막간에는 다음 주 화요일 ITV3 채널에서 전편 연속 방송이 예정되어 기대를 모으고 있는 <크래커>의 예고를  했다. <크래커>는 표준적인 수사 드라마가 아니지만, 내가 아끼는 드라마 중에서도 탁월한 수작이다. 로비 콜트레인이 입이 걸고 줄담배를 피워대는 과체중의 괴짜 천재 범재 심리학자 피츠를 연기한다. 이 드라마는 캐릭터의 불행한 운명을 닮아 얼마 전 방영이 중단되었으나, 워낙 방영 자체가 흔치 않기 때문에 스물네 시간 내내 <크래커>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매우 유혹적이다. 나는 며칠 더 머무르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해보았다. 그러면 그게 얼마나 미친 짓일까? 애초에 여기 온 것부터가 더 미친 짓이지, 내 양심이 말했다. 

<M 트레인 / 패티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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