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성공?? 성장???



책 <일할 자격>을 읽는 중이다. 책에 나오는 인터뷰이 윤재가 치기 어리다고 생각하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책을 읽던 중 노동과 소득이 궁금해져서 유튜브를 열었다가 노동소득, 경제적 자유, 부자되는 법, 성공하는 법 같은 제목의 유튜브 영상 미로에 갇혀 토요일 하루를 낭비했다. 부자, 성공 운운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내 안의 윤재를 발견했다. 부자? 로또처럼 거저 주어진다면 ok이지만 부자가 되기 위해서 굳이 노력하고 싶진 않다. 자본주의에 순응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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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이나 성과를 찾으려고 무언가를 한다면, 계속 좌절하고 마모되어가면서 현실을 직시해야 할 거 아니에요. 내가 뭘 할 수 있을 것인지 매일 고민하고. 그러면 그 결과에 스스로 비관되지 않게 되거든요. 좌절을 반복하게 되고 그 좌절에서 무언가를 교훈 삼아 배워야 한다고 또 생각하고..."

(중략)

윤재는 자신이 특정 일에 적합한 사람인지 의심해야 하는 과정이 버겁다고 했다. 어떤 일에 적합한 노동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 일을 수행할 만큼의 능력과 자실이 있는지 스스로 의심해야 한다. 업무 능력을 갖춘다는 것은 단지 출퇴근을 제시간에 하는지 여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소위 일머리라고 불리는 순발력, 준비성, 체계성 등을 갖추어야 한다. 여기에 사회생활 기술이라 불리는 처세와 소통 능력도 필요하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소울리스soulless'태도마저 지녀야 한다고 했다.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알아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앞서 추측하면서 회사원들은 그렇게 살아가잖아요."

그렇게 살기 싫다고 했다. '주체적인 노동'이 모든 일을 스스로 의심하고 평가하고 검열하여 얻어내는 노동인 것이라면, 윤재는 차라리 그 노동에서 소외되기를 선택했다고 했다. 내내 컨베이어벨트를 보며 생산량을 계산하고 작업 속도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관리자가 되느니. 톱니바퀴 속 하나의 나사가 되기로 한 것이다.

<일할 자격 / 희정>


나는 아직도 왜 부자가 되어야 하는지, 왜 성공해야 하는지, 왜 성장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그냥 하루하루 생존하고 자족하면서 살아가는(살아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데!! 자본이 시키는 대로 살기 싫다. 경제적 자유가 아닌 경제로부터의 자유를 추구하고 싶다! (경제로부터의 자유: 돈이 적어도 살아낼 수 있는 삶 ㅎㅎ)


30대 중반에 직원 200명을 거느린 회사 대표이 된 다소 노안(50대 초반인 줄 알았는데 ㅋ 검색해 보니 85년생이었던)의 남자가 반말을 해대면서 거들먹거리는 부자와 빈자의 특성을 요약해 주는 영상을 봤다. 소유로서의 부자에 아무런 흥미가 없는 나로서는 저럴 거면 뭣하러 부자가 되어야 하나 싶었으나 그는 '소유'만으로도 매우 흡족해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냉동인간이 되어 만 살까지 살다 해동된 순간 사망해도 '나는 만 살까지 살았다.' 며 좋아할 인간이구먼.

그는 필터로 보정한 얼굴이 자신의 진짜 얼굴이라고 믿고 사는 사람들을 비웃던데, 내가 봤을 땐 그도 마찬가지. 너 역시도 부자라는 필터로 보정한 환상(자아) 속에서 살고 있는 걸.

또 웃겼던 건, 부자 되는 법을 강의해서 부자가 되는 이들. ㅋㅋㅋ 이건 도대체 뭐야?? 이들은 자신이 큰 손해를 입은 건 과정이고 성장이다라고 했다. 남이 하면 실패고 내가 하면 성장이다?? 
이들이 말한 가난한 사람들의 특징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해서 뭔 소린가 했는데, 강의료 결제하라는 말이었고 ㅋㅋㅋ 아휴... 진짜...

나에게 있어서 부자=럭셔리 라이프를 누리는 자인데, 유튜브 속의 흙수저에서 100억 자산가, 내가 부자다, 부자 되는 법을 말해줄게 하는 이들은 럭셔리 라이프와는 거리가 멀었다. 럭셔리 라이프 하지 않을 거면 도대체 왜 부자가 되어야 하냐고!! 럭셔리 라이프를 하지 않는데 너네들이 어떻게 부자냐?!! 이들왈 자신들이 만난, 아는 찐부자들은 검소하데. ㅋㅋㅋ 미치겠네!!!!!! 이 무슨 소리 없는 아우성인가!!!! 

검소하게 살 거면 왜 부자가 되어야 하냐고????????
그냥 검소하게 살면 되지.
내 입장에서 검소한 부자가 얼마나 말이 안 되냐 하면 수능 만 점 받은 지방대 입학생 같은 거야. 말이 안 되지? 수능 만 점 받고 지방대 가는 수험생은 없어. 그런데 유튜브에는 검소한 부자가 많아. 왜 많을까?? 구독자들이 검소한 부자를 원하니까. 검소함 코스프레로 돈을 벌어야 하니까. 경제적 자유를 이뤘다고 주장하는 검소한 부자들은 도대체 왜 검소한 부자 코스프레로 계속 돈 한 푼 쥽쇼를 하는 걸까? 

내가 이해한 경제적 자유: 노동수익이 아닌 자본수익을 얻는 것 정도인데

임대수입, 이자수입, 주식수입이 평균 급여보다 많은 그들은 자신들의  자본수입이 거저 주어지는 듯 말하던데, 정말 그럴까??? 그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서 시간과 체력을 쓰며 스트레스도 받을 텐데? 단지 출퇴근만 하지 않을 뿐. 그 누구보다 더 돈돈 거리면서 돈에 얽매여 있으며, 경제적 자유를 이룬 척 하지만 실상을 그 누구보다 열심히 유튜브 영상을 만들고 있는데?? 그게 어떻게 경제적 자유인가???

그들은 부자가 되기 위해서 노력했고 성공해서 부자가 되어 경제적 자유를 이루었다고 주장한다. 경제적 자유를 이뤘으니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단다, 그런데 그 하고 싶은 일은 계속 돈을 버는 거! 와우!! 수능 만 점 받는 게 좋아서, 매년 수능 시험 치는 수험생으로 사는 건가? 하염없이 고3 수준의 공부만 계속하는 거? 계속 돈 버는 것에만 몰두해서 사는데 굳이 왜 경제적 자유(?)를 이룰 필요가 있는지 사실 이해가 잘 안 되었다. 그러면서 또 검소하데. 명품도 안 좋아하고, 슈퍼카도 없거나 1대 있데. (자수성가 부자 유튜버 타이틀인데)부를 과시하지 않는데. 아, 미쳐버리겠다. 진짜. 

너 같은 수준과 부류의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구독자들이 좋아할 것 같은 말말 씨부려 대는 거잖아. 시간을 아껴야 부자가 된다고 하면서,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을 20분에서 2시간가량 씨부려대는 영상 만들어서, 다른 사람 시간 낭비하게 만들고 너는 돈 버는 거잖아. 이게 기망이 아니면 무엇이 기망인가?! 그 말도 안 되는 모순 가득한 영상에 댓글 추앙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는 것에 놀람!!!!! 넷플릭스 다큐 <나는 신이다>를 봤을 때만큼의 충격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자기계발을 하고 성장, 성공, 부자가 되게 하는 게 진심이라면 야 인마, 니가 영상을 만들지마. 니 영상을 보는 게 제일 심각한 인생 낭비야.

p.s.1. 오프라 윈프리.
기사에 의하면 오프라 윈프리는 약 40kg를 감량했고, 오후 4시 이후로는 물만 마신다고 한다. 요요현상을 막기 위해 비만치료제를 복용 중이라 했다. 오프라 윈프리는 이 비만치료제 관련 사업 중이다. 
이 기사에서 나의 가장 큰 의문은 오후 4시부터 물만 마신다면, 그 물이 지구에서 제일 비싼 생수라 해도 돈이 얼마 들지 않을 텐데, 굳이 다이어트 사업을 하는 이유는 뭐냐고? 어차피 그 체중 유지하려면 럭셔리 식생활 필요 없을 텐데 굳이 왜 돈을 더 벌려고 할까??? 

p.s.2.
명품 럭셔리 라이프는 자존감 낮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명품을 구입하지 않는 건 더 자존감이 낮은 거 아닌지?? 자존감 낮은 사람으로 보일까봐 명품(로고플레이)하지 않는(못하는) 사람들은 더 심각하게 자존감이 낮은 거 같은데.

p.s.3.
자존감 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 검소한 부자로 사는, 경제적 자유를 이뤘으나 계속 돈에 얽매인, 여러 가지 이유로 오프라인에서는 부자라고 떠벌떠벌하지 않지만 자수성가 부자 유튜버로서의 자아필터 없이는 못 사는, 부자되는 법 강의팔이 유튜버에게 속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교육은 논리, 논술, 읽기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 왜 재테크 교육을 안 하냐고? 저런 유튜버에게 속지 마!라는 논리 논술 교육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탓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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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01-14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s3 번에 무릎치다가 지금 제 무릎이 나갔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사는 나는 돈에 얽매여있기(생계형 엔잡러…)에 먼데이님과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이런 시원한 글을 쓰지 못하고… [그들의 프레임에서는 내가 경제적 자유가 없어서 열폭하는 루저일게 분명해 (물론 그들은 내 말 절대 안들음) 성공할까? 돈이나 벌까?이런 생각을 하다가] 역시… 돈 벌 궁리를 하기에는 어려운 책 읽는 뇌도 모자란 두뇌와 체력인지라ㅋㅋㅋ

자본주의는 왜 자족을 모를까요. 저는 가족(이라는 픽션)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는 가난한 내 가족을 사랑하지만 내 가족은 제가 가난해서 저를 사랑하지 못하죠. 그런 모순을 껴안고 자족을 도모하는 나는 경제적 자유가 부럽긴한데 부럽지 않은 현시대와 불화하는 새시대의 인류1인 것입니다.

먼데이 2024-01-14 21:09   좋아요 1 | URL
아무리 생각해도 경제적 자유라는 말은 기망같아요!!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는 자들은 만족을 모르기에 경제적 자유를 완성할 수가 없어요.

영화<돈 많은 친구들>의 제니퍼 애니스톤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행색이 초라한 백수가 있거든요. 백수인데 집안 청소 하기 싫어서 가사도우미(제니퍼 애니스톤) 고용해요. 이 백수가 바로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자입니다.

현시대의 인류들이 가족 때문에 자족을 외면하는 거라면 증여나 상속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죽으면 그가 소유했던 주식, 돈, 부동산은 정부로 귀속되고 정부는 그것은 국민들에게 기본수당으로 나누어 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