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내가 있는 곳은 서울 모처 남동생의 집. 남동생 컴퓨터로 이 글을 쓰고 있다.


1. 고모

작년 4분기에 고모가 되었다. 고모가 되는 걸 바란 적 없었지만, 남동생의 인생관과 나의 인생관은 정반대 지점에 있는지라 어쩔 수 없이 고모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지극히 (라캉적) 사심으로 아기를 보러 천릿길을 왔다. 백일해 예방 접종 없이 아기를 만질 수 없다는 남동생의 지침이 있어 산부인과에 가서 5만 원짜리 백일해 예방 접종도 미리 했다.


이미 내 폰에는 아기 사진첩이 만들어져 있고, 사진과 동영상은 수 백개 ㅎ심심할 때마다 봤다. 왜냐 귀여우니까. 그리고 실물로 접한 아기는 사진보다 만 배는 더 귀엽고 작고 나약했다. 어제는 오줌 기저귀를 갈아봤다. 오늘은 똥기저귀도 갈아보고 씻겨도 봐야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는 무능력한 상태의 신생아, 영아. 스스로 걸어서 이동하는 건 고사하고, 목을 세우거나, 몸을 뒤집거나도 할 수 없는 상태. 정말 독수리가 먹이로 물어가도 어쩔 수 없는 상태의 나약함. 


아기는 사람을 구분하지 못하니, 처음 본 나에게 안겨 잠이 들었다. 아기 침대에 뉘자 다시 깼다.-.-;;;


그리고 나는 아기 없는 아기방(구 서재였던, 지금 서재에 있던 책상은 거실에 나와있다)에서 잤는데, 내 수면점수 망가질 거라던 여동생의 우려와 달리 99점, 1%을 기록했다. 밤에 아기 우는 소리 하나도 못 듣고 숙면함 ㅋㅋㅋㅋㅋ



2. 영화 <도그빌>

새해 첫 영화를 <도그빌>로 정하고 1월 1일 오전에 <도그빌>을 봤다. 내가 이 영화를 새해 첫날 오전에 보기로 계획한 이유는 이선균의 죽음이다. 이제 나는 한국에서 그 누가 죽어도 놀라지 않을 거 같다. 최진실(제일 좋아했던 배우이자 연예인이었다!), 노무현, 설리...의 죽음에 나는 얼마나 많이 슬퍼했던가! 설리가 죽고 처음 찾아온 여름, 나는 여름의 문턱에서는 항상 출근길 bgm으로 핫썸머를 들었는데, 설리가 죽은 이후 처음 들은 핫썸머에 나는 매일 다니던 출근길 신호위반단속 카메라가 있는 신호의 정지신호(집에서 출발하고 2분 후에 나타나는 신호등)에 직진을 하는 실수를 했다. 머리가 심각하게 멍해졌기 때문이다. 미스테리한 것은 과태료 고지서가 오지 않았다는 것.


이 세상은 한 인간을 모욕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 모욕하고 괴롭히는 것만 연구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게 필요한 것은 그레이스 같은 강한 마음이다. 도덕적 우월감(오만)은 좋지 않은 거라지만, 도덕적 우월감(오만)이 나를 지켜주는 갑옷이 된다면 나는 그 갑옷을 기꺼이 입겠다. 


나에게 권력(기관총)이 오는 순간까지 존버할 것이고, 그 순간이 올 때까지는 오만함으로 버티겠다. 


매년 새해 오전에 영화 <도그빌>을 보기로 다짐했다. 


3. 그 외 새해 다짐

- 개봉작 영화 리뷰: 주말에 영화 티켓 정리를 했는데 예전에 봤던 BIFF 영화들은 제목만으로는 무슨 영화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물론 검색해봐도 되지만. 나만의 imdb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상영 중인 <조이랜드>,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강추!!



ps. 이 글이 가능한 이유는 아침부터 동생네 가족은 모종의 정기검사를 이유로 아기병원에 갔기때문인데, 방금 동생 차 왔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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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1-03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고모되신 거! 이 정도면 낳지만 않았지 반 엄마 다 되셨는데요? 누구는 조카가 너무 예뻐 코딱지까지 먹었다던데 설마 그러시진 않을 거죠? ㅎㅎ
올해는 억울한 죽음이 없으면 좋겠데 헛된 바람이겠죠?

2024-01-14 1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14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