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무시를 당해본 적이 거의 없다. 더 정확히는 무시당했다고 느껴본 적이 별로 없다. 왜냐하면 나는 남이 나를 무시하든 말든 애초에 상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를 무시한다면 그것은 내 문제가 아니라 나를 무시하는 상대방의 문제라서 나는 개의치 않는다.
또한 타인을 무시한 적도 별로 없다. 타인을 무시할 정도로 남에게 관심과 애정이 있지도 않다. 무시하는 데 쓸 에너지가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난 무시한 적이 없는데 상대방이 너는 왜 나를 무시하냐고 따지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오늘 하루 종일 도대체 무시가 뭘까? 무시의 원인은 열등감인가? 그렇다면 열등감은 뭘까? 무시당한다고 느끼는 감정의 원인은 애정결핍일까? 그렇다면 애정결핍은 뭘까? 를 생각하고 검색해 봤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무 관심이 없다. 어차피 나랑 인생관,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이고 그들이 그들의 가치관으로 나는 재단하는 것에 내가 뭣 땜에 반응을 보이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나 자신이에게 잘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옷차림으로 예를 들면 남들이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내 맘에 안 들면 그날은 망한 것이다. 반대로 내 눈에 예쁘면 남들이 뭐 저런 걸 입고 다녀라고 해도 그날은 성공한 것이고.
나는 타인과의 관계보다는 나라는 개인으로 내 취향대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과 관심사를 공유하고 공감을 나누고 선물을 주고받고 덕담을 주고받고 축의금을 주고받고 하는 것에 관심이 없고 그런 게 피곤하다. 에너지도 소모도 크고. 그래서 싫다.
애인은 "너는 스페셜 오브 스페셜한 사람인데 보통의 상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를 이해할 수 있겠니? 니가 조금이라도 이해해보려고 해야 하지 않겠어? 니 말은 반박이 불가능할 정도로 다 맞고, 또 일반적인 사람이 글이 아닌 말로 이런 얘기를 하는 것도 사실 처음 들어보지만, 이런 대화가 존재할 거라는 생각도 해 본 적 없지만. 아무튼 보통의 사람은 아무도 너처럼 생각하고 살지 않잖아. 그러니까 니가 조금은 니 생각을 내려놔야지. 나는 니 생각을 존중하고 오히려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좋아하기까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잖아."라고 했다.
주말에는 영화<가가린>보러 가야지. 지구에 사는 지극히 상식적인 지구인들과 가장 멀리 떨어진 인류이고 싶다. 인간 최초로 우주에 간 인간 유리 가가린...
나 자신으로 사는 건 좋지만 인간으로 사는 건 정말 별로다.
오늘 애인은 "난 니가 있어서 참 좋거든."이라고 톡을 보내왔고 나는 답장으로 "나도 내가 있어서 참 좋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