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 태풍 마이삭은 새벽에 찾아왔다. 비바람 소리에 잠시 잠을 설쳤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마당으로 나가서 피해상황을 살폈다. 화단에 식물들이 쓰러져 있었다. 밤사이에 133mm의 폭우가 내렸으나 아침의 골목엔 비의 흔적이 거의 없었다. 강력한 바람에 의한 증발현상!

9호 태풍으로부터 약 5일 후 10호 태풍 하이선은 오전9시 전후 출근시간에 찾아왔다. 일단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비바람의 피크타임을 끝이 났다. 아직도 공공안전경보는 간간히 온다. 어느 도로가 통제중인지 알려준다. 다행히도 나는 피해가 없다. 다른 곳도 피해가 없길 바래본다. 


p.s. 태풍의 발생과 소멸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태풍이 오면 약간은 두근거린다. 대자연! 나약한 인간! 오늘 같은 날 길고양이들은 어디에서 비바람을 피하고 있을지... 나는 길냥이들에게 사료를 주는데 반려견을 키우는 옆 집 아주머니는 그걸 좋게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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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듣는 것을 좋아한다. 청소하는 것도 좋아한다.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청소를 하는 걸 제일 좋아한다!!!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하는 일은 다양하겠으나 나의 경우 청소(집안일)를 하면서 팟캐스트를 들을 때가 제일 몰입이 잘되고 재미있다. 그래서 나는 청소를 하려고 팟캐스트를 아껴두고, 팟캐스트를 들으려고 매일 청소를 한다. 


예전에는 주말에 몰아서 청소를 했었다. 몰아서 하는 청소도 나름 즐겁긴하지만 긴 시간하다보면 좀 힘들어진다. 그래서 겸사겸사 1일 1공간 청소로 청소계획을 변경했다. 침실, 서재, 거실, 주방, 화장실(손님방과 손님화장실은 손놈이 사용하고 난 후에만 청소하므로 패스)을 매일 1공간씩 청소하는 것이다. 침실, 주방, 서재 청소는 좀 오래 걸린다. 이때는 바닥을 쓸고 물걸레질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 있는 잡동사니들도 정검하고 버릴 건 버리고 하기 때문에. 그래서 어떤 날은 방 1개를 치우는데 1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세상의 모든 인간 쓰레기들을 다 치워버리고 싶은데, 그건 내 권한 밖의 일이니까. 또한 무엇이 쓰레기인지 구분하는 것도 사람마다 그 기준이 다를 테니까. 그래서 나는 수신제가까지에만 집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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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의 유튜브앱을 삭제했다. 유튜브는 평소에는 잘 안보다가도 어쩌다 한 번 보게되면 영화 한 편 감상하듯이 계속 보게 된다. 어제 밤이 느닷없는 그런 날이었다. 괴기스런 일본 추리 소설을 들뜬 마음으로 빌려서는 계속 읽으면 일상이 마비될까하는 근심에 애써 챕터와 챕터 사이에서 브레이크를 밟아 놓고는, 유튜브 영상에서 방심을 해버린 것이다. 유튜브 영상 정도는 얼마든지 정지할 수 있다고 자만했던 것이었다. 


유튜브 시청 따위로 낭비하는 시간이 없는 훌륭한 어른이고 싶다. 요즘은 돈보다는 시간과 체력을 낭비했을 때가 발가락에 50ml 향수병을 떨어뜨린 것처럼 고통스럽고 후유증도 크다. 이것 역시도 어떤 분류의 현대인의 병일지도 모른다. 매사를 알뜰하게 사용하고자 하는 강박같은...


집 안을 생활의 흔적없이 깨끗하게 해두고 싶다. 책을 읽다가 덮었을 경우에는 책상이나 읽던 자리에 그냥 두지 않고 반드시 책상의 정해진 위치(읽기 진행중인 책을 꽂아두는 칸)에 놓아 둔다. 책상도 사용하고 나면 사용하던 필기도구나 공책 등도 반드시 정해진 위치에 반듯하게 놓아 둔다. 매일 쓸고 닦고 정리정돈하고 쓰레기는 찾아내서 주기적으로 비운다. 이것이 어떤 액막이 행위라도 되는 듯이 집중하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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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이 나에게 가져다주는 각성과 아드레날린이 좋다.

출근과 나는 이제 애증의 관계이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역도 금메달을 딴 장미란이 역기를 들어올리는 그 정신(절박함, 패기 그 모든 것)으로 나도 내 눈꺼풀과 상체와 정신을 들어올리면서 매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난다. 일단 일어나기만 하면 그 다음 순서는 순조롭다. 컨베이어 밸트 위에서 조립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스마트폰과 같달까. 조립은 시간문제. 

1차 각성 - 머리 감기

2차 각성 - 커피 내려 마시기(카페인 섭취)

3차 각성 - 메이크업 & 드레스업(갑옷 혹은 방탄조끼 같은 것!)

4차 각성 - 출근길 운전(출근길의 도덕도 준법도 없는 양아치 운전자들이 마지막 각성을 채워준다. 부가적으로 하루치 아드레날린도 채워준다.)


하고 싶은 일도 하기 싫은 일도 없다. 그저 주 5일 1~4차 각성의 단계를 거칠 수 있다면 이젠 뭐가 되었든 큰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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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디아 가문이 세운 마콘도 마을의 대홍수가 문득 문득 생각나는 날들이다. 물론 대홍수가 마콘도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소설 <대지>에도 대홍수의 시기가 있고 이 때 주인공 왕룽은 타락하게 된다. 

이렇게 쏟아지는 폭우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산이 필요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실내주차장과 자동차와 건물 사이만 이동하면서 다니므로 직접적으로 비와 대면할 기회는 없는 것이다. 바쁘게 움직이는 와이퍼를 보면서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도 우산이 필요가 없는 어른의 삶이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곰곰이 따져본다. 도로는 극심한 정체이고 내가 운전하는 이 길은 주변에 사는 조류 부부까지도 죄다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완벽하게 경로를 숙지하고 있기에 '도대체 지금 내가 뭘 하면서 살고 있는지?' 곰곰이 따져볼 수 있는 최적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살면 살수록 삶보다는 죽음이 명확해진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예감. 죽음이라는 완벽한 끝(이어야 하는데, 윤회 혹은 내세가 있다면 정말 절망적이다)이 있기에 오늘도 어찌어찌 임시방편 궁여지책으로 하루하루 적당히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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