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엔디아 가문이 세운 마콘도 마을의 대홍수가 문득 문득 생각나는 날들이다. 물론 대홍수가 마콘도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소설 <대지>에도 대홍수의 시기가 있고 이 때 주인공 왕룽은 타락하게 된다. 

이렇게 쏟아지는 폭우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산이 필요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실내주차장과 자동차와 건물 사이만 이동하면서 다니므로 직접적으로 비와 대면할 기회는 없는 것이다. 바쁘게 움직이는 와이퍼를 보면서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도 우산이 필요가 없는 어른의 삶이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곰곰이 따져본다. 도로는 극심한 정체이고 내가 운전하는 이 길은 주변에 사는 조류 부부까지도 죄다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완벽하게 경로를 숙지하고 있기에 '도대체 지금 내가 뭘 하면서 살고 있는지?' 곰곰이 따져볼 수 있는 최적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살면 살수록 삶보다는 죽음이 명확해진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예감. 죽음이라는 완벽한 끝(이어야 하는데, 윤회 혹은 내세가 있다면 정말 절망적이다)이 있기에 오늘도 어찌어찌 임시방편 궁여지책으로 하루하루 적당히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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