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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바람의 그림자>, 문학과지성사 2005
p.13
네가 보는 책들, 한 권 한 권이 모두 영혼을 가지고 있어. 그것을 쓴 사람의 영혼과 그것을 읽고 살면서 꿈꾸었던 이들의 영혼 말이야. 한 권의 책이 새 주인의 손에 들어갈 때마다, 누군가가 책의 페이지들로 시선을 미끄러뜨릴 때마다, 그 영혼은 자라고 강인해진단다.
p.14
도서관이 하나 사라질 때, 서점 하나가 문을 닫을 때 그리고 책 한 권이 망각 속에서 길을 잃을 때, 우리 수호자들이 그 책들이 이곳에 도착했는지를 확인한단다. 이곳에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책들, 시간 속에서 길을 잃은 책들이 언젠가는 새로운 독자, 새로운 영혼의 수중에 들어가길 기다리며 영원히 살고 있지.
p.15
그 책들 각 권의 겉표지 뒤에는 탐험자를 기다리는 무한한 우주가 열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 벽 너머에서는 사람들이-눈에 보이는 쉽고 하찮은 것들에만 만족해서-오후에 축구를 하거나 라디오 연속극을 들으며 삶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엄습했다.
p.391
남자가 처음으로 한 여자의 옷을 벗길 때의 경험과 비교될 만한 경험이 인생에는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