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찜통 더위를 피하는 방법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한참 길을 걷다가 웨스턴 마켓이란 이름의 큰 쇼핑몰을 발견하고 냅다 달렸다. 쇼핑을 하기 위해서???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

웨스턴 마켓이 있는 거리를 걷다보니 고풍스러워 보이는 건물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출구가 보이지 않아 건물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한 컷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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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끝자락, 난 홍콩에 있었다. 

도시를 피해 도시에 도착한 이방인은 맨처음 그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야경을 음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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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6-10-17 0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구나!
그래서 여름날 서울에서 에오스의 냄새가 사라졌던 것이었구나!

파란여우 2006-10-17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빅토리아에 올라가서 노란 병에 든 맥주를 한 병 마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홍콩의 야경은 거 참.....파티가 끝나고 난 후의 휘황찬란 남은 조명과 색종이들같은.

클레어 2006-10-18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 흐흐~ 서울에 냄새 한 점 남기지 않고 홍콩으로 날랐읍죠. 콧바람 잔뜩 쐬고는 바로 직장 바꾸기 플랜 짰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

파란여우님/ 사진이 별로 이쁘지 않게 나왔어요. 여우님과 한번 저런 야경보며 맥주 한잔 하면 좋겠어요. 안되면 옥상에서 노가리 안주에라도 말이죠.(꼬리치는 거 맞습니다.헤헤~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 공지영씨의 이 소설은 작년에 나오자 마자 샀었다. 단숨에 읽어버렸고  이야기 중 한 단어에 빠져 들었다. 

진짜 .... 이 진짜라는  단어가 주는 아이러니함이라니... 허구를 쓴 소설 속에서 '진짜'라는 단어가 주는 낯설음도 나름대로 나에게는 충격적이었다. 거기다 원하지 않았던 삶의 무게를 그저 연명해 주는 역할을 했었고, 두 인물을 철저히  만나지 못하게 할 뻔 했던 껍데기가 "우리, 진짜 이야기를 할래요?"라는 말로 깨어지는 것을 보고는 그 무시무시한 파괴력과  시원한 벽허뭄의 과정 뒤 두 사람의 소통을 이끌어낸 '진짜'라는 이 단어가 너무 좋았었다.

2. 작년 이맘 때는 왠일인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힘들었었다. 물론 나도 끙끙 거리고 있는 상황이었고... 기대고 싶은 어깨가 무척이나 필요했었는데 모두다 어깨를 필요로 하고 있으니 "어깨 좀 빌려줘"라는 말이 더욱 나오지 못하는 상태였다. 밤마다 걸려오는 전화통을 붙잡고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였다. 개운한 아침은 개뿔~ 매일매일  다크써클만이 온몸을 뒤덮고 있었다.

그 때 한 사람에게 이 책을 주었었다. 느닷없는 책선물에 상대편은 놀라는 듯 보였으나 나중에 전화로 "노력하겠다."라는 말을 나에게 해주었다. 어떤 노력을 했는지 현재의 나는 알지 못한다. 그냥 '나대신 어깨를 빌려주는 역할을 이 책이 했었구나.' 라고 느낄 뿐...

그래서, 지금 나에게 이 책은 없다.

3.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 그건 아마도 환경과 과거의 시간들에 대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혹 이해는 못한다 하더라도 공감을 할 수 있도록 진짜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소통의 순간' 이리라... 그 순간을 얻기 위해서는?? 용기와  타이밍이 필요하다.  아무한테나, 혹은 아무때나 "우리, 진짜 이야기를 할래요?" 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때문에 우리들이 행복해지는 순간은 무척 드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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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울고 있니?"

 

"아무도 내가 얼마나 아픈지 모르는 거 같아서..

이렇게 울고 있으면 내가 얼마나 외로운지,

내가 왜 이렇게 슬픈지 알아줄 거 같아서.."

 

"그런데, 왜 이렇게 깊은 밤에 울고 있는거야?

모두 잠든 시간이야.."

 

"낮에 울면 쪽팔리잖아.."

 

"흐흐,,바보..^^

그래도 덕분에 난 잠이 깨 버렸어.

사실 잠자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

멀리 기차 달리는 소리를 듣고 있었거든.

예전에 저녀석이 디젤 엔진을 달고

흰 연기를 풀어헤치며

울며 달려가는 것을 보았어.

마치 '광인'과 같았지..

그 때도 오늘처럼 잠들지 못한 밤이었어.

그 녀석에게 물어보았어..

왜 그렇게 미친듯이 달려가냐고,,

그리고, 왜 그렇게 소리치며 울고 있냐고..

그 녀석은 말하더군.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냈대.

아주 멀리..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과 허기로

미칠 거 같다고 했어..

모든 것이 무너져 버렸고,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하더군.."

 

"그래서? 그래서 넌 뭐라고 했는데?"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어."

 

"뭐야?? 시시해."

 

"시시하니?"

 

"그래,, 시시해."

 

"왜냐면 난 그녀석이 지나가는 철길 옆에 붙박혀 있어서

그렇게 달려가는 녀석을 잡을 수 없었어.

난 그저 꽃일 뿐이었거든.

저 만치 달려가는 녀석의 뒤통수를 지켜보며

쓸쓸하게 웃어줄 수 밖에 없는 꽃이었거든."

 

"그런데, 오늘은 왜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거야?

기차 녀석은 어디가고?"

 

"그 녀석, 최근에 고속철이라는 딱지를 달고

근사한 모습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았어.

이젠 울지 않던걸?

그만큼 커버린 녀석,

그녀석, 일중독증에 걸려버린 모양이더라구

이젠 속으로만

황소같이

어허~으흑~하고 울고 있진 않는지,

그저 달리는 것으로 우는 것을 대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솔직히 걱정이 되긴 해."

 

"너,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

오늘은 왜 내 옆에 있어주는 건데?"

 

"글쎄..나도 잘 모르겠어.

내가 왔다기 보다는

네가 나에게로 걸어왔다는 표현이 더 맞는 거 같아.

넌 나에게 다가왔고,

네가 내 옆에서 그렇게나 아름답게 우는 것을 볼 수 밖에 없었지.

그렇지만,

아직도 달래주는 것은 서툴러.

기차에게도 난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거든.

그래서 한참 바라보았고

내가 너에게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생각해봤어."

 

"그게 뭔데?"

 

"너에게 웃어주는 거.,

 

아마 너랑 같은 동족이었으면

너에게 공명(共鳴)할 수 있었을 거야.

그러면 넌 덜 외로웠겠구

덜 슬펐을 수도 있었을 거야.

 

그렇지만, 난 너랑 달라서

너처럼 울 수 없는걸.

너처럼 근사하게 울면서

함께 공명할 수 있었으면

나도 마음이 덜 괴로웠을테지만

난 그저 꽃일 뿐이야.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웃어주는 거 밖에 할 수가 없구나.

 

그런데, 너,,아직도 외롭고 슬프니?"

 

"응..아마 평생 가지고 가야할 숙제 같은 걸꺼야..

나는 알에서 태어나면서부터 혼자였거든.

그래도 앞으로는 너랑 비슷한 꽃을 보게되면

생각하게 될 거 같아.

저 녀석은 나랑 같이 울지는 못해도

날 위해 가진 것을 모두 걸고 웃어주는 녀석이라는 것을."

 

"흐..쑥스럽게시리...오늘따라 달이 밝은데??"

 

"음.. 오늘은 마법의 달이 뜨는 날이래."

 ---------------------------------------------------------------------------------------

오래 전 썼던 이야기인데, 여우님에게도 보여드리고 싶어졌지 뭡니까?

이유?? 글쎄요.. 맞춰 보세요..;;;;

1.안치환 노래를 갑자기 듣고 싶어서,

2.가을밤에 괜히 센치해져서,

3.이쁜 국화 모습을 보여주신 것에 답하고 싶어서,

4.좋아하니까...

 

정답은???  당신이 생각하는대로..^^

안치환 - 귀뚜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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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2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레어 2006-10-12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컴맹인지라 소리가 나지 않게 작동하는 방법을 모르거든요. 제 서재야 같은 노래가 계속 나와도 관계없지만 사람많이 드는 여우님의 서재에 같은 노래가 계속 나오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삭제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로렌 와이스버거 지음, 서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긴 추석 연휴가 지나가고 있다. 아쉽다. 이번 추석 연휴동안 읽은 책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였다.  동기는 단순했다.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악질 상사로 메릴 스트립이 나오는 예고편을 보고 나서였다. 소박하기 이를 때 없는(이런 선입견은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때문일 것이다.) 메릴 스트립이 어떻게 변신하고 나올까? 가 궁금해서 책을 사서 고향집으로 내려가는 기차 속에서 내내 읽었다.

책 속에는 대학을 갓 졸업한 패션 전문지 편집장의 신입 어시스트 '앤드리아'의 좌충우돌 '회사에서 살아남기'의 모습을 보여준다. 백만명 정도의 여성들이 선망하는 직장이라는 '런웨이' 패션 잡지로 표현되는 거대한 직장 조직 체계..그리고, 그 조직 체계를 지배하고 있는 '미란다'라는 이름의 편집장.  '런웨이'잡지속 광고와 관련된 명품들(신발, 의상, 악세서리,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등)과 관련된 협찬업체들에도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미국뿐 아니라 세계의 유명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이 여자에 대해서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아마도 '대단한 사람'이라는 숭배와 부러움의 시선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를 가까이 들여다 본다면....

한마디로 아랫사람에게는 '내가 서열이 위야..'라는 것을 나타내듯 안하무인에다 변덕스럽기 그지없고,  자기보다 위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평판을 발판삼아 친분을 쌓고 필요한 것을 얻어낼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 내지만 개인적인 고민이나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런 그녀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는 어시스트의 시선으로 쓰여진 소설이니 만큼 이 소설에서는 '미란다'의 터무니 없는 요구와 변덕이 잘 묘사가 되어 있으며 독사같은 상사 밑에서 찍소리 못하고 일을 하면서 거대한 '런웨이'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잘 묘사가 되어 있다.

여기서 궁금한 점 하나! 그럼 왜 그들은 악마와 같은 '미란다'가 호령하는 '런웨이' 속의 지옥같은 나날들을 참아내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책 속에서도 여러 번 강조가 되고 있지만 백만명 정도의 여성들이 선망하고 있는 직장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내가 해고 되더라도 내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는 식의 불안감과 그녀의 변덕스러운 명령에도  그 직장에서 1년만 버티면 1단계 업그레이드된 자리로 오를 수 있는 희망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두가지 조건은 어떤 누구에게도 쉽게 직장을 버릴 수 없게 만드는 족쇄일 것이다. 덕분에 '미란다'의 모습은 아무런 제재없이 일사천리로 통과가 되고 직장 속에서는 에밀리로 대변되는 일반적인 직장인의 대화 형태 '런웨이식 돌려 말하기- 상사인 미란다의 욕은 하되 욕을 한 끝에는 다시 미란다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는 식의 말이 항상 덧붙는 것-' 가 생겨나게 되었다. 

직장 속 위계질서는 이해를 하지만 서로 소통이 없이 일방적인 명령과 꾸짖음만 있고 자신의 불만이 윗선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빙~ 돌려 말하는 대화 형식의 답답함, 그리고, 그들이 느끼는 직장 속의 불안감은 현대 직장인이 느끼는 것이라 안타까웠다.

그랬기 때문에 이런 조직체계속  '미란다'에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나쁜년'이라고 외쳐버려 백만명 정도의 여성들이 선망하는 직장 '런웨이' 신입에서 선임 어시스트로 업그레이드가 1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을 모두 박차고 나온 '앤드리아'의 반동적인 모습은 청량제와 같았다.

명품으로 휘감아야 회사의 격에 맞는 사람이 될 수 있었던 자리에서 벗어난 앤드리아는 같은 경험이 있는 잡지사의 편집장의 전화를 받고는 자신이 원하던 글을 쓸 수 있는 새로운 직장을 얻게 된다. 역시 끝은 시작이랑 통하는 말이며 길의 끝에는 또다른 길이 있을 뿐이다.

미란다와 앤드리아처럼 견고한 뉴욕 사회조직 속의 정점과 거기에 갓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초짜라는 극단에 있는 인물들과는 달리 중간에 끼어서 에밀리와 같이 적응하려고 무척 애를 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요즘, '명품적 삶'이 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추석 연휴동안에 TV문학관에서 해주었던 '등신불'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인간적인 고통을 그대로 품어안고 있으나 다른 이들에게 평안을 주는 부처의 모습을 가지게 된 인간체의 모습....어렸을 때는 몰랐기 때문이라지만 성인이 되고 난 후에는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명품적 삶'으로 가는 족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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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2006-10-08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좌알 쉬었고 내일부터는 새보금자리에 일찍 가야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