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울고 있니?"
"아무도 내가 얼마나 아픈지 모르는 거 같아서..
이렇게 울고 있으면 내가 얼마나 외로운지,
내가 왜 이렇게 슬픈지 알아줄 거 같아서.."
"그런데, 왜 이렇게 깊은 밤에 울고 있는거야?
모두 잠든 시간이야.."
"낮에 울면 쪽팔리잖아.."
"흐흐,,바보..^^
그래도 덕분에 난 잠이 깨 버렸어.
사실 잠자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
멀리 기차 달리는 소리를 듣고 있었거든.
예전에 저녀석이 디젤 엔진을 달고
흰 연기를 풀어헤치며
울며 달려가는 것을 보았어.
마치 '광인'과 같았지..
그 때도 오늘처럼 잠들지 못한 밤이었어.
그 녀석에게 물어보았어..
왜 그렇게 미친듯이 달려가냐고,,
그리고, 왜 그렇게 소리치며 울고 있냐고..
그 녀석은 말하더군.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냈대.
아주 멀리..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과 허기로
미칠 거 같다고 했어..
모든 것이 무너져 버렸고,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하더군.."
"그래서? 그래서 넌 뭐라고 했는데?"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어."
"뭐야?? 시시해."
"시시하니?"
"그래,, 시시해."
"왜냐면 난 그녀석이 지나가는 철길 옆에 붙박혀 있어서
그렇게 달려가는 녀석을 잡을 수 없었어.
난 그저 꽃일 뿐이었거든.
저 만치 달려가는 녀석의 뒤통수를 지켜보며
쓸쓸하게 웃어줄 수 밖에 없는 꽃이었거든."
"그런데, 오늘은 왜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거야?
기차 녀석은 어디가고?"
"그 녀석, 최근에 고속철이라는 딱지를 달고
근사한 모습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았어.
이젠 울지 않던걸?
그만큼 커버린 녀석,
그녀석, 일중독증에 걸려버린 모양이더라구
이젠 속으로만
황소같이
어허~으흑~하고 울고 있진 않는지,
그저 달리는 것으로 우는 것을 대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솔직히 걱정이 되긴 해."
"너,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
오늘은 왜 내 옆에 있어주는 건데?"
"글쎄..나도 잘 모르겠어.
내가 왔다기 보다는
네가 나에게로 걸어왔다는 표현이 더 맞는 거 같아.
넌 나에게 다가왔고,
네가 내 옆에서 그렇게나 아름답게 우는 것을 볼 수 밖에 없었지.
그렇지만,
아직도 달래주는 것은 서툴러.
기차에게도 난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거든.
그래서 한참 바라보았고
내가 너에게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생각해봤어."
"그게 뭔데?"
"너에게 웃어주는 거.,
아마 너랑 같은 동족이었으면
너에게 공명(共鳴)할 수 있었을 거야.
그러면 넌 덜 외로웠겠구
덜 슬펐을 수도 있었을 거야.
그렇지만, 난 너랑 달라서
너처럼 울 수 없는걸.
너처럼 근사하게 울면서
함께 공명할 수 있었으면
나도 마음이 덜 괴로웠을테지만
난 그저 꽃일 뿐이야.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웃어주는 거 밖에 할 수가 없구나.
그런데, 너,,아직도 외롭고 슬프니?"
"응..아마 평생 가지고 가야할 숙제 같은 걸꺼야..
나는 알에서 태어나면서부터 혼자였거든.
그래도 앞으로는 너랑 비슷한 꽃을 보게되면
생각하게 될 거 같아.
저 녀석은 나랑 같이 울지는 못해도
날 위해 가진 것을 모두 걸고 웃어주는 녀석이라는 것을."
"흐..쑥스럽게시리...오늘따라 달이 밝은데??"
"음.. 오늘은 마법의 달이 뜨는 날이래."
---------------------------------------------------------------------------------------
오래 전 썼던 이야기인데, 여우님에게도 보여드리고 싶어졌지 뭡니까?
이유?? 글쎄요.. 맞춰 보세요..;;;;
1.안치환 노래를 갑자기 듣고 싶어서,
2.가을밤에 괜히 센치해져서,
3.이쁜 국화 모습을 보여주신 것에 답하고 싶어서,
4.좋아하니까...
정답은??? 당신이 생각하는대로..^^
안치환 - 귀뚜라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