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감정 날씨는 흐리다 갬.
2. 어처구니 없이 연일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습니다. 후라이팬에 눌러붙은 계란 후라이처럼 푹 퍼진 모습으로 눌러 붙어 앉아서 그나마 집에서 '내이름은 김삼순'을 막 시청하려고 텔레비젼 리모콘을 돌리고 있었어요.
"띠리리링"(이 효과음은 실제 소리와 다를 수 있습니다. -_-)
"누구세요?"
"나야."
"짜식아~ 잘 지내고 있냐?"
"뭐해? 쉬고 있어?"
"쉬기는... 교양을 위해 '삼순이'시청 하려고 준비중이시다."
" 그래.."
" 요즘 힘들어 데지겠다. '삼순이'보고 웃을 준비 중이다."
" 어~ 위로받으려고 했더니 힘들구나?"
"짜식.. 왜..무슨 일있냐?"
"쫄따구들이 말 안들어..힘들다며..끊을까?"
" 어떤 쫄따구들이 고참 말 안들어? 내가 패주까? 애들 쫌 풀어??(약간 고래고래..)"
"하하~ 누나가 무슨 힘이 있어서.."
"난 이쁘니까 애들이 가만 있을꺼야.."
"(한동안 침묵..전화기 너머로 큭큭 소리 들림..-_-)"
"어쭈..많이 컸다. 너 지금 비웃었지.. 진실을 말했는데 비웃었겠다. 너부터 맞아야 겠다. 빨리 궁디 대."
"아니..누나가 패면 애들이 못 살아남을 거 같아서..-_-;; 참아라~"
"그래, 이쁜 내가 참을께. 아그들이 말 안들으면 한 세 놈만 이름 적어놓았다가 나에게 보내. 애들 확 풀어버린다."
"조폭 마누라 찍냐? -_-"
"힘내. 요즘 내가 영 기운을 못차렸더니 파장이 너에게까지 가는 모양이다. 나도 힘낼테니 너도 힘내."
"알았어. 삼순이 잘 봐."
"엉~"
(딸깍)
3. 내가 가장 사랑하는 막내 동생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녀석 웃겨주는 것이 내 전문인데 대화 내용은 좀 살벌하긴 합니다만 오늘은 임무를 한 50%정도만 완수한 거 같습니다. -_-;;
오늘 전화를 받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내 마음의 구겨짐이 알게 모르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닐까? 라구 말이지요.
구겨진 옷을 다리미로 다리듯 조금만 부지런해져서 구겨짐을 다스리고 펴면 될 것을 내내 방치하고 있었던 거 같네요. 얼굴을 구기고, 마음을 구기고, 행동도 엇나가고 그렇게 악순환이 계속됨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내버려 두면 몇 날, 몇 시에 갑자기 즐거워지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즐거워지도록, 행복해지도록 노력한 것이 모이고 모여 또다시 웃음꽃을 피울 수 있게 하는 힘을 갖게 합니다. 역시 사는데는 공짜가 없나봐요. 모든 것에 힘이 드니 말입니다요.
어쨋든 다음 번에 녀석에게 전화가 오면 퍼펙트하게 임무 완수를 하기 위해서라도 행복해져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