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의 대가들 - 역설과 위트, 논리와 상상력의 39가지 철학우화
로베르토 카사티.아킬레 바르치 지음, 이현경 옮김, 김영건 추천 / 열대림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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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또 복권 당첨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사람들은 당첨될 확률을 수학적으로 계산하거나 거기에 투자하는 돈과 시간과 노력이 헛됨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반면, ‘거꾸로시’의 시민들은 필요할 때 즐겨 복권을 산다. 거의 모든 복권이 1유로에 당첨된다. 물론 돈을 잃을 경우도 있으며 최대 백만 유로를 잃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될 확률은 ‘똑바로시’의 시민들이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만큼 적기 때문에 누구도 걱정하지 않고 복권을 산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세상을 조금만 뒤집어 생각하면 얼마나 즐거운 일이 가득한가.

  로베르토 카사티와 아킬레 바르치는 사회과학과 철학을 전공한 사람들로 이 책의 내용들은 대부분 이탈리아의 ‘라 스팜타’지에 실렸던 우화들이다. 전체 8라운드의 논쟁 주제들로 묶어 각 주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생활속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등장 인물은 ‘그’와 ‘그녀’ 그리고 ‘참견쟁이’ 셋이 대부분이다. 셋은 끊임없이 의견 충돌을 일으키며 서로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며 논쟁을 주도한다. 사고하는 주체에 대한 논쟁, 의식과 정체성에 대한 논쟁, 삶에 있어 우연성이 주는 논리적 가능성에 대한 논쟁, 시간과 공간에 관한 논쟁, 언어와 실재, 언어철학과 형이상학에 관한 논쟁, ‘대다수’라는 용어가 가진 모호함에 관한 논쟁, 논리적 역설에 관한 논쟁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논쟁의 중심에 <논쟁의 대가들>이 서 있다. 그 대가들은 우리 모두의 참여를 기다린다.

  여기에는 어려운 철학적 용어도 관념의 세계를 설명하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에게 지금까지 가져왔던 모든 편견과 습관적으로 부딪혔던 문제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라고 충고한다. 날짜 변경선과 적도가 만나는 지점으로 여행을 하거나 단 한명의 완벽한 표본이 가지는 여론 조사가 얼마나 위험한 지 보여주는 것은 일상 생활 속에 숨어 논리적 오류들을 교묘하게 철학적 주제와 연관 짓는다.

  하루하루 세상을 살아가며 만나게 되는 문제 상황들 속에서 얼마나 이성적이고 비판적 시선을 가지고 사건과 사물을 명확하게 인식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다. 그것은 끊임없는 지적 훈련과 사유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그 훈련 과정이 우리의 교육과정 속에는 없다. 그래서 감성적이고 무의식적인 편견에 사로잡힌 판단과 오류가 우리들 생활 곳곳을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습관적인 사고 방식의 틀을 벗겨주는 재미있는 ‘철학 교과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만하다.

  어렵고 딱딱한 주제와 낯선 용어가 주는 거부감을 없애주면서 자연스럽게 관습적 사고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예를 들어 ‘위약효과(placebo effect)’를 눈치챈 환자와 약사와의 대화를 통해, 예측 불가능한 방문의 가능성에 대한 대화를 통해 생활속의 논리적 오류를 보여준다. 물론, 그것은 단순히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논쟁과 논쟁 사이에 불필요하게 생각될 수도 있는 생각 상자를 통해 다시 한번 관점을 설명하고 핵심을 유도한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우리 안에 숨어 있는 무감각한 오류를 일깨워 논리와 상상력의 즐거움을 알려준다. 그 방법으로 끊임없는 역설과 위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상황속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지닌다. 출퇴근길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혹은 머리 아픈 수험생들도 39가지의 철학우화중 한편을 가볍게 읽어내는 것으로 시원한 이성의 휴식을 가져 볼 수 있겠다.

  세상에 쏟아지는 수많은 철학 서적과 인생에 관한 허다한 책들 속에서 보물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내 입맛에 맞는 스타일과 방법을 제시하는 책을 고르는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논쟁의 대가들>이 최상의 책은 아니지만 분명 색다른 신선함을 준다는 사실에는 동의해야 할듯 싶다.



200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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