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론 교양사상서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정영하 옮김 / 산수야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고전은 현재의 의미망 속에서만 그 빛을 발한다. 단절된 불연속적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고전을 읽고 음미하며 재해석하는 일은 헛된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인류가 걸어온 발자취를 더듬고 그 과정을 통해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반성적인 사유를 통해 끊임없이 지금 현재를 재발견하는 것이 고전이 주는 의미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19세기 중엽 근대의 이행기에 두드러진 저작중의 하나가 J. S. 밀의 <자유론On liberty>이다. 인류 문화사에서 근대의 기점론은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 르네상스 이후 계몽주의를 거쳐 기독교적 세계관을 중심으로 한 전체주의 혹은 국가주의를 극복하는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때 근대의 중심에는 ‘개인’이 서 있다. 독립적 개체로서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인류 문화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밀의 자유론은 시대적 배경을 고려할 때 다른 어떤 책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자유론>은 크게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서설과 사상과 언론의 자유, 행복의 한 요소로서의 개성과 개인에 대한 사회 권위의 한계 그리고 원리의 적용이다. 각 장에서 밀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는 것은 물론 개인의 자유다. 자유가 지니는 의미와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충돌할 수 있는 상황은 물론 특히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서 ‘자유’의 본질과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은 헌법과 법률로서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는 사상의 자유, 신체의 자유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다. 서설에서,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지배자가 사회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권력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러한 제한이야말로 자유의 본질이라고 생각했다. - P. 12

  밀이 생각했던 자유의 본질은 다름 아닌 ‘사회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권력에 제한을 가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권력에 제한을 가하면 침해될 수 있는 개인의 자유는 원칙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 책은 출발하고 있다.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1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이 문제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아직도 ‘자유론’이 의미를 가지는 이유다. 밀은 이어서 얘기한다.

  권력에 제한을 가하는 일은 대중과는 언제나 이해가 상반되는 통치자에 대항하는 수단이었으며, 또 그렇게 생각되었을 것이다. 오늘날 요구되는 것은 통치자가 국민과 융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통치자의 이해와 의지는 국민의 이해와 의지여야 한다는 것이다. - P. 14

  이후 전개되는 언론과 사상의 전개에서 밀은 “인간은 자신의 잘못을 토론과 경험을 통해 능히 시정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전제로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간다. 과연 인간이 토론과 경험을 통해 잘못을 시정할 수 있다는 인간에 대한 믿음은 정당한 것인가? 독자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사회가 분화되고 복잡해지면서 개인의 사회 경제적 위치에 따라 대립과 갈등이 생기고 통합된 논의나 지향점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개인의 이익과 집단의 이익이 배치될 때 나타나는 현상들을 밀은 어떻게 이야기 할 것인지 궁금하다.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이란 어느 시대에나 적용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책이 있을까? 어떤 논의나 주장도 시대와 사회를 초월하는 ‘진리’를 주장할 수는 없다. ‘절대 진리’는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상대적 가치 속에서 평가되어야하는 것이 ‘진리’라는 이름의 숙명이다.

  21세기를 살아내고 있는 우리가 새삼스럽게 ‘자유론’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하는 의문도 가져본다. 그렇다면 국가나 사회의 압제와 타인의 관계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가졌다고 말할 수 있는지 반문해본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근본적인 관계 설정과 범위와 한계를 고민하고 싶다면 <자유론>은 좋은 참고서가 될 것이다.

  한 국가의 가치는 국가의 구성원인 개인의 가치에 있으며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는 존립하지 못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일깨워주는 책이지만 인류의 역사는 개인의 인생처럼 책에 나와 있는대로 혹은 보다 가치 있는 쪽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내가 살고 있는 사회나 역사의 큰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보다 소중한 가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믿을을 가져볼 뿐이다. 그렇지 않을 때 대중은 ‘혁명’을 꿈꾸게 된다. 그래서 밀은 이렇게 책을 맺고 있다.

  국가의 가치는 궁극적으로는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개개인의 가치이다. 이들 개개인의 정신적 확대나 향상을 위하여 이익이 되는 것을 뒤로 제쳐두고 세부적이고 사소한 사무상의 행정적 수완이나 경험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들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 원하는국가, 또는 국민을 위축시켜서 그들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꼭두각시로 만들고자 하는 국가는 그것이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행해진다고 할지라도 실제로 어떠한 위대한 일도 결코 이룩하지 못한다.
  그리고 국가가 온갖 희생을 다하여 이룩해 놓은 완전한 기구라 할지라도 그것의 원활한 운영을 기한다면 국가가 배제한 구성원의 힘 부족으로 인해 아무러너 도움도 되지 못함을 알게 될 것이다. - P. 278



200511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