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또 하나의 세계 - 근사체험을 통해 다시 생각하는 죽음
최준식 지음 / 동아시아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작은 새가 알의 껍데기를 까고 날아가듯이
우리도 몸이라는 껍데기를 벗어나 날아간다.
우리는 그것을 죽음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죽음은 형태(form)의 변화일 뿐이다.

  우리는 단 하루도 죽음과 헤어져 본 적이 없다. 태어나는 순간, 생명을 얻는 순간 죽음은 시작된다. 무덤을 향한 끊임없는 질주가 우리의 삶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은 이 생의 끝자락 어디쯤엔가 놓여 있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무엇으로 치부된다. 제대로 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죽음과 대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물학적 논쟁이 아니라 죽음 이후에 대한 논쟁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삶과 죽음은 하나의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죽음 이후가 아니라, 삶 이후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지금 우리들의 삶이 오히려 훨씬 더 풍요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인도의 어떤 구루(영적스승)가 남긴 시 한편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나머지는 모두 주금에 대한 주석에 불과하다. 이 시가 뛰어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죽음에 대한 인간의 이해와 분석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또 다른 믿음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의식과 인식 저 너머에 존재하는 어떤 것에 대한 깨달음이거나 죽음의 이쪽편인 삶에 대한 반성적 태도이다.

  서양의 연속적 세계관의 관점에서 보면 죽음은 항상 삶과 함께 하는 것이며 육체적 죽음은 하나님 곁으로 떠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삶과 죽음은 분리되지 않으며 모든 것은 신의 뜻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독교적 윤리관에서 보면 이 땅에서의 삶은 하나님의 목적대로 도구적 삶의 형태를 띠고 있다. 반면 동양의 불연속적 세계관은 죽음을 극도로 혐오한다. 삶과 죽음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으며 이승과 저승은 철저하게 분리되어 전혀 다른 형태의 시공간이 존재한다. 불교나 유교적 관점이 일치하지는 않지만 죽음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대해서는 동일하다.

  최준식의 <죽음, 또 하나의 세계>는 일상에서 우리가 고민하는 죽음에 대한 고민의 단초를 제공한다. ‘근사체험을 통해 다시 생각하는 죽음’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주된 관심은 ‘근사체험near-death experience:NDE’에 두고 있다. 사람이 죽은 이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어디로 갈 것인가,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한 관심은 당연해 보인다. 저자는 우선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안락사에서 존엄사까지 의학적, 생물학적 죽음의 정확한 정의에서 죽음의 문제를 시작한다. 인간에게 죽음의 공포만큼 두려운 것이 있을까. 우리말에 ‘무섭다’는 대상이 존재할 때 사용하며, ‘두렵다’는 말은 대상을 알 수 없거나 특정 대상이 없을 때 느끼는 감정을 말한다. 죽은은 인간에게 두려움의 대상임에 틀림없다. 이 죽음이 삶에 미치는 영향이 결국 죽음에 대한 고찰이 지닌 의미가 될 것이다.

  본격적으로 죽음 뒤의 세계를 살펴보면 체외이탈과 어둔 공간 속의 터널 체험을 거쳐 빛의 존재를 만난다. 그리고 장벽을 만나게 되며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장벽 앞에서 몸으로 돌아오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지역과 종교, 인종과 성별, 연령과 민족에 따라 다양하게 근사체험의 형태가 나타나지만 그것은 사회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차이일 뿐이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임사체험>과 레이먼드 무디, 퀴블러 로스 등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근사체험에 대한 이야기들을 일목요연하게 잘 풀어주고 있다. 다양한 사례 수집과 수집된 자료 분석으로 통계를 내고 특징들을 분석하는 사회과학적 방법이 죽음을 말해 줄 수는 없다. 다만 이런 노력들이 죽음에 관한 인간의 두려움과 호기심에 대한 작은 해답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의학계와 종교계의 견해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약물에 의한 환각 작용 실험 등 근사체험 자체를 부정하기 위한 실험도 있었고 종교적 교리와 배치된다는 이유로 근사체험을 부정하는 종교도 있다. 중요한 것은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그 잣대로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일이다. 사후 세계를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근사 체험을 한 사람들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으며, 근사체험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차분히 고민해 볼 일이다. 이 책의 저자가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식에 내가 동의하게 된 이유도 죽음이 지금 현재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다.

  우리는 언젠가 모두 죽게 된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래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죽음에 대한 공포는 존재의 상실감에 대한 허무로 발전한다. 종교와 무관하게 살아가는 이유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한번쯤 죽음에 淪?깊이 고민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권해볼만한 책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죽음에게 물어보라. 잘 살기 위해서는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고민해보자.

  이슬처럼 사라져간 이슬이도 그 밝은 빛의 터널 속에서 평안하길 빌면서……


060523-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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