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기업 이야기
권은정 지음, 손문상 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때부터 고민을 했지요. 소수 엘리트만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게 과연 정상인가? 많은 평범한 이들도 스스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입니다. 진보건 보수건 엘리트 의식이 강하지 않습니까?” - 원주의료생활협동조합 최혁진 전무이사, 107쪽

인생은 불공평하고 세상은 냉정하다. 어느 정도 세상을 살아본 사람들이 쉽게 내리는 평가이다. 하지만 이기적인 세상이 살만한 이유는 모두 자신의 잇속만을 차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다. 그 욕망의 노예가 되어 더 많은 이익과 더 많은 돈과 더 많은 권력과 더 높은 명예를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들은 진정 행복할까?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이라고 해서 욕망의 크기가 작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나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작은 이해와 배려 그리고 나눔을 실천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새삼스럽게 깨닫는 일이 누구에나 중요하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이타심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정책과 실천으로 극복해야 하는 우리들의 의무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게으름, 무능력의 차별적 시선으로 그들을 평가할 때가 많다. 그러나 일하지 않고 경제적 지원을 받아야 하는 계층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은 일할 의지가 있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다.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사회적 기업은 바로 이런 사람들을 위한 자활기회의 확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일반 기업과 달리 삶의 공간으로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교량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은 불가능할까?

사회적 기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주주의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나눔과 배려를 선택하고 고객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아름답고 착한 기업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성공회대학교의 사회적기업 연구센터와 함께 사회적 기업가들을 만나고 인터뷰한 『착한 기업 이야기』는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찾을 수 있는 대안과 희망을 제시한다. 아무리 승자독식시대에서 살아간다고 해도 신자유주의가 최종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매일 확인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인식하지 못할 때 우리의 삶은 불행해지고 방향과 목적을 상실한 채 경쟁과 불안, 채워지지 않는 욕망으로 괴로울 뿐이다. 사회적 기업은 몇몇 사람들의 노력과 실천으로 이제 작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간다면 우리 사회의 대안적 기업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싹을 틔우고 민들레 홀씨처럼 점점 확산되어 가는 사회적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물론 그 안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인터뷰 형식으로 사회적 기업가들을 찾아 나선다. 자치 은행, 생활협동 조합, 생활병원, 장애인 오케스트라에서 건설회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놀라운 실천과 변화를 소개한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 사라진 공동체를 되살리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노력과 실천이 부족할 뿐이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 ‘참 신나는 옷’의 전순옥 대표로 시작된 이야기는 ‘사랑의 손맛’ 백미선 대표의 이야기로 끝난다. 틈새 시장에서 사회적 기업의 아이디어를 얻은 사람들, 지역 사회와 함께 하는 사회적 기업가들, 대안적 세계관을 현실로 옮긴 사회적 기업가들은 특별히 이타적 유전자가 발달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저 평범한 우리들의 이웃이며 생각을 실천에 옮긴 사람들일 뿐이다. 나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 행복해야 진짜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혜로운 사람들이다.

이 책은 자본주의의 우월성과 경제 논리를 가르치면서 그것이 어떤 사회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그 대한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부자와 빈자의 이분법적 사고 방식으로 사람을 구별하는 세상은 정상이 아니다. 살맛 나는 세상,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우리 모두가 함께 꿈을 꾸면 그것은 현실이 된다는 믿음을 버리지 말자. 이 책에 소개된 사회적 기업가들 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을 배려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소수인 사회가 아니라 바로 우리 모두가 그런 사람이 되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떤가.

경영학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많은 청소년들이 바로 이런 기업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을 꿈꿔본다. 학교에서 가르칠 것이 너무 많아 가르치지 않는 것일까? 암기용 지식은 아주 작고 사소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깨달음을 얻는 데 우리는 얼마나 더 큰 비용을 지불하고 실수를 반복해야 하는 것일까? 경제 교과서 대신 이 책을 한 번씩 읽게 하는 것은 어떨지 선생님들에게 묻고 싶어졌다.


100627-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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