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2006-10-13

[마이데일리 = 장서윤 기자]

베스트셀러 '마시멜로 이야기' 대리번역 의혹에 휩싸였던 아나운서 정지영(31)이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청취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정지영은 13일 새벽 0시경 SBS FM '정지영의 스위트 뮤직박스' 오프닝 멘트를 통해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많이 놀라고 걱정하셨을 줄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자신도 하루종일 답답하고 속상했다고 밝힌 정지영은 "그래도 감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청취자들을 실망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최선을 다해 방송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12일 '마시멜로 이야기'의 출판사 한경BP는 이번 사건은 "대리번역이 아닌 번역자 이중계약으로 인해 생긴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책 판매를 위해 스타마케팅으로 과열경쟁을 벌이다 벌어진 일이라며 독자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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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06-10-12

정지영 아나운서 '마시멜로' 대리번역 의혹…고속번역 욕구·스타마케팅 빗나간 합작

업계선 "시장열악…관행인데" 강변도


유명 방송인 정지영씨가 번역했다는 베스트셀러 <마시멜로 이야기>(한경BP 발행)가 대리 번역 시비에 휘말리면서 출판계의 추한 관행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아직 실제 번역자라고 주장한 전문번역가 김모씨의 주장이 옳은지, 정씨와 김씨 두 사람의 ‘이중 번역’이라는 출판사의 해명이 옳은지는 가려지지 않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출판사가 김씨에게 번역을 맡기면서 ‘번역자로 제3자를 내세울 수 있다’는 내용의 계약을 했다는 사실이다. 김씨도 이를 수용했고, 정씨도 정황상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을 개연성이 크다. 독자들은 이 같은 사실에 경악하고 있다.

하지만 출판계의 반응은 대체로 덤덤하다. 대리 번역 문제가 출판계의 공공연한 비밀이고 관행이기 때문이다. 대중적으로 꽤 이름이 알려진 출판평론가 A씨는 수년 전 모 출판사로부터 외국서적 번역 원고의 감수를 의뢰받았다. 하지만 한 달여 뒤 출간된 책에는 그의 이름이 역자로 찍혀 있었다. A씨는 “대리 번역, 대필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출판사가 대한민국에 과연 몇 개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트렌드와 타이밍이 성패를 좌우하는 자기계발서나 실용서의 경우 고속(高速) 번역이 불가피하고, 출판사들은 부득이, 그리고 자연스럽게 전문 번역자(혹은 집단)에 의존하게 된다. 거기에 ‘스타 마케팅’전략이



결합한 전형적인 사례가 <마시멜로 이야기>라는 것이다.

출판계의 한 관계자는 “<마시멜로 이야기>류의 책에서 독자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메시지이지 문체는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번역자가 누구든, 내용만 제대로 전달하면 되는 책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리 번역이야 외국서적이라는 제한적 장르에 국한된 문제지만 오히려 더 경계해야 할 것은 각 장르와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대필”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에서도 대리 번역ㆍ대필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외국은 번역이나 집필의 경위와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고, 독자들도 이를 자연스럽게 수용한다는 점이다. 출판계 관계자는 “우리 출판계가 역자나 저자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정 노력을 펼치는 게 우선”이라며 “그러나 영세한 출판업계 사정과 열악한 시장 상황, 치열한 경쟁구도 하에서 과연 누가 먼저 십자가를 지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이번 대리 번역 논란은 우리 출판계가 안고 있는 고질에 비추어 보면 아주 사소한 일탈이자 작은 증상일 뿐”이라며 “근본적인 해법은 결국 출판계 전반의 체질 개선과 책 소비문화의 수준 제고 등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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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2006-10-12

“두개의 번역본 짜깁기는 불가능" 출판사측 주장 정면반박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선물’ ‘내 인생을 바꾼 스무살 여행’ 등을 번역한 유명 번역가 강주헌 씨는 <마시멜로 이야기>와 관련 출판사 한경BP의 ‘짜깁기’ 주장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지영 씨와 김 씨의 번역본을 놓고 더 좋은 부분을 취하는 식으로 재편집한 것”이라는 한경BP의 주장에 대해 전문 번역가 강주헌 씨는 “책에는 일정한 톤(tone)이 존재하기 때문에 두 번역가의 글을 한 데 모은다는 건 경험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며 출판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편 “이름을 빌려준 것이 사실이라면 정지영 씨도 자존심을 판 일이며 대리번역을 승낙한 김 모 번역가도 영혼을 판 일”이라고 비판했다.


CBS 라디오 <이슈와 사람(진행 김현정 PD)>에 차례로 출연한 한경BP의 편집부장과 전문 번역가 강주헌 씨는 상반된 의견을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하 인터뷰 요약 : 인터뷰 1-출판사 한경BP]


▶ 진행자(김현정 PD):김 모 씨는 자신이 대리번역을 했으며 정 아나운서는 이름만 빌려준 것이라 주장했는데 사실인가?


= 한경BP (최 모 편집부장): 아니다. 정지영 아나운서도 김 모 씨도 분명히 번역을 했다. 그러나 두 번역본을 놓고 편집자가 더 잘된 부분을 취하는 식으로 재창조한 것이다. 이것은 대리번역과는 다르다.


▶진행자: 출판사는 김 모 씨에게 “마케팅 상 유명인을 내세워야겠다”는 말을 한 뒤 정지영 씨가 캐스팅 된 것으로 안다며 완벽한 대리번역이라 주장하는데?


=한경BP: 그렇지 않다. 이것은 이중계약이다.


▶진행자: 그러나 전문번역가인 김 모씨가 자기의 글이 그대로 실린 건지 남의 글과 섞인 것인지 구분도 못할리는 없지 않느냐?


=한경BP: 편집자가 중간에서 윤색을 많이 하면 그럴 수 있다.


▶진행자: 그렇다면 누구와 먼저 계약을 한 것인가?


=한경BP: 정지영 씨와 먼저 해놓고 난 뒤 걱정이 됐다.경험이 없는 정지영씨의 번역본이 미흡할 경우 번역가를 다시 섭외하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김 씨와 또 계약을 한 것이다.


▶진행자: 그럼 정지영 씨도 이 사실을 알았나?


= 한경BP: 알게 되면 계약을 파기한다고 할 것 같아 비밀로 했다.


▶ 진행자: 출판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도 번역가가 두 명이었는데 한 명의 이름만 내세운 건 문제는 있는 것 아닌가.


=한경BP: 물론이다. 깊이 사죄하고 있다.


▶진행자: 독자들은 매우 불쾌하다. 정지영 씨는 자신이 번역자라며 팬사인회도 하고 인터뷰도 하지 않았는가.


= 한경BP: 우리로 인해 난처한 입장에 처한 정지영 씨에게 매우 미안하다.


▶ 진행자: 독자들에게 더 미안해야 하는 것 아닌가.


= 한경BP: 출판계의 어려움을 이해 해달라. 정말 깊이 사죄한다.


[이하 인터뷰 요약 : 인터뷰 2- 전문번역가 강주헌>


▶진행자 : 이번 사태 어떻게 보는가?


=강주헌(전문 번역가): 씁쓸하면서 번역가가 이렇게 이슈가 되니 놀랍기도 하다.기분이 묘하다. 이름을 빌려준 정지영 씨는 자존심을 판 것이고 대리번역가는 영혼을 판 셈이다.


▶진행자: 출판사는 두 사람의 변역본을 놓고 ‘짜깁기’했다는 주장인데 실제 가능한가?


=강주헌: 불가능하다고 본다. 책에는 일정한 톤(tone)이라는 것이 존재하므로 두 사람의 글을 한 문장씩 짜깁기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가능하다면 발췌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진행자: 그렇다면 대리번역가 김 씨가 전체 번역가일 것이라는 데 동의하는 것인가?


=강주헌: 가능성이 높다.


▶진행자: 대리번역의 관행은 어떤가?


=강주헌: ‘관행’이라고 할만큼 빈번하지는 않다. 종종 있는 정도.


▶진행자: 예를 들자면?


=강주헌: 대표 번역가가 문하생이나 학생들에게 번역할 부분을 나누어주고 나중에 자신의 이름으로 올리는 경우.


▶진행자: 대필의 경우는 어떤가? 유명인의 책은 대부분 대필 작가가 쓴 것이라던데.


= 강주헌: 사실이다. 그러나 대필 작가를 밝힐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다만 우리나라는 대필 작가의 존재를 밝히지 않고 마치 자신이 쓴 것처럼 가장하는 데 문제가 있다. 덧붙여 출판계의 어려움을 잘 아는 입장에서 이런 식으로 할 수밖에 없었던 출판사의 사정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CBS편성국 김현정 tryou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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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6-10-12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왠만한 변명을 해야 먹히지... 전 정지영씨의 입장 표명이 더 궁금해요
 

스타뉴스 2006-10-12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태은 기자]

대리번역 의혹이 제기된 자기계발서 '마시멜로 이야기'를 출판한 한경BP가 "대리번역에 아니라 이중번역"이라고 12일 주장했다.

한경BP는 이날 ''마시멜로 이야기' 대리번역 기사에 대한 입장표명'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SBS 출신 프리랜서 아나운서 정지영이 역자로서 이름만 빌려줬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먼저 ‘아나운서 정지영은 명예역자였다’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태스크포스팀을 긴급히 구성한 후 2005년 7월 정지영씨에게 번역 의뢰를 했으나 거부해, 8월초 전문번역가 김씨와 번역 작업을 비밀에 부치는 데 합의하고 의뢰했다"며 "그후 정지영이 9월말 원고번역을 마쳐, 정지영의 번역원고, 김씨의 번역원고, 원서를 대조해 본격적인 윤문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이어 "대리번역이 아니라 이중번역이었다"고 강조하며, "번역 추가 발주에 대한 사실을 알리지 않음으로써 도덕적인 차원에서 상처를 받게 된 정지영씨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또 '하루에 100쪽을 번역했다'라는 모 일간지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이틀 만에 원서를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는 내용이었다'는 발언이 와전된 것으로 이에 대한 정정기사(10월 10일)가 보도됐다고 밝혔다.

'제 3의 번역자를 부인'했던 것에 대해서는 본 사건이 기자의 취재로 가시화될 조짐을 보이자 번역가 김씨가 "이번 사건에 내가 거론되어 명예가 훼손된다면 나도 대응 방안을 찾겠다"라는 입장을 밝혀 번역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한경BP는 마지막으로 "골 깊은 출판계의 불황 속에 나름대로 살 길을 모색해보고자 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됐다"고 사죄했다.
 
tekim@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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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10-13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이 기사 보고 네이버에 달리는 댓글 보다보니 하루가 금방 쓕..... 정지영이 미리 알았겠죠 바보가 아닌 이상... 근데 하도 '파문' 얘기를 많이보다보니 파묵이 노벨상 탔다는 기사도 파문으로 읽히더이다
 

오마이뉴스 2006-10-11 구영식 기자

<마시멜로 이야기(이하 <마시멜로>)>를 실제 번역한 김아무개씨가 결국 입을 열었다. 이에 따라 <마시멜로> 밀리언셀러 신화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 3일 <오마이뉴스>의 확인 요청에 대해 "저는 이렇다저렇다 얘기할 처지에 있지 않다"고 말문을 닫았던 김씨는 11일 오후 "대리번역을 조건으로 제가 <마시멜로 이야기>를 번역했다"고 고백했다.

김씨는 국내외 대학·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일반기업에서 간부로 일했으며, 2000년부터 전문번역자로 활동해왔다.

김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8월 12일께 제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 이름으로 나간다는 조건을 달고 매절당(200자 원고지 1장당) 3500~4000원 선에 번역계약을 했다"며 "당시에는 번역자를 누구로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출판사 측에서) <마시멜로>가 저작권료를 많이 준 작품이어서 마케팅상 유명인사를 내세워야겠다는 얘기는 했다"며 "그래서 자기계발이나 성공학 쪽의 전문가를 내세울 거라 생각했는데 출판 직전에 번역자를 정지영 아나운서로 정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밀리언셀러에는 정 아나운서 이미지가 큰 영향"

이어 김씨는 "대리번역을 비밀에 붙이기로 한 조항이 계약서에 있었다"며 "하지만 제가 번역을 맡기 전에 다른 번역가들에게도 대리번역을 제안한 적이 있어 저만 알고 있는 비밀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의리나 신의 때문에 1년 동안 대리번역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며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있고 이제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 얘기가 나오고 있어 저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특히 김씨는 "번역경험이 없는 정 아나운서가 솔직하게 '잘 아는 전문번역가의 도움을 받았다'고 얘기했다면 더 아름답고 겸손하게 보이지 않았을까"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또한 김씨는 "1만부나 나갈까 싶었지 이렇게 많이 팔릴지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내용은 좋지만 밀리언셀러감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김씨는 <마시멜로> 열풍에 대해 "정지영 아나운서 개인의 이미지가 (책 판매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정 아나운서를 내세운) 출판사의 마케팅이 성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씨는 "'사자와 가젤' 이야기를 감명깊게 읽었다는 독자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이 이야기는 이전에 출간된 경제경영서 등에 인용됐던 아프리카 속담이지 원저자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도 번역가·대필작가 배려가 정착되어야"

또한 김씨는 "<마시멜로>의 판매가 폭발적이니까 다른 출판사에서도 이런 식의 대리번역을 기획하고 있다"고 전한 뒤 "이전에도 대리번역 관행은 있었지만 이것을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지는 않았다"며 "저도 불공정거래에 가담해 할 얘기가 없지만 대리번역은 독자를 기만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번역가들은 주로 번역학원이나 전문번역회사를 통해 입문을 하는데 거기에서는 십중팔구 대리번역부터 시작한다"며 "1~2년 매절당 700~800원 번역료로 부려먹는데 이것은 노예"라고 열악한 출판번역계의 현실을 성토했다.

그는 "번역료조차 제때 주지 않고 질질 끌다 중간에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며 "문제는 그런 번역학원이나 번역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의 중진번역가들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마시멜로>의 원저자도 도움을 받은 사람을 공저자의 이름에 넣었고, 헨리 포드도 자서전을 낼 때 대필작가의 이름을 올렸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배려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출판사도 형편이 어렵다 보니 무리한 마케팅을 하고 편법을 강요하는데 이것은 결국 제살 깎아먹기"라며 "이러한 불공정한 거래관행이 유지되면 진짜 좋은 책을 내겠다는 의지는 곤경에 빠지고 번역가들도 제대로 대우을 못 받는다"고 꼬집었다.

다음은 김씨와의 전화인터뷰 전문이다.

"<마시멜로> 직접 번역했나?" "그렇다"

- <마시멜로>를 직접 번역했나?
"그렇다."

- 언제 번역을 의뢰받았나?
"지난해 8월 12일에 계약했으니까 8월 7·8일께 의뢰받았을 것이다. 원래 이 책이 미국에서는 그 해 9월 6일에 발간됐다. 국내에 출판되기 전이어서 원고 사본(하드 카피)를 받아서 번역했다."

- 언제 번역을 마쳤나?
"지난해 9월 5일께 넘긴 것 같다. 그 전에 출판사로부터 교정인쇄본(갤리판)을 받아서 원고에 변동된 내용이 있는지 검토했다."

- 어떤 조건으로 번역계약을 했나?
"매절당(원고 1장당) 3500∼4000원 선에 계약했다. 또 대역한다는 조건도 있었다. 제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 이름으로 나간다고 했다. 다만 제가 계약할 당시에는 누구로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번역자를 정지영 아나운서로 정했다는 얘기는 출판되기 직전에 들었다.

(정 아나운서 측에서는 출판사로부터 초벌번역된 원고를 건네받았다고 하는데) 초벌번역은 유명한 번역가가 문하생에게 시키는 것이다. 전문번역가가 번역한 걸 초벌번역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 대리번역을 받아들인 이유는.
"그것은 공공연한 업계 관행이다. 사실 처음엔 수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출판사측에서 '다른 번역가들에게 부탁했는데 해주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부탁을 했다.

<마시멜로>는 선인세(저작권료)를 많이 준 작품이다. 그래서 마케팅상 유명인사를 내세워야겠다는 얘기를 하더라. 당시에는 자기계발이나 성공학 쪽의 전문가를 내세울 거라 생각했다. 정지영 아나운서 얘기는 전혀 없었다. 그건 출판 직전에 나온 얘기였다."

- 대리번역은 비밀에 붙이기로 했다고 들었다.
"그런 조항이 계약서에 있다. 제가 대리번역을 맡기 전에 출판사에서 다른 번역가들에게도 대리번역을 제안했기 때문에 다 알고 있었다. 나 혼자 알고 있는 비밀이 아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의리나 신의 때문에 1년 동안 밝히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 다른 사람들 입을 통해 나오고 있어 저로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출판되기 직전 번역자를 정지영 아나운서로 정했다는 얘기를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조금 씁쓸했다."

"다른 출판사도 대리번역 기획... 독자기만, 불공정거래"

- 그런데 <마시멜로>가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는데….
"제가 마지못해 했든 거래를 위해 했든 제가 하기로 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선 얘기할 게 없다. 번역저작권은 매절로 넘겨줬지만, 저작인격권은 양도가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와 관련된 판례가 없어 그것까지 포기한 처지니까 이렇다 저렇다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

다만 번역가들은 다른 출판사에서도 이런 식의 대리번역을 기획하고 있다는 것을 우려한다. <마시멜로> 판매가 폭발적이니까 그런 것이다. 사실 이전에도 대리번역 관행이 있었지만 이것을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지는 않았다.

몇 군데에서 대리번역자를 구해 그런 식으로 책을 내려고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불공정거래에 해당하는 것 아닌가 싶다. 저도 거기에 가담했으니까 할 얘기가 없지만, 이것은 독자를 기만한 행위라고 본다."

- 지난 3일 기자와 통화할 때는 실제 번역 여부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입을 열게 된 이유가 있나.
"그 때까지는 덮어두고 싶었다. 이제 와서 그 얘기를 꺼낸들 개인적으로 무슨 도움이 될까, 또 공연히 배가 아파서 그런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까 봐 덮으려고 했다. 또 불법적인 약속이든 합법적인 약속이든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의리가 있었다.

하지만 며칠 곰곰이 생각해봤다. 과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서 며칠을 버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왕에 얘기할 거면 말하고 끝내자고 생각했다."

"대리번역은 입문절차... 번역료조차 제때 안 준다"

- 출판계의 대리번역 관행은 어느 정도로 심각한 상태인가.
"대리번역은 번역하는 사람에겐 입문절차라고 봐야 한다. 물론 어떤 경로를 통해서 입문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출판사에 잘 아는 사람이 있는 경우는 처음부터 자기 이름으로 책을 낼 수 있지만 대부분의 번역가는 번역학원이나 전문번역회사를 통해 입문한다. 거기에서는 십중팔구는 대리번역부터 시작한다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에 번역학원이 상당히 많다.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을 수강료로 받고 출판 알선을 보장해준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번역료는 매절당 700~800원 준다. 그렇게 1∼2년 대리번역으로 부려 먹는다. 이건 노예다. 번역료조차도 제때 주지도 않고 책이 나와야 준다며 질질 끈다. 중간에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번역학원을 운영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의 중진번역가들이라는 점이다. 다음 카페에 가면 번역카페가 많이 있다. 회원이 1만명 이상 되는 카페가 가면 대리번역 등 피해사례를 엄청 많이 모을 수 있다."

- <마시멜로> 대리번역은 다른 대리번역과 좀 다르지 않나.
"일단 너무 팔렸다는 것이다. 몇천권 팔리고 말았다면 이슈가 안 됐을 것이다.

특히 번역가들이 분개한 대목은 정 아나운서가 '하룻밤에 100쪽을 번역했다'고 얘기한 것이다. 그게 아무리 쉬운 책이라고 해도 읽는 것하고 그걸 이해하고 우리말로 옮기고 다듬는 것은 다르다. 번역에서는 후자가 중요하다. 그런데 하루 100쪽을 번역했다고 하니까 분개한 것이다."

"번역가들, '하룻밤 100쪽 번역'에 분개했다"

- 그동안 정지영 아나운서가 실제 번역자로 행세해온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참 안타깝다. 제가 번역원고를 넘겨준 이후에 정 아나운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정 아나운서는 번역 경험이 없다. 오히려 떳떳하게 잘 아는 전문번역가의 도움을 받았다고 얘기했다면 더 아름답고 겸손하게 보이지 않았을까.

<마시멜로>의 원저자도 전문작가의 도움을 받았다. 공저자로 나와 있는 엘런 싱어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원작자는 그걸 책에서 스스럼없이 밝혔다. 헨리 포드도 자서전을 낼 때 자기 이름과 함께 대필작가 이름을 넣었다. 이러한 배려가 우리나라에서도 정착되어야 한다. 그나마 요즘에는 그런 문제의식이 있어서 번역자를 3명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 넘길 때 파일명을 '마시멜로 이야기'로 했고 이걸 출판사에서 제목으로 삼았다는 얘기가 있는데.
"파일명을 그렇게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번역자는 원래 제목을 붙이지 않는다. 원래 있는 제목을 넣어준다. 제목은 출판사에서 최종 결정하기 때문이다."

- 100만부가 판매된 후 출판사로부터 인센티브를 받은 적이 있나.
"없다."

"조잡한 <마시멜로>, 밀리언셀러감은 아니다"

- <마시멜로>의 내용은 어떻게 평가하나.
"사실 이렇게 팔릴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1만부나 나갈까 싶었다. 원서의 문장력도 좀 그렇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도 좀 그렇고…. 편집자가 편집하는 과정에서 윤문을 (많이) 했다."

- 밀리언셀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나?
"못했다.

서평들을 보면, '사자와 가젤'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고 얘기한다. '사자와 가젤은 아침에 눈을 뜨면 뛰어야 한다. 사자는 가젤을 잡아 먹기 위해, 가젤은 사자에게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뛴다.' 이걸 감명깊게 읽었다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이 얘기는 이전에 출간된 경제경영서 등에 인용됐던 아프리카 속담이다. 프리드먼의 <세계는 평평하다>에도 인용된 내용이다. 이 얘기가 부각됐지만 이것은 원저자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다. 물론 지금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는 사람은 나중에 커서 성공한다는 내용은 좋다. 그렇지만 밀리언셀러감은 아니다. 참 조잡하다고 봤다."

- 그렇다면 왜 <마시멜로>가 밀리언셀러가 됐다고 생각하나?
"정지영 아나운서 개인의 이미지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 (정 아나운서를 번역자로 내세운) 출판사의 마케팅이 성공한 것이다. 정 아나운서의 팬들도 움직였고, 젊은층에도 먹혔다. 또 책 표지도 예쁘다. 내용보다 삽화가 더 좋다."

- 앞으로 대리번역은 원천적으로 금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원천적으로 없어져야 한다. 사실 출판사도 어려운 형편이다. 어렵다 보니까 무리한 마케팅을 하고 편법을 강요한다. 이것은 결국 제살 깎아먹기다. 불공정한 거래 관행이 유지되면 '진짜 좋은 책을 내겠다'는 의지는 곤경에 빠진다. 번역가들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 예를 들어 너도 나도 번역하겠다며 출판사에서 유명인사들을 내세우면 번역가들이 설 자리가 없다.

<다빈치 코드>도 오역이 있어 중간에 감수를 받아 감수자 이름을 올렸다. 그런 식으로 감수자를 넣어주어야 하지만, 이것도 마케팅 수법으로 이용된다면 문제다. 유명인사를 감수자로 끼워넣고 그에게 번역자보다 많은 대가를 준다. 당연히 번역자에게 가야 할 대가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행이 시정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영어의 경우 인력이 풍부하니까 출판사에서는 '너 아니라도 시킬 사람 많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번역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요즘에는 출판사보다 먼저 아마존 등을 통해 정보를 얻고 메신저나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교환한다. 어떤 비밀도 지켜질 수 없다. 그걸 빨리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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