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원문 내용과 분위기 잘 살린 김구용, 황석영, 정원기 역본 추천 

 동아시아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가 <삼국지>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삼국지>는 중국의 고전이면서도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에서 가장 많이 번역되고 각색되고 읽힌 작품이다. 중국에서 <삼국지>가 장편소설 <삼국지연의>로 집대성된 것은 원말 명초 무렵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반도의 고려와 대륙 사이의 활발한 교류 상황을 고려하면 이 작품은 이미 그 무렵 우리나라에도 알려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학계의 보고다.

‘삼국지 한국어판본 연구’에 참여한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윤진현 박사는 “현재까지 확인된 문헌 자료에 따르면, 조선 선조 2년(1569년)에 기대승의 상계(上啓·조정이나 윗사람에게 사정이나 의견을 아룀)에 그 명칭이 처음 나타나고, 이후 허균의 <성소부부고>, 김만중의 <서포만필>, <정조실록> 등 여러 문헌에도 삼국지에 대한 기록이 발견된다”면서 “특정 문헌이 전래돼 인용, 언급되기까지 시간을 감안한다면 <삼국지연의>의 전래 시기를 조선 전기로 잡아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영화 ‘적벽대전 2’ 개봉, 매출 급증


요즘 극장가와 출판계에 <삼국지> 바람이 거세다. 1월 22일 개봉한 오위썬(오우삼) 감독의 영화 <적벽대전 2>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소설 <삼국지>의 판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영화 개봉에 맞춰 황석영의 <삼국지>(전 10권) 프로모션을 진행한 출판사 창작과비평은 “지난해 여름 <적벽대전> 1편이 개봉했을 때도 <삼국지> 매출이 50% 증가했는데, 이번 <적벽대전 2>의 개봉으로 1월 한 달간 5만 부 이상이 판매됐다”고 밝혔다. 이문열의 <삼국지>(전 10권)를 펴낸 민음사도 “2008년을 제외하고 매년 한 달 평균 2만 부 정도가 판매됐는데, 영화가 개봉된 올 1월부터 2월 11일 현재까지 무려 12만592권이 팔렸다”고 전했다.

이처럼 영화로 <삼국지>의 일부(적벽대전 편)를 본 관객은 <삼국지> 전체를 보려는 욕구에서 앞다투어 소설을 찾고 있다. 문제는 국내에 너무나 많은 종류의 <삼국지>가 있다는 것. 현재 알려져 있는 <삼국지> 역본은 무려 400종에 육박한다. 이 중 3분의 2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판본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삼국지는 어린이용 텍스트가 아니라는 견해도 적잖다. 도원결의와 같은 인상적인 장면이 전통적인 붕우유신, 교유이신의 이념과 결합해 교육용으로 재편됐다고 볼 수 있지만 어린이가 읽기엔 너무 길고, 축약본으로는 그 본령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삼국지>가 근본적으로 정치적 텍스트라는 점이나 철저한 검증 없이 대개 출판사의 기획물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실 박태원, 박종화, 정비석, 황석영, 이문열, 김홍신, 장정일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스타작가들은 한 번 이상씩 <삼국지>를 출간했다. 김구용, 황병국 같은 한학자도 <삼국지>를 펴냈다. 










이 중 가장 많이 판매된 판본은 이문열의 <삼국지>다. 민음사의 강미영 팀장은 “1988년 초판을 발행해 지금까지 1700만 부가 팔렸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대학입시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필독서로 광고되면서 폭발적 인기를 얻은 게 주효했다. 제1권은 2002년 2월까지 초판 19쇄와 신조판 81쇄를 합해 총 100쇄를 발간했을 정도다.










하지만 작가의 명망과 상업적 성공에도 이문열 판본은 간행 초기부터 독자와 학계로부터 많은 오류가 있음이 자주 지적됐다. 2002년 개정판은 이런 오류를 바로잡고 문장을 가다듬어 간행한 것이다. 그러나 개정판에도 여전히 심각한 오류가 적잖았다. 중국의 동포 작가 리동혁이 2002년 개정판의 각종 오류를 꼼꼼하게 지적한 <삼국지가 울고 있네>(도서출판 금토)를 출간하기도 했다.

그 여파로 이문열의 <삼국지>는 2004년 다시 개정판을 내야 했다. 홍상훈 인제대 중국학부 교수는 “이문열 판본은 원전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작가의 명망과 문장력만 내세워 어설프게 진행한 ‘평역’의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문열의 글발을 인정하지 않을 순 없다. 대중문화평론가 김봉석씨는 “어차피 <삼국지>를 누구나 한 번쯤 읽었다고 전제한다면, 당대 최고의 한국 작가로 꼽히는 이문열이나 황석영의 문체로 <삼국지>를 보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고 단언했다.

이문열 역본 20년간 1700만 부 팔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가장 추천하는 <삼국지>는 어떤 것일까.

많은 이가 공통적으로 꼽는 작품은 김구용, 황석영, 정원기 역으로 정역류다. 공통적으로 원본의 내용과 분위기를 잘 살린 장점이 있다. 윤진현 박사는 “제2의 창작이라고 할 만큼 번역은 언어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우아한 의고체 문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김구용 번역판은 고전소설을 읽듯 유연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황석영 판은 현대 한국어의 감각을 잘 살려냈기 때문에 마치 한국 소설처럼 수월하게 읽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0월 현암사를 통해 초판이 나온 정원기 판은 고전 삼국지 원전의 오류까지 완전히 바로 잡은 중국학자 선 진의 <교리본 삼국지>를 저본으로 하여 한글로 번역한 것이다. 따라서 번역이 가장 정확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삼국지들



완전 재창작에 가까운 장정일 역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김봉석씨는 “젊은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은 장정일의 삼국지”라며 “장정일 역은 <삼국지>가 한족을 위한 선전물일 수도 있다는 전제에서 책 서두에 등장하는 황건적의 난을 황건 농민군의 봉기로 해석하는 등 최근의 역사적 평가를 가미한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등연 전남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2005년 <교수신문>과 인터뷰에서 “(장정일 역이) 너무 주관적인 해석이 강해 삼국지라 보기에는 가당찮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역류 외에 일본판 재번역류, 번안류 공존











국내에 있는 판본은 모종강 본을 저본으로 한 정역류와, 일본 요시카와 에이지 본을 저본으로 한 일본판 재번역류, 그리고 국내 작가들이 임의로 번역한 번안류 세 종류가 있다. 요시카와 에이지 역본은 1939년 9월 20일부터 1943년 9월 14일까지 <경성일보>에 일본어로 연재됐다. 이후 국내에서 간행된 번역본 중에는 1958년 박영사에서 간행한 <삼국지>(5권, 김동리·황순원·허윤석)처럼 요시카와 판본을 중역한 번역본이 상당수였다. 김구용, 황석영, 정원기, 정소문, 조성기 판본 등이 모종강 본을 저본으로 한 정역류라면 김광주, 방기환, 이원섭, 김용재, 박정수 판 등은 요시카와 판본을 중역한 번역본이다. 또 개역 또는 번안류는 이문열, 정비석, 김홍신 판본 등이다.

요시카와 에이지 판본의 특징은 전래의 촉한정통론에서 이탈, 조조의 북위정통론에 의거해 창작됐다는 점이다. 소설 번역에서는 요시카와 에이지 판의 영향력이 현저히 감소하고 중국의 원전 <삼국지연의>를 직역한 판본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만화·애니메이션 등 여타의 변용 장르에서는 요시카와 에이지 판이 강세다. 요코야마 미스테루의 만화 <전략삼국지>(전 60권)는 박영이 번역해 1993년 대현출판사에서 발간, 지속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오쿠다 세이지의 애니메이션도 <전략삼국지>를 원작으로 만든 것이다.










윤진현 박사는 “요시카와 에이지 판본의 특징은 모종강 개작의 <삼국지연의>가 지닌 청대의 장회소설적 구성의 전근대성을 극복함으로써 근대적 소설작법에 충실했고, 인물의 성격과 형상화에 합리적인 근거와 객관적 묘사에 신경 씀으로써 전래의 ‘촉한정통론’에 치우친 태도를 버렸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출처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6&artid=19350&pt=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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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작가지만 탐험가다. 1991년 『개미』를 출간한 이후 그는 계속 새로운 영역으로의 탐험을 계속했다. 죽음과 죽음 이후를 탐험한 『타나토노트』, 인류 진화의 수수께끼를 탐험한 『아버지들의 아버지』, 천사의 눈으로 인간을 관찰한 『천사들의 제국』, 우주로 떠나는 14만4천 명의 이야기를 담은 『파피용』. 9년 만에 완간한 『신』 3부작에서 그는 인류의 지난 역사를 모두 훑어 내려가면서 어떤 미래를 꿈꾸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의 작품들은 매번 새로운 대륙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그 대륙은 지독히도 매력적이다.

네 번째로 한국을 방문한 베르베르는 인터뷰와 강연으로 지쳐 있었지만 독자들과 만나는 것을 무엇보다 즐겼다. 독자를 만나는 것으로 작품을 쓸 때 받았던 스트레스를 모두 잊어버린다고 말했다. 방한 마지막 날,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열린책들 사옥에서 만나 예스24 독자들이 작가 베르베르와 작품 『신』에 대해 궁금해 했던 것들을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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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샵에서 물건을 팔아보는데  제법 재미가 솔솔하다.
솔직하게 판다는 의미로 블로그 닉네임도 그대로 가져와서 판매자 닉네임으로 쓰고 있다.
옥션에서 파는것보다는 휠씬 나은것 같다.
주로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데 한권 더 생기거나(경품,증정본 등) 내 기준에서는 별 3개 이상을 줄 수 없는 책들이다. 워낙 깨긋하게 보는 편이라 책 상태는 대부분 좋거나 새책이다.

어제는 책이 대량주문이 들어와서 놀랐다. 그런데 주문자분 이름이 낯이 익어서 확인해본 결과 소설을 쓰시는 분이었다. 조금 신기하기도..

그리고 음반도 각 각 한개씩 주문이 들어왔다. 한개는 친필싸인 시디였는데 졸딱망한 가수여서 역시 거의 반값에 내놓았는데 바로 주문이 들어왔다. 조금 더 비싸게 내놓을껄 살짝 후회가.

구매하신 분들도 만족을 눌러주셨다. 판매자분도 잘 만나야 하지만 구매자분도 잘 만나야 한다. 그래서 온라인 거래가 즐겁다. 

옥션에서 100개 정도의 물건을 팔아봤고 한번도 불만족 선택을 받은적은 없다. 몇 년간 이런저런 물건들을 팔아보고 구입해 보면서 노하우가 생긴것도 있다. 택배비가 5천원이 나왔다는 분하고 말다툼 한적은 딱 한번 있다.

나는 분명5~6천원이 나온다고 햇음에도 왜 2500원이 아니냐고...
대량 판매가 아닌 개인의 경우 택배비 최저선이 그 정도인데 그분은 도통 내 말을 이해 못하셨다. 옥션에서 반반씩 부담하라는 엉뚱한 중재를 나는 거부했고  그분도 보통을 눌러주셨다. 판매자분도 구매자분도 글을 남길 수 있으므로 함부로 글을 올리지 못햇으리라..여하튼 옥션에는 입찰제한이 가능해서 바로 입찰제한했다.

요즘은 옥션이나 알라딘이나 전용택배사를 지정해서 저렴하게 하니 좋다.

알라딘 중고샵 이용분에게게 드릴 팁이라면

판매자 분들에게는...
가능하면 책 정보를 정확히 올린다. 불만족하다고 내용 있는 판매자분 책이라면 솔직히 나 같으면 그 분 상품 구매 안한다. 100건중에 2~3건 정도가 한계다. 물론 나쁜 구매자 만나서 억울할수가 있다. 그게 바로 2~3건 정도다.
가능하면 포장을 제대로 한다. 나는 예전부터 택배나 등기로 받은 상품 포장박스나 에어비닐 봉투 등을 대부분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요즘 잘 써먹고 있다. 지금까지 구매한 분들에게 모두 인터넷 서점에서 받은 박스에 에어비닐 넣어서 다 보내드렸다.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하듯이..
그리고 수령확인은 그냥 맘편하게 기다리는게 좋다.  12일후면 돈이 들어오므로 옥션보다 낫다.

구매자분에게는..
책을 대량으로 파시는 분들의 경우 책대여점용 중고책일 경우가 많다. 책 상태에 대한 본인의 판단기준도 개인판매자와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상태가 더 좋지 않다. 또한 많은 상품을 올리다보니 꼼곰히 책상태 확인이 안될수도 있다.  그런 판매자에게 꼭 책을 구입해야 한다면 메일등으로 문의해보고 구매를 결정하자.

책을 보내본 결과 알라딘 배송보다 이틀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린다. 오늘 택배신청 하면 내일 오고 모래 배송이고 그 다음날 수령으로 가는 수순이었다.(주말 제외) 4~5일 정도이다.
그러니 조금 여유를 갖고 기다리자.

같은 중고도서인데 책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거나 더 비사게 판매자가 올린 경우가 잇다. 그럴 경우 한정판이거나 친필싸인본, 아님 특정한 의마가 담겨있는 책일 경우가 있다. 가격이 높더라도 판매자가 어떻게 책 상태를 적었는니 한 번 읽어보자. 의외로 행운을 잡을수가 있다. 본인은 개인적으로 싸인본에 대해서 크게 의미를 두는 편이 아니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싸인본을 정말 원하는 분들도 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착각하는데 판매만족도 등급이 중요하지 판매등급이 중요한게 아니다. 판매등급은 많이 팔면 상향조정되는 것이지 구매자 만족등급이 아니다.  판매만족등급을 보시는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알라딘...
심야시간에 중고샵 상품등록이 안되는 경우가 너무 너무 자주 있다. 그리고 최종등록전 미리보기를 클릭하면  정보가 다 입력이 안되었다는 팝업 에러메세지가 자주 나오는데 원인불명이다. 몇 차례 더 같은 내용을 재입력을 하거나 이것저것 글을 다시 지우고 적으면 미리보기가 된다. 미리보기가 되어야 상품등록이 제대로 되더라.  개선을 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판매만족도의 경우 강화되어야 한다. 불만족율 20프로 미만이면 미소가 5개인데 최소 10프로 정도로 줄여야 한다.  20프로 라면 10분 중에 2분이 불만족을 한 수치인데 이 정도 만족도에 미소 다섯개를 주는 건 잘못이다.

알라딘의 성공사례는 분명 타 인터넷 서점에서도 모니터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초반에 확실히 자리를 잡으려면 분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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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디카를 구입해서 나만의 홈피를 가지고 다양한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그래도 사람들이 좀 찾아주는
나만의 홈피를 만드는 것이 희망이었는데(5년 전부터..) 금전적인 문제도 그렇고 원래 게으른데다가 최근 불규칙한 생활로 그마저도 귀찮아져서 많이 읽지도 않는 책 서평조차도 20편 이상 밀려있다.

꼭 서평을 써야지 하면서 할 말 많은 책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 역시 가물가물,,,

책을 읽고 서평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도 모르게 글솜씨가 늘어나도 좀 잘 써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계속 미루고 한참후에야 서평을 쓰다보니 책 내용도 떠오르지 않고 때로는 2~3달 전에 읽은 책을 다시 펼처서 등장인물을 찾아봐야 하는 상황이 왔다.  고로 다시 예전처름 글이 안써진다. 그러다보니 그냥 안쓰고 넘어가버리고.....

워낙 치열한 알라딘은 아니지만 다른 사이트들에는 주간 리뷰에 여러번 뽑히기도 했는데  참....ㅡ.ㅡ

2007/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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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2006-10-13

<오마이뉴스>가 <마시멜로 이야기>의 대리번역 의혹을 최초로 제기하면서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해온 번역출판계의 '대리번역'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다음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리번역'이라는 '비양심적 행위'에 동참했던 박정혁씨의 고백이다. 박씨는 5년차 번역가로 <엠비에이 인 어 박스(MBA IN A BOX)>와 <비즈니스 내공 9단>, <성장엔진을 달아라>, <마케팅을 혁신하는 5가지 원칙> 등을 번역했다. <오마이뉴스 편집자 주>

[번역에 관한 안 좋은 추억1] 고스트, 그리고 립싱크

영화 <고스트(사랑과 영혼)>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진짜 유령 얘기를 하려는 것도, 댄스가수들의 립싱크 문제를 비판하려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번역업계의 초후진국적 관행에 대한 이야기다.

정말 창피하고 부끄러운 얘기이므로 더더욱 겉으로 드러내 공론화시켜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번역서를 보면 옮긴이가 무슨 무슨 대학의 교수이거나, 연구소 소장, 기업체 사장이나 임원인 경우가 눈에 많이 띈다. 이런 분들이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외국어 실력으로, 무지한 독자를 위해 번역에 임해주신다면 그보다 좋은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 십중팔구 자기 이름만 걸고 아랫사람에게 번역시킨 거라고 보면 된다. 연구활동과 기업경영에 공사다망하신 분들이 원고지 1장당 3000∼4000원 받고 '대한민국 3대 노가다'(구슬꿰기, 인형눈깔 붙이기, 번역) 중 하나에 열중한다면 바보거나 성인군자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면 애초에 맡지를 말아야지 왜 하냔 말이다. 걔중 질 나쁜 사람들은 아랫사람에게 번역을 일임한 후, 번역료마저 착복한다. 그러고도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상황이 이러니, 번역을 맡은 아랫사람들이 무슨 사명감으로 번역작업에 임하겠는가? 결국 형편없는 수준의 번역에 의한 피해는 고스란히 독자들에게로 간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나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런 초후진국적 관행에 동참한 적이 있다.

번역은 하지만 존재는 안 드러나는 '고스트(ghost)'

꽤 팔린 마케팅책이었다. 애초에 모대기업 산하 광고대행사의 마케팅컨설팅그룹이 번역을 시도했다가 하도 엉터리로 해놔서 1년 이상 시간을 끌다가 결국 나에게 연락이 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심하게 틀린 부분들만 수정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런데 읽어보니 황당한 수준이었다. 중학생 정도 수준의 번역이라면 심한 표현일까? 번역은 고사하고 해석도 못하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으로 책을 내겠다는 용기(?)를 낸 걸까?

그 광고대행사 직원들마다 한 장(章)씩 맡아서 한 모양인데,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오역이 있다. 포스트 시리얼을 만드는 제너럴 밀즈라는 회사가 '플린스톤' TV 시리즈 캐릭터를 활용한 시리얼을 시장에 내놓아 성공했다. 이에 고무받아 '스머프' 시리얼을 시판했는데 엄청난 손해를 보고 말았다. 실패한 이유를 그 회사 부사장에게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참으로 우울하오(?)."

번역하다 말고 기가 막혀서 웃고 말았다. 원문은 "It's blue"였다. 스머프 시리얼이니까 당연히 파란색으로 만들었는데, 소비자들은 파란색 식품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웃다 보니 나조차 우울해지는 그런 번역이랄까? 스머프가 뭔지도 모르고 번역하다가 갑자기 'blue'가 나오니까, '아 그래, 제품이 실패해서 우울하겠구나'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여간 상황이 이러하니 도저히 수정은 불가능하고 처음부터 재번역을 해야 하다고 했더니 그러란다. 두 달간 열심히 번역해서 넘겨주고 나서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출판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XX기획 마케팅컨설팅그룹은 이 책 역자로 안 나오는 거 맞지요?"

그런에 웬걸, 오히려 내 이름이 역자로 안 나오는 거란다. 이름하여 '고스트(ghost)'라는 것이다. 번역은 하지만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뜻인가 보다.

억울했지만 할 수 없없다. 미리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는 건 내 잘못이니까. 하지만 평소에 그토록 결명해 하던 행위(이건 분명 비난받아 마땅할 기만행위다)에 동참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말 못할 자책감이 생겼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대리번역
하물며 가수들이 립싱크를 해도 누리꾼들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는다. 립싱크가 뭔가? 자기 노래 테입에 맞춰 입을 벙긋거리는 행위다. 그래도 자기가 직접 부른 노래라는 점에서, 자기가 번역하지도 않고 자기가 했다고 세상에 공표하는 비양심적 행위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미국의 팝 듀오 '밀리 바닐리(Milli Vanilli)'는 앨범 녹음에도 참여하지 않고 다른 가수들이 불러준 노래에 입만 벙긋대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다가 결국 사실이 들통나서 멤버 중 한 명이 권총자살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양이라는 가슴 큰 탤런트가 다른 가수 노래에 립싱크하다가 퇴출된 사례가 있다.

그런데 이런 짓이 번역출판계에서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진행되고 있다.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아무 거리낌없이 고스트를 써서 번역 립싱크를 하고 있단 말이다. 그런데 아무도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이가 없다. 이거 문제 아닌가? 우리의 정의로운 누리꾼 독자들은 이럴 때 뭐하고 있단 말인가?

이 슬프고 황당하고 기가 막힌 이야기의 마지막은 한 독자가 인터넷서점에 다음과 같은 독자서평을 남겨줌으로써 '아주 깔끔한' 희극으로 마무리해주었다.

"번역작업도 현업에 종사하는 마케팅그룹에서 해서 그런지 아주 깔끔하다."

[번역에 관한 안 좋은 추억2] <꿈의 해석>은 정말 어려운 책일까?

꿈을 해석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 있다니…. 바로 이거다!

책장에서 책을 꺼내든 나는 바로 엎드려서 지그문트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적 호기심에 한창 목말라 맹렬한 속도로 읽던 나는 같은 내용을 두 번, 세 번 읽어도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됐다. 결국 책장을 덮고 다음날 다시 꺼내 읽었지만 마찬가지였다. 아아, 중3의 두뇌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아직까지 이다지도 많다는 데 실망하며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꿈의 해석>은 과연 그렇게 어려운 책이었을까? 어른이 된 지금 보면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까? 대답은 둘 다 '노'다. 물론 중3 학생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긴 하겠지만 전체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같은 책을 지금 펼쳐봐도 도통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거 지금 내가 앞뒤가 맞는 소리를 하고 있는 건가?

문제는 번역이다. 내가 읽었던 <꿈의 해석>은 독일어 원문을 번역해 놓은 영어판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책이었다. 대학 다닐 때 불어 희곡 번역 숙제가 귀찮아서 국내 번역판을 찾았더니 없고 대신에 영문 번역판을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잠시 기뻐했던 적이 있다. '남들이 밤새가며 불어 번역하고 있을 때 난 재빨리 영문판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제출해야지' 하는, 아주 아주 얕은 생각이었다. 확인차 불어 원문 텍스트와 영문 번역판을 비교해보다가, 난 두 책의 표지 제목을 다시 확인해 보았다. 이거 같은 책 맞아?

정확한 원문 번역 없이 인문학 발전 없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A라는 언어를 B라는 언어로 번역하고, B를 다시 C라는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가리켜 '중역(重譯)'이라고 한다. 단언하건대, 이건 대부분 번역이 아니라 쓰레기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출판되는 서양고전들 대부분이 일본어판을 번역해서 들여온 중역판을 기본으로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유명한 고전들, 예를 들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단테의 <신곡>,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호메로스의 <일리야드> 같은 작품들을 제대로 읽어본 사람이 주위에 있는가? 고전 명작이니까 그런가 보다 할 뿐 제대로 된 번역서가 없어서 아무도 읽지 않고 장학퀴즈에서 문제로 나오면 '정답!'이라고 외친 뒤 작품 제목을 줄줄이 읊을 때나 필요한 존재인 고전들….

이런 고전들에 대한 정확한 원문 번역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인문과학의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작업이지만, 할 만한 실력이 있는 사람들은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1)돈이 안된다, (2)잘해봐야 본전, 못하면 욕 먹는다는 것이다.

이건 독자들이 나서서 능동적으로 고쳐줘야 할 문제다. 독자가 저자의 유명도에만 집착해서 책을 고를 때 특히 엉터리 번역이 많이 나온다. 경영학의 대가들 책 중에서 정작 읽고 활용할 만한 책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이해가 안 간다고 해서 자신의 이해력을 탓하지 말자. 번역이 잘못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성의없거나 잘못 번역된 책을 발견했다면 인터넷서점 독자평에라도 적극적으로 올려서 그런 책을 다른 사람들이 사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피드백이 출판사나 번역자들한테 전달되어 더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조금씩 더 많아지는 것이다.

현재 출판사들은 작가의 명성에 기댈 뿐, 번역의 품질이 책의 판매 포인트(selling point)가 못된다는 판단하에 번역에 투자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소비자인 독자들이 강력하게 요구하지 않는 한, 교수의 사주(?)를 받은 대학원생이나 용돈벌이 아르바이트생을 통해 이루어지는 어설픈 번역은 당분간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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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12-25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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