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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김산해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제목처럼,이 리뷰의 제목처럼 본인은 신화를 다룬 책은 처음 읽는다. 책꽂이 구석자리에 예전에 경품으로 받은 그리스 신화를 다룬 책이 한권 있지만 도통 손이 가지 않았다. 물론 아주 어릴때 동화책으로는 읽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300만부가 팔렸다는 < 그리스 로마 신화 > 로 신화 붐을 일으켰던 이윤기 님은 가장 훌륭한 책으로 성경과 그리스 신화를 뽑았다고 한다. 그만큼 신화는 매력적인 존재인가 보다. 신화 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책들은 동양의 삼국지 만큼이나 우리나라에 다양하게 나와있고 꾸준하게 팔리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이 책을 막상 신청해서 받아 놓고는 제대로 이 책을 소화하며 읽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분야도 아니고 만만치 않은 두께 때문이다. 그런데 실상 책을 받아보고 읽어보니 잘 읽혔다. 책속의 절반이 사진이나 자료로 채워져 있어서도 그렇기도 하지만 읽다보니 신화라는 것이 약간은 덜 다듬어진 환타지 소설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을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고 술술 읽어나간 편이지만 누가 나에게 "재미가 있었느냐? " 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라는 말도 덧붙일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1단원인 최초의 신화, 그 탄생의 비밀 을 읽으면서는 너무 많은 인물과 몇년전, 몇넌전... 이 반목되면서 이 신하속의 인물들을 다 기억하고 역사의 순서를 기억해야 이 책을 읽을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2단원으로 넘어가면서는 다양하게 등장하는 신들은 양념이라고 생각하며 굳이 머릿속에 외우며 읽으려 하지 않았고 책의 중후반부까지는 길가메쉬와 그의 벗(?) 엔키두의 이야기 중심으로 소설처럼 읽혔다. 많은 사진과 기타 자료들이 있고 일일이 작가가 상세하게 설명을 달아두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 그렇구나 라면서 호응하면서 읽은 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이런 사진, 이런 유적지가 있었구나.. 라는 담담한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이 책이 나에게는 아마도 신화라는 것이 맞지 않는 것인지 덜 익숙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그 매력에 빠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처럼 신화의 매니아라면 추천해도 될만한 알찬 구성을 지닌 책이며, 신화에 대해 접근하고 싶지만 망설이는 분들에게는 구입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으로 판단이 된다. 책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싸지.. 라는 의아함을 가지지 않아도 될만큼 실제 책을 보면 좋은 종이와 좋은 자료와 오탈자 없는 공들인 책임은 틀림이 없다. 재미라는 측면과 좋은 책이라는 측면은 분명 구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책꽂이 구석에 꽂아둔 신화책도 한 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끝으로 서평단 이벤트를 통해 좋은 책을 먼저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준 휴머니스트와 알라딘에 감사를 드리며 출판사에 바라는 사항이 있다면 호주머니가 가벼운 분들을 위해서 이 책 출간 1주년 쯤이 되면 다소 저렴한 보급판도 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더불어 드리고 싶다. 출판경기를 생각하면 어려운 부탁이겠지만 말이다.
인용:
길가메쉬는 여명의 한줄기 빛 속에서 일어나 보물창고의 봉인을 제거하고, 그의 친구 엔키두를 위해 홍옥수와 금 같은 보물을 옮겼다. 소와 양을 잡아 친구를 위해 쌓았으며, 저승의 지배자들에게 고기를 바쳤다. 길가메쉬는 여명을 받으며 진귀한 나무로 만든 멋진 탁자를 갖고 나왔다. 홍옥수 병에 꿀을 채워 넣었고, 청금석 병에 버터를 채워 넣었다. 그는 샤마쉬 앞에 그것들을 펼쳐놓았다. 장례식이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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