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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어쩌나. 나 이제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수법엔 통달한 걸까.
초반부터 나는 이 책의 화자가 믿음직스럽지가 않았다.
하지만 속았다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열 개의 인디언 인형]과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을 읽었을 때는
좀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미 두 권으로 면역이 생겼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 작품은 그 점을 덮고도 남을 만큼 원숙하기 때문일까.
아, 원숙함. 작가가 76세 때 쓴 작품이라서 그런지,
인생을 깊이 들여다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진다.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을 읽었을 때는 흔히
교묘한 이야기 수법에 찬탄하고는 곧 잊어버리는데,
이 책은 뜨뜻하고 씁쓸한 연민이 여운으로 남는다.
백만장자 상속녀와 빈털털이 젊은 남자가 사랑하고, 결혼하고,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설정은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에 아주 흔하다.
그 흔한 줄거리 가지고 매번 다르게 이야기를 꾸며내다니,
생각해보니 참 대단하다.
1967년에 발표했다 한다.
나도 76세까지 일할 수 있을까.
끝없는 밤 - Agatha Christie Mystery 30 | 원제 Endless Night
애거서 크리스티 (지은이), 김석환 (옮긴이) | 해문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