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들이 어떻게 하늘 높이 올라갔나 - 움막집에서 밀레니엄돔까지 서양건축사
수잔나 파르취 지음, 홍진경 옮김 / 현암사 / 2000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 표지가 참 마음에 든다. 평면적인 모눈종이 위에 다양한 건물이 입체적으로 우뚝우뚝 서 있는 모양이다. 그림자까지 있어 입체적인 느낌이 더하다. 마치 3D 영상으로 바닥부터 차곡차곡 올라간 양. 이 책을 읽으면 정말 평평한 땅에서 집들이 어떻게 하늘 높이 올라갔는지 알 것만 같다.

전에 신석기 시대 바늘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신석기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돌을 가늘고 길게 갈아서, 바늘귀를 뚫고, 거기에 실을 꿸 생각을 했을까? 아무런 도구 없이, 가진 것이라고는 땅과 흙과 돌과 나뭇잎과 짐승 털뿐이었을 때 그것을 가지고 실을 만들어내고 바구니를 엮고 집을 지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 시절 사람들은 천재였나 보다. 인간의 첫걸음을 더듬더듬 짚어 나가는 일은,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 이 책은 인간이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짓기 시작한 집이란 것의 역사를 맨 바닥부터 짚어주었다. 단 서양인의 관점으로. 비전문가를 위해 쉽고 간결한 문장을 썼기에 읽기 어렵지 않다. 참고 문헌과 찾아보기까지 다 합해서 256쪽, 분량도 문외한이 읽기에 부담 없다. 거의 2쪽에 한 장씩 실린 그림과 모형, 사진도 유용하다. 집의 외형뿐 아니라 내부 구조의 변화, 오늘날 집의 필수 요소로 여겨지는 화장실, 욕실과 난방의 변천사, 그리고 도시의 형태까지 훑었다. 건축은 늘 궁금했지만(집이 어떻게 무너지지 않고 서 있는지!) 매우 어려웠는데, 이런 책이 나오다니! 한옥과 동양 건축의 역사를 이 정도로 다뤄준 책도 나오면 정말 좋겠다!

이 책에 실린 그림 중에 몇 개를 뽑아보면...



10쪽. 인류의 초기 시대, 인간의 지은 움막집은 아마 이렇게 생겼으리라고 한다.



32쪽. 오늘날의 터키에 있는 샤탈 휘유크 유적을 복원한 모형 사진. 7500년쯤 전 그곳 사람들은 황토 벽돌로 집을 짓고, 지붕을 통해 드나들었다고 한다.



49쪽. 나무로 골조를 짠 주택을 설명하고자 골조만을 그린 그림과 목골 골조 주택의 실제 사진을 같이 보여주었다.



83쪽. 성당 건물의 기단부터 꼭대기까지 구조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보여주는 그림.



91쪽. 아치라 하면 통형 아치밖에 몰랐는데, 십자형 교차 아치 천장과 수도원형 교차 아치 천장을 보니, 그동안 사진에서 여러 번 보고도 그 구조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115쪽. 뮌헨 올림픽 타운의 천막 지붕. 제주 월드컵경기장 지붕이랑 같은 원리다!

제주 월드컵경기장은 이렇게 생겼다.







118-119쪽에서는 지붕과 기와의 형태를 설명했는데, 우리말로 암키와 수키와라고 하는 것을 독일에서는 수녀 기와, 수도승 기와라고 하는 모양이다. -.-

번역은 대체로 읽기 좋은 편이지만, 아주 가끔 꼬인 데가 있어 별 하나를 깎는다. 아깝다. 내용은 별 다섯 개짜린데!

원제 Wie die Häuser in den Himmel wuchsen, 1999 
지은이 수잔나 파르취 Susanna Parts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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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5-10-15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잔나 파르취의 책이네요. 이 사람의 당신의 미술관 재밌게 읽었었는데... 이런 좋은 책을 알려주셨으므로 추천 한방은 당연하겠죠?
근데 한옥에 대해서는 비교는 될지 몰라도 신영훈씨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한옥'이 이 비슷한 책이 아닐까? 싶은데 글쎄요. ^^

숨은아이 2005-10-15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고맙습니다아~ 말씀하신 그 책은 아직 안 봤네요. 예전 중앙일보에서 나온 "한국의 미" 시리즈에 한옥에 대한 것이 있긴 했는데, 그림과 사진은 풍부했지만 이 책처럼 비전문가가 쉽게 읽을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역사적인 발전 과정을 지루하지 않게 차곡차곡 이야기해준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