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없으면 그냥 가만히나 있던지.. | 조혈모세포(골수) 나눔 경험담 등등
2005.10.01

 

어제 아침 방송에서 장기기증(전체적으로 조혈모 세포 기증인 것 같다)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기증 서약을 하고도 실제 기증을 하지 않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많다는 것은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이지, 기증하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은 아니다)

그에 대해 의사는 단호히 말한다.

실제 기증할 자신이 없으면 아예 기증 서약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환자를 또 한번 죽이는, 희망을 빼앗는 일이기 때문이란다. 

어떤 남자 아이는 조혈모세포 유형이 맞은 사람이 5명이 있었다고 한다. 그와 그의 부모 그리고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얼마나 기뻤했을까 ?  위와 같은 일이 있더라도 설마 5명 모두 기증 의사를 철회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설마는 현실이 되었다. 5명 모두가 다 철회했다는 것이다(다행히도 그는 일본 사람으로부터 기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단다).

어떤 이는 기증 등록자가 기증 의사를 철회하여 결국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그는 그 때문에 삶에 대한 희망을 버렸다고 한다. 그런 일을 지켜본 부모 마음은 어땠을까 ? 외동 아들이라는 것을 이유로 수술을 극구 반대한 부모가 말렸다는 것이 철회의 이유라고 한다.

위와 같은 일도 있는 반면 대부분의 기증자는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기증한다. 그들이라고 모두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을까 ? 그들이라고 모두 부모의 반대가 없었을까 ? 그럼에도 그들은 선택한다. 잘 했다고 말한다. 기뻐한다. 그리고 환자를 오히려 걱정한다.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하면서 이런 저런 특혜 제도를 만든다. 그렇다면 왜 위와 같은 장한 일을 한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특혜 제도도 만들지 않는 걸까 ? 특혜를 바라고 그런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말도 새겨들을 만하다. 모두가 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 그러나 꼭 그렇게 생각할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면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

딴데로 흘렀지만, 기증 의사를 밝힐 때는 이미 자기 의사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나이다.

그렇다면 냉정하고도 충분히 고민해야 할 것이지 즉흥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연락처가 바뀌면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카드명세서 수령지 주소 변경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미리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 국가의 도움을 받게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기증 의사가 있는 사람은, 단단히 마음먹지 않고서 섣불리 기증 서약을 하지 말고, 설사 부모가 반대한다하더라도 충분히 설득하고 스스로 판단에 따라야 한다(솔직히 부모가 반대한다는 말은 핑계가 아닐까 하는 괜한 생각도 든다. 부모 말에 단 한번도 반대하지 않았나 ? 아니라면 즉 부모 말이라면 꾸벅 죽는 사람이라면 애초부터 부모 말을 듣고 할 것이고 서약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핑계 아니냔 말이다).

장기 기증만이 나눔의 모두는 아니다. 헌혈도 좋다. 후원금도 좋다. 자원봉사도 좋다. 아니면 마음만이라도 좋다. 그렇지만 좀 더 신중하게 신중하게 하자. 기분으로 하지 말자. 자칫 상대방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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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주보며말하기 2005.10.01 19:12:19

    정말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제목이 거슬린다..그래도 그냥 두기로 했다...그 방송을 보는 순간의 느낌이니까...그리고 글에 담긴 사정이라면 거슬릴 것도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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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11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쉽게 할 수 없는 것이죠.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인데... 이럴때마다 안타까워요...

숨은아이 2005-10-11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포 유형이 맞아 기증할 수 있는 기회가 참 얻기 힘든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