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만화 총서 세트 1차분 - 전8권
조안 스파르.드니 부르도 외 지음, 유재명 외 옮김 / 현실문화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책을 매우 느리게 읽는 편인데(남들은 20분이면 한 권 보는 만화책도 한 시간씩 걸림), 24쪽짜리 벼룩만화 한 권 읽는 데는 10분 정도 걸린다. 서너 정거장 정도 되는 짧은 거리를 전철로 가는 동안, 또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다른 사람을 기다릴 때 한 권씩 읽으면 딱 맞는다. 한권 한권, 개성 넘치고 의미심장하면서도 픽픽 웃음이 난다. 마음은 무거운데 웃음은 가볍다.


이웃들 LES VOISINS/드니 부르도 DENIS BOURDAUD
“경제는 심리”란 말이 떠올랐다. 소비 심리 위축 → 소비 위축 → 불경기 → 기업의 매출 이익 감소에 따른 감원 → 실업률 증가 → 소비 더욱 위축, 불경기 지속. 참 모순이다. 하지만 모순투성이 인간사도 기나긴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시간의 한 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금붕어, 죽음을 택하다 noyé le poisson/조안 스파르 joann sfar
순환, 윤회, 공(空)인가. 하지만 그냥 재미있는 상상력으로 봐 넘겨도 된다.

산란 주의 omelette/j.c. menu
어휴, 웃음이 새어나오면서도, 한편으론 알을 깨뜨리지 않으려는 새의 노력과 거듭되는 실패가 안타깝다. 결국 껑충 높은 자존심을 아프게 잘라낸 끝에(그러니까 자기 존재의 특성을 스스로 포기하고난 뒤에야) 간신히 알을 온전히 낳을 수 있었건만, 알을 깨고 나온 새끼는 어미새와 너무나 똑같은 특성을 가지고서, 자기 특성을 버린 어미를 비웃고 만다. 어미가 된다는 건 스스로를 버리는 행위인가? 혹시 자기 자신의 감춰진 면모를 새로이 발견하는 과정은 아닐까.

황당한 氏 이야기 L'HOMME-AUTRUCHE / 스타니슬라스 STANiSLAS
현대 남자는 갖추도록 요구받는 것이 많은가 보다. 첫째, 그럼 현대 이전에는 그런 게 없었나? 둘째, 대체 누가 그런 요구의 기준을 만들어냈을까? 셋째, 그런 요구는 남자만 받는가? 나는 안 웃기다.

목매 죽은 꼬마의 발라드 la ballade du petit pendu / 땅끄렐 tanquerelle
이 꼬마는 왜 목을 매달았을까? 그건 알 수 없지만, 죽어서 스스로 숨쉬지 않게 되고, 의지에 따라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없게 된 순간, 꼬마의 육신은 자연물이 된다. 살아 있는 존재들이 건드리거나 무시하거나 잡아먹거나 내던지는 자연물. 그런데 인간만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구나.

죽음 CREVAISON / 사르동 SARDON
집안에서 죽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보여준다. 집안, 가족은 안전한 보루가 아닌 게야. 뻔한 기대를 뒤집는, 마지막의 산뜻한 반전이 빛난다.

엄마는 문제가 있다 MAMAN A DES PROBLEMES / 바루 & 다비드 B. Baraou & David B.
문제는 엄마에게만 있을까?

야만-다섯 손가락에게 LA BÊTE-À CINQ DOIGTS/토마스 오뜨 THOMAS OTT
전기의자 사형의 전 과정을 손의 움직임만으로 표현했다. 엄숙하다.


책제목과 작가 이름을 대문자 소문자 번갈아 쓴...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
스타니슬라스는 다 대문자인데 i만 소문자로 쓰기도 했다. 작가들이 일부러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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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08-10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말고도 리뷰 쓰신 분 몇 되던데요. ^^

바람구두 2005-08-10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그, 그런가요?

클리오 2005-08-10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흑... 저는 글자가 없으니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더라구요... ^^;;

숨은아이 2005-08-10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글타고 댓글을 지우실 것까지야... ^^
클리오님/머 내 맘대로 생각하는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