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시네마에서 지난 4주간 월요일 저녁마다 ‘와일드 번치: 뉴 아메리칸 시네마’라는 행사를 했다. 50-60년대에 새로운 흐름을 창안했다 하여 주목받았던 미국 영화를 상영하고 영화평론가가 나와서 해설하는 행사인데, 그동안 게으름 피우느라 가지 않다가, 어젯밤에 마지막 상영작인 <이지 라이더>를 보러 갔다. <이지 라이더>는 전부터 궁금했던 영화인데, 이 기회 아니면 언제 다시 볼지 모르기 때문이다.

전에는 햇빛 가득한 영화를 보면 더워 보였는데, 지금은 따뜻하단 생각이 든다.
(영화관의 냉방이 서늘해서 그러나? -_-)



가득한 햇빛, 마른 땅과 하늘의 건조한 맑음이 따뜻하고,
피터 폰다의 차갑지 않은 무표정이 따뜻하고,
데니스 호퍼가 폭력적이지 않은 자유를 보여주어 안심이 되었다.
지금은 네모난 몸집에 심술궂어 보이는 잭 니콜슨 아저씨,
젊을 땐 이렇게 쌈박했단 말이지!




(이 사진은 다른 영화에 나온 장면인 모양...)

그런데 고요하기만 한 하늘과 땅에서,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이들에게, 그들은 왜 총을 쏠까. 가만두지 않을까. 영화 속 제임스(잭 니콜슨)의 말대로라면, “너(데니스 호퍼)는 자유 그 자체이기 때문이야. 사람들은 늘 자유를 말하지만, 너를 보면 자신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알게 되거든.” 코카인과 마리화나가 자유를 상징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다만 황무지의 공동체, 과연 싹이 날까 싶은 마른 땅에 씨앗을 뿌리고 양식을 얻음과 나눔에 감사 기도를 올리던 사람들만이 이들을 안아주었다. 그것이 미국의 희망인가? 마른 땅, 과연 싹이 날지 의심스러운 곳에 그래도 끊임없이 뿌려대는 씨앗이. 

저녁 8시에 영화 상영이 시작해 9시 40분에 끝났다. 영화평론가의 해설을 들을까 하다가, 그냥 집으로 왔다.

이지 라이더  Easy Rider | 감독 데니스 호퍼 Dennis Hopper | 출연 피터 폰다 Peter Fonda, 데니스 호퍼, 잭 니콜슨 Jack Nicholson | 1969 | 94분 | 미국 | 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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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7-12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과 감상이 잘 어우러진 멋진 영화평이었습니다
-댓글평 전문가 마태-

숨은아이 2005-07-12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제임스의 말에?
마태님/아니 언제 댓글평 전문가가 되셨어요? ^^ 평가를 너무 좋게 해주셨네...

2005-07-12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릴케 현상 2005-07-13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임스의 말을 보니 갑자기 김규항이 오토바이족에 관해 한 말이 생각나는군요^^

숨은아이 2005-07-13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잭 니콜슨은 영화 후반부 한동안 이들의 여행에 동행하는데, 더 재밌는 말도 한답니다. 피터 폰다가 마리화나 한 대를 권하자, "어, 난 알코올 중독인 걸로 충분해." ㅎㅎ
산책님/그 사람이 뭐라고 했는데요?

릴케 현상 2005-07-13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주족에 대한 사회의 적의는 지나치다.(폭주족은 오토바이를 사용한 범죄조직이 아니다. 폭주족이 경찰에 잡혀 봐야 구류 이틀밖에 살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들의 범법행위가 적어도 실정법 상으로는 매우 경미한 수준임을 방증한다.) 그 적의의 실체가 다름 아닌 계급적 경멸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밝고 깨끗하지 않은 모습을 한 모든 것에 대한 중산층의 불안과 혐오이자 폭주족이 자신의 비천한 신분에 대해 부끄러워하면서 죽어지내길 바라는 사회적인 요구를 거부한 데 대한 보복이다. 그 보복은 정기적으로 공공의 적을 선정하여 사회의 진짜 적을 감추는 TV라는 괴물에 의해 발표된다. "쓰레기 같은 자식들이 감히 이 사회를 지탱하는 중산층의 단잠을 깨워."
<---제가 보기엔 좀 오반 거 같아요 ㅋㅋㅋ

숨은아이 2005-07-13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논리는 매우 재미있으나... 폭주족에 대한 의미 부여가 지나친 듯하네요. 폭주족의 시내 질주는 다른 차와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잖아요. 아, 다행히 <이지 라이더>에 나오는 두 주인공은 폭주하지 않네요. ^^

릴케 현상 2005-07-13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주족을 젤 미원하는 사람은 택시운전수들^^

숨은아이 2005-07-13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내에서 차 많이 다닐 때는 살살 다니고 차 없는 도로에서만 폭주하면 될 텐데요.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