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겉껍질을 벗기면 불그스름한 속껍질이 나온다. 겉껍질은 이로 깨물어 손으로 벗길 수 있는데, 속껍질은 칼로 깎아야 깨끗이 벗겨진다. 나는 칼질을 잘 못해서 밤 먹을 때 이게 불편했다. 그래서 시댁에서 시어머니가 까주시는 걸 날름날름 받아먹은 적도 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런데 그 속껍질에도 이름이 있었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에 이렇게 설명이 나온다.
보늬 밤이나 도토리 같이 겉껍질이 있는 나무열매 속에 있는 얇은 껍질.
그런 것에까지 다 이름을 붙이다니, 섬세하기도 하지. 보늬 항목 바로 앞에 “보굿”이란 말도 나온다. “늙은 소나무 밑동을 보면 금이 쩍쩍 벌어져 있다. 갑옷의 미늘이나 물고기 비늘 모양의 굵은 껍데기가 조각조각 붙어 있어서 그렇게 보이는데, 힘을 주어 잡아떼면 그 껍데기가 한 조각씩 떨어져 나온다.” 그게 바로 보굿이다.
보굿 굵은 나무줄기의 두껍고 비늘같이 생긴 껍데기.
아, 보굿을 말로 설명하려면 “왜 나무겉에 두꺼운 켜 있잖아” 하고 한참 돌려서 말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것에 이름이 있으니 그냥 “보굿”이라고 하면 된다. 이 보굿 안쪽의 속껍질은 “보굿켜”라고 한단다. 그리고 옛날엔 이 보굿을 그물에 매달아 그물을 물에 뜨게 한 모양인데, 요즘은 합성수지나 코르크로 그물에 매달 “보굿”을 만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