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0대 중반의 버스 운전 기사가 찾아왔다.
채용을 담당하는 직원이 1년 짜리 계약서를 내밀기에 1년 계약직이라면 계약서를 쓸 수 없다고 하자 당장 내일부터 일할 사람이 많이 부족하며(그래서 10여명이 넘는 사람을 같은 날 그것도 일요일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당신은 이 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경험이 있으니 이 회사에 대해서 잘 알지 않느냐면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정규직이 되니까 걱정 말고 같이 일하자고 했단다.
(그는 그 회사에서 10년 가까이 일하다가 퇴사하고 2년 정도 다른 일을 하기도 했으며, 계약 당시에는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1년이 지났다.
회사는 그 보고 그만 두라고 했다. 1년 지나면 정규직이 된다는 말을 했는지는 지금에 와서는 확인할 수가 없단다(그런 말을 한사람이 퇴사를 했다면서 말이다).
이럴 때 그는 어떻게 될까 ?
계약서는 1년 짜리를 쓴 것은 분명하고 정규직이 될 거라고 말한 사실이 있는지는 확인이 안 된다면 말이다. 법적으로는 구제 받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다. 즉 그는 이제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
2.
임금을 받아서 먹고 살게 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때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적어도 중학교 때부터 체계적으로 가르쳐야만 한다는 생각은 몇 번 말한 바와 같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한국에서는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사람들 중 거의 대다수는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어떠한 기초적인 지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직장생활을 계속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다고 본다).
그 사람도 학교 등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노동계약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갖게 될 기회를 가졌었다면 위와 같은 일 - 실직 - 을 지금 경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모두 그의 잘못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학교나 사회, 법과 제도의 책임도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조금만 더 생각을 했더라면 조금만 더 주위에 눈을 돌려 자세히 알아보려는 노력을 했더라면, 지금에 와서 그 문제를 풀려고 시간과 비용 정력을 들여 법적 다툼을 하게 되었을까 ?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채용 과정에서 1년 후의 자기 운명이 어떻게 될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사실 - 즉 계약서의 계약기간은 회사에서 형식적으로 만들었을 뿐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계약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정규직이 될 것이라는 발언이 있고, 그 발언을 한 사람이 회사의 채용 업무를 담당하는 따라서 채용에 있어서는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이라는 등의 중요한 사실 - 에 대해 왜 그렇게 간단히 듣고만 지나쳤는지를 이해하기 어려워서, 그래서 답답함을 느꼈고 그에 이 글을 쓰게 된 것 같다.
그를 욕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를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고...헐~
3.
그건 그렇다 치고 그는 그 때 당시에 어떻게 했으면 좋았을까 ?
계약서에 서명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회사에서 위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면 그 발언은 매우 중요하므로 계약서에 그 발언의 취지가 기재되도록 요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기도 하므로 이후 그 발언자와 다시 같은 문제로 대화를 하여 그 사실을 확인받아두었어야 했다. 문서로 확인받아 둔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그것이 회사의 방침이라는 발언을 녹음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한번 보다는 두번 세번 해두는 것이 좋다.
그렇게 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다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위와 같이라도 해두었다면, 막상 일을 당하고 나서 그런 발언을 한 사실 자체를 확인하지 못해 결국 불이익한 법적 판단을 받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