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명지세망명객(愛名之世忘名客), 이름만을 사랑하는 세상에서 이름을 잊은 나그네.
가만, 망명객이라. “정치적 망명”이라 할 때의 “망명”은 어떻게 쓰더라?
찾아보니, 그 망명은 亡命이다. 성안당 한+국어대사전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망명(亡命) {명} 정치적인 이유로 남의 나라로 몸을 피함. (亡 : 없앨 망. 命 : 이름 명, 호적 명.) <참고 : ‘亡命’은 원래 죽을 죄를 지은 사람이 몸을 숨기어 멀리 도망하는 경우 그 이름을 호적에서 뽑아내었던 데서 유래된 말임.>

그러니깐 망명이란 호적에서 뽑아내어 그 사람을 서류상으로 죽이는 일이다. 참 무서운 말이구나. 이름을 잊었다는 忘名은 참 운치 있는 시적 표현인데, 이름을 지운다는 亡命은 문서상의 사형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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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5-02-19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호적에서 파낸다는 말을 막판에 하는 듯싶어요, 드라마 같은 데서. ^^ 뽑아낸다, 파낸다, 예전에 님 얘기하신대로 도려낸다 만큼 섬뜩한 말인 듯해요.

숨은아이 2005-02-19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의미에서 "미망인"도 참 무서운 말이에요. 발음으로만 보면 "과부"보다 우아하게 들리는데, 뜻을 새기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