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명지세망명객(愛名之世忘名客), 이름만을 사랑하는 세상에서 이름을 잊은 나그네.
가만, 망명객이라. “정치적 망명”이라 할 때의 “망명”은 어떻게 쓰더라?
찾아보니, 그 망명은 亡命이다. 성안당 한+국어대사전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망명(亡命) {명} 정치적인 이유로 남의 나라로 몸을 피함. (亡 : 없앨 망. 命 : 이름 명, 호적 명.) <참고 : ‘亡命’은 원래 죽을 죄를 지은 사람이 몸을 숨기어 멀리 도망하는 경우 그 이름을 호적에서 뽑아내었던 데서 유래된 말임.>
그러니깐 망명이란 호적에서 뽑아내어 그 사람을 서류상으로 죽이는 일이다. 참 무서운 말이구나. 이름을 잊었다는 忘名은 참 운치 있는 시적 표현인데, 이름을 지운다는 亡命은 문서상의 사형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