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천자문교실에서 배운 것 3 - 20040719”( http://www.aladin.co.kr/blog/mypaper/562846)이란 글에서 화씨지벽의 고사를 아래와 같이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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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초(楚)나라 사람 변화(卞和)가 곤강(崑岡)이란 산에서 옥박(玉璞 : 아직 다듬지 않은 옥의 원석)을 가져다 왕에게 바쳤다. 왕은 감히 돌을 바친다며 변화를 월형(刖刑 : 한쪽 발뒤꿈치를 자르는 형벌)에 처했다. 왕이 죽은 뒤 변화가 이 옥을 무왕에게 바치니, 무왕은 변화의 나머지 한쪽 발을 월형에 처했다. 무왕에 이어 문왕이 즉위하자 변화가 다시 이 옥을 바치니, 문왕은 옥을 받아들여 잘 다듬으라고 했다. 이리하여 보물을 얻게 되었으니, 이 보물을 화씨벽(和氏璧 : 화씨, 곧 변화의 옥이란 뜻. = 화씨지벽和氏之璧)이라 했다.

 * 화씨지벽(和氏之璧) 「명」 '수후지주'와 같이 천하의 귀중한 보배라는 뜻으로, 뛰어난 인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표준국어대사전.*

초나라 왕이 북쪽 조(趙)나라에 화씨지벽을 주고 미녀를 데려왔다. 이에 서쪽의 강대국 진(秦)나라에서는 조나라에, 성 50개를 줄 테니 이 구슬을 달라고 했다. 조나라는 제의를 거절하면 진나라가 당장 쳐들어올 테고, 화씨지벽을 넘겨주면 그냥 빼앗아버릴 게 뻔했기 때문에 고심하다가, 인상여(藺相如)라는 사람을 보내 일을 해결토록 했다. 인상여가 사신으로 진나라에 가서 구슬을 바치자, 진나라 왕은 보고 감탄하기만 할 뿐 약속한 50개 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내비치지 않았다. 이에 인상여는 조용히 말했다.
"전하, 그 화씨지벽에는 흠집이 있습니다. 이리 주시면 알려드리겠나이다."
왕이 무심코 화씨지벽을 건네주자 인상여는 그것을 손에 들고 말했다.
"전하께서 약속하신 성을 넘겨주실 때까지 이 화씨지벽은 소생이 갖고 있겠습니다. 만약 안 된다고 하시면 제 머리와 함께 이 구슬을 기둥에 부딪쳐 깨뜨리고 말겠사옵니다."
이에 화씨지벽이 깨질까 두려워한 진나라 왕은 약속을 지켰다. 진나라에서는 이 옥으로 옥새를 만들었다 한다. 이로써 화씨지벽을 온전히 지켜냈다는 뜻으로 “완벽(完璧)”이란 말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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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황패강 교수의 “두 귀를 씻고 듣는 이야기”(단대출판부)”에서는 같은 이야기를 이렇게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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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중국의 전국시대에 초나라 땅에 변화씨라는 이가 살았다. 어떤 날 산에 갔다가 옥의 원석을 얻어, 이를 여왕(厲王)에게 바쳤다. 왕은 그것을 보석상에게 감정하게 하였더니, “보통 돌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였다. 왕은 변화씨가 자기를 농락한 것으로 생각하여 그에게 형을 가하여 오른발을 잘랐다. 여왕이 죽은 후, 변화씨는 다시 그 옥을 무왕(武王)에게 바쳤으나, 그 결과는 마찬가지여서 이번에는 왼쪽 발을 잘리었다.
그 뒤 문왕(文王)이 즉위하자 변화씨는 그 돌을 안고, 사흘 세 밤을 소리 내어 울며 밝혔다. 왕은 이상하게 여겨 그 까닭을 물었다. 자초지종 사정을 듣고 난 왕은 그 원석을 공인에게 주어 갈아서 닦게 하였다. 그랬더니 그것은 놀랍게도 세상에 드문, 훌륭한 보옥이 되었다. 이것이 그 뒤 진나라 소왕(昭王)이 조나라 혜문왕(惠文王)에게 열다섯 성과 바꾸기를 청했던, 유명한 ‘화씨의 벽(和氏璧)’이다.
(21-22쪽)

옛날 중국의 전국시대 조나라 혜문왕에게 인상여라는 신하가 있었다. 진나라 소왕이 조나라에 보물로 내려오는 화씨의 벽을 탐하여 진나라의 열다섯 성과 교환하자는 청을 해 왔다. 국력이 약한 조나라로서는 응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과연 진나라가 약속을 지켜 자기 나라의  열다섯 성을 넘겨주리라고는 기대할 수가 없었다.
이때 인상여가 자진하여 화씨의 벽을 받들고 진나라를 다녀오겠노라고 나섰다. 이것은 매우 감당키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인상여가 화씨의 벽을 가지고 진나라 소왕을 가 뵈니 소왕은 화씨의 벽을 손에 들고 애중하면서도 좀처럼 열다섯 성을 넘겨주기는 고사하고, 화씨의 벽도 돌려주려 하지 않았다. 인상여는 소왕에게 화씨의 벽에 흠이 있는 것을 알려 드린다는 핑계를 대고 되돌려 받자, 정색을 하고 진나라의 신(의?) 없음을 책하고, 화씨의 벽을 머리 위에 쳐들고 자신의 머리에 내리쳐 깨버릴 듯이 하니 소왕이 그 기세에 눌려 화씨의 벽을 그대로 돌려보냈다. 그리하여 화씨의 벽이 무사히 조나라에 돌아올 수 있었다.
(6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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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사항이 좀 다르다. 진나라가 주겠다고 한 성이 50개가 맞는지, 15개가 맞는지? 내 생각에는 15개가 맞는 것 같다. 천자문 선생님이 자료를 보시다 十五를 五十으로 착각하신 게 아닐까? 구슬 하나에 성 50개면 너무 많잖아?

그리고 천자문 선생님 이야기로는 진나라에서 약속을 지켜 성을 주고 화씨지벽을 차지했는데, 이 책엔 성을 주었다는 이야기는 없고 인상여가 화씨지벽을 제대로 지켰다고만 한다. 화씨지벽을 온전히 지켜냈다는 “완벽(完璧)”이란 말에 얽힌 이야기로는 역시 책의 내용이 더 어울리는데... 선생님이 말을 잠깐 잘못하셨을까 내가 잠시 딴생각 하다 제대로 못 들었을까? --;

그건 그렇고, 천자문교실에서 배운 것 정리는 작년 11월에 겨우 3주차까지만 해놓고 여태 미루어논 상태다. 으... 언제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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瑚璉 2005-01-21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의 갯수는 저도 자료를 찾아봐야겠지만 "완벽"에 관한 이야기는 책이 옳습니다. "완벽"은 "완벽귀조"의 약자로 "옥을 온전히 지켜 조나라로 돌아오다"거든요.



아는 이야기가 나와서 참견해보았습니다 (^.^).

숨은아이 2005-01-21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호련님, 고맙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이렇게 나오네요.

완벽-귀조 (完璧歸趙) [--뀌-] 「명」빌린 물건을 정중히 돌려보냄. 중국 전국 시대 조나라의 인상여(藺相如)가 진(秦)나라의 소양왕이 열다섯 성(城)과 화씨(和氏)의 벽(璧)을 바꾸자고 하여 진나라에 갔으나 소양왕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목숨을 걸고 그 벽을 고스란히 도로 찾아왔다는 데서 유래한다. ≒완벽01(完璧)〔2〕.